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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로만 이루어진 연극 천국의 속삭임

by 썬도그 2009.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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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photohistory.tistory.com2009-12-20T14:16:300.3810

지금도 별이 빛나는 밤에게 청소년들의 우상이나요?  지금은 좀 덜하겠죠. 아무래도 볼 것도 많고 할 것도 많은 10대들 이니까요.

80년대를 10대로 산 분들은  청소년들이 할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끽해야 근처 롤러장가고 여의도광장에서 자전거를 타는 정도였고 돈이 좀 있으면 만화방이나  시험끝나고 극장에 가는게 전부였으니까요.  

 

 
이런 10대들의 대통령은  이문세였습니다. 별이 빛나는 밤에(이하 별밤)는  하나의 혁명과도 같은 신세계를 선사했습니다.
중학생이 되고  아이들 사이에 유행어가 하나 생겼습니다.
 
어제 별밤들었니?  응?  그때부터 떠들기 시작해서  수업내내 킥킥거리던  생각이 나네요.
이 별밤에서 배출한  인기연예인들 참 많아요. 이경규옹이야  일밤으로 대스타가 되었지만 별밤에서 인기를 키운것도 있습니다.
개그맨 정재환도 별밤이 키운스타고  김건모도 있었구요. 80년대 중후반 별밤을 거친 스타들은 한둘이 아니였습니다. 
 
별밤은 요일별로  코너가 많았습니다.  별밤 뽑내기 대회도 있었구 주말에는  공개방송이 있었구요.
그런데  전 제일 기억나는 코너가  별밤극장이었습니다. 정재환과 기억나지 않은 여자출연자와 함께  이문세가  하나의 명작소설이나 직접 만든  단편을 만들어서  라디오극장을  연출했었어요.  기억남는게 폭풍의 언덕이었는데   라디오극장 들어보신적 있나요?
 
이건 미드나 일드 혹은 영화와 차원이 다른 감동이 있습니다. 
초등학교때  성우 박영남(짱구 목소리 성우)씨의 라디오 손오공을 매일 듣다가 중독된 기억도 있네요.
라디오극장은  TV드라마에 없는 상상력이란  강력한 무기가 있습니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성우목소리만 가지고 빈 이미지를 각자의 상상력의 크기만큼 채울수 있기에   감동은 각자의 상상력의 크기만큼 커질수 있습니다.  
 
오늘  대학로에서  그 감동의 상상극장을 보고 왔습니다.
 
영화 천국의 목소리는  시각장애를 가진  한 소년의 감동스토리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는데  이탈리아 최고의 음향감독인 미르코 멘카치의 자전적 이야기입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이 주인공이 되면 우리는  대번에  스토리가 쫘라락 흘러 나옵니다.
헬렌켈러식의 장애를 극복하는 인간승리의  스토리가 대다수입니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블랙도 그런류의 영화이고  우리가 지금까지 감동적으로 본  장애인이 주인공이 된 영화들은  이런 스토리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러나 오늘 본 천국의 속삭임은 장애를 극복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장애를 극복하는게 아닌  자신만의 장점을 발견하고   그걸  올곧게 끌고 가는 모습. 그 모습에서 감동을 얻게 되는 영화입니다.
 
 
 
영화줄거리를 좀 적어볼께요.  하지만 영화볼 분들을 위해서 예고편에 나온 내용정도만 적어볼까 합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 내용을 알고본다고  감동이 쪼그라들거나 하지 않습니다.  내용 다 알고 봐도  그 감동의 크기가 줄어들지 않으니까요.
저도  끝장면의 내용까지 다 알고  봤던 영화입니다.
 
 
미르코는  총기사고로 눈을 다칩니다.  눈이 아예 안보이는것은 아니고  아웃포커스처럼 흐릿하게만 보입니다.
미르코는  카톨릭에서 운영하는 시각장애학생들만 다니는 특수학교에 가게 됩니다.   미르코는  특수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합니다.
성격은 점점 까칠해졌구요.  미르코는  아예  안보이는게 아닌 색깔과 물체 윤곽은 구분할 수 있습니다. 신부님이 점자를 배우라고 해도 막무가내입니다. 그러자 비장애인인  학교급사의 딸을 알게 되고 친구가 됩니다.

 

 
 
미르코는  그 급사의 딸인  시모나를 알게 되죠.  미르코는 점자대신에 소리로써 세상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시모나를 위해서 녹음기를 이용해서 친구와 함께  비가 온후 맑은 세상을 녹음해서 선물합니다.
 그걸  과제물로  제출합니다.  이 학교의 교장선생님도 시각장애인입니다.  하지만 학교기물인 녹음기와 테이프를 맘대로 썼다고 
미르코에게 화를 냅니다.   하지만 미르코 담임인  신부님은 미르코의 능력을 발견하고   녹음기를 선물로 줍니다.
 
미르코는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서  자신만의  소리로된 드라마를 만듭니다.  시모나가 알려준 개구멍을 통해 학교 밖으로 나가 영화도 보고 시위대를 만나게 됩니다
 
 
시위대중에는  같은 시각장애인 청년을 알게 되죠.  그는 근처 제철소에서 일하는데 자기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찾아오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시각장애인분들의 직업이  정해져 있습니다.   대부분 안마를 하는 분야에서 일하는데  이탈리아는  배전반기사로 일하는 모습이 있더군요.
교장선생님은 1년에 한번  학부모들 앞에서 선보일 연글을 준비합니다.  유치원에서 하는 것처럼  학예회를 준비하는데  미르코는 찍혀서 그 연극에 출연조차 하지 못합니다. 마르코는 낙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합니다. 
 
미르코는  자신만의 소리로된 오디오극장을 만들죠. 처음에는 한두명이었는데  친구들이 미르코가 만들어내는  오디오극장에  자발적으로 참여합니다.  까칠했던  친구조차 미르코와 함께 연극을 만들어가죠.
 
미르코는  드래곤소리와  여러가지 소품을 이용해서  그럴싸한 음향효과를 만들어내고  그 모습에 동참하는  친구들이  늘어갑니다. 
그러다  교장선생님에게 걸리게 되죠.

우여곡절과  제철소에서 일하는 청년의 도움과 신부님이 도움으로   학부모들에게 보여줄  학예회에서  미르코가 연출하는  소리만 있는 연극을 보여줍니다. 
 

학부모들은  학예회장 입구에서  검은 안대를 하나씩 받고  눈을 가립니다.
 

그리고  미르코와 시각장애인 친구들이  만들어낸  감동적인  연극을 듣게 됩니다.
영화를 보면서  아바타의 3D보다  눈을 가린채 듣는 연극에서  가슴 뭉클함이  샘솓듯 흘러 나오더군요.
 
미르코는 학교에서 나와  다시 동네에 돌아옵니다. 그리고  친구들은  미르코와 함께 들판에서  뛰어놀면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영화는 이탈리아 최고의 음향감독이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지 않습니다.  만약 그 과정을 그렸다면 더 큰 감동이 있을 수 있었을 것 입니다.
하지만 그런 짜여진 그리고 뻔한 허리우드식 감동이 없었기에 전 이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더 큰 감동을 느꼈습니다.
 
정형화된  매뉴얼대로  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가르치는  우리네  현실과 비교되면서  영화는 더 큰 감동으로 다가 옵니다.
 
2천년도 초에  구로동에 있는 장애학생들을 가르치는 특수학교에 업무때문에 간적이 있습니다.
그 곳 학생들은  비장애인 학생과 많이 다릅니다.  선생님을 기다리는 동안 복도의자에서 우두커니 서 있는데  선생님이 소리를 지르더군요.
또 교실뒤에서가 오줌을 쌌다고  씩씩 거리더군요.   특수학교가 이럴진데 저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일반학교에서 생활을 할수 있을까요?
 
결코 쉬운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한국도  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일반학교에서 보듬을려는 모습들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장애를 가진 아이를 가진 부모님들은  일반학생들과  함께 학교를 다니게 하다가   장애를 가진 자식을 부끄러워하며 특수학교로 다시 옮긴다고 합니다.   하지만  장애와 비장애학생들이 함께 뛰어 놀수 있어야 더불어 사는 사회이고 그게 건강한 사회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래서  특수학교는 한국에서 사라지지 못하고  비장애인들이 다니는 일반학교에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많이 다니지 않습니다.   영화가 끝날때   미르코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75년 여론때문에   이탈리아에서는 특수학교가 사라졌다고 하는 문구에   끙 소리가 나오더군요.
 
한국은 여전히 비장애인 학생과 장애학생을 장벽을 만들고 장애을 가진 학생들을  마치 수용소처럼 가두어 교육시키고 있습니다.
거기에  한국학교의 풍경은 엄청살벌하죠. 조금만 자신과 다르면 왕따시키는게   한국학교의  현실이니까요.
 
미르코는  장애를 가진 학생입니다. 하지만  비장애인들보다 뛰어난 소리에 대한 감각을  가졌고 그걸  사회가 보듬어주고 제도적으로  지원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미르코의 예전친구들과 함께 들판을 뛰노는 모습에서   우리 한국은 언제쯤 저렇게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스스럼없이 뛰놀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네요
 
최근들어 우리는  장애를 가진 분들을 많이 챙겨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불어 사는 방법을 몰라서  때로는 너무 오버하고 있는 모습이 있습니다. 저도 블로그 운영하는 초기에 장애우라는 단어를 썼다가 지적을 받았습니다.   장애인들은  장애우라는 단어를 싫어한다구요.
왜 그런가 몰라 황당해 했었는데   장애우라는 단어는  장애를 가진 사람 모두를 친구라고 보는  일방적인 시선이 있기 때문입니다.
장애를 가진 분들은  비장애인 분들과 무조건 친구가 되는 이런 일방적인 시선에 대한 거부감이었죠.  여전히 곳곳에서 장애우라는 단어를 우리는 많이 볼수 있습니다. 이런 모습은  장애를 가진 분들을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무조건 도와줘야 하는 불쌍한 존재로 보는 시선이 있기 때문이죠.
 
영화에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급사의 딸인 시모나와 함께  시각장애인 아이들은  개구멍을 통해 밤에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갑니다.
눈을 다치기전에 영화를 본적이 있는 미르코의 설명과 함께 소리만 듣던 아이들은   영화를 듣고 있습니다.
그러다 관객들이 모두 웃는데 이 아이들은 웃지 않다가  영화속에서 주인공이 괴상스럽게 웃으니까
 
한 아이가  저 웃음소리들어봐 너무 웃겨!
 
같은 영화지만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다른 이유로 웃네요.  우리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항상 우울할것이라고 지례짐작합니다.
하지만 그들도 웃을줄 압니다. 다만  웃는 포인트가 다를 뿐이죠.  이렇게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차이를 이해한다면 장애인들이  지금보다 더 행복한  세상이 될것입니다..
 
너무 영화 외적인 이야기만 했나요?
영화는 이런 생각이 나올 정도로 우리가 장애를 가진 주인공을 다룬 영화에 대한 일방적인 시선(장애를 극복하고 인간승리를 보여주는 영화들)과  영화들과 다른 시선을 담고 있는 영화입니다.  전형적인 장애를 소재로 다룬 영화의 뻔한 감동한줄기를 원한다면 이 영화 권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각장애를 가진 한 소년이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고 그걸 키워가는 모습. 그리고 더불어 사는 모습들을 발견하는 모습이 좋다면 적극 추천합니다. 이탈리아 영화 요즘 거의 수입이 안되죠.  영화 길이나  시네마천국처럼  명작들을 많이 만드는 이탈리아 영화. 오랜만에  감동적인 이탈리아 영화 한편 잘 봤네요.
 
이건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영화를 본 대학로 CGV 지하에서 봤는데 영화 화질이  말을 안할 수가 없을정도로 조악했습니다.
마치 프로젝터로  영화를 본것 같습니다. 명색이 디지털 영화라고 해서 봤는데   화면에  모아레현상이 나는 것은 뭐로 설명해야 하나요?
아무리 극소수 개봉관에서 제작한지 3년이 지난 영화라지만 영화 화질에 대한 거슬림은  좀 심하더군요.
 
이 영화 혹 보시게 된다면  대학로 CGV가 아닌 다른곳에서 보길 권해드리며  아나로그 버젼으로 보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렇다고  영화에 방해될 정도의 화질은 아닌데  제가 화질에 굉장히 민감해서요.   
 
영화 자체는 별 4개를 드립니다.    차별이 없는 세상을 꿈꾸며   더불어 잘사는 사회가 되길 기원하며 살짝 이 영화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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