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조작해도 될까요? 이는 사진마다 다릅니다. 연출 사진, 예술 사진 같은 창작의 영역이라면 합성을 하건 크롭을 하건 몽타주로 만들건 자기 마음대로 해도 됩니다. 그러나 보도 사진, 다큐 사진, 기록 사진은 절대로 합성, 편집, 지우기, 과도한 색보정과 색 지우기 등을 일절 하면 안 됩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사진이라는 표현 도구에 매몰된 생각을 하는데 사진은 크게 창작의 도구인 사진과 기록의 도구인 사진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창작의 장르인 소설과 실제 사건을 기록하는 장르인 에세이, 전기, 논픽션 장르가 다릅니다.
그럼 요즘 AI 기능으로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은 조작 사진이라고 볼 수 있냐고 물어보는 분들도 있는데 당연히 조작 사진이죠. 다만 그 조작 사진이 남을 해롭게 하거나 사기를 치는 용도로 활용되면 위법 행위의 증빙 자료가 되지만 개인적인 재미와 개인적인 활용으로만 끝나면 누가 뭐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공신력 높은 다큐 사진, 보도 사진이라면 절대로 스마트폰 AI 기능을 이용해서는 안 됩니다. 심지어 배경을 정리한다면서 행인을 지우는 행위 자체도 조작입니다.
있던 피사체를 지웠던 '스티브 맥커리'의 변명
세계적인 사진 에이전시 매그넘 소속의 '스티브 맥커리'는 '아프간 소녀'라는 사진으로 세계적인 사진가가 되었습니다. 이 '스티브 맥커리'는 다큐 사진작가일까요? 아닐까요? 대부분은 매그넘 소속의 사진가들처럼 기록을 기반으로 한 다큐 사진을 찍는 사진으로 인식하고 있죠.
스티브 맥커리가 촬영한 사진입니다. 아이들이 물 웅덩이에서 축구를 차고 있네요. 물 때문에 더 역동적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 사진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축구공을 차는 아이 뒤에 한 아이가 있습니다. 위 사진이 원본 사진입니다. 그럼 위위 사진은 뭘까요? 주 피사체가 되는 아이를 강조하기 위해서 아이를 지웠습니다. 이런 사진이 한 둘이 아닙니다. 자신의 사진을 위해서 피사체를 지웠습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이게 뭔 문제냐고 합니다만 이는 세상 왜곡입니다. 피사체를 지운 사진은 이 1장뿐이 아닌 수많은 사진이 이런 식으로 피사체를 지우고 색조를 변경하는 등등 '스티브 맥커리' 사진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자 '스티브 맥커리'는 스스로 인정했습니다. 사진에서 피사체 지우는 것은 맞다면서 자신은 '비주얼 스토리텔러'이지 보도 다큐 사진가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말이 안 되는 소리죠. 지금까지 진실 운운하면서 마치 다큐 사진가로 유명세를 타놓고 걸리니까 생전 처음 들어보는 '비주얼 스토리텔러'라는 단어를 끄집어냅니다. 차라리 예술 사진 쪽에서 허용하는 사진 합성의 세계에서 노셔야지 다큐 사진집단인 매그넘에 있으면서 다큐 사진인척 해놓고는 걸리니까 딴 소리를 하네요.
이후 '스티브 맥커리'에 대한 명성은 물론 매그넘에 대한 칭송도 크게 낮아졌고 저 또한 매그넘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면서 이제는 그들이 뭘 하는지 궁금하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피사체를 지우고 넣는 사진 조작
레닌의 연설 사진입니다. 연단 오른쪽에 한 남자가 서 있죠. 그런데 오른쪽 사진에는 없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조작 사진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런 사진은 다 보도 기록 사진입니다. 기록에 손을 대면 안 됩니다. 이는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죠. 이런 일은 참 많습니다.
히틀러가 독일선전영화를 만드는 여성감독 '레니 리펜슈탈'을 만나고 있습니다. 선전장관 괴벨스도 뒤짐을 지고 서 있네요. 그런데 최측근인 괴벨스가 사라진 사진이 세상에 공개됩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과거에도 이렇게 있는 피사체를 지우는 사진이 많았습니다.
이 사진은 시리아 내전을 담은 사진입니다. 오른쪽이 원본 사진으로 동그라미를 친 부분에 비디오 카메라가 보입니다. 그러나 이걸 사진 인화 후에 발견한 사진가가 지워 버립니다. 이것도 조작 사진이죠. 물론 사진에 큰 흠을 주는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만 이 비디오카메라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큽니다.
저 병사에게 포즈를 요구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종군 사진기자나 보도 사진기자가 인물에게 재현을 요구하기도 하고 연출을 하기도 합니다. 안 그런 것 같죠? 제가 목격한 몇몇 사례를 봐도 사진기자들은 재현을 요구할 때가 많습니다. 한 마디로 그림 만들기 위해서죠. 그러나 그런 모든 것이 조작입니다. 직업윤리를 저버린 행위죠.
반대는 어떨까요? 피사체를 지우는 게 아닌 넣는 겁니다. 위 사진은 남북전쟁 당시 셔먼 장군 사무실에 장교들이 모여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러나 애틀란타에서 전투 중이던 한 장교가 참석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오른쪽 사진처럼 오려서 넣었습니다. 엄연한 조작 사진이죠. 그 시간 그 장소에 그 사람이 없었다면 그 자체로 담아야지 이렇게 없던 사람을 넣으면 안 됩니다.
크롭도 사진 조작일까?
제가 이 글을 쓴 이유는 어제 한 정치인의 재판에서 나온 사진 이야기 때문입니다. 크롭을 해도 사진 조작이냐는 주장에 뭔소리인가 했네요. 크롭이라는 용어는 잘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사진 확대를 해도 조작이냐고 합니다. 쉽게 말해서 원본 단체 사진에는 10명의 단체 사진이 있는데 이 사진 중 유명 정치인과 비리가 있는 사람만 확대 부분 크롭해서 두 사람이 연관이 있고 같이 골프를 쳤다고 하는 주장이 합당하냐는 겁니다.
그럼 크롭 사진도 조작일까요? 사례를 보죠.
위 사진은 '앨비스 프레슬리'와 3명의 남자가 함께 기타치고 노래하는 모습입니다. 사진 제목은 '백만 달러 4인조'입니다. 별 문제가 없어 보이죠.
그런데 이게 원본 사진입니다. 여자가 피아노에 걸터 앉아 있었는데 이를 크롭 해서 없앴습니다. 그래서 좀 논란이 있었죠. 그러나 큰 문제는 아닙니다. 사진이라는 것이 세상에서 일부를 떼어내는 것이고 사진 자체가 크롭이니까요.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현장 공기를 읽는 사진가의 양심입니다.
예를 들어서 시위 현장에서 보수 언론에 도움이 되는 시위대가 경찰을 폭행하는 사진과 영상과 함께 경찰이 시위대를 폭행하는 사진과 영상을 동시에 담았다고 봅시다. 보수 언론은 어떤 사진과 영상을 보도할까요? 당연히 시위대가 경찰을 폭행하는 사진과 영상을 담아서 올리죠.
그러나 현실은 달랐습니다. 시위대와 경찰이 쌍방으로 폭행했습니다. 그럼 다 담아야죠. 그러나 어떤 언론사에 소속되어 있다면 사진기자가 그 모든 것을 다 담을까요? 이때 사진기자의 양심이 작동합니다. 진실을 담느냐. 밥그릇을 위해서 담느냐입니다. 선택의 문제죠. 그러나 보도 사진기자나 다큐 사진가라면 진실을 왜곡하면 안 됩니다.
사진 크롭의 유명한 예시 사진입니다. 위 사진의 진실은 가운데입니다. 그러나 시선에 따라서 왼쪽만 크롭 하면 전쟁의 잔혹함을 담을 수 있고 오른쪽만 크롭 해서 보여주면 포로에게 물병의 물을 먹이는 인도주의적인 모습으로 볼 수 있습니다.
좋은 사진가는 가운데 사진을 담아야죠. 진실을 담아야 합니다. 물론 시선에 따라서 다르게 담을 수 있지만 기록 사진을 촬영하는 사람이 현장의 목격자 인간 CCTV를 넘어서 의도를 가지고 담는 그 자체가 보도사진가로서의 자질은 없다고 봐도 됩니다.
그럼 정치인을 징역 살기 위한 목적으로 원본 사진에서 크롭한 것은 사진 조작이 아닐까요. 조작일까요? 어제 2심 재판관은 조작이라고 말했습니다. 말도 앞 뒤 다 자르고 문맥 무시하고 한 문장만 떼어내서 해석하는 것이 문제가 되듯이 사진도 원본 사진을 크롭 해서 제출하는 건 증거로서의 능력이 떨어집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원본 사진이 있었다는 점이죠. 없었다면 또 다른 판단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만 의도가 들어간 크롭 사진임을 알 수 있는 원본 사진이 있어서 조작이라고 판단을 할 수 있었습니다.
영국 가디언지의 1986년 광고입니다. 한 스키헤드 청년이 양복 입은 산사에게 달려듭니다. 여기까지 보면 강도구나 생각했을 겁니다. 그러나 머리 위에 있던 벽돌이 쏟아지는 걸 미리 본 청년이 신사를 살리기 위해서 달려가는 장면이죠. 진실은 이겁니다.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달려가는 청년.
그러나 한국 언론들은 어떨까요? 청년이 강도짓을 위해서 달려가는 모습까지만 담고 강도 행각이라고 보도하죠. 이런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그나마 요즘은 너도나도 카메라를 들고 다녀서 교차 검증이 가능하고 오히려 역공이 되어서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였지만 어차피 세상 사람들은 믿고 싶은 것만 믿기에 그대로 밀고 나갑니다.
있는 그대로를 담아도 한쪽 시선만 담는 것도 사실 왜곡이고 사진을 크롭 해서 의도를 가져도 사진 왜곡입니다. 이는 누구나 가지는 상식의 생각이지만 요즘은 우기면 진실이 되는 괴이한 세상이 되었네요. 생각하기를 멈춘 좀비 같은 사람들이 넘치는 세상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