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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병영국가인 한국에서는 내부비판하기 정말 힘들다

by 썬도그 2012.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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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주례사 같은 뻔한 칭찬만 하는 것을 별로 좋아 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누군가가 저에게 칭송만 가득한 말을 해도 시큰둥하고 듣습니다. 진짜로 칭송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인사치례로 혹은 접대용으로 하는 속빈 강정 같은 말을 듣는게 결코 기분 좋지 않죠. 차라리 그 말이 접대용이 아님을 모르면 모르겠으나 나중에 그 말이 빈말이었다고 알게되면 차라리 칭찬 안해주던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 모든 것은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점만 있는 제품도 사람은 세상에 존재 하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장점은 누군가의 단점이 되고 누군가의 단점은 누군가에게는 장점이 되는 이 오묘한 자연의 섭리를 깨달은 사람들이 많아야 하나 세상은 그렇지 못한 사람이 더 많네요

특히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이라는 50대 분들도 하늘의 뜻이 뭔지 자연의 섭리가 뭔지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제가 이런 소리를 하는 소리는 지난 주에 제 블로그에서 있었던 일 때문입니다


출신 고등학교 설립자에 대한 비판에 동문 선배들이 몰려들다
 

 
한때 모교라고 불렀던 학교에 2010년에 자전거를 타고 가 봤습니다.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자전거로 타고 갈 정도의 거리는 되어서 한 10년 만에 찾아 봤습니다. 넓은 운동장은 여전하고 건물들 대부분도 그대로 있었습니다

자전거로 추억을 채집한 후 집에와서 모교에 대한 감상기와 이야기를 써 내려갔습니다
그 이야기는 좋은 추억과 함께 안 좋은 추억도 함께 있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고등학교때 많은 부정한 행동을 목도 했습니다. 
크게 잘못 한 것 같지 않는데 제자를 개패듯 패는 선생님, 얼굴에는 나 감정적이라고 써 있는듯 얼굴이 붉어질때 까지 패던 선생님과  스승의 날에 통장을 반장에게 주면서  돈을 입금해 오라는 도저히 스승이라고 하기 힘들고 선생이라고도 하기 힘든 분도 봤습니다. 

또한 설립자에 대한 이야기도 적었습니다
제가 나온 고등학교의 설립자는 친일파 99인명단에 들어간 일제시대 일본군 장교로 활약했던 분이었습니다. 
중국군과 독립군등을 격파했던 실력있는 일본군 장교였고  해방 이후 한국전쟁 때는 이승만 정권에 발탁되어서 사단장 까지 했던 분입니다.  영화 '포화속으로'에서나 역사드라마에서 가끔 등장하는 장군이죠

한국전쟁때 활약이 대단했다는 소리도 있고 오로지 '반자이 돌격'전술로만 전투를 해서 병사들의 희생이 컸다는 소리등 다양한 말들이 나오는 분입니다. 어쨌거나 일본군 장교 출신이자 친일파로 이미 방송과 언론과 인터넷에 쫙 소개된 분이고 이런 자세한 내용을 졸업 후에 알고 난  후 교가에 그 설립자를 찬양하는 가사에 좀 구역질이 났습니다. 

그 이야기를 썼습니다. 
네 친일파이고 그의 행적을 추적한 글들과 인터넷 자료와 신문자료등을 조합해서 소개를 했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 몇몇 동문들이 제 글을 봤나 봅니다. 

그리고 댓글로 제 글을 지워라, 수정해라라는 압박을 해오기 시작 합니다. 
친일파에 대한 내용이 껄끄러웠나 봅니다. 세상을 좋게 보라고 다독이기도 하고 좋은 추억만 보라고 충고도 하고 때로는 불쌍하다면서 혀를 차기도 하더군요.

여러분들은 어떠세요.
이런 경우 어떻게 대처 하실거예요?

내가 쓴 모교에 대한 글이 동문선배들이 보고 글이 좀 거칠고 투박하고 너무 비판적이다. 다른 동문과 후배들이 보면 기분이 좋을리가 있냐며 글을 지우던가 수정하던가 하라고 압박을 하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보통은 그 압박에 굴복합니다. 왜냐구요? 여전히 한국은 학연 지연에 얽매이는 사회이고 이런 이유로 일면식도 없는 선배라는 는 분들의 댓글에 심한 압박을 받고 글을 삭제하거나 내릴 것 입니다.  심한 압박을 받다가 동문 선배들의 지시대로 하지는 않고 제가 그 모교라고 생각했던 준거집단을 탈퇴해 버렸습니다. 

따라서 전 출신고등학교는 있지만 모교는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제 마음속에서 싹 도려냈기 때문입니다.
글은 XX고등학교로 다 고쳤지만 설립자에 대한 글은 삭제하거나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동문선배의 강압에 읽지도 않는 '월간 조선'을 샀던 친구

 
고등학교 졸업식은 우울했습니다. 한 반 60명에 대학교에 간 친구는 15명도 안되었습니다.
이러니 졸업식이 졸업식 같겠습니까? 졸업식날 처음으로 술을 마시고 그날 바로 떡이 되었습니다.
다음날 소주냄새가 진동하는 방안에서 한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조선일보 다닌다는 선배인데 '월간 조선'을 구독하라고 하네요. 반말을 하면서 마치 날 잘 아는 듯 한 말투로 말하는데
고등학교 선배라는 말에 네.네 하며 잘 받았죠.  하지만 돈도 없는데 월간 조선을 구독하긴 힘들었고 몇번 거부를 했습니다.

이후 재수를 했고 학원을 갔다오니 선배라는 분에게 전화가 왔었다면서 어머니가 메모를 전해 주었습니다
바로 전화를 했더니 그 조선일보 다니는 선배더군요.  한참을 통화 했습니다. 가뜩이나 짜증스러운 재수생활인데 선배라는 사람이 잡지책 강매나 하고 있고. 정말 확 빡이 돌아서  대들었습니다.  

아 됐습니다. 구독 안할테니까 전화하지마세요. 큰 소리로 말했더니 그 선배라는 사람 이렇게 말합니다
"너 동문회에 나오면 가만히 안두겠어"  그렇게 전화를 끊었고 이 이야기를 친구에게 했습니다.
그 친구는 저를 나무랍니다.

"야 선배에게 그러면 되냐. 그런 싸가지가 어딨냐"
황당했습니다. 제 편을 들어줄줄 알았는데 그 친구 선배편을 두둔합니다. 그리고 잠시 후에 알았습니다
자기 월간 조선 구독했다고요.  왜 읽지도 않는 책을 구독했냐고 했더니 동문회 나가면 피해를 받을 까봐 하는 걱정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너 그래서 동문회 나갈거냐?"
"지금은 꼴이 이래서 못 가지만 나중에 나이들어서 갈 수도 있지"

출신 고등학교라는 준거집단에서 큰 피해를 입을까봐 읽지도 않은 잡지를 구독한 그 친구, 그 친구는 집안이 가난해서 그거 구독할 여력도 안되었는데 그 모습에 이 동문회라는 굴레가 얼마나 큰것인지 느끼겠더군요

고백하자면 저도 한국인인지라 학연 혈연을 중시하곤 했습니다.
같은 학교 출신 후배나 선배를 더 따르었고  그게 인지상정이자 보편적인 한국의 풍경입니다.
이런 학연과 지연은 어렵고 힘들때는 기댈수 있고 버팀목이 되는 됩니다. 또한 이런 모습은 아주 긍정적인 역활을 합니다.  



내부비판자가 배신자로 찍히는 한국
 


문제는 이 학연 지연이 한국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 입니다.
예전에 한 기업이 내부고발을 한 직원을 왕따를 시킨 것을 뉴스에서 봤습니다. 내부고발로 인해 공공의 이익을 되찾았는데 그 내부고발자는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했고 그런 이유로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혀서 책상을 복도에 배치하는 만행을 저질렀고 직원들은 그를 유령 취급 했습니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한게 한국입니다. 내부고발하면 그걸 끝까지 추적해서 내부고발자에게 집단 린치를 가하는게 한국입니다. 얼마전 나꼼수관련 앱을 삭제하라는 육군 모부대의 지시를 언론사에게 고발한 군인을 휴대폰 통화내용 다 뒤져서 찾아내는게 한국의 모습입니다.

저는 제가 나온 학교에 대한 비판에 쓴소리를 하는 동문들을 보면서 역시 한국은 건전한 비판도 잘못은 잘못되었다고 지적하기도 힘들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출신학교라고 그 출신학교의 비리와 설립자가 친일파라는 말을 왜 하면 안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제가 나온 그 고등학교 출신 사람들은 학교 다닐때는 그 설립자가 잘한 행동만을 가르치면서 일제시대에 일본군 장교로 대 활약을 한 모습. 또 한며의 설립자가  일본제국에 군수물자를 공급했다는 내용을 전혀 가르치고 있지 않습니다.

이런 반쪽짜리 교육은 절름발이 교육일 수 밖에 없습니다. 설립자에 대한 공과 과를 다 가르치면서 과는 비판하고 공은 우러러보는게 가장 교육적이지 않을까요? 이건 마치 아버지가 젊었을 때 도덕성에 큰 결함이 된 행동을 했고 그걸 자식에게 알려주지 않는 모습과 같습니다.  

평생 모르고 살면 모르겠지만 딴 사람에게 니네 아버지 젊었을 때 말 많았다고 딴 사람에게 듣는다면 이게 더 화가 나는 일 아닐까요? 잘못을 무조건 덮는게 그 학교 출신 학생들의 기본 덕목이자 행동강령일까요?

지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속해 있는 회사나 학교 혹은 준거집단에 대한 내부비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고 그 내부비판을 터부시 합니다.  왜 이명박 정부가 허무러지나요?  내부비판이 전혀 없으니 자신들이 뭘 잘못 했는지도 어디로 항해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아무데나 속도를 내서 질주할 뿐입니다. 그게 역주행인지도 알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이런 자기가 속한 집단에 대한 비판을 두려워 하게 되었을까요?
물론 근거없는 비판은 지탄을 받아야겠지만 합리적 의심에서 나온 건전한 비판은 당장은 쓰라리고 아프겠지만 먼 미래를 본다면 그게 옳은 방향으로 가는 또 하나의 날개가 될 것 입니다.

나를 따르라 하고 무조건 돌격했다가 이 산이 아닌가벼! 라고 할때 그 낭패감을 느끼지 않을려면 
좀 느리게 올라가더라도 계속 이 길이 정상으로 가는 길이 맞는지 크로스 체크를 해야 할 것 입니다

하지만 한국 전체가 병영국가라서  상사의 명령에는 토 하나 달지 못하는 시스템이 만연한 사회인지라 이런 내부비판자는 바로 배신자라는 이상한 단어를 목에 걸고 조리돌림을 당하는 모습입니다.  여러분들이 속해 있는 집단은 과연 건전한 비판을 수용하는 집단인가요? 아님 내부비판을 하면 찍히는 집단인가요?

어제 한 세계적인 전자기업이 이통사와 담합을 한 의심을 사서 공정위가 조사를 하러 왔더니 PC를 바꿔치기 하고 서류를 파기하는 행동을 하는 모습이 담김 CCTV영상이 뉴스에 나왔습니다. 그 회사는 노조가 없기로 유명한 회사죠. 비판 세력이 없으니 그 회사가 바다로 가는지 산으로 가는지 자기들 조차 제대로 모르고 자신들의 행동이 도덕적으로 큰 문제가 있는지 조차 잘 알지도 못합니다.  

언제 한국은 이런 건전한 비판을 쉽게 할 수 있는 사회가 될까요? 그 시간이 영원히 안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이런 풍토를 계속 우리는 대물림을 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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