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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반골 소녀 허지웅의 대한민국 표류기

by 썬도그 2009.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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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photohistory.tistory.com2009-04-02T00:38:520.3610

전 이상하게 나 보다 어린 사람이  나 보다 글을  잘 쓰는 것을 보면  시샘이 많이 나더군요.  나보다 어린 사람이  돈도 더 많이 버는 것은  부럽지도 시샘도 없지만 이상하게  글을 잘 쓰면 시샘이 납니다.    글 쓰는 것을 업으로 하는  기자나  작가 같은  분들은 제 시샘의 대상이 되지 않지만  블로거라는 동질감이 드는 사람에게서는 시샘이  마구 샘솓습니다.

허지웅(일부러 경어를 쓰지 않을게요)은  영화기자입니다. 필름 2.0에 있다가  잠시 GQ라는  자본주의 찬양 잡지에 근무하다가 욕 많이 먹고  뛰쳐나옵니다. 그리고 지금은 영화잡지 프리미어의 기자입니다. 하지만  허지웅이란 이름은 저에게 기자보다 먼저 블로거 허지웅으로 다가왔습니다

ozzyz review  소녀 허지웅의 블로그

소녀 허지웅이라는  자기소개글에 오타쿠의 내음이 진하게  나오더군요.  그리고 몇 개의 글을 읽으면서  판단을 내렸죠.
오타쿠다.   이후 한RSS 인기글로 올라오는 그의 글을 통해 접하면서   허지웅의 글쓰기에 탐복했습니다. 어떻게 저렇게 글을 잘 쓰나
작가나  칼럼니스트 해도  되겠다(기자는 작문실력이 없어도 되는구나 ^^) 싶을 정도였죠.  그의 작문실력을 보면   마치 킬패스를 해주는 베컴 같았습니다. 필요할 문구에 적절한 단어를 배치하여 간결체로 담아냅니다. 다만 너무 어려운 단어 현실세계에서는  자주 사용되지 않는  한문 조합으로 만들어진  단어들이  가끔 나오는 것은 좀 그렇더군요.


블로거 허지웅

허지웅을 말할 때 블로그를 빼면 그를 완전하게 묘사할 수 없습니다.  저 또한 블로거로 먼저 알고 그가 기자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습니다. 허지웅은 인기 블로거입니다. 한RSS 구독자 숫자가 1872명이라는 숫자가 그의 인기를 증명합니다.
하지만 안티도 참 많은 블로거입니다.  그건  그의 인기와 정비례합니다. 호불호가 분명한 블로그이죠.  그건 거침없고 직선적이고 우회하지 않고  할 말을 다 해버리는  허지웅 성격이 블로그에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허지웅의 글은 상당히 날카롭습니다.  김구라식의 막말은 아니지만  우리가  주저하는 부분을 시원스럽게  건드려주고 조롱합니다.
세상을  시니컬하게 보는 반골기질이 그를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 됩니다. 그의 블로그 글들을 보면  불닭 갔다고나 할까요?

매워서 연신  땀을 뻘뻘 흘리고 힘들고 아프(매운맛은 맛이 아니라 아픔이라고 하죠)면서도   다 먹고 나면 또 먹고 싶은 중독성 강한 맛이 느껴집니다.  허지웅은 세상에 순응하면 죽은 것이라고  어른이 된 것이라고  조롱하며 영원히 소녀로 살고 싶어 합니다. 소녀 허지웅은 감수성이  풍부합니다.  시시때때로 웁니다. 울고 웁니다.  사내자식이 그렇게 울면 쓰냐~~ 라는 말은  허지웅에게 통하지 않습니다.   남자는 이래야 한다라는 식의 세상의 잣대를  발로 차 버리는 사람이니까요.

그가 책을 냈습니다.  대한민국 표류기

책 표지와 구성

책 표지에 대한 말이 많더군요. 대부분  구리다.  심했다 식의 악평이 많습니다. 그런데 저는 책 표지가 너무 맘에 들었어요.
다른 밋밋한 표지들의 수많은 책 보다 확 끌어당기는 매력 있는 책 표지입니다.  이  그림은 걸리버 여행기에서 아이디어를 생각해서
그린듯한데요. 저 소인국에 누워있는 분이 혹시 허지웅?     책은  3 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작은 사람들의 나라,  큰 사람들의 나라, 하늘을 나는 섬의 나라 
이것은 걸리버 여행기를 패러디한 것입니다.

제1부 작은 사람들의 나라 - 릴리퍼트 기행
제2부 큰 사람들의 나라 - 브롭딩낵 기행
제3부 하늘을 나는 섬의 나라 - 라파, 발니바르비, 럭낵, 그럽덥드립, 일본 등의 나라 기행
제4부 말들의 나라 - 휴이넘 기행

구성은 좀 문제가 있더군요.  먼저 작은 사람들의 나라는  허지웅의 기자생활 전과 기자생활 중의 고시원 생활을  밀착 취재하듯 자세히 그립니다. 글을 읽다 보면  고시원의 생태계의 느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입니다.   허지웅의 여자 친구와의 이별과  자살기도의 과정도 그려집니다.  또한 성에 대한 쾌활한 묘사도 보이고요.

큰사람들의 나라에서는  허지웅이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시니컬한 가진 것 없는 자가  세상에 대한 증오심이 밑바탕이 된  글들이 상당히 많이 보입니다.  허지웅은 좌파입니다.  그리고 떳떳하게 좌파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계급적 위치도 모르면서 자기 계급과 전혀 다른 보수정당의  후보를  대통령으로 찍는 모습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그 이유를  아주 명쾌하게 읽어냅니다.
허지웅의  냉철하고  폐부를 뚫고 지나가는  통찰력은  대단합니다.  세상이 움직이는 시스템을  꽤 차고 있습니다.  우리 보통 대중들이  보여주는 것만 보고 사는데 반해  기자라서 그런지 아니면 통찰력이 좋아서 기자가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세상을 매트릭스로 규정하고 니들은 지금 속고 살고 있는 거야~라고 말하는  모피어스 같은 글들을 쏟아 냅니다.

그리고 하늘을 나는 섬의 나라에서는
영화기자 로쓴  영화평론들이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의 구성은 좀 문제가 있습니다.   작은 사람, 큰사람 까지는 어느 정도 일관성이 있습니다. 자신의 정체성과 생각을 잘 담는 편입니다. 하지만 하늘나라에서의 영화평론의 뜬금없음은  줄 잘 서서 기다리가 가 갑자기 새치기가 끼어든 모습과도 같아 보입니다.
차라리 이 영화평론에 대한 부분을 빼고 책 제목대로 대한민국에 대한 이야기를 더 넣었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이 책은  소녀 허지웅이 치열한 20대의 자신의 삶을 담습니다.  허지웅은 평균적인 삶을 산다고 주장하지만   솔직히 허지웅같이  사는 20대분이 평균이라고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허지웅은 근거도 없이 평균이라고 하네요.  대한민국의 20대의 중심이라고 허지웅은 생각하지만 저는  허지웅이란 갓 30대가 된 분이   결코 20대의 평균점이 아니라고 봅니다.  차라리 허지웅의 대한민국 표류기였다면  이해가 가나  대한민국 표류기라는  제목은  일반적이고 많은 사람이 공감 가는  20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오해하기가 딱 좋습니다.  책 제목에 대한 오점이라면 오점이 좀 커 보이네요.

다시 말하지만 이 책은  허지웅의  자전적인 에세이 정도로 봐야 할 것입니다. 이 책에서 글들은  그의 블로그의 글을 반 정도 옮기고 반은 직접 썼다고 하더군요.   차라리 책을 위해서  따로 글을 썼으면 어땠을까?   독자로써 좀 욕심을 내봅니다.

20대는 사라진 것이 아니다.

이 책의 매력은  20대를 향한 따끔한 충고들이 곳곳에 녹여 있습니다. 흐리멍덩한 시선을 거두고 총명하고 또렷한 시선으로 세상을 응시하라고 다그칩니다. 그리고 20대의 존재감 없음을  적어냅니다.  20대 문화도 없고  20대의 목소리도 없고, 20대가 즐길 대중문화도 거의 없고  88만 원 세대라고 불리는  20대의 불쌍하고 측은한 삶을 담습니다.   저도 제 블로그에서 한국의 20대들은  과연 있는 것일까?라는 글들을 몇 번 썼었습니다.  선거 때는 보수정당의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던 20대,  대통령 선거 끝난 지 3개월 만에  대학 등록금 반값으로 내려달라고  종로에서 시위를 했던 그 대학생들을 보면서  전 비웃었습니다.

자기들이  만든 세상 누굴 탓하나. 

그리고  5월 촛불시위 때  사라진 20대를 찾는 10대들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6월  10대가 사라진 청계천 광장에 20대가 몰려듭니다. 그리고 그 6월의 첫날의 처절한  전쟁과 같았던 광화문 앞 거리는  20대들의 생채기들이  여기저기에 묻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20대는 죽지 않고 사라진 것이 아니구나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20대를 지나면서 느낀 허지웅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이제는 30대가 되어버린 저자,  하지만 지금 힘든 시기를 보내는 20대분들에게 어느 정도 힘이 되어줄 것 같습니다.

허지웅이 대한민국에서 표류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세상에 적응하지 않기 안주하지 않기.
순응하지 않기. 이런 반골은 어디든 정착할 수 없습니다.  편안한 영혼보다는  유목민처럼 정처 없이 떠 돌아다니는 게 허지웅의 삶의 목표인 듯 이 책은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서 까인 상처들이 가득한 책입니다. 책 속의 허지웅은  날 선 모습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날 선 시선으로  무고한 사람을 베는 것이 아닌 권력자, 부정부패자, 기독교, 이명박 대통령을 향한 날섭입니다.

이 책은 후한 점수를 주긴 힘들 것 같습니다.  책은  재미있습니다. 술술술  중독성도 있습니다. 글도 재미있습니다.
무엇보다  구어체 표현, 생동감 있는 2009년 온라인에서 말해지는 단어들이 많이 보여 친근감도 많습니다.

그러나 책에 대한 성의 부분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많습니다.  차라리 허지웅을 책 제목에 전면에 내세워 개인적인 소견을 적은 책이라고 했다면 지적하지 않겠지만   책 제목에 대한 성의가 좀 많이 아쉽네요.   허지웅에 대한 인지도 탓이었나요? 
허지웅이란 이름 꽤 유명한 이름인데 흠.

이 책은 허지웅을 알고 소녀 허지웅의 매운맛을 잘 알고 즐겨 찾는 분이라면  추천해 드립니다. 다만  반 정도는  그의 블로그에 있는 글이니 이점 감안하시고요.   그러나  허지웅이란 분을 잘 모르신다면   그들에게는 듣보잡일 텐데요.  허지웅을 모르는 분들은  그의 글이 큰 공감을 가지게 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글들의 연속성이 많이 없어서 튀는 레코드판처럼 A면 첫곡듣가가 갑자기 바늘이 튀어서 B면 3번째 곡을 듣는 느낌입니다. 블로그의 글을 통째로 퍼오면 모르나  중간중간에서 곳감 빼 오듯 해서 욱여넣어서  연속성과 배경음이 실리지 않아서 이해하기가 힘든 구절도 많습니다.   세상을 삐딱하게 보고 싶고 왜 이 놈의 세상 이모양 이 꼬락서니냐고  한숨 쉬는 분들에게  추천해 드립니다.  같이 세상을 향해 쌍욕을 해줄 친구가 이 책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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