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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대한 단소리

공간의 3일을 통해서 본 아름다운 세상. 다큐3일

by 썬도그 2009.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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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 인사동에 볼일을 보러 가고 있는데 한무리의 카메라 맨들이 저 앞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뭐하는 사람들이지?  모두 식사를 마쳤는지  얇은 종이컵에  갈색의 커피들을 담아 한잔씩 하면서 어디론가  가고 있더군요.
20대 청년들의 모습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VJ들인가 보다 했는데 카메라 한켠에   다큐3일이라는 마크를 봤습니다.


전 날것이 좋습니다. 쑥스러운 표정이 아름답습니다. 프로다운 날렵함과 우아함은 왠지 거북스럽습니다.   남들앞에서 쭈뻣거리는 그 살아있는 느낌 꾸밈없이 실수하면 실수하는대로 사는 모습이 좋습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다큐멘터리를 무척 많이 봤고 지금도 다큐멘터리라면  그 종류에 상관없이 넉놓고 봅니다.

군대에서 동물의 왕국을 진중하게 보고 있는 모습에 고참이 어이없다는듯 쳐다본 기억도 나네요.

요즘 즐거 보는 다큐멘터리는 다큐3일입니다.  이리저리 시간대를 옮겨다니다가 이제는 토요일에 정착을 했네요
다큐3일은 좀 특이한 형식의 다큐멘터리 입니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다루는 것이 대부분의 다큐멘터리입니다. 그러나 다큐3일은 다릅니다. 주제는 따로 없습니다. 그냥  공간을 담습니다. 어느 공간에 가서 카메라를 설치하고  이리저리 어슬렁거리다가  오지랖 넓게 아무나 붙잡고 인터뷰를 합니다. 그러면서 이야기가 생깁니다.  무계획속에 길이 만들어지고   그게 이야기가 됩니다.

서울 북촌마을의 이야기를 담을때  작은 소품가게를 하던 새댁의 눈물이 기억나며  
지방의 한 산자락에서 암투병생활을 하는 부부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길거리에서 파지를 주워서 파는 고물상 주변의 삶을 듣기도 했으며 오늘은 교대생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네요


공간을  중심으로  3일동안의 관찰일기.  이게 다큐3일의 독특한 매력입니다
3일 지켜봐서 뭘 알겠냐고 합니다. 하지만  그 3일이 굉장히 촘촘합니다. 
그리고 삶의 한 단면을 보여줍니다.    나라는 존재는  지금까지 살아온  결과이지만  오늘 하루 누군가가 날 지켜본다면  이 사람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느낄수 있듯이 다큐3일은 3일동안   한공간을 들여다 봄으로써  수많은 삶을 스케치 합니다.

그래서 다큐3일은 날것 그 자체의 느낌이 강하게 풍겨옵니다.

어떻게 보면 여행기와 비슷한 포멧입니다. 한 공간에 도착해서 그곳을 스케치하는 모습이죠. 
그러나  다큐 3일은  좀 더 적극적입니다.  대부분의 여행다큐는  한 두사람을 스케치하고 전체적인 느낌에 초점을 맞춘다면   다큐3일은 다양한 사람을 카메라에 담고 연속성을  담습니다. 예를 들어 어제 담은 인물을 다음날 또 담고  마지막날 포옹의 느낌으로 마무리 합니다.

좀 더 인간지향적이라고 할까요?
올해 초 봤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활을 담은 다큐3일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예전에도 수더분한 분이였지만 다큐3일에 담긴 모습은 고지식하고 수더분하고  마음씀씀히가 좋은 시골 촌로였죠.   가장 노무현다운 모습을 담은 영상이 아니였나 생각이 드네요.
다큐3일은 마지막에  인순이의 거위의 꿈으로 마무리 합니다.  그 노래가 어느 배경음악보다 좋게 들리는 것은 한 공간에서 내일의 희망을 바라보며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가는 소시민들이 있기 때문일것 입니다. 

다큐3일. 앞으로도 순박한 모습으로 계속 이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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