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0일 독일 라이카 본사가 있는 베츨라에서는 매년 개최되는 라이카 오스카 바르낙 사진공모전(LOBA)이 개최되었습니다. 가끔 시상식 형태가 달라지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기성 작가 중에서 1명, 신인 사진작가에서 1명 총 2명을 선정합니다. 올해도 2명의 남성 및 여성 사진작가가 선정되었습니다.
이탈리아 사진작가 Davide Monteleone의 중요 미네랄 사진 시리즈
사진공모전은 대부분 사진 1장으로 승부하죠. 그런데 사진의 맹점은 사진 그 자체에 있습니다. 한 장의 사진으로 그 사진가의 사진 스타일이나 주제를 모두 담을 수 없습니다. 특히 다큐멘터리 사진은 1장으로 승부할 수 없고 스토리를 다 담으려면 연작이나 시리즈로 담아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 LOBA(라이카 오스카 바르낙 어워드)은 사진작가에게 주는 상이라서 사진 시리즈를 심사합니다.
올해는 이탈리아 사진작가 Davide Monteleone의 중요 미네랄이라는 사진 시리즈가 대상을 받았습니다.
이 사진 시리즈는 우리와 무관하지는 않습니다. 코발트, 구리, 리튬, 니켈 이 광물 이름을 듣고 배터리를 연상했다면 이 분야에 깊은 관심을 가진 분들입니다. 특히 코발트는 콩고에서만 나는 광물이라서 전 세계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코발트 없는 리튬 이온 배터리를 만드려고 합니다.
이 리튬 이온 배터리 중에서도 전기자동차 배터리가 사용하는 광물의 양은 어마어마합니다. 특히 한국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인 2차 전지 산업에서 이 천연 광물 확보는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래서 포스코 같은 경우는 우유니 사막으로 유명한 볼리비아에 거대한 리튬 생산 기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이 2차 전지는 풍력 및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저장하는 저장고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ESS 전기 저장소입니다. 한국에도 ESS가 많죠. 이 ESS에는 거대한 배터리가 컨테이너에 가득 쌓아 놓은 형태입니다. 다만 화재가 많이 나고 아직 기술 성숙도가 높지 않아서 화재 사건이 많습니다. 전기자동차도 마찬가지고요.
전기의 단점은 이걸 저장할 수 없다는 겁니다. 생산하자마자 바로 소비해야 합니다. 그래서 전국 전기 생산량을 관제하고 공급을 잘해야 합니다. 특히 신재생 에너지는 햇빛이나 바람이 불어야 생산이 가능한데 이게 일정하지 않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 불균형을 바로 생산하고 바로 끌 수 있는 화력 발전이 담당합니다. 그래서 수소가 ESS 배터리 창고 역할을 해야 합니다. 남는 전기를 수전해 기술로 물에서 수소를 추출해 냅니다. 그렇게 추출한 수소를 전기가 필요할 때 공기 중 산소와 만나게 하고 그때 발생하는 전기로 전기자동차가 달리는 것이 수소전기차입니다.
그래서 수소 전기 생태계가 미래라고 하지만 아직까지 미래가 다가오려면 좀 멀어 보입니다. 지금은 생산한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2차 전지 밖에 없네요. 물론 수소전기자동차가 보급되고 의무화되는 시기에는 배터리 산업도 많이 축소될 겁니다.
Davide Monteleone는 2차 전지의 재료가 되는 광물이 나오는 콩고, 칠레, 인도네시아를 다니면서 그 지역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이거 쉽지 않은 시선입니다. 이쪽에 관심이 많아야 담을 수 있고요. 사실 우리가 편하게 사용하는 광물 재료들 그 지역 초토화 시킨다고 할 정도로 광물 생산 지역에는 엄청난 공해와 피해를 발생한다고 하잖아요.
중국이 리튬 및 수많은 희귀 광물 캐면서 그 지역은 많은 피해를 받고 있는 것을 우린 잘 모르죠. 작가는 중국을 뺀 나라들을 주로 사진으로 담았네요. 사진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이런 배터리 재료가 되는 광물을 캐면서 수많은 문제를 담담하게 담고 있습니다. 먼저 광물을 캐면서 발생하는 오염된 물이 엄청나게 발생합니다. 또한 이 독극물도 흐립니다. 노동자는 신발도 없이 맨발로 일합니다. 깨끗한 미래를 위한다면서 우리가 타고 다니는 전기차 재료를 캐기 위해서 한 지역은 더러워지는 아이러니를 담고 있습니다.
사진의 역할이 여기에 있습니다. 목도하는 힘. 우리가 먹는 고기가 어떤 과정을 통해서 식탁에 오르는지 장황한 글로 설명해도 와닿지 않지만 도축 과정을 담은 사진이 주는 충격은 아주 큽니다. Davide Monteleone는 우리가 잘 모르는 배터리 재료를 캐는 과정을 사진을 담고 그 공백을 영상으로도 보안했습니다. 위 사진은 콩고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기계가 코발트를 채굴하는 것이 아닌 직접 사람이 캐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신발을 신고 있는 노동자도 있지만 맨발로 작업하는 노동자도 많습니다.
위 3장의 사진은 칠레의 리튬 생산지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리튬은 염전처럼 햇빛에 말려서 정제해서 만들어 냅니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물을 소비한다고 하죠. 실제로 리튬 생산을 시작하면서 아랫마을이 물 부족으로 시위를 했다는 뉴스도 가끔 들려옵니다.
아름다운 땅이 채굴로 인해 붕괴되고 있습니다.
요즘 니켈 함량이 높은 하이니켈 전기차 배터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니켈 함량이 높으면 에너지 밀도가 높아진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주행거리가 더 늘어납니다. 니켈은 인도네시아에서 많이 생산됩니다. 위 사진은 인도네시아 솔라웨시 남동부 몰라웨 지구 안탐 철광의 풍경입니다. 숲이 박살이 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니켈을 가공하고 정제하는 노동자들이 출근을 하고 있습니다.
전 예술의 한 의무 중 하나는 사회적 환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진으로 세상을 돌아보게 하고 낯 뜨거운 민낯을 보게 하고 진실과 현실을 알게 해주는 역할을 사진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강 작가가 5.18 민주화 항쟁과 4.3 사건을 재조명하는 것처럼요. 그게 전 한강 작가의 훌륭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인 사진작가 상을 받은 마리아 구추의 고향 시리즈
신인 사진작가상은 '마리아 구추(Maria Guțu)'의 고향 시리즈가 받았습니다. 구추 작가는 몰도바 공화국에서 태어났습니다.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입니다. 높은 실업률과 미래가 안 보이는 것이 일상입니다. 그래서 지난 20년 동안 인구의 4분의 1이 일자리를 찾으러 다른 나라로 떠났습니다. 고향에 남겨진 사람은 떠난 사람들의 아이들과 노부모들입니다. 마치 한국의 농촌 지역과 비슷한 풍경이기도 하네요.
이 사진 시리즈의 배경은 2019년에서 2023년으로 고향을 흑백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흑백으로 찍는 이유는 흑백 영화와 오래된 사진을 좋아하는 취향의 영향도 있지만 색상보다는 빛과 인간의 감정을 잘 담을 수 있어서 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컬러 사진은 유행병 같은 색감으로부터 자유롭죠. 색이 아예 없고 명암만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진 안에 담긴 빛과 피사체에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사진작가 구추는 조국에 대한 증오와 사랑이 동시에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친절하고 개방적이고 자연과 함께 하지만 동시에 여전히 가부장적이고 부패와 빈곤과 어두운 미래에 대한 분노심도 가득합니다.
모든 것이 경쟁으로 결론 나니 시골보다 도시의 경쟁력이 높고 잘 사는 나라가 경쟁력이 높기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몰려 살게 되고 있네요. 이 사진을 보니 우리의 지방의 현재를 보는 느낌도 드네요.
출처 : 오스카바르낙 어워드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