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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무능한 수사기관이 살인마를 풀어주다. 이태원살인사건을 보고

by 썬도그 2009.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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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photohistory.tistory.com2009-09-10T04:47:480.3810

괴물의 명대사 중 이런 대사가 있습니다.  

사망잔데요. 사망은 안했어요
 
참 웃기는 말이기도 하지만 괴물의 그 상황을 한방에 정리하는 명 대사입니다.
정부가 사망했다고  적어 놓았는데 사망은 하지 않고 살아 있는 모순.  정확하게 하자면 실종처리가 맞지만 
정부는 사망처리를 합니다.  이런게 행정의 미숙입니다. 
 
그런데 위와 비슷한 일이 실제로 있었습니다.
사람이 죽었는데 죽인 사람은  없는 사건이 한국에서 일어납니다. 
 
영화 이태원살인사건은 97년 실제 일어난 사건을 재구성한 영화입니다.
12년전 일이고  그 당시 신문과 TV를 보고 살지 않아서 이 이태원 햄버거가게 살인사건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알지 못합니다.

이태원 햄버거 가게 살인 사건(위키백과)

의 글을 보니  정말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네요
 
사건은 이렇습니다.
한명의 한국인외모를 지닌 미국적자와  한국계 혼혈인  10대 둘이서  살인을 보여주겠다며  화장실에 있는  한국청년을 잔인하게 죽입니다.   둘은  그자리에서 도망쳤지만 미육군범죄수사대인 CID에 한국계혼혈인이 잡히고  소파계정이 있음에도 왠일로 미군이 순순히 한국검찰에  용의자를 보내줍니다. 미 육군이 수사를 다 마쳤고  자백까지 받았습니다.  
뭐 이쯤이면  수사끝이죠. 그런데  한국 검찰은  한국계 혼혈인 대신에  미국적자를 지목합니다.  이렇게 한국과  미국의 수사기관이 다르게 판단된  이 사건은  무능한 한국 수사기관에 의해 무죄판결을 받거나  재판이 끝나고 새롭게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한국계혼혈인에게 출금금지 연장신청을 해야하는데 그걸 하지 않아서 그는 유유히  해외로 출국해 버립니다.  
 
살인범은 둘중 하나인것은 분명한데  누구인지를 몰라서 둘다 풀어줘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살해당한 청년의 가족들만  눈물을 흘리게 했던  12년전에 일어난  한국수사기관의 무능함을  적나라하게 담은 사건입니다
 
 
영화 내용을 살펴보면 
 
영화는 실제 일어난 사건을 각색해서 보여줍니다. 위에서 말한 멕시칸 아버지와  한국 어머니를 둔 피어슨(장근석분)
이고  한국계 미국적자인 좀 뚱뚱한 용의자가  알렉스입니다.  영화는 시작되자마자  살인사건을 덤덤하게 담고  용의자와 수사기록을 미군이 한국검찰에  보내옵니다.   이게 왠떡입니까.  골치아픈 수사고  미국인이 개입된 사건이라서 소파같은 복잡한 행정절차가 끼어들어 있어 짜증날뻔한 사건이었지만 미군이 수사 다하고 피어슨이 범인이라고 스스로 자백하고  살인흉기까지 보내옵니다.   한국검찰은 좀 조사하고  그냥 살인죄로 기소하고 손털면 됩니다.
 
그러나 박검사(정진영 분)는 이상하게 피어슨이 범인이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그 이유는 법의학의사의 소견이 큰 작용을 했는데요.  살해당한 청년이 저항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죽은것으로 봐서 
한번에 재압한 덩치가 큰 사람일것이라는 소견때문이죠.(스포 아닙니다. 예고편에 다 나온 내용이니)  그리고  검찰은  미군의 수사와 정 반대로  미국적자인 알렉스를  범인으로 지목합니다.  
 
이후 사건은 이상하게 돌아갑니다.  피어슨이 아닌  스스로 경찰에 출두한 알렉스를  수사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검찰의  수사는 알렉스에 초점을 맞추고 조여들어갑니다.   알렉스 황당하죠.  목격자가 되겠다고 경찰에 왔는데 범인이라고 하니   그리고 피어슨과 알렉스는 서로 저놈이 죽였고 난  그저 세면대에서 손을 씯고만 있었다고 똑같이 그러나 상반된 주장을 합니다.     둘중 한명이 죽인게 맞다고 서로 인정하지만 서로 자기는 죽이지 않았다고 하는 상황
이런 상황을  해결할수 있는것은  범인이 빠져 나가지 못하게 물증을  제시하면 됩니다
그러나 한국검찰은 물증을 제시하지 못하고  심증을 위주로 사건 실제 목격자가 아닌 주변 친구들의 증언들을 묶어서 기소합니다. 1심에서는  검찰이 원하는 대로 되었지만  98년 대법원에서는  알렉스가 확실한 용의자인것은 인정하나 100%살인했다고 말할수 있는 물증이 충분하지 않기에  무죄추정의 원칙에 의해 무죄선고를 내리고  고등법원으로 보냅니다.
 
그리고  알렉스, 피어슨 둘다 풀려나고   피의자 가족은 통곡을 합니다.
순간 울컥하더군요.  저런 멍청한 수사기관때문에  살해당한 청년을 또 살해 시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무능한 수사기관과  검사의 독단을  꼬집다.

영화에서는  피어슨과 알렉스 둘중 어느 누구를 편들지 않습니다.  또한 결론도 현실처럼 누가 범인이라고 지목하지 않고  뒤끝을 흐리면서 끝냅니다.  가끔 자신이 범인이라는 힌트를 주긴 하지만 그 힌트가 정답이 없는 힌트이기에  큰 의미는 없습니다. 관객에게 사실 내가 범인이야~~ 라고  낚시질만 할뿐이죠. 영화를  둘중 한사람이 범인이라고  확신하고 본다면 이 영화의 재미를 떨어트립니다. 그냥 관찰자 입장에서  보면 아주 재미있습니다.
 
한국경찰은  살인사건이 나자마자  사진을 30분 찍더니  검사가 오기전에 깨끗이 청소해버립니다.
햄버거가게 장사해야한다나? 수사의 A.B.C를 모르는 한국경찰이죠. 사건현장 자체가 하나의 지문인데  아주 깨끗하게 닦아버립니다.  이후에  박검사가 알렉스를 지목하지만   확신은 없습니다.
 
박검사가 믿는것은  법의학 소견뿐이었고   알렉스를 검찰이 범인으로 지목하자 재력가인  알렉스 아버지에 의해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해보자고 검사에게 제안을 했고  그 결과  알렉스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나와 더 확신을 하게 되죠. 거짓말 탐지기는 98%의 적중률이 있지만 2%의 오차가 있기 때문에 참고자료만 될뿐  결정적인 포렌식도구는 아닙니다.  그 2% 오차때문에 애먼사람이  옥살이를 할수 있기 때문이죠.
 
영화는  미국의 CID가 범인으로 지목한 피어슨과 한국검찰과 거짓말 탐지기가 지목한 알렉스의 상반된 수사기록으로 갑니다.  박검사는  친구의 조언대로 누가 용의자인지 구분이 안갈때는  둘다 기소를 하는 방법이 있었지만 왠지모를 확신으로 피어슨 감싸기에 돌입하고  알렉스는 빵빵한 변호사를 고용해서  증인들을 매수하는 뉘앙스를 살짝 풍깁니다.
 
영화는  양쪽의 주장과 헛점을 골고루 보여주면서  관객에게  끝까지 누가 범인일까? 하는 수수께끼를 내면서 
영화에 몰입하게 합니다. 뭐 아시겠지만 영화는 정답을 내거나 결말을 내지 않고 끝난다는것을 다 알고 있지만 
그 과정이 참 흥미롭게 그려집니다.  그리고   둘다 석방되는 모습에서는  무능한 경차,검찰 그리고 사법부까지 
한국 수사기관과 사법부가 그렇지뭐~~~ 라는 자조어린 한숨을 내게 만듭니다.
 
우리나라는 증거가 최우선으로 여기는 증거우선주의 국가입니다. 아무리 확증이 있고 목격자가 있다고 해도 
물증이 최우선이죠.  이 이태원 살인사건은  물증도 있고 목격자도 있습니다. 그러나 살해현장을 목격한사람은 단 한사람
그러나 서로 저놈이 죽였다고 하면서 양쪽의 주장이 팽팽하고 누가 죽였는지 확실하지 않으면  죄를 추궁할수 없다는
맹점도 있습니다.  
 
물론 애먼사람을 함부로 죄인취급 하면 안될것입니다. 둘중 하나가 죽인것은 확실한데 물증이 없다고 풀어줘야 하는 법이라면  그 법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이건 한국사법부의 무능이라기 보다는 한국 법의 맹점이죠
 
결국 둘다  풀어준 꼴이 되고  대법원에서 검찰의 수사를 비웃는듯 판결이 뒤집히는 바람에  
닭쫒던 개 지붕만 쳐다보던 검찰이  다른 닭을 쫒아야 했지만 멍때리고 있다가  출국을 막지 못하는 우둔함을 보여줍니다.(이 부분은 영화에서는 다르게 그려냅니다)
 
 
사이코패스 장근석?  그건 아닌데

이 영화 저예산 영화입니다.  지원한곳의 이름중  영화진흥위원회도있더군요.  뭐 홍보팍도사나  홍보플러스
홍보하러 놀러와에서 홍보 목적으로  장근석이  재롱좀 떨어주면 홍보가 잘되었겠지만  홍보 안했습니다.
그렇다고   영화에서 스타배우가 있는것도 아니구요. 장근석이 그나마 가장 스타급배우입니다 정진영도 있지만 
파괴력이 있는 배우는 아니죠.   몇주전  장근석 사이코패스라고 해서 인기검색어가 올라오던데 저는 이 영화 잘 몰랐을때  장근석이 범인인줄 알았습니다. 
 
영화에서 장근석은  영어대사 몇마디만 합니다.  어떻게 보면 주연은 아니고 조연정도라고 볼수 있습니다.
오히려  알렉스가 더 분량도 많아 보이기도 하구요.  박검사가 주연이라고 할수 있죠.  장근석의 연기는  크게 좋다고 할수 없습니다.  연기에 겉멋이 들었다고 할까요. 왠지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천사와 악마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는  모습은 좋더군요.   장근석의 대단한 연기를 보러간다면 실망하실 것입니다.  
 

 
 
무능한 수사기관과  유전무죄 무전 유죄를 동시에 다루다

영화속에서 박검사의 수사는 헛점 투성이 입니다. 
변호사의 주장에 움찔거리기도 하고 현장검증하면서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구요. 그러나 피어슨이 범인이 아님은 확신합니다. 마치 피어슨 변호사같이요.   그러나 알렉스 또한 헛점이 많구요. 그 헛점을  빵빵한 변호사집단으로 매꿉니다.
 
 
생각꺼리가 많은 영화
 
이 영화 정말 기대 한푼 안했습니다.
뻔한 내용이고 둘다 무죄로 풀러난다는것 다 알고 예고편만 봐도  뭔 내용인지 대충 알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그리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으면 헛웃음도 많이 나오고  저런식으로 해서  살인하고도 빠져나갈수 있구나 하는 법의 맹점과 수사기관의 아집과 무능과 독선을 지켜보고 있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식으로  용의자를 패서 자백을 받아야 하는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사건은 둘중 한명만 족치던지 둘다 족치면 될텐데 문제는  이 두 용의자가 한국인이 아니라는것에  있습니다.  둘다 한국인이었다면  정답을 어떻게든 냈겠죠. 물론 영화에서는  검찰이 답을 제출하지만  법원이 틀렸다고 채점을 합니다.  답은 맞을지 몰라도  풀이과정이 명확하지 않은 이유겠지요. 
피어슨과 알렉스가 아닌  철수,동수였다면  빼도박도 못한 확실한 증거를 만들고 자백까지 확실히 받아서  누군가는 지금까지도  감옥에서 살고 있겠죠. 
 
미국과 한국과의 관계와  10대의 객기 그리고  무능한 수사당국과  돈으로 판결을 뒤집을수도 있다는 뉘앙스등
영화는  단순한것 같지만 생각꺼리를 많이 주는 영화입니다.  정말 기대 안하고 봐서 그런지 참 재미있게 봤네요.
강력추천은 못하지만 추천해드리는 영화입니다. 영화는 기교같은것 없습니다. 다만 법정드라마의 재미는 듬뿍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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