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넷플릭스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서 내놓은 영화 <일렉트릭 스테이트>는 <어벤저스>를 만든 루소 형제가 연출을 한 SF 영화입니다. 기대가 많았지만 동시에 넷플릭스가 만든 영화 중에 재미있는 영화를 거의 보지 못해서 반신반의하면서 봤습니다. 그리고 그 결론만 말하면 돈만 많이 쓴 뻔한 영화입니다. 볼만은 합니다. 다양한 로봇이 나오고 스토리를 좀 비틀었지만 그럼에도 인간과 로봇의 대결을 담은 다른 영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너무 1차원적인 것이 가장 큰 단점이네요.
1994년을 배경으로 한 SF 영화 일렉트릭 스테이트
왜 1994년이 배경이냐면 이 <일렉트릭 스테이트>의 원작이 그래픽 노블인데 이 원작의 배경이 1997년입니다. 그래서 비슷한 시기인 1994년을 선택한 듯합니다. 그럼 왜 1997년으로 그리지 왜 1994년이냐고 물으면 윈도와 도스의 경계점이 있던 그러니까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중간 지대 느낌이라서 1994년을 배경으로 한 듯합니다.
실제로 영화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PC라는 로봇은 윈도 3.1을 얼굴에 띄웁니다. 지금이야 윈도 3.1이 뭐고 윈도우 95가 뭐냐고 할 수 있지만 이 차이는 엄청난 차이입니다. 예를 들어서 윈도 3.1이 256 컬러의 픽셀 아트 같은 그림을 봤다면 윈도우 95는 총천연색이라고 하는 16만 화소의 트루 컬러로 세상을 담았습니다. 그래서 1994년을 선택한 것 같습니다. 물론 이 차이를 아는 사람은 40대 이상인 분들이죠.
로봇이 반란을 일으키고 인간이 만든 드론이 잠재우다
<일렉트릭 스테이트>는 좀 독특한 설정입니다. 인류는 윈도우3.1을 겨우 돌리는데 로봇 기술만 진화해서 건설, 오락, 서비스, 공장 노동 등등 사회 곳곳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활약을 합니다. 최초로 로봇을 만든 기업은 디즈니입니다. 디즈니가 놀이동산에 투입한 로봇이 최초입니다. 흥미롭죠. 루소 형제를 키워준 것이 디즈니의 <어벤져스>인데 디즈니의 경쟁회사인 넷플릭스에 와서는 디즈니에서 시작되었다는 약간의 디스를 넣었습니다. 뭐 중요한 건 아닙니다.
그렇게 로봇 기술은 발전을 해서 인간과 동등한 위치에까지 오르자 로봇들은 자유를 달라면서 반란을 일으킵니다. 인간은 연전연패를 합니다. 이때 한 박사가 드론 기술을 개발해서 로봇을 물리칩니다.
드론은 인간이 헬멧을 뒤집어쓰고 원격으로 제어하는 기술로 로봇처럼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인간의 대리인 역할을 합니다. 뛰어난 드론 기술을 앞세워서 로봇의 반란을 잠재우고 인류와 로봇은 평화협정을 맺습니다. 로봇은 특정 지역에서만 활동할 수 있게 하고 인간은 집에서 드론을 조종해서 일도 하고 헬멧을 뒤집어쓰고 가상의 세계에서 오락도 즐기는 대리만족의 삶을 삽니다.
주인공은 미셸(말리 바비 브라운 분)입니다. 교통사고로 동생과 부모님을 잃고 위탁 가정에 삽니다. 반항아로 발목에 위치추적기를 달고 살죠. 이 미셸 앞에 동생이 좋아하던 코즈모 로봇이 갑자기 나타납니다. 코즈모 로봇의 말을 들어보니 자신을 보낸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고 재촉하죠. 미셸은 이는 동생이 어딘가에 살아 있다는 메시지라고 생각하고 코즈모 로봇과 함께 서부로 여행을 합니다. 그리고 로봇들이 모여사는 금기시되는 지역을 들락거리는 택배 트럭 운전사인 키츠(크리스 프랫 분)와 함께 동생 찾기 여정을 함께 떠납니다.
좀 이해가 안 가긴 합니다. 키츠는 자신의 창고가 다 박살이 나고 이 미셸을 도울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함께 모험을 떠납니다. 죽은 줄 알았던 동생이 살아 있다는 암시를 받은 누나와 전직 군인이었던 택배 기사의 모험극이 <일렉트릭 스테이트>입니다. 스토리 자체가 그다지 특별할 것도 재미있는 것도 없습니다. 게다가 로봇 영화의 흔한 주제인 인간이란 무엇일까? 하는 철학적 질문도 약합니다.
시각 효과와 디자인은 뛰어나나 내용이 너무 부실한 <일렉트릭 스테이트>
시각 효과는 꽤 좋고 유닛들의 디자인도 꽤 좋습니다. 특히 드론들이 헬리콥터처럼 날면서 총을 쏘는 아이디어는 창의적이네요. 또한 원격 조정하는 인물들의 얼굴이 비추는 모니터 모양의 얼굴 표현도 좋고요. 이 설정 때문에 로봇과 드론이 다른 객체임을 바로 알게 해 줍니다. 이외에도 특수효과나 CGI는 아주 뛰어납니다. 다만 이 영화는 이런 약간의 볼거리 말고는 너무 뻔한 스토리 진행이 큰 걸림돌이 됩니다.
서사는 누나의 내리사랑이 대부분인데 마지막 결정이 큰 공감을 받지 못합니다. 드론으로 인해 인간과 로봇이 동등한 대결을 하게 되고 휴전을 했음을 넘어서 인간들이 드론에 너무 의존한 폐해를 잘 담아야 하는데 이게 잘 그려지지 않습니다. 애플 비전프로 같은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에 접속해서 가상의 세계에 심취한 사람들의 문제점을 부각해서 이 드론과 가상세계에 중독된 사람들로 인해 사회 문제가 드러나고 커져야 하는데 이게 거의 안 보입니다.
그런데 헤드 마운드 디스플레이를 벗고 진짜의 삶을 살고 인간끼리 서로 접촉하는 삶이 진짜의 삶이라고 하는 설교가 와닿지가 않네요. 그리고 이런 주제는 너무나 많이 사용했던 내용이라서 식상한 것도 있습니다. 공감대 형성이 잘 안 되는 스토리가 이 영화 <일렉트릭 스테이트>의 가장 큰 단점입니다.
로튼토마토 지수를 보더라고 평론가 점수는 썩은 토마토네요. 볼만은 합니다. 워낙 시각 효과가 좋아서 눈요기를 할 정도로 좋긴 한데 내용이 영 별로네요. 키츠 역을 한 크리스 프랫은 더불 주연이 아닌 전형적인 사이드킥 캐릭터로 나오는 것도 별로네요. 이 키츠라는 인물에 대한 과거 이야기는 없고 동료 로봇과의 티격태격만 보여주네요.
그렇다고 액션이 엄청 많고 화려한 것도 아닙니다. 차를 메고 가는 장면에 홀딱 반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별 액션도 없고 액션 자체도 큰 재미가 없습니다. 엠 허스트 박사로 나오는 '키 호이콴'은 아카데미 남우조연상까지 받은 배우라면 좀 더 오래 나왔으면 하는데 너무 짧게 나오고 공부 잘하는 동양인 역할로만 끝나는 것 같아서 이것도 아쉽습니다.
보면서 역시 넷플릭스는 영화는 참 못 만든다라는 생각을 또 하게 되었네요. 넷플릭스의 딸인 '밀리 바비 브라운'과 '크리스 프랫' 그리고 루소 형제 감독이 투입되어도 넷플릭스 영화는 대박내기 어려운 듯합니다.
큰 기대 없이 보시면 볼만합니다. 그러나 너무 공감대 낮은 이야기가 영화 후반의 감동 구간에서도 멀뚱히 보게 되네요.
별점 : ★ ★
40자 평 : 로봇과 인간의 대결 서사를 비튼 신선함은 있지만 공감대가 낮은 것이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