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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추적자가 무서운 이유는 우리의 추악함 욕망을 담고 있기 때문

by 썬도그 2012.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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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몰입해서 보고 있습니다. 월화수목 모두 SBS만 볼 정도로 오랜만에 드라마에 푹 빠졌습니다. 제가 원래 드라마를 좋아하는 인간이 아닙니다. 블링블링하고 뻔한 연애드라마도 좋아하지 않고 사극은 아예 쳐다도 보지 않습니다.  아침드라마나 시트콤도 보지 않습니다. 한국 드라마는 모두 비슷합니다. 왠 쓸데없는 러브스토리는 그렇게 많은지  모든 남녀 주인공은 꼭 사랑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지  거의 모든 드라마가 남녀사이의 사랑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령과 추적자는 다릅니다. 유령은 후반에 러브스토리가 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추적자는 처음부터 복수라는 코드가 지배하는 드라마라서 러브스토리가 없습니다. 아니 있습니다. 자식 잃은 애비의 울부짖는 소리가 가득한 아버지의 부성애가 있습니다. 

이 드라마 정말 10년에 한번 만날까 말까한 걸작 드라마입니다. 물론 요즘 들어서 주인공인 '백홍석(손현주 분)'의 역활이 강하지 못하고 항상 얻어 터지고 다니거나 양대 권력에 휘둘리는 나약한 모습에 좀 아쉬운 것이 있긴 하지만 드라마 자체의 몰입도는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 몰입도가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 드라마의 통찰력이 높은 대사들 때문입니다. 

지난 월요일 그리고 어제 화요일에 방영된 내용 중 거대 그룹 오너인 서회장입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주옥 같았습니다.


어제 서회장은 아들 서영욱이 결정적인 증거 역활을 하는 PK준과 동생의 불륜관계를 담고 있는 휴대폰을 최정우(류승수 분)에게 전달합니다. 그 핸드폰은 동생의 남편이자 강력한 대통령 후보인 강동윤의 대선가도에 바리케이트를 칠 강력한 무기였는데 그걸 냅다 최정우 검사에게 넘겨줍니다. 

이 얼척 없는 행동을 보고 서회장은 


 "시골 동네에 하나씩 있는 미친년은 얼굴을 만지고 때려도 웃다가 누가 꽃만 만지면 난리가 난다. 사람들은 쟤가 미쳐서 저런다 하지만 내 보기엔 사람 다 똑같다. 아무 소용없는데도 제 몸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자존심이다"

라는 말로 그 상황을 설명했고 이런 뛰어난 은유가 가득한 수사법이 서회장의 매력이죠. 비록 서회장이 악인이고 거악이지만 그가 내 뱉는 말들은 정말 우리 모두가 공감하는 내용들입니다.


서회장은 추악한 우리의 욕망을 대변하는 아이콘

가장 어색한 인물인 서회장의 막내딸이자 언론사 사회부 기자인 서지원은 이 복마전 같은 서회장 집안의 돌연변이 같은 인물이죠. 이 막내딸 서지원이 "난 하루에도 열 번씩 아빠 욕을 듣는다"라고 말하자 서회장은 이런 말을 합니다


 "욕 안 먹고 어떻게 이 자리에 올라 왔겠냐"며 "사람들이 나보고 손가락질 하고 한오그룹이 악덕 기업이라고 하지만 막상 자기 아들이 한오그룹 입사하면 사방으로 자랑하고 다닌다"

헉! 소리가 나오더군요. 이 한오그룹은 글로벌 모 기업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요. 우리는 그 기업을 손가락질 합니다. 사회적인 책무도 제대로 하지 않고 죄를 지어도 검사에게 장학금을 주고 검사를 관리하고 국정원 보다 뛰어난 정보력을 갖춘 하나의 정부 이상의 거대함을 지닌 이 그룹을 우리는 손가락질을 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회사에 입사할려고 기를 쓰고 서회장의 말처럼 입사하면 사방으로 자랑하고 다닙니다.

이 대사 이후에 또 한 대사에 마음 속에서 쿵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서회장은 사위인 강동윤 후보가 지지율 70%가 넘는 이유가

"국민들이 동윤이에게 속고 있는 게 아니다. 한오그룹 사위가 서민을 위해 정치한다는데 그걸 믿을 리가 있냐"며 "집 가진 놈은 집값 올려준다고 땅 있는 놈은 땅값 올려준다고 월급쟁이한텐 봉급 올려준다고 하니 지지하는 거다. 그런데 집값 올려줘서 지지한다고 하면 부끄러우니까 개혁의 기수다 뭐다 해서 자길 속이는 거다" 


유시민 전 의원이 그런 말을 토론에서 하더군요
"국민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부도덕함과 낮은 도덕성을 몰라서 지지했을까요? 아닙니다. 부동산값 올려주고 아파트값 올려준다고 하니까 지지한 것 입니다"

사실 따지고보면 지난 대선때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의 부도덕함을 잘 알고 있었고 BBK의 비리도 알고 있었습니다. 뭐 BBK와 연관이 없다고 정치검찰이 면죄부를 주었지만 BBK와 도곡동 땅이 이명박 대통령 후보와 연관이 있다고 해도 우리는 그런것에 연연하지 않고 이명박을 지지 했을 것 입니다.

왜냐고요?
간단합니다. 내 집값 올려주고 땅값 올려주고 월급쟁이들 봉급 올려주고 세금 깍아준다고 하는 사람을 왜 지지하지 않겠습니까?  물론 서회장의 말 처럼 우리는 그걸 대놓고 말하지 않고 경제 살린다니까라는 점잖은 말로 설명을 하죠.

하지만 실제로는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아파트값 더 올라가고 아니 최소한 떨어지지는 않게 하기 때문에 이명박을 지지한 것입니다. 추악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이게 사람의 진짜 모습 아닐까요?

추악한 욕망을 잘 다스리고 잘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 정치인이고 그런 정치인의 꽃인 대통령을 올 12월에 뽑습니다. 과연 이번 선거는 또 어떤 이유로 지지한다고 하면서 내 재산 불려줄(나라가 망하던 말던 나라 곳간 거덜내더라도 내 재산만 불려주는 사람) 대통령 후보를 지지할까요?  

분명 80년대, 90년대 까지는 도덕성이 가장 중요한 대통령의 자질이었는데 언젠가 부터 우리는 도덕성은 거의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내 재산 불려줄 정치인만 찾고 있는 것일까요? 그 나라의 정치인들의 수준은 그 나라 국민의 수준이라는 말 처럼 현 대통령이 딱 우리의 도덕수준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런 우리의 추악한 욕망을 제대로 집었고 그걸 잘 건드렸습니다. 문제는 이런 정치인들의 집값 올려주고 땅값 올려주고 봉급 올려준다는 말이 거의 다 거짓말이 되기 때문에 정치인들 말은 믿으면 안됩니다. 특히 돈에 관련된 말을 하는 정치인들의 말은 믿으면 안되죠

서회장이 출세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인간의 추악한 욕망을 제대로 간파해고 그걸 잘 이용할 줄 알았습니다. 돈 앞에 무릎 꿇지 않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돈으로 사람을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조종했습니다. 강동윤 대통령 후보도 비슷한 통찰력이 있기에 서회장은 무섭다고 말 했습니다. 


백홍석은 그런 추악한 우리의 현 모습에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우리가 추구해야할 욕망 우리가 보듬어야 할 가치를 만신창이가 되면서 까지 지켜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밝고 건강한 가치가 항상 승리하는게 아닌 추악한 이기심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점잔 떨면서 추악한 욕망에 휘둘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 입니다. 남들에게 손가락질 하면서 그게 내 일이 되면 어버버 하는 모습이 많을 것 입니다.  

몇주 전에 본 SBS에서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인 '마이클 샌델'이  신약 테스트를 돈을 받고 하는 것에 대해서 물었습니다. 한 여자분이 큰 돈을 받고 하는 것이기에 괜찮다고 주장하더군요. 샌델이 물었습니다. 

당신의 딸이 큰 돈을 벌겠다며 신약 테스터가 된다면 허락하시겠습니까?

여자분은 당황해 하더니 결국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말하더군요. 이런게 우리이자 저입니다. 저 또한 추악한 욕망에 무너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항상 그런 행동을 한 후에 오는 찝집함을 느끼기에 점점 줄일려고 노력합니다. 

어른들이 그러잖아요
세상은 살짝 비겁하게 살면 참 살기 편한 곳이라고요. 깨끗하게 살려고 하고 부러지지 않을려고 버티면 부러진다고요. 
깨끗하게 살려는 사람을 존경하지는 못할망정 손가락질 하는 사람만은 되지 않았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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