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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어렸을때 가장 감명깊게 읽었던 책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by 썬도그 2008.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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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녀석 생일이 다가와서 알라딘 TTB2로 번 돈으로 책을 몇권 골라봤습니다. 요즘 닌텐도DS에 푹 빠져서  조카네집에 놀러가보면 게임팩이 어느새 7개가 넘더군요.  책 읽는 재미를 모르는것 같아 책을 골라 보라고 했습니다.
파페포프 책 몇권을 고르더군요. 그리고 책 고르는것을 망설이길래  뭘 권할까 하다가 내가 어렸을때 읽었던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를 골랐습니다

국민학교 5학년때  교무실에 예쁘장한 선생님 한분이 계셨습니다. 교대 졸업하자 마자 오신듯합니다. 아직 맡은 반은 없구요
그 여자 선생님은 5학년 내 담임선생님이 가끔 불러서 동화책 읽어주는 시간을 가지게 했었습니다.  전 첫눈에 그 선생님 좋았습니다. 얼굴도 예쁘기도 했지만   동화책을 읽어주는 선생님이 아주 좋았습니다.  그리고 기도를 했죠. 저 선생님이 내 담임선생님이 되어 달라구요

그 당시만해도 저 하늘위에 누군가가 있을거라고 믿고 살았던 시절인지라 내 소원을 들어주었나 봅니다. 6학년 등교첫날 그 여자선생님이 교실문을 드르륵하는 소리를 내며 들어오더군요. 너무 좋아서 어쩔줄을 몰랐습니다.

선생님은 아침조회를 간단하게 하시고  책 한권을  하루에 2페이지 정도 조용히 읽어주셨습니다.  가끔은 음악교과서에 없는  노래도  가르쳐 주셨구요.

나중에 커서 그 노래를 알아보니  양희은씨가 부른 작은연못이더군요.  내가 학교에서 배운 첫 대중가요인것 같네요. 동요와도 같은 그 노래를 가끔 들을때면 국민학교때가 생각납니다.

선생님은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를  하루에 3페이지씩 읽어주셨습니다. 처음에는  단편이 아닌 긴 소설이라 집중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머리속에서 잘 상상도 안갔구요.  그런데 1주일이 지나고  이 이야기에 푹 빠졌습니다.  어린 제제의 파란만장(?)한 삶속에  뽀르뚜카가 들어왔습니다.    키다리 아저씨 같은 모든것을 다 주는 뽀르뚜카 아저씨.   제가 어린 제제가 된것처럼 감정이입이 되더니 이 책은 저에게 큰 감명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소개해준 이 책은  그 다음해부터 한국어린이와 청소년 어른들에게 어린왕자가 차지하고 있던 성장기 소설자리를 대신합니다.

브라질 작가 바스콘셀로스의 자전적인 소설인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는 80년대 최고의 베스트셀러였습니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2편격인 방랑자도 큰 히트를 쳤죠

 어렴풋한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어린 제제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형제가 많은  제제는  그중에서도 머리가 똑똑했습니다.  어린 동생을 보살피며 못된형의 구박을 받고 자랍니다.  그러다가 뒷마당에 있는 라임오렌지나무 밍기뉴를 만납니다. 학교에서 속상한일  집에서 서운한 일등 모든것을 밍기뉴에게 말합니다.  밍기뉴라는 단어 정말 입에서 알사탕같이 이리저리 입안에서 굴러다닐것 같은 단어입니다.  지금 생각해도 달콤하네요.   제제의 놀이꺼리는  지나가는 자동차 뒷바퀴에 매달리는 것입니다.  예전자동차들은  자동차뒤에 스페어 타이어 매달고 다니는데 거기에 철커덕 붙어서  노는거죠.   

다른 아이들이 다 피하는  포르투칼인이 모는 자동차 뒷바퀴에 언젠가 한번 매달릴려고 벼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사고가 납니다.  바퀴에 매달리다가 떨어진것이죠.  제제는  커서 복수하겠다며 이를 박박 갑니다.  하지만  그 포르투칼인은  제제를 병원으로 옮겨 놓고  지극정성으로 간호합니다.  살면서 그런 보살핌을 받은적 없던 제제는 놀랍니다. 그리고  그 아저씨와  친구가 됩니다.
뽀루뚜카.  이게 제제가 아저씨를 부르는 이름입니다.

제제는 행복했습니다. 자신을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요. 그 사실을 라임오렌지나무인 밍기뉴에게 말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자동차사고로  뽀루뚜카가 죽습니다. 제제는 까무러칩니다.  그리고  그 덩치큰 친구의 죽음을 딛고  영혼이 한뼘더 자랍니다.

많은 부분 기억이 닳아져서 생각이 나지 않네요.   그래도 그 책을 떠올리면  생각나는것은 제제의 귀여움과 뽀르뚜까와의 우정
그리고 사춘기입니다. 상처하나에 한뼘씩 자라는  어린시절의 성장통을 잘 그린 소설이죠.
조카녀석이 이걸 읽고 나와 똑같은  느낌을 받을지 아닐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감동과 기억의 강요가 될지도 모르겠지요.
하지만  좋은 책은  이심전심으로  다가갈듯 합니다. 


80년대 당시 소년에서 청소년이 되던 시절 읽었던 책들이 기억나네요. 갈매기의 꿈, 어린왕자,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그중에  저는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가장 최고로 꼽습니다.   바로 6학년 담임선생님이 아침마다 읽어주었기 때문이지요.
졸업식날 날 꼭 안아주던 그 선생님의 품이 가끔 그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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