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콘이 Z6 II 출시하면서 성수동에서 '오래된 취미'라는 팝업스토어를 열었습니다. 니콘이 변했죠. 마케팅 못하기로 유명한 니콘이 요즘은 마케팅 곧잘 합니다. 반면 캐논은 작년과 올해 아니 요 근래 신제품 발표회도 안 하고 이렇다 할 이벤트도 안 합니다. 심지어 SNS 운영도 엄청 못해서 캐논 직원들 다 잘렸나 할 정도입니다.
캐논이 사업 부진으로 인해 한국에서는 캐논 프린터 사업부와 이미징 카메라 사업부를 통합하고 나서 활력이 확 줄었습니다. 여기에 전 세계적인 캐논 카메라 판매 부진으로 올 1분기는 4년 만에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습니다. 저도 닥치고 캐논 카메라 사라고 한 적이 있지만 요즘은 주저거리게 되네요.
특히 캐논 R10, R50, R7은 쓸만한 렌즈가 절대 없어서 구매를 독려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전체적으로 회사가 좀 이상해졌습니다. 이런 와중에 뜬금없이 캐논이 7월 17일 신제품 2개를 공개합니다.
캐논 EOS R1, EOS R5 II 동시 출시
캐논은 소문만 무성했던 2년 전에 나왔어야 하는 그러나 너무나 늦게 나온 듯한 캐논 R1과 R5의 후속 기종인 R5 II를 동시에 공개했습니다. 이 중에서 이 글은 캐논 R1에 대해서만 소개하겠습니다.
캐논 EOS R1 주요 스펙
- 2420만 풀프레임 적층형 BSI CMOS 센서
- DIGIC X & DIGIC Accelerator 화상처리엔진
- ISO 102400까지 지원, AI를 통한 노이즈 감소
- 9600만 화소로 해상도로 올려주는 업스케일링 기능
- 1초에 블랙아웃 없는 40연사
- 사진은 1/2초, 동영상은 3~5초 사전 촬영 가능
- 사전등록한 인물 우선 AF 추적 기능
- 크로스 타입 AF 포인트
- 아이 컨트롤 AF
- 특정 스포츠에 맞춰 훈련된 액티브 AF 모드
- 초점 흐릿한 사진 감지 기능
- 6K 60P RAW 촬영 가능
- 4K 120P 슬로 모션 촬영 가능 (오디오 녹음도 가능)
- FHD 240P 슬로우 모션 촬영 가능 (오디오 녹음도 가능)
- 사진과 동영상 동시 촬영 가능
- 캐논 로그 2 & 3 제공
스포츠 기자와 언론용 프레스 바디로 나온 캐논 EOS R1
2400만 화소라서 실망했다는 소리가 있는데 전통적으로 연사 속도에 목숨 거는 언론 기자용 프레스 바디는 고화소를 지양하고 연사에 좀 더 집중을 합니다. 4,800만 화소 이러면 좋긴 하지만 1장의 데이터 용량이 어마어마하게 커서 촬영 후 후보정 없이 바로 언론사 데스크로 보내야 할 때는 2,400만 화소가 좋죠.
그리고 요즘 언론사들 신문 발행해서 먹고사는 회사 거의 없습니다. 거의 다 온라인 뉴스죠. 스마트폰으로 보는 그 기사들 사진 보세요 고해상도 사진 아닙니다. 따라서 고화소는 필요 없습니다. 상업 사진가들은 해상도가 더 중요하기에 4,800만 화소 바디가 어울리죠. 또한 신뢰성이 높아야 합니다. 뛰어난 내구성 흙먼지 빗물 모두 툭툭 털어낼 정도로 방진, 방적성이 뛰어나야 합니다. 이에 캐논 EOS R1은 고속 연사에 초점을 맞추고 동시에 동영상 기능도 대폭 향상했습니다.
2420만 이면조사 적층형 이미지센서의 효능
디지털카메라의 심장은 이미지센서와 영상처리엔진입니다.
이미지센서는 2420만 화소의 이면조사 적층형 풀프레임 센서입니다. 이면조사형은 포토다이오드라는 집광센서 배선과 메모리 등을 포토다이오드 뒤로 돌려서 집광력을 좀 더 올리는 센서입니다. 소니가 최초 개발했죠. 그리고 최근에는 아예 포토다이오드 집광센서와 회로와 전선 메모리를 넣은 층을 따로 만들어서 2개~3개의 층으로 만드는 적층형 센서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적층형 센서의 장점은 빠른 데이터 전송이 가능해서 뛰어난 연사 고해상도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지만 단점도 있죠. 바로 집광력이 이면조사형 이미지센서보다 떨어져서 노이즈가 더 많이 낍니다.
최근 발매한 니콘 Z6 II은 부분 적층형 이미진센서를 사용했는데 놀랍게도 전작인 Z6 보다 노이즈가 더 낀다는 소리에 사람들이 황당해하고 있죠. 물론 동영상 바디로 사용하면 큰 불만은 없지만 사진용으로는 오히려 퇴화 한 느낌입니다.
캐논 EOS R1은 이면조사에 적층형이라는데 어떤 건지 좀 더 지켜봐야겠네요. 듀얼 게인 센서라는 소문이 있지만 공식적으로 표시는 안 했네요. 듀얼 게인 센서는 DR(다이내믹레인지)가 아주 넓은 센서인데 이것도 지켜봐야겠네요.
블랙아웃 없는 40 연사
새로운 이미지센서를 장착하고 기계식 셔터는 삭제하고 오로지 전자식 셔터만 넣은 캐논 R1은 연사가 1초에 40 연사입니다. raw+jpeg 촬영도 가능합니다. 먼저 전자식 셔터의 장점 중 하나는 블랙아웃이 없다는 겁니다. 연사를 촬영해도 중간중간 검은색이 나오는 블랙아웃이 있는데 동영상에서 스크린샷을 뽑아내는 전자식 셔터는 블랙아웃이 없죠. 그래서 선수들의 움직임을 실제로 보는 듯하면서 촬영이 가능합니다.
최대 100명까지 사진 등록한 얼굴을 자동 추적하는 기능
가장 신기했던 R1의 기능은 최대 100명까지 사전에 얼굴을 등록하면 그 얼굴이 화면에 잡히면 자동으로 추적하는 기능입니다. 스포츠 선수 중에서도 스타 선수가 있는데 이렇게 하면 스타 선수만 AF로 잡을 수 있겠네요.
또한 공항에서 사진 찍는 사진기자들은 일반인 얼굴을 무시하고 연예인들을 추적할 수 있어서 좋겠어요. 이게 가능한 이유는 AI 액셀러레이터라는 영상처리엔진이 추가되면서 AI 기능을 이용할 수 있어서 가능한 듯합니다.
딥러닝 기술로 스포츠 동작을 자동 인식하는 액션 우선 AF
몇 년 전에 캐논 EOS 1D X Mark3로 배구와 농구 경기를 촬영해 본 적이 있습니다. 스포츠 사진 촬영은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먼저 선수가 덩크나 스파이크 같은 걸 예측을 해서 먼저 연사를 때리고 있어야 하나 건지더라고요. 스포츠 동작과 예측을 하지 못하면 결정적 순간을 담지 못합니다. 따라서 그 스포츠에 대한 이해력이 뛰어나야 합니다. 그래서 스포츠 사진 기자들은 스포츠를 많이 보고 이해하고 대비해야죠.
그런데 캐논 R1은 딥러닝 기술로 배구, 농구, 축구 이 3개의 스포츠 동작을 자동 인식해서 피사체에 초점을 맞춥니다. 덩크 동작이 나오면 공과 바디에 초점을 자동으로 맞춥니다. 배구 같은 경우는 스파이크, 토스, 리시브, 서브를 인식합니다. 아무래도 동작이 단순한 스포츠죠. 축구는 슈팅, 헤딩, 긴 패스, 드리블, 클리어링, 키퍼 세이브, 스로인, 슬라이딩 태클을 인식합니다. 대단하네요. 대단해요. 스포츠 기자들 이제 좀 더 편하게 촬영하겠네요.
이외에도 캐논만의 독특한 AF인 눈동자로 AF 위치를 조절하는 아이 컨트롤 AF 기술도 좀 더 좋아졌습니다.
AI 기술로 노이즈를 줄여주는 노이즈 감소 기능
AI 기능이 핵심 키워드네요. AI를 이용해서 노이즈 감소 기능도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AI 기능을 이용하는 것에 비하면 카메라 쪽은 이제 걸음마 단계네요. 이러니 프로들만 사용하거나 점점 카메라 인기가 떨어지죠.
이외에도 9600만 화소까지 업스케일링이 가능한 기능도 들어갔습니다. 이 기술은 새로운 건 아니고 이미지센서 쉬프트 기술로 해상도를 늘리는 기술입니다. 올림푸스에서 10년 전에 선보였던 기능이죠.
따라서 고해상도 사진이 필요하면 업스케일링을 하면 됩니다.
사진과 동영상 동시 촬영 가능
캐논 R1과 R5 II는 사진과 동영상 모두 촬영이 가능합니다. 현장에서 촬영하다 보면 이건 사진으로 남기고 싶고 이건 동영상으로 남기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냥 한 방에 다 담을 수 있습니다. 고해상도 동영상에서 스크린숏으로 빼내면 그게 사진이니까요. 그래서 R1은 동영상, 사진 모두 동시 촬영이 가능합니다.
또한 5축 손떨방도 들어가 있습니다. 알고리즘 개선으로 IS 성능은 최대 8.5스톱(중앙부)가 가능해졌습니다. 이외에도 사전 촬영이 가능해서 반셔터를 누른 상태부터 사진을 최대 20매를 미리 촬영해서 셔터 찬스 전에 발생한 사진도 담을 수 있습니다. 동영상은 3~5초 사전 촬영이 가능합니다. 녹화 버튼 누르기 전의 3~5초 전의 영상을 담을 수 있습니다.
플리커 방지 기능도 들어갔고 전자식 선막 셔터로 1/400초에서도 플래시 촬영 동조가 가능합니다.
캐논의 듀얼픽셀 CMOS AF가 더 진화했다 크로스 타입 AF 센서
니콘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AF 정확도와 속도는 소니, 캐논입니다. 특히 캐논은 듀얼픽셀 CMOS AF라는 이미지센서 반을 AF 센서로 넣어서 엄청나게 빠르고 정확한 AF를 제공합니다. 단점은 이미지센서 반을 AF 센서로 사용하기에 집광력이 낮은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죠.
위상차 AF 방식으로 2개의 다른 위치에 있는 센서를 통해서 삼각 측량을 해서 피사체까지의 거리를 아주 빠르게 계산하고 맞춥니다. 그런데 이게 기존에는 세로로만 되어 있어서 가로로 긴 피사체에만 AF가 뛰어났는데 이걸 가로 세로 다 넣어서 가로 세로 피사체 모두 뛰어난 AF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것도 삼성전자가 먼저 선보인 기술이죠.
그러나 캐논 EOS R1의 아쉬운 점은 롤링셔터라는 점
전자식 셔터만 들어간 카메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전자식 셔터의 장점은 블랙아웃이 없는 연사와 셔터박스가 없어서 내구성이 크게 증가합니다. 카메라 고장의 30%는 셔터박스 고장인데 셔터박스가 사라지니 좀 더 오래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무소음 촬영도 가능하죠. 대신 찍는 맛은 좀 줄어들었습니다. 손끝에 전해지는 셔터박스의 선막 후막이 지나가면서 내는 진동의 쾌감이 있었는데요.
이 전자식 셔터는 롤링 셔터와 글로벌 셔터가 있습니다. 롤링 셔터는 이미지센서를 한 줄씩 켜면서 사진과 동영상으로 담습니다. 이러다 보니 젤로 현상 또는 롤링 셔터 현상이 발생합니다.
캐논에서도 이걸 숨기지 않습니다. 캐논 R6 II의 롤링셔터 현상으로 인해 빠른 피사체가 휘어져서 담기죠. 골프채를 보면 직선이 아닌 앞으로 휘어져서 보입니다. 동영상에서는 배경이 꿀렁거리는 젤리처럼 보이는 현상이 나오고요
캐논 R1은 이걸 줄였다고 합니다. 기계식 셔터와 동일한 수준으로 줄였다고 하네요. 다만 이건 업체 주장이고 현장 사진기자들이 인정을 해줘야 합니다. 따라서 모든 신제품이 그렇듯 출시 후 바로 사지 말고 최소 6개월 이상 차분히 지켜봤다가 사야 합니다. 지켜보니 이제 카메라도 드디어 AI 칩을 넣어서 AI 기능을 서서히 도입하려고 하네요. 그러나 너무 늦은 감이 있네요.
출시는 올 겨울인 11월 경에 800만 원대로 나올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