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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위대한 영화 선배들에게 보내는 기립박수 같은 영화 휴고

by 썬도그 2012.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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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고는 화재사고로 시계수리공인 아버지을 잃고 아버지가 박물관에서 발견했다는 자동기계로봇을 만지작 거리면서 삶의 의미를 찾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삼촌손에 끌려서 파리 기차역의 시계를 수리하면서 거기서 기거하는 어린 휴고, 

그에게  파리 기차역은 거대한 둥지이자 비밀스러운 공간입니다. 시계에서 내려다 보는 파리기차역은 거대한 세상이었고 휴고는 새장에 갖힌듯 그 세상과 어울리지 못하면서  아버지의 유품같은 자동기계로봇을 고칠 생각만 합니다.

 
자동기계로봇을 고칠려면 부품이 필요한데 그 부품을 조달하기 위해 장난감 가계에서 물건을 훔칩니다. 그러다 장난감가게 주인인 할아버지에게 걸리죠.  영화 휴고는 시작부분의 긴 롱테이크와 매끄러운 카메라워크와 모험영화 같은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잘 짜여진 톱니바퀴가 째깍거리면서 돌아가듯 물 흐르듯 흐르는 앵글과 이야기는 흡사 스필버그의 영화 같다는 생각마져 들게하죠. 하지만 이 영화는 모험영화도 가족영화라고 하기에 참 애매한 이야기를 후반에 풀어내고 있습니다


 
휴고의 모험담 같기는 하지만 영화의 주인공은 휴고가 아닌 왕년에 잘나가던 명감독이자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긴 '달나라 여행'이라는 영화로 유명한 조르주 메리에스에 대한 찬사 또는 존경심을 담은 영화입니다


 제가 역사를 좋아하고 영화를 좋아하다 보니 사진의 역사도 좋아하지만 영화의 역사도 참 좋아합니다.
세계 최초의 영화라고 하는 '뤼미에르 형제'의 '기차의 도착'을 사람들이 처음 봤을때  단순히 기차가 기차역에 도착하는 영상이었지만 영화라는 것을 처음 봤던 관객들은 그 다가오는 기차에 기겁을 했다고 하죠.

마치 우리가 3D영화를 처음 보고서 깜짝 놀랬던 것 처럼요

영화가 현재는 종합예술로 자리매김했지만 태생적으로는 예술이라기 보다는 놀이공원이나 서커스단에서 보는 하나의 볼꺼리였습니다. 지금도 놀이동산에 가면  3D영화 틀어주곤 하는데요.  영화 자체가 마술과 같은 역활을 했습니다. 삶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버겁고 힘들고 현실의 고달픔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고달픔을 잠시나마 잊기위해 우리는 술을 마시고 사람을 만나며 노래를 부르거나 TV를 봅니다.  또는 마약에 빠지기도 하죠. 저는 그 현실의 고통을 잊기위해  2시간짜리 마약이자 몰핀제인 영화를 자주 봅니다. 적어도 2시간 동안은 나를 잊고 현실을 잊고 영화속 이야기에 푹 빠지게 되고 그런 재미로 영화는 나에게 있어 마약보다, 술보다 더 큰 위로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저와 같지 않겠지만 영화를 보는 이유중 하나는 현실을 잊기 위함이 아닐까요?
조르주 멜레에스는 영화를 마술과 같은 재미로 만든 사람입니다. 마술사 출신인 그는 영화역사상 가장 뛰어난 테크니션이었고 마술의 눈속임을 영화에 접목 시킨 사람입니다.  지금은 CG가 그 영화 트릭을 대신합니다만 예전에는 다양한 테크닉으로 관객을 속였죠

전 허리우드 영화가 재미있던 것은 자동차를 하늘에 날게 하고 똑 같은 배우가 한 장면에 나오는등 다양한 기술과 눈속임에 넋을 잃었습니다. 어떻게 저렇게 하지. 어떻게 저런 장면을 찍지.  영화 FX는 아예 허리우드 특수촬영에 대한 이야기를 소재로 해서 만들 정도로 80.90년대 허리우드 영화는 대단한 트릭들이 있었습니다

이 특수효과의 시초가 바로 조르주 멜리에스입니다.  지금도 사용하는 슬로모션 기법이나 스톱모션기법등 당시에는 엄청난 시각적 효과를 선보였는데요. 20세기 초반의 멜리에스 영화를 지금 봐도 참 재미있습니다.


그의 1902년작 달나라 여행을 처음 봤을때 너무 웃겼습니다. 쥘 베른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인데 달에 로켓이 도착하는데 달의 눈에 로켓이 박힙니다. 이 조르주 멜리에스는 영화의 정체성을 정립한 사람입니다.  영화 휴고에서 휴고의 아버지가 휴고에게 영화를 본 이야기를 하면서 이렇게 말하죠

영화는 "한 낮에 꿈을 보는 것 같았어"
달콤한 꿈을 낮에 볼 수 있게 해준 조르주 멜리에스.

영화 휴고는 이 조르주 멜리에스에 대한 이야기아지 그 명감독에 대한 헌정영화라고 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초창기가 어땠는지를 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시계처럼 척척 맞아서 돌아가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초반에는 휴고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듯 하다가 후반에는 조르주 멜리에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휴고는 비중있게 담기지 않습니다. 또한 전체적인 내용은 휴고가 주인공이 아닌 하나의 메신저 역활 밖에 하지 못하고 조르주 멜리에스를 봉인해제하는 이야기가 담기는데요. 이 과정이 시계처럼 흐르지 못하고 딱 끊기는 느낌입니다


 
또한 조르주 멜리에스의 특수효과는 참 정감이 가는데  마틴 스콜세지가 그린 특수효과인 CG는 아름다울 수는 있지만 비현실적인 이질감이 너무커서 크게 와 닿지는 않습니다. 제가 CG 알레르기가 있어서 필요이상의  CG를 쓰면 몸에서 거부 반응이 일어납니다. 휴고는 CG를 많이 사용한 영화인데요. 그 이유는 3D때문이기도 합니다.  3D효과는 무척 좋습니다.  멜리에스가 영화라는 볼꺼리를 만든 것 처럼  3D 롤러코스터는 아주 괜찮습니다.  

제가 CG가 짜증나는 이유는 진정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거대한 괴물이나 괴수가 달려와도 그 괴수가 실제 있지 않은 컴퓨터로 만들어낸 피사체인것을 다 압니다.  또한 위험한 장면에서는 블루스크린 설치하고 공포감을 연기하는 연기자의 모습 속에서 피식거릴 뿐 입니다.  그게 어떻게 찍혀지는지 다 알고 다 예상가능하니 절벽이나 고층건물에서 연기를 해도 시큰둥 합니다.  정말 연기일 뿐이죠

문제는 이 영화가 가족영화라고 하기에는 조르즈 멜리에스 같은 아이들에게는 생소하고낯선 그리고 별로 궁금하지 않는 초창기 영화 제작 이야기를 듣는게 썩 흥미롭지가 않습니다. 저 같은 영화광에게는  감탄하면서 보지만 정작 대중성은 없어 보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영화 '아티스트'처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고 대중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카데미 맞춤형 영화가 아닐까 할 정도로  명감독에 대한 헌정 영화 같은 느낌이 듭니다

아카데미가 이런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참 좋아합니다. 물론 증거는 없습니다만 심증적으로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고 골든글러브나 아카데미 영화제 후보에 휴고가 가장 많은 11개 부분에 올랐다는 자체가  그 증거라면 증거이겠죠

 


이 영화는 차라리 하나에 집중했으면 했는데 두 이야기로 나뉘어서 말하면서도 유기적이지 못해 전반과 후반이 다른 느낌입니다. 전반전은 야구경기 보다가 후반전에는 축구경기를 본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럼에도 제가 이 영화가 사랑스럽게 느껴진 이유는 조르주 멜리에스에 대한 이야기가 좋았고 또 하나는 이 꼬마 아가씨 때문입니다. 어디서 많이 봤다 봤다 했는데  '킥 애스'에서 힛걸로 나온 그 꼬마 아가씨네요. 아역배우들은 성장이 엄청나게 빨라서 한해만 지나도 몰라볼 정도로 고속성장을 합니다.  힛걸의 그 귀여운 얼굴이 그대로 남아 있고 다행스럽게 곱게 자라고 있네요. 

 
 영화가 세상에 빛을 보던 초창기에는 영웅같은 명감독과 명배우들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CG로 처리해 버리는 액션장면을 대역도 쓰지 않고 직접 연기한 채플린이나 버스튼 키튼, 해롤드 로이드의 영화를 보고 있으면 감탄사가 흘러 나옵니다.  영화 '더 폴'에서도 왕년의 무성영화 스타들의 대역을 쓰지 않고 한 위험한 스턴드 장면을 보여주던데요.

이 영화도 영화 초창기때 목숨걸고 영화 찍었던 영화 선배들에 대한 오마쥬를 담고 있습니다
온 가족이 보기에는 주제는 괜찮지만 소재가 너무 매니아적인 요소가 무리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10대 아이들이 무성영화를 알겠어요. 조르주 멜리에스를 알겠어요.  차라리 엄청난 스턴트 액션을 했던 버스튼 키튼이나 해롤드 로이드, 찰리 채플린 이 3명의 이야기나 그 시대를 조명한 영화가 나왔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영화매니아에게는 보석 같은 찬란함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영화가 왜 대중에게 인기 있는 장르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영화이자 그 대중성을 이끈 영웅을 그린 영화입니다. 



1923년 해롤드 로이드의 거대한 외벽시계 장면으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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