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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연쇄살인 커플의 이야기지만 너무나 로맨틱 했던 영화 '황무지'

by 썬도그 2012.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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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트는 25살 청년입니다. 도시와는 거리가 먼 한적한 마을에서 청소차를 타면서 청소일을 합니다. 
홀리는 15살의 중산층 가정의 소녀입니다. 완고한 아버지 밑에서 사는 아버지를 무서워 하는 그냥 그런 흔한 소녀였습니다

키트는 그런 홀리에게 다가갑니다. 그리고 걷자고 제안을 합니다. 그렇게 둘은 만납니다.

영화 '황무지'를 보고 왔습니다. '테렌스 멜릭'감독을 그냥 그냥 좋아하는 저에게 있어 그의 초기 작품이 궁금했습니다
'천국의 나날들'은 너무 오래 되어서 기억의 파편들이 너무 많이 흩어져 있어 안본 것과 다름 없지만 '씬 레드 라인'과 최근에 본 영화 '트리 오브 라이프'를 보면서 다른 감독이 범접할 수 없는 숭고함 같은 것을 느끼게 하는 사람입니다. 사랑과 생명에 대한 이야기 인류의 근원적인 질문을 잘 하는 감독이죠.

아직도 기억나네요. 영화 '씬 레드라인'에서 토치카에서 일본군이 기관총을 쏘는 와중에서 엎드려 있던 미군 병사 앞에 풀에서 작은 무당벌레가 있는 것을 볼 때의 느낌, 삶의 기로 앞에서도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진중하게 하는 모습은 이 감독이 얼마나 깊은 사유를 가진 감독인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워낙 영화 자체를 나레이션으로 이끌고 찬송가 같은 노래가 나오면서 기독교적인 세계관을 강요 하는 것 같은 모습은 좀 거부감이 듭니다. 그럼에도 종교 영화의 느낌이라기 보다는 종교를 넘어서는 숭고함이 있습니다

영화 '황무지'는 이 거장 '테렌스 멜릭' 감독의 데뷰작이자 그가 20대 때 만든 73년도 영화입니다. 
오늘 상암동에 있는 '영상자료원'에서 테렌스 멜릭의 영화 황무지를 무료 상영 했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 GV라는 관객과의 대화를 마치고 나오는 임권택 감독님도 살짝 뵙네요

영화 '황무지'는 너무나도 좋아했던 '정은임의 영화음악'의 시그널 음악으로 사용되었던  Carl orff -Gassenhauer 가 흐르면서 시작합니다. 아! 이 노래가 이 영화에서 나왔구나? 항상 그 타악기 소리가 정겨웠고 영화 황무지에서 나오는 노래라고 했는데 그 영화가 이 영화였구나 하는 감탄사로 시작 했습니다

키트(마틴 쉰)은 15살 평범한 소녀 홀리와 친하게 되고 결국 둘은 사귀게 됩니다. 10대 소녀들이 흔하게 그렇듯 잘생긴 제임스 딘과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가진것이 거의 없는 키트와 사귀게 됩니다. 키트는 청소원 일을 하다가 짤리고 목장에서 카우보이일을 합니다.

그런데 이 둘의 사랑을 허락하지 않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홀리의 아버지입니다. 완고한 아버지는 홀리를 감시하면서 키트의 접근을 완전 봉쇄 해 버리죠. 키트는 아버지가 일하는 곳 까지 찾아가서 말을 걸어보지만 아버지는 완고함을 버릴 생각이 없습니다.

몇몇의 여자를 만났지만 홀리를 진짜 사랑하게 되고 소중하게 여기게 된 키트는 무리수를 두게 됩니다. 그 무리수란 홀리와 함께 야반도주를 계획합니다. 아무도 없는 홀리의 집에서 홀리의 옷을 챙기는데 아버지와 홀리가 들어옵니다.  총을 꺼내서 아버지에게 겨누는 키트, 단순히 위협만 줄 생각이고 총을 보면서 벌벌 떨줄 알았는데 이 아버지는 자존심이 있는지 신고할려고 합니다. 

그 아버지를 총으로 죽인 키트, 사실 키트는 약간의 사이코패스 기질이 있습니다. 심한 것은 아니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나 공포심이나 동정심 같은게 많지 않습니다. 이는 홀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집에서 키우던 물고기 메기가 병이 났는데 그걸 그냥 마당에 버립니다. 홀리는 죄책감을 느끼긴 하지만 보통의 사람이라면 그런 행동을 하지 않죠. 

아버지를 죽인 키트, 그런 키트에게 따귀를 때리지만 이상하게 홀리는 이 살인마, 그것도 아버리를 죽인 살인마를 따릅니다


홀리가 살던 집을 불태우고 둘은 긴 밀월 여행을 떠납니다. 홀리는 말합니다
"무의미한 삶을 길게 사느니 사랑하는 사람과 1주일을 같이 하고 싶어"

사랑하는 사람과의 1주일에 올인 한 홀리, 그렇게 키트의 손을 잡고 정체없는 여행을 합니다.
이후 영화는 로맨스 영화로 그려집니다. 보통의 영화라면 사랑하는 사이지만 남자의 폭력성과 무자비함을 그릴 수 있는데 이 영화는 그렇게 키트를 그리고 있지 않습니다


키트는 경찰의 포위망에 쫒기면서도 사랑하는 여인 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손지검 한번 하지 않습니다.  남자로써는 100점인 남자죠. 하지만 자신들의 사랑의 여정에 걸리적 거리는 사람들은 가차없이 죽입니다. 그렇다고 살인을 즐기는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이 사랑 중독에 걸린 이 커플의 여행길을 방해하는 사람들만 조준 사격 합니다. 

딱 필요 한 만큼의 살인
살인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홀리, 그런데 홀리는 이상하게 그 살인 과정을 건조하게 바라봅니다. 그냥 사랑하는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다 받아들인다는 태도입니다.  좀 이해가 안가는 태도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공감도 갑니다. 사랑에 미치면 저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도 드네요


영화는 적재적소에 음악으로 이 둘의 사랑을 표현합니다. 도피과정에서 그들만의 캐슬을 만들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은 아담과 이브 같기도 합니다.  이때 나오는 음악의 가사는 '사랑은 이상한 것' 이라고 관객들에게 음악으로 영화를 설명 합니다.

이런 도피행각은 미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습니다. 이 커플에게는 사랑의 여정이었자 허니문이었지만 그들의 죽인 사람들은 사랑이 아닌 폭력이었고 그 무차별 폭력에 미국은 발칵 뒤집어집니다.

점점 좁혀오는 경찰의 포위망. 그런 와중에도 둘은 자동차 라이트를 켜 놓고 춤을 춥니다.
하지만 키트나 홀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이 사랑이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요. 경찰의 총에 죽던지 어떤 결론이 날지 모르지만 사랑의 종착역에 가까워 옴을 느낍니다. 그런데 그 종착역에 도착하기 전에 홀리가 먼저 사랑행 기차에서 뛰어내립니다

화가 너무나난 키트, 하지만 총으로 위협하거나 손지검 조차도 안합니다. 그냥 쿨하게 보내주고 몇년 후에도 생각나면 어디서 만나자고 말하고 훔친 캐딜락을 타고 떠납니다



 결국은 경찰에 잡히게 된 키트, 정확하게는 더 도망갈 수 있지만 홀리가 없는 도망은 별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그냥 순순히 경찰에 잡힙니다. 키트는 경찰 앞에서 고분고분했고 경찰은 자기들에게 잡혀준 키트에게 잘 대우를 해줍니다.

처음으로 세상의 관심을 받아본 키트, 제임스 딘과 닮은게 아닌 제임스 딘 같은 유명세를 타게 되자 괜한 호기를 부립니다. 자신이 쓰던 빗등을 경찰관에게 던져주면서 처음으로 세상의 관심을 받는 자신에게 우쭐해 합니다. 비록 그게 착한 유명세가 아닌 악한 유명세이긴 했지만 그런것도 개의치 않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태어나서 처음 타보는 비행기를 잡힌 홀리와 함께 타고 구름위를 나는 모습은 마치 이 커플이 지옥이 아닌 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건만 보면 살인마 커플의 이야기지만 감독 테렌스 멜릭은 이 커플을 너무나 로맨틱하게 그립니다. 

사랑을 위해서 죽다? 아버지의 반대를 총으로 무력화 시키고 세상의 추격을 알면서도 계속 도망을 다닙니다. 우발적으로 시작한 도피행각, 그러나 그 도피 과정에서 묘한 쾌감까지 느끼면서 그들은 불안한 미래를 향해 거친 황무지를 달립니다. 

영화에서는 실제로 황무지가 많이 나옵니다. 남들이 가는 국도나 고속도로라는 사랑의 정규항로가 아닌 황무지라는 비포장된 땅을 먼지를 휘날리며 정처없이 떠돕니다. 사랑에 미쳐서 저지른 실수가 도화선이 되어서 사랑의 행로의 장애물은 모두 파괴하는 모습 그러나 그 과정 자체 모두가 로맨틱하게만 그려집니다.

무명 배우에 가까운 마틴 쉰을 발굴한 감독의 역량도 대단하네요. 이 영화는 멜릭 감독의 이후 영화들 보다는 쉽습니다.
여전히 나레이션에 의존 하는 것은 비슷하지만 내용이 현학적이거나 계몽적이지도 않습니다. 쉽게 볼 수 있는 로맨틱 영화입니다

도망을 가면서도 항상 자신들의 소지품을 묻을려고 했던 키트와 홀리, 이들이 이 황무지를 질주하게 된 이유는 세상의 관심을 받기 위함이 아니였을까요? 그날이 그날 같고 새로 변화도 없는 지리멸렬한 삶에 방아쇠를 당겨서 거대한 소리를 내서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기 위함이 아니였을까 합니다. 

키트가 작은 풍선에 둘이 만든 소지품을 넣어서 하늘로 날려 보내는 모습이 떠오르네요. 
지루한 30년을 사느니 사랑하는 사람과의 1주일을 선택한 홀리, 하지만 1주일 뒤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항상성이 이 영화가 사랑에 대한 칭송이 아닌 환상임을 깨닫게 해줍니다.  사랑보다 삶은 더 길고 사랑만 하고 살기에도 삶은 깁니다. 사랑이 없을때는 뭘로 살아야 할까요?  사랑에 대한 추억과 기억들?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영화입니다.

젊은 시절 마틴쉰을 보는 재미가 솔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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