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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연기 배틀과 연출이 볼만한 영화 승부 꽤 볼만한 영화

by 썬도그 2025.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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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잘 모릅니다. 다만 조훈현 9단은 압니다. 조씨들이 바둑을 평정하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조훈현, 조치훈 이 두 이름은 바둑을 잘 몰라도 당시를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이름입니다. 그러니까 80~90년대는 바둑이 참 인기가 높았습니다. 신문에는 바둑 기보가 실리고 어른들은 바둑이나 장기를 많이 두었습니다. 지상파에서는 수시로 바둑 경기를 소개할 정도로 바둑은 국민 스포츠 중 하나였습니다. 

 

이 바둑의 인기를 이끈 사람은 조훈현 9단입니다. 80년대 초중반만 해도 한국은 한중일 3국 중에 가장 하수의 국가였습니다. 일본이 고수 그다음이 중국으로 양 국가가 바둑의 강국이었죠. 이 변방의 국가에서 조훈현이 1989년 제1회 응씨배에서 중국 국수를 꺾고 우승을 차지합니다. 바둑 기사 최초로 카 퍼레이드를 했던 분이기도 하죠. 

조훈현 9단과 제자 이창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승부>

영화 승부

영화 <승부>는 참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원래 이 영화는 넷플릭스에서 공개될 넷플릭스 영화였습니다. 대대적인 오픈 준비를 하던 중에 악재가 터졌습니다. 바로 이창호를 연기하는 유아인이 불법 행위를 하면서 퇴출되었습니다. 아마도 앞으로 연기로 복기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당연히 이런 악재를 무시하고 넷플릭스에서 공개가 되기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2년 동안 묵혀 있던 영화 <승부>가 넷플릭스가 아닌 영화관에서 개봉을 했습니다. 
감독은 김형주 감독으로 영화 <보안관>으로 2017년에 입봉 한 감독입니다. 영화 <보안관>을 무척 재미없게 봐서 별 기대를 안 했는데 이 감독 칼을 갈았네요. 어?? 김형주 감독 영화가 맞나 할 정도로 찌를 때는 찌르고 뒤로 물러서고 차분해질 때는 또 차분해집니다. 아주 장단을 잘 맞추고 노는 것이 연출이 무척 세련된 영화입니다. 

 

솔직히 이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고 저 같은 40대 이상 분들이나 바둑에 관심 많은 분들은 결말이 어떨지 알 수 있습니다. 저도 물론 잘 알고 있었죠. 그런데 알고 봐도 재미있을 정도로 연출이 아주 좋네요. 

영화 승부

이야기의 배경은 80년대 초부터 시작합니다. 조훈현 9단이 응씨배에서 한중일 국수들을 모두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하자 국보급 대우와 인기를 받고 있을 무렵이었습니다. 한 꼬마가 당찬 기세로 바둑으로 어른들을 물리치자 조훈현 9단이 퀴즈를 주면서 이 기보를 풀면 자신과 대국을 할 수 있다고 하죠. 

 

이 꼬마가 바로 이창호입니다. 바둑 신동인 이창호는 며칠 후에 그 퀴즈를 풀어서 우편으로 보냈고 조훈현 9단은 직접  전주까지 내려가서 이창호와 바둑을 둡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박보검이 연기한 택이가 바로 이 이창호를 모델로 삼은 캐릭터입니다. 그렇게 이창호의 천재성을 발견한 조훈현 9단은 연희동 자택에서 먹고 재우면서 내제자로 키웁니다. 

 

그렇게 이창호는 조훈현을 스승으로 모시면서 한솥밥을 먹으면서 무럭무럭 자라다 너무 이른 시기에 아직 학생이 이창호와 조훈현이 바둑 결승에서 수차례 만나기 시작합니다. 청출어람의 이야기가 영화 <승부>의 전부라면 이 영화는 너무 뻔한 영화겠죠. 그러나 이 영화는 그 이후까지 담고 있습니다. 이게 이 영화의 핵심 재미입니다. 

공격 축구의 조훈현, 수비 축구의 이창호의 숨 막히는 대결

영화 승부

단언컨대 바둑 하나도 몰라도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알고 보면 좋지만 바둑을 모르고 봐도 이해할 수 있게 영화 초반에 바둑 용어를 자막으로 알려줍니다. 바둑 잘 모르는 저도 쉽게 볼 수 있기에 바둑 모른다고 안 보일 이유는 약합니다. 영화 <승부>는 사제지간의 대결이자 바둑 스타일의 이야기가 펼쳐져 나옵니다. 

 

조훈현 9단은 맹수같이 달려들어서 찌르고 찢고 파괴하는 전신 즉 전투의 신입니다. 공격적인 바둑이자 기세를 무척 중시합니다. 또한 승리를 앞에 두면 다리를 떨고 심지어 노래까지 불러서 대국 상대를 긁는 행동을 합니다. 비매너라고 할 수 있지만 룰에는 저촉되지 않습니다. 심지어 줄담배를 피면서 둬도 됩니다. 이렇게 시비를 걸고 멱살잡이를 하는 화끈한 공격 바둑을 두는 기사가 바로 조훈현 9단입니다. 

 

반면 이창호 9단은 상대가 시비를 걸고 싸움을 걸어도 최대한 지지 않는 확률을 확인하면서 둡니다. 애 늙은이 바둑이라고 할 정도로 느리게 둡니다. 축구로 말하면 수비축구 탁구로 치면 수비를 잘하는 탁구 선수 같습니다. 반집이라도 승리는 승리라는 생각 아래 모든 기보를 계산하고 최대한 안전빵으로 둡니다. 이는 저와 비슷합니다. 오목을 둘 때 전 3개가 이어 가기도 전에 2개만 연결해도 하나를 막아 버립니다. 애초에 씨를 심지 못하게 두죠. 공격 바둑, 수비 바둑을 두는 두 사람의 갈등이 영화 가득 나옵니다. 

영화 승부

보통 스승과 제자의 바둑 스타일을 닮을 수밖에 없습니다. 스승이 그렇게 가르치니까요. 영화에서 조훈현은 제자 이창호에게 자신처럼 따라 하라고 다그칩니다만 이창호는 자신만의 바둑을 발견하고 수비 스타일의 강태공 바둑을 두는 과정의 갈등구조가 참 재미있습니다. 

영화 승부

그리고 도드라지게 나오지 않지만 서봉수 9단을 롤모델로 한 남기철의 특기가 상대방을 따라서 두는 바둑입니다. 이러다 보니 상대방 분석을 아주 잘합니다. 이창호를 이끈 것도 이창호에게 져서 서러운 짐승의 울음을 내던 조훈현을 다시 세운 것도 남기철 기사입니다. 이렇게 3명의 바둑 기사의 물고 물리는 싸움이 참 볼만합니다. 

 

두 연기 잘하는 배우의 연기 배틀이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하다

영화 승부

유아인, 이병헌 배우의 공통점은 2개가 있죠. 하나는 둘 다 비호감입니다. 둘 다 사생활이 안 좋죠. 이 이미지는 평생 갈 겁니다. 또 하나는 두 배우는 한국을 대표하는 연기 잘하는 배우이기도 합니다. 이병헌은 배우 자체의 사생활 때문에 좋아할 수가 없지만 연기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합니다. 이럴 때마다 현타가 오죠. 

 

인간 이병헌은 싫은데 배우 이병헌의 연기는 너무 잘할 때 말아죠. 둘을 분리하고 봐야 하나 그럼에도 감안해서 봐야 하나 고민이 됩니다. 물론 연기를 못하면 아예 영화나 드라마를 안 보겠죠. 그러나 연기는 도 기가 막히게 합니다. 2시간 동안 두 배우의 연기 배틀이 펼쳐집니다. 이병헌이야  연기 잘하는 건 하늘도 해외에서도 잘 알지만 유아인도 이 이병헌의 연기에 막상막상한 연기로 불꽃티는 연기 대결을 합니다. 과도할 정도로 클로즈업을 많이 사용하는데 두 배우의 흐트러짐 없는 표정과 연기에 탐복을 하게 되네요. 

 

연출도 꽤 좋은 영화 <승부> 넷플릭스 땅을 치고 후회할 듯 

영화 승부

넷플릭스용 영화로 제작한 영화가 주연 배우의 일탈 행위로 2년 동안의 장고를 거치게 됩니다. 그런데 그 '장고 끝에 악수'가 아닌 '장고 끝에 신의 한 수'를 두었네요. 넷플릭스가 땅을 치고 후회할 정도로 현재 흥행 기세가 좋습니다. 평일에 9만 명이면 주말에는 20~30만 명 정도가 들고 쉽게 손익분기점을 넘길 듯합니다. 

 

이 영화는 두 주연 배우의 연기와 함께 미술팀과 연출이 무척 좋습니다. 제가 일부러 80년대 분위기가 하나도 안 나면 지적하려고 했지만 없습니다. 거의 없어요. 아니 전 발견 못했습니다. 1980년대를 생생하게 기억하는 저에게는 80년대 그 분위기를 잔뜩 느끼게 하는 모습이 참 좋더라고요. 얼마나 고증이 철저한 지 89년에 큰 인기를 끌었던 브랜따노 혹은 이랜드에서 나온 긴팔 카라티를 유아인이 입고 나오는 모습에 깜짝 놀랐습니다. 어디서 저 옷을 구했을까 할 정도로 당시 고증이 너무 좋네요. 

 

또한 중요한 승부 해서 과도한 카메라 워크를 사용하지도 않고 간결하면서도 확실한 연출을 잘 보여줍니다. 정적인 스포츠인 바둑을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서로의 흐름과 기세를 연결하는 연출도 무척 좋네요. 주말에 보기 좋은 가족 영화이자 괜찮은 영화 <승부>입니다. 꽤 단단한 영화더라고요.

 

별점 : ★ ★ ★☆
40자 평 : 연기의 승부를 보는 듯한 뛰어난 두 배우의 연기와 연기를 춤추게 하는 꽤 기세 좋은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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