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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까칠하게 읽은 까칠한 김작가의 시시콜콜 사진이야기

by 썬도그 2011.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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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을 분류해 보면 크게 3 부류가 있습니다. 그 3 부류란 바로 사진기자와 상업 사진가와 사진작가입니다. 사진작가와 상업사진가는 비슷해 보이지만 엄연히 따지면 다릅니다. 그 다름이란 순수미술을 하는 미술가와 상업미술을 하는 미술가의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순수미술은 예술 그 자체에 열정을 쏟는 미술가들이고 상업 미술가들은 고객의 요청에 의해서 그림을 그리는 미술가들입니다. 스펙트럼을 넓게 보면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영화 간판을 그리는 사람도 어떻게 보면 상업미술인입니다.

최근 들어 사진문화가 발달하고 경박단소해지는 시대에 살다 보니 지긋지긋한 긴 말의 잔치보다 단박에 팍~~ 하고 느끼고 욕망을 끌어올릴 수 있는 사진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그 단박에 필이 팍 꽂혀서 이 제품을 사고 싶다는 혹은 이 배우 멋지구리하구나 느끼게 하는 사진가들이 바로 상업사진가이다. 국내에서는 조선희 등의 상업 사진작가가 최근 들어 큰 인기를 얻고 있죠. 상업사진작가들과 순수예술을 하는 사진작가들은 큰 경계가 있었습니다. 둘은 서로 침범하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조선희작가가 예술사진 하지 말라는 법도 없고 다큐 사진작가인 성남훈 사진작가가 광고 사진 찍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하지만 엄연히 이 순수예술사진과 상업사진에는 경계가 있습니다. 그 경계란 사진을 하는 이유입니다. 어떠한 보수도 받지
않고 혹은 작가의 사진을 나중에 기업이 광고사진으로 활용하는 것은 순수예술 사진이지만 처음부터 기업이나 모델의 주문에 따라서 사진을 찍는 돈을 받고 찍는 것을 상업사진이라고 하죠.

분명 사람으로서 그걸 구분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어떤 사진작가의 이름을 들으면 아~ 그 상업사진작가!! 아~~ 그 다큐 사진작가라는 선입견이 다가옵니다. 요즘에는 이런 구분을 쉽게 하기 위해서 포토그래퍼라는 단어를 많이 쓰더군요. 포토그래퍼 xxx입니다라고 하면 저 상업사진작가로 주로 스튜디오에서 모델이나 누끼 촬영을 하면서 클라이언트의 요구대로 사진을 잘 찍는 사람입니다라고 읽으면 됩니다


책 '까칠한 김작가의 시시콜콜 사진이야기'라는 책은 상업사진작가가 쓴 책입니다.
광고사진에 크게 관심이 없어서 누군지도 잘 모릅니다. 그럼에도 광고사진을 주로 하는 작가가 쓴 책, 스스로 까칠하다고 하는 책을 집어 들어 봤습니다


책은 총 60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작가의 경험담과 사진에 대한 소소한 에세이를 담고 그 에세이 끝에는 미션을 하나씩 담아 놓았습니다. 사진 초심자들에게 아니 이제 막 카메라 DSLR 조작술을 마친 중급자 입문 단계의 독자에게 이렇게 저렇게 찍어보라고 미션을 담아 놓았습니다.

이렇게 총 60개의 사진에 대한 소소한 사진에 대한 작가의 시선과 작가가 찍은 사진이 담겨 있습니다

모두 공감 가는 내용은 아닙니다.
하지만 사진에 질려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사진에 어느 정도 익숙한 생활사진가들에게는 공감 가는 내용들이 많습니다.
다만 저자가 너무 감성적으로 적은 글들은 잘 읽히지가 않네요.

이 책은 그냥 사진에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깊이가 깊은 책은 아닙니다. 그냥 누구다 쉽게 할 수 있는 조언들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저자 본인은 정작 색다르게 똘끼 있게 기존의 시선과 다르게 담아보라고 말하고 있고 그런 내용이 일관되게 책 전체에 나옵니다.

이런 말은 비슷한 사진인문서적에서 매번 나오는 말입니다. 제가 비슷한 사진인문서를 최근에 많이 읽었기 때문인지 저자의 그런 까칠한 사진에 대한 시선마저도 아주 식상하게 들려옵니다. 남들과 다르게 살라고 말하는 책들이 수천만 권이고 앞으로도 그런 책 수천만권이 나올 텐데 책대로 모두 남들과 다르게 산다면 그것 또한 남들과 같아지는 모순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99명이 예라고 할 때 1명이 노라고 말할 때 그 한 명이 되라고 하지만
100명 모두 남들과 다르게 살라고 하는 책을 읽고 100명 모두 노라고 해 버리면 예라고 하는 게 차별성이 있는 것일까요?

이 책이 그렇다고 나쁘다 읽지 말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그냥 어느새 넘치고 넘치는 사진입문서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책을 2010년 나올 당시에 읽었다면 이렇게 까칠하게 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오히려 그때는 이런 사진인문서들이 많지 않았고 온통 DSLR 다루는 법을 담은 기술서들이 대부분이었죠.

그런데 이제는 사진인문서나 철학서가 많아져서 그런지 이런 책도 큰 차별성이 없어 보입니다.
저자는 남들과 다르게 찍으라고 하지만 정작 이 책은 남들과 다른 책이 아닌 그냥 그런 비슷한 책이 되었네요.

이 책이 다른 책과 차별성이 있는 것은 상업사진작가의 현장경험이 담긴 상업사진작가 선배로써 하는 내용은 새겨들을만합니다. 그 외의 부분은 다른 사진인문학서적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남들과 다른 사진을 찍어라~! 에 어떻게 찍어요~~라는 대답은 깊게 담겨 있지는 않습니다. 그런 게 책으로 담길 리도 없죠. 그건 스스로 찾아야 하긴 합니다만 아주 체계적으로 인도하는 느낌은 없습니다.

저자는 일기를 쓰든 자기만족에 빠져서 쓴 부분도 있고 공감이 안 가는 부분도 있지만 깊지 않고 그냥 소일거리로 읽기에는 괜찮은 책입니다. 초심자들에게는 저보다는 좋은 책으로 다가올 수 있고 사진을 공부하듯 하는 게 아닌 취미로 하는 분들에게는 그런대로 만족스러운 책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좀 배우고 들었다고 느끼는 분들에게는 이 책이 그다지 어울리지 않네요

같은 책도 언제 읽느냐에 따라서 다르게 보일 수도 있네요.

세상이란 게 다 그렇죠, 같은 경험도 나이 들어서 하는 경험과 젊어서 하는 경험이 다르고 20대 때 본 영화를 40대가 되어서 보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으니까요. 사진을 남들보다 다르게 찍고 싶은 초보분들에게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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