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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일본인이 한국의 1회용 건전지들의 삶을 들여다 보다

by 썬도그 2009.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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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photohistory.tistory.com2009-06-24T02:10:110.3810

한국의 20대들은 참 착합니다.  사회에서 스펙을 요구하면 스펙 쌓기 경쟁에 아무런 저항 없이  참여하고  등록금 많이 내라고 하면  그냥 많이 냅니다.  어차피 자기가 벌어서 등록금 내는 학생들 많지 않기 때문이죠.  거기에  나라 경제가  어렵다고  대기업들이 징징되서  초봉을 대폭 삭감해도    인상은 쓰지만  그래도 취직된 것이 어디냐면서  좋아합니다.


한국의 20대들은 참 착합니다.  자신들이  착취당하고 있다는것도  기성세대들이  20대를 만만하게 보고  있다는 것도 잘 모르나 봅니다.  얼마나 착한지  국가와 정부가 요구하는대로  따라줍니다.  그리고  착한 30대가 될 것입니다.

단 한번 서울이 성이 잔뜩 난 적이 있었습니다.
작년 6월 10일  1백만 명 이상이 모인  광화문과 덕수궁 남대문까지의  그  촛불 든 시민들 중 많은 20대를 전 봤습니다.
이렇게 모일 수 있는데 왜 그렇게  집에 있었는지 궁금할 정도였습니다.   작년의 촛불시위는 10대들이 불꽃을  일으켰고 그 불꽃을   20대들이 바통 터치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한국의 20대도  충분히  자기표현과 의사를 표출하는구나 했으나

정작  20대 자신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에는  침묵과 외면과 원자화되었습니다.


작년  성난 서울의  시기에  한 일본인 저널리스트이자 사회운동가이자 전직 펑크록 밴드 리더이자 보컬인  아마 미아 카린이 한국에 옵니다.   이 아마미아 카린은 독특한 이력을 가진  30대 여자분입니다.  먼저 20대 때에 유신적 성숙이라는 우익 펑크밴드를 만들었던 우익청년이었던  카린은 좌파 20대 영화감독에게서 받은 비디오카메라 한대 때문에 삶의 진로를 대폭 수정합니다.  비디오카메라는  카린의 거울이 되었고 카린의 행동을 객관화시키고 카린의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북한에  가서  철없는 행동을 하던  우익청년 카린은  갑자기 공허함을 느끼며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려고 합니다.
지금은 좌익적인 활동을  하고 있지만 어쩌면  카린은 인본주의자가 아닐까 합니다. 어렵고 힘들게 사는  비정규직의 삶을 들여다보고 관심 가지면 좌익이 되는 한국의 모습처럼 카린도  좌익이라는 낙인이 찍히죠.


좌익에서 우익으로 변절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듣보잡 소리로 발끈한 변희재 씨도  그렇고  많은 사람들이 좌익에 있다가  돈과 권력이 생기면 우익으로 돌변합니다.  어쩌면 그런 행동은 자연스러울지도 모릅니다.  또한  좌익의 옷을 입고 있으면서 우익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도 많고요.  저도 나이 들고  돈과 권력이 많아지면  또 언젠가는 우익 편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그런 일을 최대한 늦추려고 노력을 하겠죠.   하지만 우익에서 좌익으로  삶의 방향을 바꾸는 사람은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이 책은  88세대라는  베스트셀러를 쓴 우석훈 씨의 소개글과 맺음글이 앞뒤로 있습니다.
우석훈 씨도 우익에서 좌익으로 변절한 사람을  본 것은  카린이 처음이라고 하네요


일본 르포작가의   성난 서울 체류기

만국의 프레카리아트여!  공모하라.

영어 단어 ‘precarious(불안정한)’와 ‘프롤레타리아트’를 합성한 말이 프레카리아트다.  불안정한 노동현장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파견직, 노숙자를 프레카리아트라고 말한다.  카린은  매거 폰을 잡고  일본 내의 프레카리아트들에게 외친다
일어나라. 일어나라~~    카린의 복장을 보면  노동운동가 답지 않게  휘황찬란하다. 메이드복이나  줄무늬 스타킹에 로리타 패션으로 무장한  30대의 카린,  너무 튄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런 그녀의 튀는 복장과 행동이  비정규직의 구심점이 되는 것은 틀림없다.

한국의  비정규직들이 구심점이 없어서  민주노총 밑에서  적자의 모습으로  활동하다 정규직이 되면  바로 떠나버리는 모습, 거기에  내가 못나서 비정규직이라는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무능한 내 탓이라는  자괴감에  휩싸여 있을 때  힘이 되고 구심점이 되어줄 스타급 지도자가  없는 게 한국 노동운동의 현실이라면   일본은  카린같은  구심점이 있는게  좀 부럽기는 하다.   카린같은 여자가 한국에 한 명 있는데 이 분은  상업활동분야에서만 튀는 행동을 하는  낸시랭이라고 있는데  낸시랭이  노동운동을 하면 카린과 같이 되지 않을까 한다.

이 책 성난 서울은 카린이 짧은 서울 체류 동안  한국의 비정규직 노동운동과  삶, 대안들을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카린이 편집위원으로 있는 일본  좌파계 역  잡지인   주간 금요일에 연재된 내용을 번역한 책이다.

이 책은  한국의 노동운동 현실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을  카린의 시선으로 담고 있는데  일본의  노동현실과 비정규직 삶을 요목조목 비교하면서 적고 있다.    한국이  좀 더  비정규직들이 강하고 운동의 에너지가 큰 반면 구심점이 없다면 일본은  에너지는 작으나  각 지역별로 세분화가 지도체계가 잘 되어 있다고 말하고 있다.


기업주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노갈등이 존재하는 한국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하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노동계에도 적용된다. 노동자의 적은  예전엔 착취하는 기업가들이었으나 최근에는 노동자의 적은  노동자다.  비정규직 혹은 파견업체 직원들이  자신을 고용한  (비록 법적으로는 책임이 없어도) 기업인에게 불만 사항을 말하려고 하면 먼저 가로막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정규직들이다.
사회의 양극화가 크다 보니  극과 극이 만나려면 중간에  만나야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중 하나가 정규직들이다.
정규직들은  비정규직이 뭉치고  대우를 좀 더 받는다 치면 시기하고 질투한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비정규직들이 더 좋은 대우를 받아야  정규직도 덩달아서 더 좋은  대우를 받는데  우리들 정규직들은 그렇지 못한다.    비정규직의 대우가 좋아디면 멸시하기 바쁘다.   비정규직 주제에~~~

최근의 한국의 정규직 특히 간부급 정규직들은 마치 자기가 고용주가 된 모양 인양 행동한다. 그래 봐야 어차피 회사 어려우면  정리해고 대상인  피고용 주일뿐이다. 그나마 한국이 일본보다 나은 점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생각을 안 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우리와 달리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멸시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의 우익들 중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너희 나라고 돌아가라고 하는 사람도 분명 있다.


한일 양국의 공통점,   취직 못하는 게  내 탓이다!!

일본의 90년대를  로스트 제너레이션이라고 한다.  거품경제가 꺼지면서  취직도 못하고 30살이 넘어가도록 편의점 알바 등을 하면서 지내는 프리터족,  그러나 먹고사는 데는 그런대로 문제가 없다. 문제는  먹고살 수는 있어도  결혼하고 애를 낳을 수도 없다. 모아놓은 돈이 없기 때문이다.  두 사회 모두 공통점이 있다면 자신이 취직을 못하는 것이  무능력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오늘도 도서실에서 수년째 공무원 시험에 도전한다.  그러면서  이 사회 시스템이 과연 옳은 모습인가
우리들 20대의 책임만 있나?  정말 내가 못나서 이렇게  취직을 못하고 해도  알바나 하는 것일까?
거기에 30대들은  자의식이 없고 뭉치지도 않고 자기주장도  못한다고 손가락질이나 하고. 정말 짜증 나는 일만 있는 게  20대들이다. 그런데 이 모습은  쌍둥이 사회인  일본과 한국이 너무 닮았다.

유럽은 어떤가.  프랑스는 한국의 비정규직법과 비슷한  최초 고용계약법을  만든다고 하자  고등학생까지 참여한 3백만명이 참여한  폭력시위로 까지 변질된 시위를 통해서  최초고용계약법을 취소하게 만들었다.

책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20대가  이렇게 무기력한 것은  아마도  부모들이 20대 전체를 먹여 살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서양과 달리 우리들은 결혼 전까지  부모에게 얹혀산다. 그러다 보니 몸은 어른이지만 생각은  언제나 수동적이고  부모 기생적 삶을 살고 그 삶 속에서 자의식도 약해진다.


88만 원 세대의  우석훈 씨와의 대담


이 책은 주파수가 같은 듯 닮은 한일 양국의 사회운동가인 카린과 우석훈 씨의 대담이 들어 있다.
이 책의 최고의 백미가 아닐까 한다.  서로 닮은 듯 살짝 다른 한일 양국의 노동계 현실과 이유와 미래를 담고 있는데
그 내용이  참으로 씁쓸하다 못해 착잡하다.   책에서는  한국의 20대들은 지금처럼 궁상만 떨다가 그저 그런 30대가 되면서  20대의 굴레를 탈피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냥 나이 먹고 30대가 되는 게   무신경한 20대를 벗어나는 유일한 탈출구라는 글을 읽으면서  한숨이 내쉬어진다.



대안문화를 만나다.

책 중간쯤에 스쾃 예술과   수유+너머라는  코몬 집단체를 소개한다.  이런 대안 예술운동 등을  통해  노동과 삶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하고 있다.  가난한 사람에게  그 고통을 덜게 하는 것이 밥이 아닌 철학이라는 말이 있듯이  한국 내의 인문학 멸시 풍조와 황금만능주의의 팽배가   잘못된 모습으로  한국이 나아가고 있다고 살짝 지적한다.


우석훈 씨의 마무리가 더 좋은 책 성난 서울

카린의 서울 방문기를 통해서 우리 한국의  노동현실과 일본의 노동현실을 비교하고  지적하고  평가하고 객관화시켰다면
카린의 가볍고도 때로는 유쾌한  글쓰기에 진중함을 넣은 우석훈 씨가 쓴 맺음말은 이 책의 좌우익이 되고 있다.
우석훈 씨는  맺음말에서  카린이 성난 서울의 모습, 에너지가 넘치는 서울을 보고 갔지만  지금 2009년 5월 현재  서울은 성나지 않고 동면 서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몇몇 식자들이 지적했듯이   화를 표출하지 못하고 속으로 삮이다가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없나 보다는 자괴감과 자멸 감으로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이 보일까 봐 걱정이라고 하고 있다.
사실 그런 사람도 많고 나도 그런 생각이 요즘 많이 든다.

너무나도 착한 한국의 20대와 한국의 노동자들, 노동자와 노동자가 싸우는 모습, 그 모습을  보면서 입 가리고 웃고 있는 고용주들,  자신도 피고 용주면서 고용주라고 착각하고 사는 노동자들,   이 책은  88세대를 잇는  따끔 한 한국사회에 대한  충고 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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