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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댄싱퀸, 유치함도 있지만 유쾌함도 많은 이유있는 1위 영화

by 썬도그 2012.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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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볼려고 했습니다. 안볼려는 이유는 바로 엄정화 때문입니다.
엄정화 팬이었던 적이 있습니다. 신해철이 작사작곡한 '눈동자'라는 노래를 부르던게 92년도로 기억합니다. 그때 신인 여가수의 등장에 많이들 좋아했고 신해철 팬인지라 엄정화도 함께 좋아해줬죠.   가수로써 성공한 후 드라마와 영화에도 출연하면서 연기자로써도 잘 자리 잡은 정말 춤과 연기를 모두 잘하는 대표적인 멀티형 연예인이 바로 엄정화입니다.

지금은 예전만 못하지만 불렀다하면 대박이 났던 댄싱퀸, 엄정화

하지만 엄정화 때문에 이 영화 보고 싶지 않더군요. 그 이유는 얼굴 때문입니다. 얼굴 크기가 아닙니다.
얼굴이 뭘 그리 넣었는지 고무풍선 같다는 생각이 너무 듭니다. 보톡스를 맞는 것이 연예인들의 필수라고 하지만 너무 넣으면 풍선아줌마 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늙는게 죄가 아니고 창피한게 아니거늘 왜 그걸 인위적으로 감출려고 합니까? 나이 먹는게 죄인이고  노인들은 무슨 범죄자들입니까?  세상이 동안에 쩔어서인지 온통 동안이 자랑이라고 하는 이 천박한 세상의 흐름이 싫고 그 흐름에 동조하는 왕년에 잘나갔던 연예인의 고군분투가 그냥 좀 싫었습니다.

엄정화가 아닌것 같았습니다.
나름 귀여운 얼굴이었던 엄정화의 그 얼굴의 느낌이 전혀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안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주말에 볼 만한 영화가 없었습니다.
아무리 뒤져봐도 볼 만한 영화가 없었습니다.  '부러진 화살'은 이미 시사회때 봤고  두번 볼만한 영화는 아니기에 또 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2월 초에 엄청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그 전에 써야할 표도 있고 해서  흥행 1위(지금은 2위로 내려갔지만)인  댄싱퀸을 골랐습니다.  흥행 1위가 꼭 좋은 영화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죠. '가문의 영광4'가 흥행 1위를 하는 것을 보고 꼭 흥행에서 대박났다고 좋은 영화는 아니다라고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번 속는 셈치고 흥행 1위에는 어떤 이유가 있겠지 하고 영화관 문을 두들겼습니다

 
역시나 엄정화 얼굴 좀 이상합니다. 방부제를 너무 많이 맞았는지 예전 그 모습이 안나옵니다.  73년생이라고 알았는데 어느날 포털 프로필을 보니 69년생이네요.  연예인 나이 고무줄 나이라고 하더니 4살이나 더 많았네요. 한국나이로 치면 40대 중반 정도 되는 나이인데요. 그냥 늙는대로 늙었으면 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엄정화의 얼굴 때문에 영화 집중이 안됩니다. 모르겠습니다. 제가 엄정화에 대한 환상을 너무 가지고 있는건지
아무튼 엄정화의 얼굴에 초반은 좀 집중하기 힘들었지만  그것 말고도 초반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잘 꾸며놓은 것 같지만 상당히 예측 가능하고 어디서 본듯한 이미지들 많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80년대 시위장면을 담은 장면은 영화 써니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고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는데 자의가 아닌 어떤 사람이 떠밀어서 내려가서 사람을 구했다는 이야기는 고래짝 유머 소재가 아니던가요?
거기에 제주도에 사는데 제주도 관광상품에 당첨되었다고 전화오는 놈들이 사기가 아니냐고 말하는 요소들은 이미 인터넷 유머나 수십년전의 유머를 그대로 영화에 녹여 냅니다. 피식 웃음은 있어도 크게 웃지는 못하는 초반입니다.


하지만 저만 이렇게 시니컬하게 비웃음을 웃고 있었지 극장안 관객반응은 아주 좋습니다.  
주변을 보니 40,50대 이상의 아줌마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 영화에 대한 입소문을 들어서인지 평소에 극장에 거의 오지 않던 분들이 앉아서 관람하는 풍경을 보니 이 영화가 뜨낀 떴나 봅니다.   계속 낄낄거리는데 특히 중년의 아주머니들은 소녀의 호르몬이 다시 분출되는지 시종일관 남들보다 2배에 가까운 웃음을 발사합니다. 

초반에는 그냥 그렇게 흘러갑니다.  왕년의 신촌 마돈나였던 킹카인 엄정화와  고대 법대를 나와서 사법고시 패스한 인권 변호사 황정민이 아웅다웅 살아갑니다. 변호사라면 억대의 자동차 정도는 굴려줘야 하는데 보증 잘못 서서 변변한 차도 없고 친정아버지에게 전세값 빌리는 신세의 처량한 모습으로 나오죠

그러다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고 일약 국민스타가 됩니다
이후 여러 방송에 나오면서 인기도 올라가고 돈도 많이 받게 되면서 살림살이가 좀 많이 나아집니다.
이때 황정민에게 민진당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해보지 않겠냐는 국회의원 친구의 제안에 서울시장 후보에 출마합니다


황정민은 새로운 꿈이 생겼다면서 아내인 엄정화에게 자랑을 하죠.  엄정화도 꿈이 있습니다. 젊은 시절 이루지 못한 댄싱퀸이 되는게 꿈입니다.  

어느날 딸이 할머니에게  '커서 엄마 처럼 되지는 않을거야' 라고 말에 충격을 받은 엄정화, 
딸이 본 엄마는 꿈도 없이 하루하루 사는 모습으로 보였죠. 엄정화는 결심합니다. 다시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죠. 그래서 슈퍼스타K에 출전했지만 이효리에게 불합격 통보를 받습니다. 우연찮게 처녀시절에 가수 제안을 했던 기획사 사장이 엄정화를 찾아오면서 엄정화는 '신촌 마돈나'시절의 영광을 되찾을 방법을 찾게 됩니다.

 


영화 후반부는 흥미로웠습니다. 진부한 유머들이 있던 전반에 비해 후반은 아주 깔끔한 감동스토리가 이어집니다.
황정민의 꿈, 그리고  아내인 엄정화의 꿈이 충돌하면서 갈등과 고뇌등이 아주 잘 그려집니다.  그 모습에 관객들은 전반전에는 캬캬캬 거리면서 웃던 소리가 훌쩍거리는 눈물로 바뀌게 됩니다.

 
이 영화의 매력은 그것입니다.  집안에서 밥만 하는 밥순이, 아이들 뒷바라지나 하는 그림자 같은 존재, 남편과 아이들을 챙겨주는게 직업인 우리 곁에 있는 부모님 혹은 아내도 한때 꿈 많은 소녀였다는 사실,  그 꿈은 죽은게 아닌 항상 가슴에 있다는 사실을 우리들에게 알려줍니다.  

많은 아주머니들과 우리의 아내분들이  보면 많이 눈물 흘릴 영화입니다. 코메디인줄 알고 봤는데  이거 너무 눈물이 많이 나는 영화네요.  물론 이 영화 코메디 맞습니다. 저야 덜 웃었지만  많은 관객들이 수시로 빵빵 웃습니다.  웃음이야 사람 취향마다 다르기에 웃는 포인트가 다르겠지만 감동스러운 장면에서는 저도 항복했습니다.

볼거 없어서 본 영화, 시니컬하게 쳐다 보던 눈길에 눈물이 흐르네요.  억지 눈물은 아닙니다. 또한 거창하고 고상한 눈물도 아닙니다. 그냥 우리 곁에 항상 있던 그 사람들, 우리의 아내, 우리의 엄마들에 대한 꿈을 담고 있으며 그 꿈을 지켜주는 따뜻한 남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의 또 하나의 재미는 서울시장이라는 공교롭게도 얼마전에 끝난 선거를 모델로 한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정치에 부쩍 관심이 많아진 요즘 정치인을 소재로 해서 이슈가 더 부가 되었는데 이 영화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이전부터 만들고 있었고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보고 만든게 아니라고 하네요.    황정민 인권변호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롤 모델로 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사투리가 참 정겹습니다.


초반에 엄정화 얼굴지적을 했는데  이 영화 엄정화 영화중 엄정화의 '커리어 하이'를 기록할 영화가 될것 같습니다.
배우의 실명과 극중 이름이 똑같은 이유도 이 영화는 처음부터 배우를 염두해 두고 만들어진 잘 만들어진 기획영화입니다. 

이 영화 엄정화이기에 춤과 노래 연기가 가능했고 그렇기 때문에 감동과 재미가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황정민도 뛰어난 연기가 좋았지만  이 영화 엄정화를 위한 영화입니다.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놀랐고 뜻하지 않는 굵고 단백한 감동도 있는 영화, 뻔한 스토리가 약간 아쉽기는 하고 몇몇 조연들이 잘 살지 못해서 아쉽기는 하지만 후반에 정치풍자도 있고  엄정화와 황정민이 이끌어내는 감동은 참 굵네요.

아주 잘 만들어진 영화는 아닙니다. 빈틈이 많은 영화지만
이 영화 주제가 참 많은 관객의 공감을 가게 하네요. 그 주제란  꿈을 잃은 중년들에게 꿈에 대한 희망을 넘어 도전하라는 아주 강력한 마력을 담고 있습니다.   

20대들이라면 부모님과 함께 관람하는 것도 좋고 결혼한 부부라면 꼭 함께 봤으면 합니다. 
가족의 꿈 때문에 내 꿈을 접고 사는 분들에게 바치는 헌사시 같은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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