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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워낭소리를 안들리게 하는 시끄러운 숫자 잡음들

by 썬도그 2009.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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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목에 다는 방울을 워낭이라고 합니다. 이 워낭소리는  농촌의 날것 같은 삶을 들려주는 하나의 추임새이지요.
영화 워낭소리가  연일 이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영화필름으로 촬영한것도 아닌 이 TV용 다큐멘터리는  좋은 기회를 만나 독립영화로 탈바꿈하고  관객과 수줍게 만났습니다.  감독 이충렬 감독은 이 영화를 원래 TV다큐멘터리로 제작할려고 했다고 하더군요.   IMF때  기획을 시작한 이 워낭소리를 통해  우리시대의 아버지의 뒷모습 그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리저리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늙은소와  늙은 아버지를 찾아 다녔고  최원균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었지요.
촬영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할아버지는  사진을 찍는줄 알고  바른자세로 서셨고  그에 반해 할머니는 너무 연극적으로 연기하는 배우가 되어  사실감을 떨어트렸습니다. 결국 감독은  멀리서 이 노부부와 늙은소를 담기 시작하고  3년을 따라다니면서 일상을 담았습니다.  그 3년의 느린걸음은  바쁘게 사는 우리들을 감동시켰습니다.


그런데 이 워낭소리가 인기를 타기 시작하더니 여기저기서 워낭소리를 묻히게 하는 잡음들이 들여오고 있습니다.

관객 140만명의 그림자


이번주에 관객수 140만명을 돌파하고 상영관수도 3자리숫자로 늘었습니다.  아주 듣기 좋은 모습입니다.
하지만 따라오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돈 많이 벌었겠다. 돈 얼마나 벌었어요?   돈 얼마나 벌었어는 상업영화 감독이나 제작자에게 물어보시는게 옳은 모습이지  독립영화 감독에게 물어보면  그 감독이 좋아할까요?

실제로  감독 이충렬은 이 돈 얼마나 벌었어요라는 질문이 너무 싫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독립영화들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데
독립영화의 현실에 대한 이해도 안하면서 그저 돈돈돈 타령하는  언론들이 밉다고 합니다.
영화중에는 돈버는게 목적인 상업영화도 있지만  세상에 이런 모습도 있다라고  메세지를 전하는 영화도 있습니다.  독립영화는 돈벌 목적으로 만들기 보다는  하나의 메세지를 전달해주는 영화입니다. 물론 돈을 벌면 좋겠죠. 돈 번다는 개념보다는  영화 제작비만 건져서 다음 영화를 만들수만 있으면 됩니다.   독립영화의 코드를 이해하지 못하고 상업영화에 들이댔던  잣대를  독립영화에 들이대는 일부 몰지각한 언론사들은  반성해야 할 것 입니다



워낭소리로 돈 좀 벌자


지방 경제가 어렵긴 어려운지 뭐낙 히트치면 지자체는 무조건  관광상품화 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지금 영화를 만든 이충렬감독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언론에 노출되어 지금 노심초사 하고 있는데 지자체에서 관광상품화 하면 그 분들 삶을 동물원 원숭이화 하는 모습으로 비추어 집니다. 더구나 소도 죽고 없는 마당에  관광객들이 들락거리는 것은  살날이 얼마 안남으신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오히려 큰 고통을 줄듯 합니다.

또한  세트장도 아니고 삶이 있고  솔직히  볼것 그렇게 많지 않은  평범한  시골풍경인데  과연 사람들이 그곳을 찾을까요?
워낭소리에 나온 봄꽃들이 예쁘다고 찾아가 봤자 우리주변에 흔히 보는 모습이고   지하철로 조금만 나가도 워낭소리 같은 풍경들이 많습니다.    돈 벌 궁리 이전에  워낭소리가 우리에게 들려준 메세지를 새겨 들었으면 합니다.


제작비 2억원 들여다면서요?  돈 많이 벌었겠네

어제 김동건의 한국인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김동건씨도  물어보더군요. 제작비 얼마나 들었어요?
김동건과 같은  베테랑 인터뷰어도  이런 저급한 말을 하더군요.  뭐 어제 클로징 멘트를 그 작은눈으로 앞에 적혀진 종이 줄줄줄 읽으시던데  질문 수준도 참 저렴했습니다.  감독이 총제작비는 2억원이 들었다고 하니까   2억을 들여서  이렇게 성공했다니 놀라는 표정을 짓더군요.  감독이 제작비는 1억원이하고  마케팅비까지 합친게 2억원이라고 말해주니 더 놀라더군요. 1억도 안들여서 이렇게 많이??

제작비대비  수익성면만  언론에서는 부축이고  여론도  이 불황에서 돈 많이 벌었다고 부러워합니다.
꼭 이런 잣대를 독립영화에게 까지 들이대야 하나요?   돈돈돈   이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돈덩어리같아 보이는 요즘이지만 이건 해도해도 너무 하다는 생각입니다.  돈이 그렇게 좋으면 이런 영화 보고서 감동을 느낄수가 없습니다. 돈의 노예로 살다가 우리가 잊고 살았던  소소한것에 대한 소중함  정성의 소중함이 이 영화의 메세지인데요.  돈의 노예가 된 사람은 그걸 발견할수가 없습니다.


이 영화에서 유일한 의미있는 숫자는  제작기간 3년입니다.
요즘 누가 제작기간 3년이나 하는 영화 만드나요?   제작비는 적게 들었지만 이 영화가 다른 영화와의 차별화가 있다면 바로 그 제작기간 입니다. 3년동안의 기록 그 속에  소의 늙은 삶과 죽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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