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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알아두면 편리한것들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먹고 살던 용산 전자상가의 몰락!

by 썬도그 2011.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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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웬만하면 용산가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1. 용팔이의 바가지
2. 가격이 싸지도 않음
3. 오픈마켓이 더 쌈

이런 이유로 용산을 가지 않고 실제로  용산은 아주 한산해졌습니다.
90년대 주말이 되면 용산 벼룩시장에 아이쇼핑 하러 가던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옛말이 되었습니다.

최근에 워터파크로 놀러갈 기회가 있어서 디카 방수팩을 사야 했습니다. 워터파크 갈 날짜는 이틀 후였고 급한김에 오픈마켓 가격만 체크해 놓고 디카 방수팩을 사러 용산에 갔습니다.  

 
요즘 용산가면 파리 날리는 상가 많습니다. 대부분 오픈마켓을 이용하고 용산상가 업체들도 오픈마켓이 주력이 되어서  한산한것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정말 한산 그 자체입니다.


용산터미널 상가는 안 좋은 추억도 있고 방송에서도 집중적으로 지적한 용팔이라는 분들이 많이 있어서 거들떠도 안봅니다.
96년 친구가 소니 워크맨 하나 살려고 용산 터미널 상가에 갔다가 안산다고 욕을 들은 참혹한 기억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고 그 이후 터미널 상가는 눈길을 주지 않습니다.

선인상가 지하에 각종 주변기기 파는 곳을 가봤습니다. 거기에는 있겠지 하고 갔는데  생각보다 이 디카 방수팩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가 살려는 제품이  이 제품으로 오픈마켓에서 1만원 정도 합니다. 똑딱이는 전원 누르면 렌즈를 쭉 빼기 때문에 튀어나온 부분이 있죠.   그런데 이 제품 구하기가 여간 여려운게 아니네요


그러다 발견하게 된게 스마트폰 방수팩입니다.  스마트폰도 똑딱이랑 비슷한 사진화질을 보여주기에 솔깃 했습니다. 거기에 물속에서도 터치가 가능하다는 점과 슬림한 모습도 좋았습니다. 

디카 방수팩은 가격을 알고 갔기에  가격이 싼지 안싼지 알 수 있었지만 예상치 않게 제품구매를 다른 것으로 하게 됨으로써 
스마트폰 방수팩은 가격을 몰랐습니다.  

용산상가 점원은 1만원을 달라고 하더군요.  가격이 싼건지 비싼건지 몰라서 8천원을 주면 안되냐고 찔러봤죠
그랬더니 1만2천원에 파는 것을 1만원에 파는 것이라고 하네요.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90년대 였다면 아니 스마트폰 보급전에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스마트폰으로 이 제품 검색하고 가격을 찾아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면전에서 검색하기가 참 그렇더라고요. 사람 무안줄 수도 있고 제가 그런 행동을 하는게 썩 좋아 보이지 않기도 했고요. 차라리 잠시후에 오겠다고 한 후 검색후에 비싸면 다른 곳에 가버리면 됩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1만원을 주고 산 후 집에서 이 제품을 검색해보니 7,200원입니다.  결국 그 용산상가 점원은 거짓말이었네요.
뭐 그래도 억울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시간이 급해서 간것이고 이런 불이익이라면 불이익 감수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비싸게 물건을 사서 온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바로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입니다



가격정보를 꽉 쥐고 있던 용산전자상가의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한 상술 


요즘도 가전기기나 전자제품 살려고 용산을 갈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럴때면 적극적으로 말립니다. 용산가서 애먼 제품 사오고 바가지를 옴팡 쓰기 때문에 나랑 같이 가면 가도  이쪽에 잘 모르는 여자분들은 적극적으로 말립니다.

용산전자상가를 보통 가전제품이나 IT기기를 싸게 살 수 있는 곳으로 인식들을 합니다.
지마켓, 11번가, 옥션등의 오픈마켓이 활성화 되기전에는 실제로 싸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결코 싸지 않습니다.  물론 가격흥정만 잘하면 싸게 살 수도 있지만 그렇게 사기는 너무나 힘듭니다. 

오픈마켓이 활성화 되기 전 까지의 용산전자상가의 물건 판매방식은 이렇습니다.

1. 가격정보를 꽉 쥐고 구매자의 간을 본다.

인터넷이 없던시절 PC부품이나 IT기기를 살려면 천상 용산전자상가에 갑니다. 가격대를 모르니 이집 저집 가격만 묻고 다닙니다. 그러다가 뒤에다가 욕을 하는 용팔이들도 있었죠. 90년대는 그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느집이 싼지 비싼지 알 수 없으니까요.  그렇게 가격정보를 물어보다가 이런 말이 들립니다.

"얼마까지 보고 오셨어요"

그리고 상가 점원은 살살 구매자의 간을 봅니다. 이 구매자가 가격정보를 어느정도 까지 아는지 살짝 떠보죠.
그리고 일단 그 구매자를 붙잡습니다. 얼마까지 보고 왔다고 하면 그 가격보다 싸게 주겠다고 구술립니다.


2. 다른 제품으로 구매 유도를 한다

 일단 의자에 구매자를 앉히고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면서  그 제품을 왜 사는지 물어보면서 그 제품보다 이 제품이 좋다면서 
같은 기종의 다른 메이커 제품을 소개합니다.  그리고 판매량 1위라느니 다들 이것만 찾는다느니 하면서 그쪽으로 살살 유도하죠.  

구매자는  용산 점원이 추천하는 제품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습니다. 가격정보도 당연히 없죠.
이때 정보의 비대칭성이 생깁니다. 상대는 알지만 난 모르는 정보가 바로 정보의 비대칭성입니다.  
기껏 정보의 대칭성을 갖추고  A라는 제품 최저가격을 들고 왔는데  B라는 전혀 가격정보를 모르는 제품을 구매자는 만지작 거립니다.  이때  구매초짜는  B라는 제품을 들고  그 가게에서 나옵니다.  물론 바가지 옴팡 씌움을 당하고  그걸 나중에 알게 되면 열불이 나고 밤에 잠도 안옵니다.


3. 구매할 제품은 싸게 팔면서 악세사리에서 엄청난 바가지를 씌운다


 이건 제가 당한 일입니다
2003년 지금은 사라진 미놀타 코니카의 10배줌이 되는 하이엔드 디카 Z1을 사러 갔습니다.
가격은 대충 보고 와서 제가 제시한 가격에 살 수 있었습니다. 카메라만 사고 나오면 됐지만  주변기기 예를들어 SD카드나 삼각대, 카메라가방등 주변 악세사리나 주변기기에 대한 가격정보를 챙기지 못했습니다.

Z1 구매시에는 저와 점원 모두 같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정보의 대칭성이 있어서 어느정도 흥정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주변기기에서 제가 정보가 전혀 없기에 정보의 비대칭성이 생기면서  판매자의 농간에 놀아났고 나중에 집에와서 주변기기에서 바가지를 제대로 씌운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게 바로 용산이 최근까지 먹고 살던 방식이었습니다.

정보의 비대칭성, 구매자는 판매자에게 자신의 모름을 알리지 마라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한 못난 상술이 아주 심했죠.  그래서 가격을 몰라도 모른다고 말하면 안된다고 하잖아요.
아는지 모르는지 그냥 대답하지 말야야 합니다.  이건 용산뿐 아닙니다. 대부분의  물건을 상점에서 고를때 그 제품에 대한 가격정보가 없는 구매자는 바가지를 당할 수 있습니다.

판매자는 가격정보를 알고  구매자가 모르면  구매자가 불리합니다. 그럼 구매자는 가격만 묻고 다른곳에 들렸다 오겠다면서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다른 판매자에게 가격을 듣고  구매자도 가격정보를 조금씩 갖추면 동등한 입장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용산전자상가등  동일 제품을 파는 같은 상가들이 밀집해 있는 곳에서는  이런 구매자의 행동패턴을 빠꼼히 알기에  자기들끼리 가격정보를 공유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최근에는 바로 옆집에 가서 제품가격을 묻는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럴때는 담함을 할 수 없는 구조인 인터넷 가격정보가 아주 요긴합니다.

판매자는 구매자가 가격정보를 모르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발견하면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구매자를 요리합니다.
만약 구매자가 가격정보를 갖춘 사람이라면 일단 정보의 비대칭성이 있는 경쟁회사 제품으로 구매를 유도하게 됩니다.
여기에 말리면 안됩니다.  내가 가격정보가 없다면  일단 물러서서 가격정보를 갖추고 재협상을 하는게 좀 더 싸게 살 수 있습니다.   

어린 학생들은 이런 협상과정을 무척 창피해하는데 그러지 마세요(뭐! 저도 10대,20대땐 그랬어요 ㅠ.ㅠ) 어차피 그 상인들 한번보고 말 사람들입니다.  이번 속초에 놀러갔을때 횟집의 회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서 방석 깔고 앉았다가 바로 일어났는데 아이들이 아주 창피해 하네요.  주인이 째려봤다나.  그래서 그랬죠.  

째려본다고 눌러 있어서 비싼 회 먹는것 보다 다른데서 싸게 멋는게 돈 버는 것이라고 달랬죠.  

 

정보의 비대칭성과 역선택


제가 이상한 용어 하나 계속 썼죠. 정보의 비대칭성이라는 하면서 떠들었는데  얼마전 책을 읽다가 알게된 경제용어입니다.
노벨상이 받은 '조지 애컬로프'가  말한 이 이론은  아주 간단합니다.  상대가 정보를 알고 나는 모르면 정보의 비대칭성이 생긴다고 합니다.  

애컬로프는 중고차 시장으로 그 비유를 했습니다.
레몬차가 있고 복숭아차가 있습니다. 레몬차는 정말 꼬진 중고차를 말하는 것이고 복숭아차는 신삥에 가까운 아주 좋은 중고차를 말합니다. 우리는 가격정보를 모르기 때문에 중고차매장에 가서 이것저것 살핍니다.  복숭아차를 찾기 위해 노력을 하지만 결국 레몬차를 산다는 내용입니다. 

그 이유는 복숭아차 같이 좋은 차는 중고차 시장에 흘러들어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 흘러들어가도 급하게 중고차를 찾는 사람이나 큰 이윤을 남기지 못하기 때문에 있어도 안팔고  단골이나 자신을 잘 아는 지인에게만 팝니다. 따라서  중고시장에 전혀 인맥이 없는 사람은  옴팡 바가지 당하고 레몬차 끌고오면서 복숭아차 샀다고 좋아합니다. 그게 바로 역선택입니다. 

복숭아차는 중고차시장에 들어가기 보다는 보통 친구나 지인등 돈벌 목적이 아닌 사람들에게 판매되는게 대부분이죠

용산전자상가는 이런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수년간 먹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정보의 비대칭성이 사라졌습니다.
사라지게한 주범은 바로 인터넷이고 오픈마켓입니다. 가격정보가 실시간으로 오르내리고  바로 검색해서 알 수 있기에  칼자루를 쥐고 있던 용산전자상가는  동등한 정보를 갖춘 고객들로 인해서 큰 타격을 받게 됩니다. 비싸게 팔면 바로 고객이  

어! 오픈마켓에서는  이것보다 싸던데요~~~ 라고 하면  친절한 점원은 그 가격에는 안됩니다 혹은 맞춰드릴께요 하지만
못난 용팔이는 안팔아 XX 라고 욕을 하죠.  요즘도 욕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끔 들리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여전하다고 하네요.  분명 일부 못난 상가들의 문제이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 특히 안좋은 경험은 위험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아주 멀리멀리 퍼트립니다.  그러니  그 소수의 못난 용팔이들을  색출해야 하는데 그런 자정노력이 미흡합니다.  

요즘은 모르겠습니다. 아예 말도 걸어본적이 없으니까요
정보의 비대칭성이 깨지면서  이젠 아예 용산에 가지도 않습니다. 대부분 오픈마켓에서 구매를 하고 아주 만족하니까요. 

앞으로 물건 살때  가격정보를 꼼꼼하게 따지고 온갖 술수에 빠지지 않는 현명한 소비자가 되길 바랍니다. 
참 제목을 용산전자상가의 몰락이라고 했는데 몰락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없다고  장사가 안된다고 할 수 없는게 요즘은 오픈마켓에 진출한 용산전자상가 매장들이 많아서요. 하지만 예전만 못한것은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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