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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여행사진을 잘 찍는 스킬이 아닌 태도를 담은 여행사진의 아우라

by 썬도그 2011.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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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운영하는 것 같으면서도 IT나 잡다한 이야기도 참 많이 올라오는 게 제 블로그고 그런 이유로 제 스스로는 잡블로그라고 생각합니다. 자학은 아니고 사실 뭐 그렇죠. 잡다한 이야기 참 많이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지향점이자 가장 글쓰기 편한 게 여행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올해도 여행을 가야 하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가질 못했네요. 2년 전 남도여행은 여행당시보다 갔다 온 후에 더 많이 생각납니다

즉흥여행이었는데요. 일정에 없던 순천에 들려서 많은 느낌을 받고 왔습니다.
순천만 갈대숲을 나는 철새들과 용산에서 내려다 본 순천만, 낙안읍성의 가을 풍경, 유홍준 교수가 극찬한 순천 선암사와 지독한 아침 안개는 잊히지 않습니다. 순천 여행 가신다면 꼭 시티버스를 타보세요. 1만 원 이상의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여행사진의 아우라


'여행사진의 아우라'라는 책은 도서관에서 우연히 집어 들었습니다.
대출 할려고 한 책을 누가 먼저 대출해 가는 바람에 꿩대신 닭으로 집어든 책입니다.

책 제목 좀 싼 티 나고 애매모호합니다.
여행사진의 아우라라.. 흠 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여행사진이라는 단어를 보면 여행사진작가가 쓴 책이구나를 느낄 수 있지만 아우라는 당최 이해가 안 가고 책을 다 읽어도 제목은 좀 거시기하네요. 책 표지 사진도 그냥 밋밋합니다. 그럼에도 집어 든 이유는 여행사진이라는 단어 때문입니다. 여행을 가서 사진을 많이 찍어 오는데 썩 맘에 들지 못한 사진들이 가득할 때가 많습니다. 난사하고 수줍게 찍는 제 사진 버릇을 고쳐줄 책 같아 집어 들었죠

이 책은 여행사진작가인 사진가 이홍석님이 쓴 책입니다.
네이버 파워블로거이시던데요. 이전에 집필한 책이 몇 권 있습니다.

책 첫장을 넘기면 의미심장하면서도 멋진 문구가 기다립니다

'진정한 탐험이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다' -마르셀 프루스트-

공감이 갑니다. 새로운 풍경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다주는 것이 탐험이고 여행의 묘미입니다.
우물 안 개구리의 일방적인 시선만으로 세상을 보다가 여러 사람과 다양한 삶의 방식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게 여행의 묘미고 재미입니다.

이 책은 파트가 3개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파트 1은 인물사진, 파트2는 풍경사진, 파트 3은 포토에세이로 되어 있습니다.


여행사진의 아우라



파트1의 여자의 뇌, 여자의 사진 섹션은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여자의 에스트로겐이라는 호르몬까지 설명하는 약간의 과장이 있긴 하지만 여자사람을 잘 찍는 방법에 대한 세심하고 현실적이고 즉석에서 사용할 수 있는 내용들을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은 기존의 카메라 테크닉이나 사진 테크닉을 다룬 기술서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이 책은 기술서라고 하기보다는 사람을 잘 찍는 방법을 인문학적으로 접근했다고 할까요?

여자사람 사진을 잘 찍는 기술적인 방법 보다는 여자사람을 잘 다루는 방법, 즉 그녀들의 심리상태와 여성에 대한 기본적인 동물학적인 특징을 이용해서 사진을 찍으라고 충고하고 있습니다.

이 첫 섹션을 넘기자마자 보물하나 건졌구나 하고 기뻐했습니다.
그리고 책 뒷면을 보니 제가 기뻐한 그 문구가 담겨있네요

어~~~ 내가 좋아하는 문장들이 있는 곳이 벌써 책 뒤표지에 담기다니 이거 첫 끗발이 X끗발인 거 아닌가 하는 알싸한 찝찝함이 들었습니다.

여행사진의 아우라

 

책은 상당히 실용적이고 공감이 가면서 배울게 많은 내용들이 담겨 있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을 망원으로 혹은 표준렌즈로 담을지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사진을 찍는 과정과 요령과 인물 접근법등 꼼꼼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기술서가 아니지만 기술적인 메타정보도 알려주던데요. 저자의 다년간의 경험에서 나온 친절하고 따스한 해설이 참 맘에 들었고 제가 찾던 그런 책이었습니다.

온갖 카메라 기술서가 범람하지만 그런 기술서를 보고나면 참 허무한 게 물고기를 잡는 법을 담는 게 아닌 낚싯대 손질법이나 전국 유명낚시터 전화번호를 적어놓은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 책과 같이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인문학적이고 심리적인 내용을 담은 책들이 요즘 꽤 쏟아져 나와서 이젠 좀 식상한 게 있지만 그래도 괜찮은 책입니다.


여행사진의 아우라

하지만 이 책 '여행사진의 아우라'는 후반으로 갈수록 축축 처집니다.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보편적인 경험을 아우르는 혜안이 담긴 내용보다는 너무 구체적이고 상세한 내용, 즉 저자의 경험담을 그냥 담는 식의 공감대 형성을 못하는 글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특별한 상황에 대한 내용을 장황하게 설명해봐야 해외여행을 하지 않는 이상 느낄 수 없는 그런 상황에 대한 설명도 좀 많고요. 사실 대부분의 여행사진에 대한 책들은 해외여행을 염두한 사진들이 대부분입니다. 이 책도 그 범주의 책이고요

파트 3에서는 저자의 아주 감수성이 넘치는 포토에세이가 나옵니다. 담백하지 못한 점이 좀 아쉽더군요
그리고 포토샵 커브곡선에 대한 내용에서는 아니 왜~~~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 책은 기술서가 아니라고 저자 스스로 말해 놓고서는 뒤에 기술적인 테크닉을 담습니다.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저자가 이 책을 낼 때 자신감이 없어 보였습니다. 자신감 있게 시작했지만 주변의 강요인지 스스로의 판단인지는 모르겠지만 느닷없이 기술적인 내용이 나옵니다.

이렇게 별별 내용을 다 섞어 놓으면 기존의 다른 사진책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네요. 책 자체는 참 좋지만 끝 마무리가 좀 아쉽습니다. 여행을 좋아하고 여행사진작가를 꿈꾸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책입니다. 책 제목 보다 훨씬 좋은 책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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