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문화가 있는 날'이라서 무려 2편의 영화를 연달아 봤습니다. 문화가 있는 날에는 오후 5~9시 사이 영화 관람료가 7,000원인데 여기에 카드 할인까지 해서 3,500원에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썬더볼츠>와 <거룩한 밤>을 봤습니다. <썬더볼츠>는 요 근래 나온 마블 영화 중 가장 뛰어난 영화였습니다. 기대 이상의 재미에 깜짝 놀랐네요.
그러나 <거룩한 밤>은 별 기대가 없었습니다. 안 봐도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예상 가능한 영화였습니다. 요즘 볼 영화가 없어서 카드 할인을 사용할 일도 적어서 본 것도 있습니다.
너무나도 싼 티 나는 영화 <거룩한 밤>
각본과 감독이 같습니다. 모두 임대희 감독입니다. 이 감독의 전작들이 뭔가 봤더니 2015년 <헬머니> 각색이 전부네요. 이 분은 2000년대 초에 단편 영화를 만든 전력이 있지만 무려 20년 넘게 연출 경력이 없다가 이 영화 <거룩한 밤 : 데몬 헌터스>로 입봉을 합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기획 영화의 감독은 제작사 특히 <빅펀치 픽처스>라는 마동석이 좌지우지하는 제작사에서 꽂아 내린 감독일 뿐이죠.
문제는 이 감독이 각본까지 썼네요. 그래서 그런지 각본이 아주 간단하고 저렴합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한국에서 사이비 주술 집단이 경찰까지 때려잡는 괴이한 현상이 일어납니다. 보통 오컬트 영화는 특정 사람들에게만 영향을 주지 이렇게 대규모로 사람을 죽이고 경찰까지 죽이는 일은 없습니다. 규모는 엄청 큽니다. 그래서 경찰과 총격전을 하나 했는데 그게 끝입니다.
그냥 배경만 화려하게 하더니 정원(경수진 분)이라는 정신과 의사 여동생인 은서(정지소 분)가 주술에 걸렸는지 악귀가 몸을 지배합니다. 이에 정원은 한 신부의 소개로 '거룩한 밤'이라는 데몬헌터스를 찾아갑니다. 이 데몬헌터스는 총 3명으로 바우(마동석 분)이 탱커가 되어서 물리적 힘으로 다 날려 버리고 김군(이다윗 분)은 촬영을 담당합니다. 그리고 샤론(서현 분)은 악귀를 몸에서 꺼내는 역할을 합니다. 이 3명이 정원의 전원주택애서 은서 몸에 있던 악귀를 끄집어낸다는 이야기가 전부입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도 예상했지만 보면서도 이 제작진과 마동석은 영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지 않는구나 생각이 들 정도로 영화 참 저렴하게 만들었네요. 먼저 영화 만듦새가 너무 싼 티가 납니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경계선에 있을 정도로 영화 전개나 편집 연출이 아마추어 느낌이 너무 강하게 드네요. 대학교 졸업 작품도 이보다는 잘 만들게 할 정도로 영화 전체의 만듦새가 너무 성기네요.
대표적인 장면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장면들이 너무 많습니다. 뭐 예상은 했지만 그럼에도 너무 많고 심합니다. 이걸 적절하게 유머로 승화시키려고 노력은 하지만 그래도 자연스러워야지 이건 고추장 퍼먹다가 갑자기 설탕 퍼먹는 등 톤의 밸런스가 전혀 없네요.
개연성이랄 것도 없이 영화 줄거리는 복잡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영화가 일정한 톤을 가자야 빌드업이 되는데 빌드업이 안 됩니다. 왜냐하면 마석도 형사 아니 바우 때문입니다.
대충 쓴 시나리오에 마석도 형사 욱여넣은 <거룩한 밤>
퇴마술사인 거룩한 밤 팀 구성도 이상합니다. 바우가 강력한 물리적 힘으로 퇴마술을 쓰는 사람들을 쓰러트리고 귀신이 씐 사람 몸속에서 악마를 끄집어내는 역할을 샤론이 합니다. 여기까지 뭐 그렇다고 칩시다. 이다윗이 연기하는 김 군은 왜 카메라로 촬영하는지도 나오지 않고 카메라 맨으로 등장합니다.
그거 기록해서 돈을 벌 목적인지 뭔지 나오지 않습니다. 차라리 각자의 특기가 있으면 좋은데 한 명은 보조역할로만 나오네요. 영화 <거룩한 밤>은 오컬트 영화에서 본 수많은 장면을 엮어서 대충 만든 영화입니다. 보다 보면 많은 오컬트 영화의 장면들이 떠오릅니다. 좀 더 색다른 액션과 행동을 보여주면 좋은데 너무나도 기시감이 가득 듭니다. 그럼에도 규모가 좀 컸으면 하는데 영화가 활동하는 물리적 범위가 너무 적습니다.
먼저 전반부는 정신병동에서 왔다 갔다 하다가 영화 후반에는 정원의 전원주택에 들어가서 퇴마술을 하고 끝입니다. 규모가 너무 작습니다. 여기에 마동석 형사식의 유머가 간혹 들어옵니다. 보면서 마석도 형사네라는 생각이 절로 나네요. 긴장을 타는 순간 터지는 마동석표 개그가 가끔 나오네요. 차라리 처음부터 코믹 캐릭터로 가던가요. 아니면 입체적인 캐릭터로 그리던가요. 없어요. 다만 영화 클라이맥스에 숨겨진 비밀이 나올 듯하다가 나오지 않습니다. 2편이 나오면 거기서 풀 거 같지만 이 영화는 2편 나오면 절대 안 볼 겁니다. 1천 원 줘도 안 봅니다.
영화가 너무 단순해요.
액션 장면은 너무 적지만 타격감 좋은 액션은 여전히 좋다
우리가 마석도 아니 마동석 영화를 보는 단 하나의 이유는 액션이죠. 액션은 여전합니다. 발차기 전혀 안 하는 권투 액션이 나옵니다. 초반에 잠깐 그리고 후반에 한번 딱 2번으로 빈도수는 너무 약합니다. <범죄도시> 시리즈처럼 수시로 나오는 게 아닙니다. 딱 2~3번 정도만 나오고 없습니다. 분량이 너무 적습니다.
그럼에도 액션의 맛은 좋습니다. 특히 타격감은 엄청 좋네요. 한방 때리면 훅훅 날아가는 모든 액션 장면은 경쾌하고 짜릿합니다. 이건 이 영화의 장점이고 이걸 보려고 많이들 보실 건데 다시 말하지만 분량이 너무 적습니다.
문제는 서현이나 마동석 이 두 배우의 연기가 영화랑 겉돈다는 느낌이 너무 강하네요. 뭔가 영화와 결이 안 맞아요. 반면 이다윗과 특히 정지소의 열연은 안타깝기만 하네요.
정지소인지도 몰랐습니다. 이 배우가 정지소라고 하네요. 열연을 합니다. 악쓰고 얼굴을 사용한 연기는 아주 좋네요. 고생 엄청 했을 겁니다. 출연료를 준다면 이 배우가 다 가져가야 할 정도로 열연을 합니다. 그렇다고 엄청난 연기라고 느껴지지는 않고 고생하고 노력한다는 느낌만 강합니다. 여기에 경수진 배우는 마동석 사단의 배우가 되었는지 <백수 아파트>에 이어서 이 영화에 출연했네요.
거룩한 밤은 거룩한 한방, 거룩한 방 같은 영화
영화 <거룩한 밤>은 싸구려 영화입니다. 영화 전체가 대충 만든 느낌이 너무 강하네요. 시나리오도 연출도 편집도 연기도 정지소와 이다윗 빼고 다 별로입니다. 다만 유일하게 볼만한 건 마동석 표 액션인데 이게 분량이 약하고 큰 재미도 없습니다. 너무 뻔한 액션의 연속입니다.
거룩한 밤은 방에서 퇴마술하는 거룩한 방이자 마동석 표 액션만 있는 거룩한 한방입니다. 비추천합니다.
별점 : ★ ☆
40자 평 : 마석도 형사 IP로 다른 장르의 영화로 만들어본 테스트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