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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공군의 불온서적 리스트를 보면서 드는 안타까움

by 썬도그 2011.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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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병 출신이라서 공군에 대한 애착이 있습니다.
군대는 정말 짜증나게 싫지만 공군은 좋습니다. 그 이유는 공군은 신사이미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구타가 없고(지금도 대외적으로는 없다고 하지만 알게 모르게 맞은 구타가 있을 거예요) 기합이 없기 때문에 신사라고 하는게 아닌 이미지 자체가 신사이기 때문입니다.

육군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육군보다 더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분들이 많아서 신사라고 하는 것도 있습니다.
공군은 육군에 비해 병력숫자가 월등하게 낫죠. 대부분 기술병들이라서 평균 학력도 높은 편입니다. 지금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군대 있었던 90년대에만 해도 학력들이 쟁쟁하더군요.

제가 공군을 좋아했던 이유는 그겁니다. 이병이라고 해도 자기 할일 다 한 후에는 내무반에서 책을 맘놓고 읽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저는 소부대라서 신병이 오고 신병이 자기 할일 다 해놓고 책 읽고 신문 봐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점호 시간후에 각동의 내무반 한쪽에 도서실이 있어서 새벽까지 공부하는 병사들도 많았죠.
저 또한 점호 끝나고 책 들고 밤 12시까지 책 읽고 공부하던 기억이 나네요

이렇게 편하게 책 읽고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육군 출신 친구들에게 말하면 믿기지 않아 합니다. 고참 한명은 대입시험까지 보더라고요. 이렇게 책에 관대한 문화가 있다보니  공군 부대안에는 기지서점이라는 책 대여소도 있고 책을 구입할 수 도 있습니다. 쥐꼬리만한 병장월급 1만 3천원 받고 책 한 두권 사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20년이 다 되어 가네요

관물함을 열면 책이 빼곡했습니다. 서로 책 돌려보고 빌려주고는 했던 기억이 나네요. 
공군 관물함에는 책이 한두권씩 있었고 저 같은 경우는 수십권이 있었습니다. 이런 책 모으는 것도 고참에게 배운것이죠. 고참의 책을 빌려 읽다가 책 읽는 재미를 알게 되었고 지금까지 책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있습니다.

 
[단독] 2011 軍 ‘불온서적’ 리스트 입수 시사인 기사보기

주진우 기자 때문에 더 유명해진 시사인 기사를 보면서 공군은 국방부와 달리 좀 깨어 있는 집단일줄 알았는데 대한민국 군대 인증을 해버렸습니다. 

 
제가 공군에 있던 시절에도 불온서적 리스트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책을 교보문고에서 사서 기지안으로 들고 들어가도 누구하나 제지 하지 않았습니다.  헌병들이 검문검색을 하지만 그들이 불온서적 리스트를 외우고 검색하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또는 기지서점에서 책을 구매했고요. 불온서적 리스트가 있었다고 해도 그 리스트 반대 안합니다.

분명 한국군대의 존제자체를 부정하는 책을 읽고 병사들이 흔들리고 조직의 와해를 일으킬 수 있는 책이라면 이해합니다. 리스트 만드는것 크게 반대 안합니다.  따라서 북한 찬양서적을 못 읽게 하는것은 이해합니다만

반자본주의나 반미서적을 읽지 못하게 하는 꼬라지는 정말 눈꼴시러워서 못봐주겠네요
오지랖도 저런 오지랖이 없지요.  

위 불온서적 리스트는 공군 산하 한 전투비행단장이 '장병 정신전력 강화에 부적합한 서적반입 차단대책' 이라는 제목으로 발송된 공문에 나온 것인데요.  저 리스트 만든 공군장교가 누군지 궁금하고  저 비행단장이 누군지도 궁금하네요.

아니 반자본주의 책과 공군의 영공방위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반자본주의 운동을 하는 미국청년들은 그럼 모두 빨갱이인가요?  자본주의가 무슨 절대 진리입니까? 병사가 반자본주의를 외친다고 해서 그게 영공방위와 연관성이 큰가요?
반자본주의 외친다고  공산당 찬양이 아니잖아요.

보수들의 논리는 그런겁니다.
내가 정부를 비판하면 넌 북한을 왜 찬양하냐는 말도 안되는 논리의 비약과 흑백논리로 들이댑니다.
난 북한 찬양 하지 않았는데  정부비판=북한찬양이라고 단정지어 버립니다. 이런 말도 안되는 논리의 비약으로 인해 
'수구꼴통'이라는 애칭이 생긴것 아닙니까?

 경제를 조금이라서 관심있는 분들은 신자유주의에 큰 결함이 있다는 것을 2008년에  전세계가 알게 되었습니다.
신자유주의라는 거대한 자본주의 논리로 인해서 빈익빈 부익부 양극화가 생겼고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은 사라졌습니다.

 이런 신자본주의를 비판한 책들중 가장 유명한게 '나쁜 사마리아인들' 아닙니까.  그렇다고 자본주의 비판의 책이 공산주의 찬양서는 아니잖아요.  왜 A를 비판하는데  B를 찬양하냐고 합니까? 

 이런 경박스러운 사고방식의 공군장성들이 있다는게 좀 창피스럽네요.
이전 처럼 오늘 공개된 리스트의 책들 중에 몇권 읽어볼까 합니다. 국방부의 도움으로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읽었는데 역시나 양서더군요. 

재미있는것은 조선일보사의 사랑이 뭐길래, 정치가 뭐길래가 있네요. 저 책이  궁금합니다. 헌책방 가서 물어봐야겠습니다.
뭔 내용이길래 보수의 아이콘이라고 하는 조선일보에서 낸 책도 금지시켰을까요?

공군, 참 아쉬운 행동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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