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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한국여행

바람도 멈춘듯한 한적함의 최대치 파주 삼릉

by 썬도그 2024.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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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이라는 나라는 유교를 믿는 국가였죠. 불교였다면 지금보다 더 화려한 역사적인 공간과 조형물이 가득했을 겁니다. 숭유억불정책으로 불교를 무척 탄압한 국가가 조선입니다. 유교의 가르침 덕분인지 조선은 참 검소한 나라였습니다. 상업을 천박하게 여겨서 상업이 발달하지 못했죠. 그래서 대로도 없고 길도 닦아 놓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주로 뱃길로 물류를 이동했습니다. 

 

부를 축적하지 않았고 안빈낙도를 즐기는 선비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이유로 조선이 남긴 흔적은 많지 않습니다. 거의 대부분이 전각이죠. 그중에서 향교나 왕릉 빼면 조선시대가 남긴 위대한 유물은 많지 않습니다. 유물이 있었다고 해도 6.25 전쟁, 임진왜란 등으로 많이 사라졌습니다. 

찾는 사람이 거의 없는 파주 삼릉 버스도 다니지 않는다 

파주 삼릉

조선의 왕릉은 서울과 경기도에 참 많습니다. 서울에는 거의 없고 대부분은 경기도에 있습니다. 세종대왕릉은 여주에 있죠. 선정릉도 조선 당시에는 서울이 아닌 경기도였습니다. 파주에도 능이 있습니다. 이 왕릉이라는 것이 왕만 묻혀 있는 건 아니고 세자비나 왕비나 왕이 되지 못한 왕족들도 묻혀 있습니다. 

 

파주 삼릉은 인기 조선왕릉은 아닙니다. 교통편도 안 좋습니다. 차 없으면 걸어 거야 합니다. 버스에서 내려서 한 1km 이상 걸어야 합니다. 도로도 사람이 안 지나다니는지 관리가 안 되어 있네요. 

파주 삼릉

사람이 없다 보니 경치도 좋고 소음도 적고 한적해서 좋네요. 현대자동차 파주인재개발센터 근처입니다. 

파주 삼릉

파주 삼릉 앞 버스 정류장입니다. 063번이 다녔나 본데 지금은 변색되어 있을 정도로 오래전에 폐선되었네요. 파주 삼릉을 찾는 사람이 많거나 근처에 마을이 있으면 다닐 텐데 마을과 삼릉은 500m 이상 차이가 있습니다. 

파주 삼릉

평일은 어디든 한적하지만 여기는 더 한적하네요. 주차한 차량들이 꽤 있지만 관리자나 방문객 차량일 듯 합니다. 

파주 삼릉

주말에도 꽉차지 않을 듯하네요. 

파주 삼릉

파주 삼릉은 3릉입니다. 3개의 능이 있는 곳입니다. 

파주 삼릉

입장료는 1,000원이고 카드도 됩니다. 개방 시간은 6~8월은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 30분, 봄가을인 2~5월, 9~10월은 오후 6시, 겨울인 11 ~ 1월은 오후 5시 30분까지 개방합니다. 여기가 다른 곳과 달리 조명 시설도 없고 해지면 위험하기에 해지기 전에 종료해야 합니다.  

 

뱀, 벌 조심이 섬뜩하네요. 요즘 폭염 때문에 말벌이 늘었다고 하죠. 

파주 삼릉

해설사도 계시는데 오전 오후 3회에 걸쳐서 있네요. 그런데 이 해설 사람 없으면 안 하더라고요. 

파주 삼릉

휠체어와 유모차를 대여 받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가 워낙 넓어서 아이들 칭얼거리면 유모차에 태우면 됩니다. 

파주 삼릉

세계문화유산이라서 그러닞 관리는 아주 잘 되어 있네요. 

파주 삼릉

파주 삼릉 역사 문화관은 보수 공사 중이네요. 

 

파주 삼릉

작은 하천이 있는데  아주 잘 정리된 자연 풍광이 가득하네요. 관람객은 저 포함 한 10명 정도였로 아주 적었습니다. 그 마저도 지역 주민이 대부분입니다. 월정액을 끊으면 산책코스 또는 워킹 코스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파주 삼릉

능 이외에 있는 유일한 전각은 이 재실입니다. 지금으로 치면 능 관리소 같은 곳으로 제사 지내는 사람들이 머물면서 제사를 준비하는 공간입니다. 종 9품 참봉이 머무는 곳으로 능을 관리해서 능참봉이라고 합니다. 9급 공무원이 머무는 관리소 같은 곳이네요. 

파주 삼릉파주 삼릉

사무를 하는 공간은 궁이라도 단청을 하지 않습니다. 전각은 3개가 있네요. 

 

예종의 첫 번째 왕비인 장순왕후 한씨의 공릉 

장순왕후 한씨의 공릉

삼릉은 3개의 능이 있습니다. 이중 따로 떨어져 있는 능이 공릉이고 나머지 2개의 능은 가까이에 있습니다. 이 공릉은 독특하게도 길이 90도로 꺾여 있습니다. 

장순왕후 한씨의 공릉

조선 왕릉은 가람 배치가 정해져 있습니다. 예법에 따라서 규모나 위치의 룰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딜 가나 비슷합니다. 
여기는 공릉으로 조선 8대 왕인 예종이 세자 시절 세자빈으로 맞이했던 한씨의 능입니다. 한명회의 셋째 딸입니다. 한명회는 조선 전기의 대단한 모사꾼으로 수양대군의 쿠데타인 계유정난을 설계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한명회는 두 딸을 예종과 성종의 아내로 만들어서 왕의 장인이 됩니다. 한명회라는 인물을 좋아하지 않아서 딱히 큰 감흥은 없네요. 물론 딸이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이 공릉은 삼릉 중에 가장 규모가 작은데 문석인, 석마, 장명등, 석상 등등이  있고 봉분에 두르는 호안도 없습니다. 

장순왕후 한씨의 공릉

1453년 계유정난으로 집권한 수양대군인 세조의 아들인 예종의 아내인 장순왕후 한씨는 세조 7년인 원손인 인성대군을 낳고 산후병으로 17세의 어린 나이에 승하합니다. 17살에 아이를 낳고 어린 나이에 돌아가셨네요. 

장순왕후 한씨의 공릉

이 삼릉의 능이 모두 비슷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남편이 왕이 되기 전에 돌아가셔서 세자비의 능으로 만들어졌으나 추후 9대 왕인 성종 1년에 장순왕후로 추대되어서 능이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장순왕후 한씨의 공릉

이 전각이 바로 제사를 지내는 전각입니다. 

장순왕후 한씨의 공릉

매년 1월 14일에 기신제를 지낸다고 하니 제사 지내는 걸 보고 싶으신 분들은 이때 가면 될 듯 합니다. 1월 14일에 하는 이유는 이 날이 장순왕후가 돌아가신 날이기 때문입니다. 이 기신제는 전주 이씨 대동종약원 경기도지원 분원 봉향회에서 하는데 능 45개 능에서 1년에 한 번 치러집니다. 

장순왕후 한씨의 공릉

지금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조선이 워낙 예법과 제사에 진심이라서 대부분의 유적지들이 이런 죽음과 관련된 곳이 많네요. 

 

장순왕후 한씨의 공릉

공릉을 나오니 순릉 영릉과 산책로에서 택할 수 있었는데 산책로를 돌아봤습니다. 길이는 1.9km이고 60분 소요한다고 했는데 중간에 멈추지 않으면 성인은 한 30분 정도면 돌 수 있습니다.  이 산책로는 동산을 약간 타고 올라가야 해서 약간의 헐떡임이 발생할 수 있기에 등산 싫어하는 분들이나 무릎 안 좋은 분들은 추천 안 합니다. 

 

장순왕후 한씨의 공릉장순왕후 한씨의 공릉

이 산책로는 나무와 길 밖에 없습니다. 그냥 숲 속 길을 걷는 느낌입니다. 왕릉에 많은 소나무가 많다는 것이 좀 다를 뿐 여느 숲과 다를 게 없네요. 

장순왕후 한씨의 공릉

그래서 좀 심심합니다. 중간에 쉼터라 몇 군데 있어서 중간중간 쉴 수도 있습니다. 바로 뒤에 호수가 보이는데 공릉저수지입니다. 공릉저수지 둘레길에 나무 데크길을 만들던데 공릉천과 공릉국민관광단지인 하니랜드와 이 삼릉을 연계하면 어떨까 하네요. 공릉 갔다가 바로 하니랜드 가고 공릉저수지 들리면 딱 좋은데요. 그런데 막혀 있더라고요. 차 있는 분들은 차로 이동하면 되지만 걸어 다니는 걸 좋아하는 분들은 펜스로 막아서 못 가게 해 놓았네요. 

 

장순왕후 한씨의 공릉

심심해서 그렇지 길은 참 좋네요. 지나가는 사람은 딱 두 분 봤는데 사적인 대화를 크게 하다가 저를 보더니 조용해 지더라고요. 여길 자주 들리는지 사람 없다는 걸 잘 아시는 것 같더라고요. 

장순왕후 한씨의 공릉
장순왕후 한씨의 공릉

아쉬운 것이 있다면 단풍 나무가 많지 않다는 겁니다. 물론 단풍이 들긴 하겠지만 단풍나무 구간이 적은 게 아쉬웠어요. 그랬다면 단풍철에 또 들렸을 텐데요. 

 

한명회의 넷째 딸이 묻혀 있는 순릉

순릉

순릉에 도착했습니다. 여기는 왕릉의 규모로 만들어졌습니다. 공릉보다 더 크고 웅장하고 문무석 있고 봉분도 크죠. 여기는 조선 9대왕 성종의 왕비이지 한명회의 넷째 딸인 공혜왕후 한 씨의 능입니다. 공릉이 셋째 딸이었으니 동생이었습니다. 한명회는 딸 둘을 모두 왕비로 만들었네요. 대단한 권세가였습니다. 

순릉

1469년 성종이 즉위하기 전 결혼했다가 성종이 왕이 되자 왕비가 됩니다. 

순릉

보시면 문무석이 있고 각종 조형물이 있고 봉분도 크고 둘레에 돌로 둘렀습니다. 

순릉

저 혼자 이 공간을 다 차지했습니다. 아무도 없고 소음도 없는 공간. 서울에서는 이런 곳을 볼 수가 없는데 여기서 가능하네요. 한적함이 최대 매력이 파주 삼릉이네요. 

순릉

영릉은 바로 근처에 있습니다. 이 길에 단풍나무가 있네요. 여기는 가을에 단풍으로 아름답게 물들겠네요. 

 

영조 첫째 아들이 묻혀 있는 영릉

영릉

장수한 영조의 첫째 아들인 진종과 효순황후 조씨의 능이 영릉입니다. 왕릉의 형태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조성 연도는 삼릉중 가장 늦은 1729년 영조 5년입니다. 쌍릉이라서 능이 2개입니다. 영조와 정빈 이 씨의 아들로 1719년 창의궁에서 태어난 진종은 영조가 왕이 되자 경의 군이 되었다가 바로 왕세자가 됩니다. 그러나 1728년 10살의 어린 나이로 세상을 떠납니다. 이에 영조는 효장세자라고 시호를 내립니다. 

 

1776년 영조는 이복동생인 사도세자의 아들인 정조를 양자로 입양합니다. 정조가 왕이 되자 효장세자는 진종으로 추존됩니다. 이후 대한제국 선포 후인 1908년 진종소황제로 추존됩니다. 어린 나이에 돌아가신 진종의 아내인 효순황후는 1751년 37세에 세상을 떠납니다. 

영릉

이 3개의 능인 공릉, 순릉, 영릉은 다들 어린 나이에 돌아가십니다. 다들 10대에 돌아가셨네요. 어떻게 보면 왕의 권력을 누리면서 세상을 호령했을 수 있었지만 피지 못한 꽃과 같은 분들이네요. 그래서 그러지 이 파주 삼릉은 조용하고 쓸쓸하다는 생각까지 드네요. 

영릉

그러나 죽어서 이런 양지 바른 곳에서 후손들의 손길을 받고 있네요. 그리고 저 같은 한적함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조건을 다 갖추고 있네요. 

영릉

다른 계절에 또 들려 보고 싶은 삼릉입니다. 대중교통이 없어서 한참 걸어가야 하는 점이 좀 아쉽긴 하지만 그래서 찾는 사람이 적어서 좋네요. 

영릉

조선왕릉 분포도입니다. 보시면 서울에 북쪽과 남쪽에 좀 있고 여주에도 있습니다. 파주는 장릉, 삼릉이 있네요. 파주 삼릉은 바람 소리마저 안 들리는 적막하고 한적한 공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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