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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세계 공통단어 엄마에 미국이 흔들리다. 엄마를 부탁해 열풍

by 썬도그 2011.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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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금이 있던 자리를 읽었을 때 그 뛰어난 묘사력과 감수성에 흠뻑 빠졌습니다. 등단때 부터 전 이 정읍출신의 신경숙에 푹 빠졌죠. 신경숙이 첫 장편을 쓸때도 한달음에 서점에 가서 그 책을 사 들었습니다

깊은 슬픔. 이 책을 군대에서 읽으면서 많이 우울했던 기억이 나네요. 신경숙은 한국 문학계를 지탱하고 있는 여류작가입니다.
그녀에 대한 비판도 참 많죠. 먼저 신경숙은 뛰어난 언어묘사력 마치 시와 같은 아름다운 언어들과 묘사력은 탁월하지만 서사가 무척 약합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소설로 쓰다보다 서사는 좀 약한편이죠. 그녀의 글쓰기는 대부분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쓰기 때문입니다. 이런 비판속에서 나온 책이 바로 '외딴방'입니다.  이 외딴방도 그녀의 학창시절
부터 현재까지 다룬 이야기이지만 이전의 사랑타령에서 좀 벗어난 시대적인 배경도 담고 있습니다.

신경숙이 공지영처럼 연세대에 입학했다면 운동권이야기를 다룬 글을 썼을지도 모르겠지만 신경숙은 그럴만한 집안에서 태어나지 못했습니다. 정읍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서 오빠의 뒷바라지를 해야 했던 작은 소녀였습니다.  제가 사는 집 근처 지금은 가산디지털단지로 변해가고 있고 재중동포들이 많이 사는 가리봉 차이나타운이 된 닭장같은 벌집촌에서 살면서 공장을 다닙니다

낮에는 공장에 다니면서 밤에는 영등포여고에 있는 야간 고등학교를 다녔죠.
신경숙은 그 공장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가의 글을 무조건 받아적으면서  문학소녀의 꿈을 키웁니다. 그리고 서울예대 문화창작과에 입학합니다.  

공지영과 신경숙은 동갑이지만  살아온 배경도 글쓰는 스타일도 너무 많이 다릅니다. 공지영이 좀 외향적이고 시원시원한 글쓰기가 특기라면 신경숙은 소녀같이 수줍게 그러나 그 내면에 있는 울분들을 잘 묘사합니다.  오늘 같이 흐린 날은 신경숙 소설 한조각을 베어무는 맛이 일품입니다


엄마를 부탁해라는 책을 덮고서  드디어 신경숙이 엄마이야기를 제대로 다루었구나 했습니다.
풍금이 있던 자리에서 신경숙은 강인한 어머니의 모습을 다루웠습니다.  아버지가 외갓여자를 데리고 왔을 때도
이혼하지 않고(그럴 시대도 아니였지만) 그 시련의 시기를 겪는 엄마를 다루었죠.  소설가가 된 딸이  엄마를  에세이집에서 다룰때도 흙과 같은 바지런함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에세이집  '아름다운 그늘'에서 신경숙은 약속합니다. 언젠가는 엄마이야기를 쓰겠다고 ..
그게 95년도였고 2009년 그 약속을 지킵니다. 

책 엄마를 부탁해도 자전적 소설입니다.  하지만 이전 신경숙의 소설과 조금은 다릅니다.
외딴방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게 아닌 과거나 주인공은 자신의 어머니를 다루었지만 어머니의 부재를 키워드로 껴 넣습니다. 약간의 설정이 들어가죠.  그 설정,  엄마가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그 설정 속에서  자식들이 겪는 부재의 고통과  갈등 그리고 엄마라는 자리의 거대함에 서글프게 웁니다.

매일 같이 엄마를 찾아다니는 자식들을 통해서  엄마의 느낌을 독자들에게 전달해 줍니다
전 이 책을 읽으면서 엄마에게도 엄마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많이 울먹였던 기억이 나네요.  언제나 강인하고 흐트러지 않은 모습을 보이던 엄마.  세상에 놀라고 이리저리 차이고 들어오면 내 손을 잡고  세상에 따져들었던 그 엄마가  할머니가 돌아가셨을때 엄마라고 소리소리 지르면서 대성통곡을 했습니다

어머니는 거리감 있고 엄마는 너무 친근한 엄마
저 어렸을때는  저 사람은 나이가 들어서 엄마라고 한다고  손가락질을 했죠.
그러나 요즘은 그 엄마라는 단어 너무 좋지 않나요? 40대가 50대가 되어도 엄마라고 하는 모습. 저도 한때 철이 들고 나이들었다고 어머니라고 했다가 너무 어색해서 지금도 엄마라고 합니다.  이렇게 한없이 익숙하고 항상 그 자리에 있을것 같은 엄마의 부재를 통해서 엄마의 거대함을 다룬 소설이 바로 '엄마를 부탁해'입니다


소설은 글을 모르는 엄마가 딸의 소설을 읽고 싶어서 눈이 침침하다는 핑계로 소설 한토막씩 읽어달라고 합니다.
그런 딸이 알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한토막씩 주워 들으며 엄마의 이야기가 피어납니다


엄마를 부탁해가 연일 화제입니다.
미국으로 건너간 엄마를 부탁해

뉴욕타임즈는  이 소설 엄마를 부탁해 영문판을  자신의 신문에 두번이나 소개하면서 극찬을 합니다.
'모성의 신비에 대한 날것의 헌사' '친밀하면서 잊혀지지 않는 여백을 지닌 신경숙의 문장은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의 화자로 옮겨 가면서 슬픔의 당혹스러움을 강력하게 실어 나른다'

이런 소개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출간되자마자 아마존 베스트셀러 55위에 오릅니다.
또한 벌써 책이 다 팔려 3판 인쇄에 들어갔다고 하죠. 

세상의 절대 진리중 하나가 우리는 모두 엄마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누군가의 자식이라는 것 입니다.
이 엄마와 아들 혹은 딸과의 관계가 느슨해지는 요즘입니다.  엄마를 부탁해를 통해서 엄마라는 분들의 과거와 현재를 찾아 봤으면 하네요

전 이 '엄마를 부탁해'가  신경숙 소설에서도 큰 변화라고 생각됩니다. 여전히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썼지만
소설의 형식면에서는 큰 변화가 있었죠. 하지만 신경숙 특유의 읇조리는 듯한 긴 한숨같은 문체와 뛰어난 자연과 사람에 대한 묘사력은 여전하네요. 아직 안 읽어보신 분들이 있다면 꼭 읽어 보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모성애는 세계공통어인가 봅니다. 미국에서도 그녀의 글이 통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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