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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기억력이 떨어지는 중년을 위한 책 '마흔을 위한 기억수업'

by 썬도그 2012.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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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나이 마흔을 넘어가니 삶에 대한 느낌이 또 사뭇 다릅니다. 단지 숫자 하나 바뀐 것뿐인데 30대와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모르겠습니다. 나이의 첫 숫자가 4가 붙어서 그런 건지 정말 제가 삶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것인지 자꾸만 세상 삶을 다 아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얘들이 다 그렇지.. 원래 세상사가 다 그래요. 원래 그런 세상이에요. 이런 무미건조한 도인 같은 말만 합니다. 


그래서 어떤 사건사고에도 호들갑 떨지 않습니다. 아이가 처음 눈을 보고 팔짝팔짝 뛰며 좋아하는 모습에 같이 좋아하지 않고 처음은 다 그래~~라고 하듯 어떠한 자극도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마흔을 불혹의 나이라고 하나 봐요. 마흔을 넘기면 많은 것이 변합니다. 먼저 남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도 사뭇 달라 보입니다. 청년이라는 단어보다는 중년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고 잘 어울리는 옷이 된듯합니다. 그리고 신체적인 노화가 눈에 띄게 드러납니다.

늘어가는 주름살에 나오는 뱃살. 특히 여자분들은 더 많이 느껴지실 거예요. 그리고 뇌 속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하나의 개똥철학이 똬리를 틀고 새로운 생각을 주입하기보다는 자신의 삶을 바탕으로 한 철학을 꾹 움켜쥐고 있죠. 그리고 기억력도 떨어지게 됩니다. 10,20대 때에는 쉽게 외워지던 전화번호와 핸드폰 번호도 스마트폰에서 검색해서 찾아봐야 하거나 메모를 해야 합니다. 조금만 긴 말을 하면 그걸 단박에 외우지 못해서 쩔쩔매기도 합니다.  어떤 물건을 어디에  두웠는지 깜박깜박합니다. 팔팔한 20대들은 빠릿빠릿하고 한번 말하면 까먹지 않는데 마흔은 깜박깜박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정말 세상 사람 말처럼 나이 들수록 기억력이 쇠퇴할까요?

마흔을 위한 기억수업은 마흔 언저리에 있는 분들을 위한 기억법에 대한 책입니다. 아니 마흔을 넘어가는 중년과 노년들을 위한 기억법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아니 우리가 놓치고 있는 기억의 상기력을 담은 책이기에 모든 연령이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저자는 '와다 히데키'로 아주 유명한 저자는 아닙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인기 베스트셀러 작가입니다.


국내에서도 그의 책이 많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요약의 기술', '감정 정리의 기술', '기적의 노트 공부법'등의 인기작품들이 있습니다. 1960년에 오사카에서 태어나서 도쿄대학 의학부를 졸업하고 정신과 의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그의 책들은 대부분 우리의 심리나 정신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이 저자는 저와 비슷한 성향이 있어서 그런지 꼭 의학이 아닌 여러 분야에 대한 지식이 많습니다. 저자는 자신의 박식함을 이용해서 엄청나게 많은 책을 쓰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이 쓰는지 책을 쓰면서 공부를 한다고 고백도 하던데요. 참 재미있네요.

저도 그러거든요. 어떤 주제에 대해서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면 그 주제에 대한 공부를 합니다. 어차피 정보는 인터넷에 무궁무진하고 영어는 잘 못하지만 영어자료와 관련서적을 좀 읽어보면 어떤 주제에 대한 개념은 물론 지식까지 단박에 쌓을 수 있고 준 전문가 수준까지 어느 정도는 올라가게 됩니다.  저자도 자신의 경험을 가지고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쌓고 있고 그 지식을 책이라는 아웃풋으로 세상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책은 얇습니다.

200페이지 밖에 되지 않아서 마음만 먹으면 하루나 이틀 만에 다 읽을 수 있습니다. 내용도 무척 쉽고 활자도 커서 금방 후루룩 들이킬 수 있습니다. 또한 어투도 저자의 경험을 잘 녹여내고 쉬운 언어로 쓰였기 거부감도 없습니다 깊이는 솔직히 깊지 않습니다만 저자는 독자에게 아주 강력한 메시지를 잘 전달하고 있습니다. 두껍고 어려운 책은 다 읽고 덮고 나면 뭘 읽었는지 무슨 말을 책에서 했는지 1주일만 지나도 다 까먹는 게 현실인데요. 이 책은 적어도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될 듯합니다. 아주 주제가 강렬하네요
주제는 간단합니다.  마흔을 위한 기억력 증진법은 입력이 아닌 출력을 관장하는 상기력이다

기억은 기명력 강화 →→ 유지력 강화 

→→ 상기력 강화 3단계로 나뉘어집니다.
쉽게 말하면 입력 →→ 보존 →→ 인출이죠.  우리가 어떤 것을 기억한 다는 것은 어떤 정보를 입력하고 그걸 뇌에 저장했다가 그 정보를 필요할 때 꺼내는 것입니다. 

이 3단계 기억 중에 마흔을 위한 기억법은 마지막 기억의 인출단계인 '상기력'에 초점을 맞추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그게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기억법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40대가 10.20대들 보다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일까요? 저자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10대들은 기억할 것들이 많지 않습니다. 끽해야 학교 교과서 정도죠. 물론 그게 10대들에게 큰 고통의 원흉이지만 교과서 말고는 기억할게 많지 않습니다. 또한 여러 가지 다른 스트레스는 없고요.  하지만 40대는 다릅니다. 회사에서 이리저리 치이고 집에서 아이들과 놀아줘야 하고 아내와 고민도 해야 하고 온통 스트레스 투성이입니다. 이러다 보니 기억력 향상에 힘쓸 시간도 없죠. 만약 40대가 중고등학생처럼 시험을 위한 학습을 시작하면 모르긴 몰라도 더 잘할걸요. 물론 40대마다 다를 것입니다. 

자신의 경험을 현실의 지식과 잘 접붙이고 융합하고 섞고 가지고 놀 줄 아는 혜안이 있는 40대라면 지금의 10,20대 보다 더 빠르게 많은 것을 더 많이 기억할 수 있지만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섞을 줄 모르면 즉 머리가 굳어 있는 40대는 중고등학생보다 못할 것입니다. 

저자는 단호하게 40,50대의 기억력 저하는 나이 탓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중년들은 입력된 지식의 양보다 상기할 수 있는 양이 더 중요해집니다. 입력은 30대까지 계속해 왔기 때문이 이제 그만 입력해도 되고 또 새로운 지식의 입력이란 게 그전에 지식과 중복되는 것도 많고 패턴이 비슷해서 그게 그것인 지식도 태반이라서 지식의 입력을 줄이는 대신에 출력 즉 기억을 상기해서 끄집어내는 능력을 키우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습니다.

참 공감이 가는 게요. 이 기억을 끄집어내는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말도 못 하고 글도 못 쓰고 기억력도 떨어집니다. 
백날 도서실에서 입력만 줄곧 해봐야 그걸 시험장에서 끄집어내지 못하면 말짱 꽝이죠. 참 아둔한 공부법입니다. 정보를
입력하고 그걸 출력하는 공부를 동시에 해야 하는데 공부 못 하는 학생들의 특징이 입력만 들입다 하고 출력 체크는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마흔을 위한 기억수업'은 이 출력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어떻게 기억을 출력하느냐 그 핵심 키워드는 상기력입니다. 


기억을 잘 상기해 봐! 상기라는 끄나풀을 잡아 빼면 기억의 샘이 터지면서 정보들이 줄줄줄 나오죠. 
예전에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게 하나의 권력이었고 그 정보량으로 돈벌이를 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하다못해 용산 용팔이도 가격정보 꽉 쥐고 있는 가격 정보의 권력으로  고객에게 칼 춤을 추웠죠. 그러나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해서 더 이상 정보를 많이 알고 있다고 자랑할 수도 권력도 되지 않습니다. 이런 시대에 있어서 기억법이란 기존의 인터넷에 널려 있는 정보에 자신의 경험을 녹여서 출력하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고등학생처럼 단순암기가 아닌 에피소드 형식으로 기억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중고등학생들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그냥 외웁니다. 어려운 단어는 노래를 부르면서 쉬운 연상단어로 링크해서 외우기도 하고요. 하지만 저자는 그런 방법 말고 그 어려운 단어의 주변 지식을 익히다 보면 그 어려운 단어도 쉽게 익혀지게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 어려운 단어의 뒷 이야기나 어떻게 해서 그 단어가 생겼는지 찾아보고 노력하면 쉽게 익혀진다는 것이죠. 뭐 그러려면 외우는데 시간이 더 많이 걸리겠지만 기억을 상기하기도 쉽고 오래 기억됩니다. 이 말도 공감합니다. 제가 10대 때는 인터넷도 없고 관련 지식을 볼 수도 없었지만 지금은 어려운 단어가 나오면 위키백과나 인터넷 검색으로 통해서 주변 지식까지 다 알게 됩니다. 그러면 외우려고 하지 않아도 저절로 그 단어가 외워지고  그 단어의 주변 지식까지 함께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책에는 기억법 팁을 적고 있는데 이 중 몇 개만 적어보겠습니다.

기억법 1 : 테마에 따라 새로운 정보를 인풋 하면서 문장으로 만들어 암기한다
기억법 4 : 기억하고 싶은 내용에 관해서는 납득할 때까지 묻고 찾아본다
기억법 5 :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는다
기억법 10 : 감각 기관이나 신체 활동도 포함하여 세트로 기억한다
기억법 13 : 입력의 비율을 낮추고 출력의 비율을 높인다 나머지는
책에서 확인해 보세요.

책은 짧은 챕터에 하나의 주제에 대한 쉬운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중에서 36 챕터를 소개할게요 36. 나이가 들어도 머리가 굳어지지 않는 두 가지 이유

이 챕터에서는 머리가 굳어지지 않게 하려면 이분할 사고 말고 자신의 인생 경험에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섞으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통은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라는 새로운 지식을 배우게 되면 그걸 내 경험에 맞춰서 지난 기억 속에서 비슷한 기억을 끄집어냅니다. 예전에 큰 고통을 견딘 후 달콤한 결과에 기뻐하던 내 모습을 섞으면 누가 외우라고 강요하지 않았는데 '고통은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라는 말을 남 앞에서 술술 말하게 됩니다. 

또 한 가지 머리가 굳지 않게 하는 방법은 유연한 사고를 가지라는 것입니다. 하나의 문제에 하나의 해결법만 가지지 말고 다양한 해결법을 생각하고 기억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생존능력이 뛰어나고 문제 해결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정확하게 말하자면 머리가 좋다기보다는 예전에 읽었던 책이나 경험을 잘 끄집어내는 사람들입니다. 예전에
제가 이런 방법으로 해결한 적이 있는데요! 식으로 남들이 모르는 다양한 경험과 그 경험을 잘 기억하고 끄집어내는 사람들이죠. 이런 사람들은 끊임없이 다양한 생각을 하고 대답을 갖고 있기 때문에 머리가 굳어질 틈이 없습니다. 

상기력을 활용하여 성과를 내는 포인트 중 하나는 새로운 개념, 지식, 현상, 법칙을 접했을 때 그때까지의 자신의 경험을 덧붙이는 것이다. 덧붙여 기억하고 그것을 아웃풋 한다'마흔을 위한 기억수업' 166페이지 중 일부 발췌

저자는 상기력과 기억의 출력을 단련하기 위해서 블로그를 운영하라는 팁도 알려주었습니다

평소에 경험한 것, 보고 들은 것, 떠올린 것, 생각난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기억해 두어야 한다. 이것을 실천하는 데 블로그는 아주 좋은 도구가 된다. 개인적으로는 트위터는 추천하지 않는다. 140 자라는 제한이 브레이크를 걸기 때문이다. 

'마흔을 위한 기억수업' 167페이지 중 일부 발췌

그래서 그런가요! 
제가 블로그를 지난 6년 간 운영하면서 크게 느낀 건데 운영하기 전 보다 기억력이 많이 향상되었습니다. 
블로그라는 기억의 출력물을 담는 곳이 있고 매일 같이 여러 가지 기억과 정보를 지지고 볶고 섞어서 새로운 글을 쓰다 보니 기억력 증진은 물론 글 쓰는 실력도 많이 는 것 같습니다. 뭐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해서 가끔 헛소리도 쓰긴 하지만 예전의 글보다는 훨씬 좋아졌습니다. 기억의
출력물로써 블로그는 아주 좋은 도구입니다.

뭐 일기도 하나의 기억 출력물이지만 블로그는 일기를 넘어서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더 좋죠. 그래서 저는 나이 들수록 일부러라도 블로그나 페이스북을 운영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페이스북은 140 제한이 없고 좀 더 긴 글을 쓸 수 있어서 좋죠. 하지만 생각을 섞고 하나의 개념을 넣기에는 페이스북도 좀 작은 느낌입니다. 천상 블로그가 가장 알맞습니다. 머릿속 기억과 생각을 끄집어내서 내는 훈련에는 블로그가 최고로 좋습니다.'마흔을 위한 기억수업'은 마흔이라는 중년들의 굳어가는 머리를 각성해 주는 책입니다. 깊이 있는 내용은 없습니다. 이게 단점이자 장점인 책입니다. 출퇴근 길에 가볍게 읽으면서도 명징한 주제전달이 좋은 책입니다.  기억의 출력 단 게에서 버벅 거리는 중년들을 위한 책입니다. 어~~ 그 뭐였더라 어~~ 그거 그거.. 그래 맞아 그거.  네가 말하니까 생각나네~라고 하는 중년의 차장님 부장님들이 읽어보면 좋을 책입니다.  기억을 못 하는 게 아니 무니다.  기억을 뇌에서 끄집어내지 못할뿌니무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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