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곳에서 종로가는 시간이나 수원을 가는 시간이나 비슷합니다. 그러나 종로는 심리적으로 이웃 동네 같고 수원은 여행을 간다는 느낌이 납니다. 거리상으로는 오히려 수원이 더 가깝습니다. 물리적 거리는 더 가깝지만 심리적 거리는 먼 수원, 요새 수원에 큰 사건이 터져서 꺼려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그건 다 일반화의 오류입니다. 일부의 문제를 확대 해석해서 생각할려는 인간의 공포심이 만든 헛것들이죠
수원은 화성이라는 보물이 있는 곳입니다. 지난 봄 그 화성성벽 여행을 한 후 꼭 다시 찾아보고 싶었던 곳이 있습니다. 그곳은 바로 방화수류정입니다
방화수류정 앞에는 이런 용연이라는 둥그런 연못이 있습니다. 정조때 화성을 만들면서 큰 연못을 만들었는데 둥근 연못이 이채롭네요. 이곳은 왕이 노닐던 연못입니다. 이 용연은 직접 내려가서 보는 것 보다는 이 사진 처럼 방화수류정에서 내려다 봐야 제맛입니다. 방화수류정은 아래에서 자세하게 설명하겠습니다
화성의 돌담은 조선 후기에 만들어져서 그런지 서울의 서울성곽보다 더 깔끔하고 복원도 잘 되어 있습니다. 화성도 한국전쟁이다 뭐다 해서 많이 파괴되었지만 선조들이 남겨 놓은 설계도 덕분에 복원이 완벽하리 만큼 잘 되어 있습니다. 국내 최고의 성벽일것 입니다.
동북포루입니다. 수원 화성은 완벽하리 만큼 적들의 공격에 대한 방어를 잘 세운 성곽입니다. 동북포루의 구멍들은 조총 같은 총기류를 넣고 외부의 적을 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치와 같이 툭 튀어 나와서 성곽을 오르는 적을 쉽게 조준사격할 수 있게 해 놓았습니다.
이번 주에 슈퍼문이 뜬다고 하죠. 여느 달 보다 달이 커 보이네요
이게 바로 방화수류정입니다.
방화수류정은 창덕궁의 부용정과 비슷한 모습입니다. 부용정은 열십자 모양으로 된 정자인데요. 얼핏보면 열십자 같지만 들어가보면 열십자가 아닌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보는 각도에 따라서 ㄱ자로 보였다가 ㅗ자로 보였다가 합니다. 마치 용산의 코끼리 빌딩 같아 보입니다.
정조 18년인 1794년에 화성을 축조할 때 만들었는데 이 모양 만큼 용도도 다양합니다.
기본적으로는 보초병들이 적군을 감시하는 감시탑역활을 합니다. 하지만 평화시에는 고위관료들이 경치를 감상하면서 술 한자 걸치는 스카이라운지 같은 정자의 역활을 했었고요.
개인적으로는 부용정 보다 이 방화수류정이 더 멋집니다.
이런 건축물사진을 찍을때의 불문율이 있습니다. 바로 매직아워라는 해질녘 코발드색으로 물드는 하늘을 배경으로 찍어야 합니다. 이 시간은 약 30분 밖에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헤찰하거나 느릿 느릿 움직이면 모두 담을 수 없습니다.
장안문 밖으로 해가 지고 매직아워의 총성이 울렸습니다.
성 외곽으로 나와서 올려다 보면서 담아 봤습니다. 원래 이런 사진 찍으면 강한 조명 때문에 하이라이트가 하얗게 날아가는 사진들이 많습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대부분의 사진이 하얗게 날아간 방화수류정 야경이 많네요
물론 저도 날아갔습니다. 그나마 덜 날아가게 나온게 이 사진인데 이 사진의 비밀은 후보정입니다. 후보정으로 하이라이트로 날아간 부분을 복원해 냈습니다. 라이트룸4에서는 하이라이트 기능이 있는데 이게 아주 유용합니다. 하얗게 빛이 강해서 날아간 부분만 복원시켜 줍니다.
화홍문에서 동북포루까지의 돌로 만든 성벽이 가지런한 하얀 치아 같습니다.
7개의 무지개가 떠 있는 듯한 화홍문은 생각보다 야경은 별로네요. 여름에 물 콸콸 나올때가 딱 좋을 듯 합니다.
장안문입니다. 남대문과 생긱게 거의 흡사하죠.
하지만 남대문과 다른 점은 이렇게 앞에 둥그런 벽이 또 있습니다. 수원 화성을 몇번 다녀보면서 느낀것은 외부의 적으로 부터 방어를 튼튼하게 만든 성곽 같습니다.
성곽외부의 무늬가 마치 어떤 그림 같습니다.
요즘 날이 참 더웠습니다. 편의점에서 캔맥주 사서 먹었는데 편의점 아주머니가 제 카메라 보더니 사진 찍으러 오셨냐고 아느체를 하십니다. 이런 살갑고 정겨움이 절 더 취하게 하네요. 경취에 취하고 사람에 취합니다.
이렇게 올려 놓고 보니 라이트룸4에서 새로 생긴 하이라이트 기능이 야경사진에서 강한 빛으로 하얗게 날아가는 부분을 잡아줘서 야경 찍는 취미가 더 생길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