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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구로공단에서 구로디지털단지로 이름만 바뀌고 삶은 바뀌지 않은 씁쓸한 풍경

by 썬도그 2011.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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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본능인가 봅니다. 여자들도 그러겠지만 남자들은 누군가를 처음 만나면 그 사람이 나 보다 위인가 아래인가를 대충 가늠합니다. 그 가늠이 불가능 할때는 '어디서 오셨나요?'라고 물어 봅니다. 이런 물음은 특히 공무원들이 자주 사용하는 문장인데요. 좀 꼬치꼬치 캐 물으면 어디서 전화하셨나요? 어디서 오셨나요? 라고 물어보죠

아니 내가 누구냐가 왜 중요합니까?  내가 대통령이면 뭐 답변이 달라지나요?

'공돌이', '공순이'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은 공장에서 일하는 형 누나들을 공돌이 공순이라는 폄하적인 단어로 불렀죠.
전 그 말에 이해가 안갔습니다. 공순이 공돌이가 뭐가 어때서요.  아니 좀 화가 나더군요. 저 형들 누나들 공장에서 일해서 그 어렵게 번 돈으로 시골에 계신 부모님들에게 돈 붙여주고 아니면 동생 학비 마련하기 위해서 가리봉동 쪽방촌이라는 벌집 같은곳에서 살면서 고생하는데 왜 공돌이 공순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안갔습니다.

그렇게 손가락질 하는 본인들의 집도 판자촌이라 손가락질 받는 동네이면서요.

이 손가락질은 아이들만 한게 아닙니다. 한국 사회 전체가 공돌이 공순이라고 손가락질 했죠.  구로공단이 벌어들인 외화가 엄청납니다. 고도성장의 아이콘이라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설날이나 추석만 되면 구로공단에 와서 훈시를 하듯  공장 오너인양 이리저리 공장 노동자들을 살폈죠. 한국 경제성장의 견인차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아닌 묵묵히 공장에서 살인적인 노동강도를 이겨낸 우리들의 누나 형들이었습니다. 

90년대 까지 구로공단은 제 뿌리깊은 아지트입니다.
집이 그 근처이고 친구들의 집도 구로공단 근처이고 몇몇 친구는 구로공단안에 직장이 있고 지금도 그 곳에 직장을 둔 친구들이 있습니다.

대학 떨어지고 반 이상은 재수생신분으로 극소수만 대학생 신분으로 한 어색한 반창회를 했던 곳도 구로공단입니다. 술집이 없어서 이리저리 한참 찾아다녔던 기억도 나네요. 

그 구로공단이 90년대 말 무렵부터 변화기 시작했습니다. 써니전자라는 거대한 크리스탈 부품 생산업체 공장은 지방으로 이주하고 그 자리에 아파트형 공장(요즘은 지식개발센터로 바뀐것 같던데요)이 죽순처럼 쭉쭉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현재 2호선 구로공단역은 구로디지털단지역으로 이름을 바꾸고 유동인구가 엄청난 거대한 IT벨리로 변신을 했습니다.
가끔 그 구로디지털단지속을 들어가보면 거대한 아파트형 공장숲으로 바뀐 모습에 격제지감을 느낍니다.

굴뚝이 가득했던 그 곳에 거대한 빌딩들이 들어섰습니다.



이 구로디지털단지는 한국경제의 변화상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굴뚝 산업인 제조업보다는 첨단IT 산업의 발전과 발달을 그대로 담는 듯 합니다.  정확하게 이 구로디지털단지안에 있는 업체들의 업종은 모르겠지만 저런 아파트형 공장에 들어가는 기업 대부분은 제조업이 아닙니다. 제조업이라고 해도 기계가 가벼운 작은 규모의 제조업만이 있겠죠.

대부분의 기업은 IT기업이고 제가 아는 IT기업도 참 많습니다. 인터넷기업들도 참 많고요. 최근에는 가산디지털단지도 구로 디지털단지와 함께 IT옷을 입고 성장하고 있죠.  한 5~6년전만해도 그냥 가기 꺼려지는 곳, 공장이 가득한 그곳, 컬러보다는 무채색에 가까운 그 구로공단이 이제는 화사한 컬러옷을 입거나 댄디한 정장을 입은 신사들이 많은 거리로 바뀌었습니다. 

 
가산과 구로 디지털단지는  한국 IT의 인큐베이터 같은 곳이기도 합니다. 이런 대변혁은 저만 놀란게 아닙니다.
이전의 제 글을 읽고 구로공단에서 근무했다던 한 50대 아주머니가 그 시절이 생각난다면서 고맙다고 저에게 그 시절 사진 한장을 보내오시기도 했습니다.

저녁에 운동삼아 가산디지털단지나 구로디지털단지를 자전거를 타고 마실을 자주 나갑니다. 나갈때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크게 변한 모습에 갈때 마다 감탄하게 되네요.

하지만 그 높은 빌딩을 올려다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니 빌딩은 멋지구리 한데 저 안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중소기업일텐데 연봉은 많이 받고 있나? 비정규직은 얼마나 될까? IT생리를 잘 알기에 박봉에 매일 야근에 코피 솓아가면서 일해도 한방에 훅 짤리는 사람은 얼마나 많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얼마를 받는지 알 수가 없죠.  다만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박봉에 비정규직이 태반이라고 합니다.
겉만 번지르했지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삶은 변화된게 아니라는 친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몇달 전 부터 구로디지털단지에는 플랜카드가 붙었습니다.
"아직도 무료노동 하고 계신가요?" 라는 그 플랜카드 옆에는 근로기준법 지키기와 연락처가 있었습니다.  근로기준법이 있지만 중소기업에서 그거 다 챙겨받고 살기는 힘듭니다. 그렇다고 근로기준법을 어기는것이 당연하고 옹호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현실이 팍팍하다는 것이죠.  

솔직히 근무시간 외에 야근을 하면서 야근수당 받는 중소기업이 몇이나 있나요? 대기업들이나 야근수당이다 뭐다 다 챙기지 중소기업중에 그런거 다 챙겨주는 기업 많지 않죠. 이러니 삶의 질이 후진스러운것인데 정부에서는 이런 후진적인 근로환경을 바꿀려고 노력은 하지만 그 성과는 미흡합니다


그리고 그 구로디지털단지의 노동환경을 보도한 뉴스를 봤습니다. 구로디지털단지에서 근무하는 20,30대 직장인들을 조사해보니 생산자서비스업에서는 49%가 비정규직이었고 미숙련직의 80%가 비정규직이었습니다. 


거기에 평균 근무시간이 평균 47시간이라고 하는데 주5일제가 보편화된것으로 따지면 하루 9.4시간입니다. 
그러나 법정 근무 한도시간인 52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자가 20%를 넘습니다. 10명중 2명은 매일 야근을 한다는 것이죠. 


 거기에 평균보수는 시간당 4,391원으로 2011년 최저임금인 시간당 4,320원보다 71원 많습니다. 한마디로 최저임금 받는 사람이 평균임금이네요. 이게 구로디지털단지 전체 근로자의 평균이 아닌 비정규직 20,30대 직원들의 월급인데요. 아무리 말단직원들의 임금이고 비정규직 임금이라고 해도 저건 해도해도 너무했네요. 편의점 알바와 뭐가 다른건지요. 

거기에 최저임금도 못받는 직원들이 13,8%라고 하니 이 구로디지털단지 안에서 오늘도 법으로 정한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20,30대분들이 꽤 많이 있다는게 서글퍼지네요.  저 돈 받아서 결혼은 어떻게 하며 내집 마련은 어떻게 합니까?

 60,70,80년대 구로공단에서 근무했던 분들의 삶이나 30년이 지난 2011년 구로디지털단지에서 근무하는 20,30대의 삶은 변하지 않았네요. 다만 변한게 있다면 구로공단에서 구로디지털단지라는 이름과 건물들인 하드웨어만 싹 바뀌었네요

가산디지털단지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가산은 LG전자 건물이 많이 있어서 구로보다는 더 높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LG전자를 제외하고 조사하면 비슷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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