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화관 가는 발길을 크게 줄였습니다. 매주 1편 이상 보던 제가 이제는 1달에 1편도 볼까 말까 할 정도로 안 가게 되네요. 영화관람료가 너무 비싼 것도 문제지만 볼만한 영화가 크게 줄었습니다. 올여름같이 볼만한 영화가 없던 여름도 없었죠.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는 겁니다.
2022년, 2023년 200억 이상의 제작비가 들어간 대작 영화들이 연달아 실패하면서 영화 투자자들이 잔뜩 겁을 먹고 철수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흥행 실패 이유는 간단합니다. 재미없는 영화!, 높아진 영화 관람료로 인한 대체 서비스 넷플릭스 같은 OTT로 이동이 크죠. 이런 와중에 호평을 받은 영화가 있었습니다. 바로 <핸섬가이즈>입니다.
캐나다 영화를 리메이크한 코믹 주술 소동극 <핸섬가이즈>
<핸섬가이즈>는 2010년 캐나다 영화 <더커 & 데일 vs 이블>을 리메이크한 영화입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영화입니다.그래서 과감하게 리메이크를 했나 봅니다.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영화가 아니라서 손익 분기점은 100~110만 명으로 아주 낮습니다. 보통 한국 영화가 손익분기점이 150만 이상인데 110만 명이면 정말 저렴한 제작비로 제작했고 흥행에 나름 성공해서 177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6월 26일 개봉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지는 못했지만 호평이 꽤 많았습니다.
이 영화도 무려 개봉이 3년이나 늦춰진 영화네요. 보통 개봉이 늦어지면 시의성 때문에 올드한 느낌, 어색한 느낌이 날 수 있지만 영화가 시의성 전혀 반영 안 되는 영화라서 그런지 검색하기 전까지는 3년 묵은 영화인지도 몰랐습니다.
험상궂게 생겼지만 너무 착한 콘셉 하나로 웃기지만 단점인 핸섬가이즈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서 대통령과 경호실장이었던 이성민과 이희준 배우가 주연을 한 <핸섬가이즈>는 단 하나의 콘셉트로 영화 끝까지 웃기는 영화입니다. 이 웃음 베이스에 염소 악마를 넣어서 매콤함을 뿌려 놓았습니다. 먼저 웃음은 시종일관 꽤 잘 터집니다. 먼저 콘셉트 자체가 아주 잘 먹힙니다.
재필(이성민 분)은 상구(이희준 분)과 봉구라는 강아지와 함께 농촌 생활을 하러 지방의 한 저렴한 서양식 저택을 구매합니다. 이 저택에 가는 길에 세계적인 프로 골퍼인 성빈(장동주 분)이 친구들을 데리고 대형 펜션에서 가던 중에 마트에서 만납니다. 성빈의 친구 중에 미나는 이 재필과 상구를 마트에서 마주치고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인상 자체가 험상궂어서 사람들이 멀리 합니다. 이는 경찰도 마찬가지입니다. 박지환이 연기하는 최 소장은 이 둘이 길가에 있는 염소 사체를 치우는 걸 보더니 시체 유기라고 판단하죠.
그런데 이 두 사람은 누구보다도 순박하고 착합니다. 특히 상구는 세상 저런 소프트한 남자가 없을 정도로 부드러움의 끝판왕입니다. 상냥하고 누구든 살갑게 반겨줍니다. 형님인 재필이 좀 말을 막 해서 그렇지 두 사람 모두 누구보다 순진무구합니다. 다만 외모가 우락부락해서 사람들이 겁을 먹을 뿐이죠.
그날도 밤낚시를 즐기던 중에 골퍼 성빈에게 악담을 들은 미나가 강가에서 욕을 하다가 인기척 소리에 놀라서 강에 빠집니다. 이에 재필은 고민도 없이 바로 강에 뛰어 들어서 미나를 구합니다. 그렇게 미나를 자신들의 저택으로 옮깁니다. 깨어난 미나는 납치범들에게 잡혔다고 오해를 했지만 두 사람은 진수성찬을 마련해서 미나의 오해를 풉니다.
미나는 그제서야 이 두 아저씨가 세상 착한 아저씨들이라는 걸 알게 되죠. 그러나 미나가 사라지자 친구들은 미나를 찾으러 나섭니다. 그러나 미나를 위한 것은 아니고 미나가 가져간 성빈의 스마트폰에 각종 악행들이 담겨 있기에 그걸 찾아야 합니다. 이걸 세상이 알게 되면 성빈은 바로 인생이 작살납니다.
그렇게 성빈과 친구들은 이 저택을 둘러보다가 사고로 죽게 됩니다. 여기에 경찰도 신고를 받고 이 저택을 조사하다가 사고를 당하는 등 예측 불허 소동극이 펼쳐집니다. 생긴 것과 달리 착하다라는 이 콘셉트 하나로 영화의 재미의 50%를 끌어갑니다. 이 콘셉트가 잘 먹힙니다. 보통 이런 영화들은 오버와 억지 설정으로 스스로 자빠지는데 이 영화는 연출도 과하지 않고 두 배우들의 연기도 선을 넘지 않아서 웃음의 헛웃음이 아닌 찐 웃음을 유발합니다. 특히 범죄도시로 유명한 박지환 배우의 연기는 아주 인상 깊네요.
문제도 있는데 이거 말고 없습니다. 이거 말고는 또 다른 웃음 종류도 이야기도 없습니다. 그냥 이 컨셉 하나로 웃음을 유발합니다. 그래서 또 하나의 서사를 넣은 것이 악마입니다. 이 저택은 한 외국인 신부가 지하에 악마를 퇴마술로 봉인했습니다. 그런데 이 악마가 5명의 희생자를 이용해서 깨어납니다. 악마와의 대결이 또 하나의 서사입니다. 다만 이 악마 서사는 좀 오버스러운 면도 찐득거리는 점도 있습니다.
핸섬가이즈가 호평을 받은 이유
그럼에도 웃음과 섞이면서 그런대로 좋은 맛을 내네요. 마치 반반 치킨처럼 달콤한 웃음과 매콤한 스릴이 잘 섞여 있습니다. 다들 오래간만에 박장대소하면서 봤다고 하고 실제로 재미있습니다. 다만 엄청나게 재미있냐? 그건 아닙니다. 소소하게 재미있습니다. 특히 한국 영화 특유의 억지와 과장과 개연성 없는 3단 콤보가 전혀 없습니다. 아주 영리하고 잘 절제하고 톤 조절을 잘 했습니다.
2025년까지 대작 영화 개봉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할 정도로 요즘 한국 영화 제작 자체가 크게 줄었습니다. 그렇다고 할리우드 영화가 많이 제작되냐 그것도 아닙니다. 소구 할 수 있는 영상 매체가 늘어나면서 분산 투자를 하고 있고 넷플릭스가 영화 제작의 3분의 1 이상 가져가고 있다 보니 영화관으로 개봉하는 영화가 줄고 있다고 하네요. 이런 와중에 완성도 높고 잘 만들어진 영화는 물론 영화 자체가 개봉이 줄 듯하네요.
<핸섬가이즈>처럼 그럭저럭 잘 만든 영화들이 계속 나오면 좋은데 이런 영화들이 크게 줄었다는 게 아쉽네요.
별점 : ★ ★ ★
40자 평 : 오버하지 않고 절제력이 좋아서 오히려 완성도가 높은 매콤 달콤한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