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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에관한글

추억을 찾는 허름한 동네지만 사는사람에겐 현재이다

by 썬도그 2008.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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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때  제가 사는 동네는 70년대에 멈춘 동네였습니다. 다른 동네는 70년대에서 80년대를 넘어서고 있었죠.
하지만 우리동네는 세월이 멈춘듯했습니다. 근처 군부대가 문제가 되어  재개발도 하지 못하고
그렇게 화석이 되어 갔습니다.  그렇게 동네 시계는 멈추고  살아있는 박물관이 되었습니다.
80년대를 지나 90년대초 이사를 가기 몇년전부터  동네에 카메라를 메고 오는 분들이 있더군요.

사진동호회일수도 있구 사진작가분일수도 있습니다.  이리저리 동네 구석구석을 찍더군요.
한번은 사진동호회인지 수명의 카메라를 맨 사람들이 동네에 와서는  무차별로 사진을 채집해 갔습니다.
그걸 지켜보는 저는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저도 사진동아리를 다니고 있던터라  그 마음을 알죠

허름한곳 다 쓰러져가는 폐가 거미줄이 쳐진집  그런것들이 희소성과 함께 추억의 소재로 사진찍기 좋은 소재니까요. 그래서 혼자와서  동네가 언제생기고 앞으로 어떻게 변할것인지 묻는 사진작가에게는 호의가 갑니다.
그 사람은  과거를 찍으러 온게 아닌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담을려고 하는 모습이 느껴지니까요


몇년전에 동아일보 사진기자가 전북에 있는 추억의 서린 골목이라면서 허름한 동네 사진을 찍어서 포탈메인에 걸렸더군요. 저는 그 사진의 댓글들을 보면서 이런생각을 했습니다.  저 사진기자는 추억을 되새김질 하라고
저렇게 사진을 찍고 이게 추억이라고 강조하지만  그 사진에 없는  현지에 사는 사람들은 그 곳이 현재라는 사실을요.  우리가 놀이동산이나  박물관에 가서 보는   과거가 아닌  그곳에 누군가가 살고 있는  현재라는 사실입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그런 새심함도 함께 해야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곧 철거될 세운상가를 가기전에 인터넷에서 세운상가의 역사를 뒤져보고  한국영상자료원에서 과거 사진을
들쳐보았습니다. 그리고  세운상가에 가서 아파트 경비아저씨와 이런 저런 이야기도 했습니다.

역시 동네마다 쌓인 이야기는 많더군요.


요즘 사진동호회가 많아 졌습니다. 가끔  우르르 몰려와서 허름한 아파트나 철거예정지역에 와서 그 동네의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더 추래해보이는것  더 많이 쓰러진것들   다른곳에서 보기드문 무질서처럼 보이는
건물들을 담는 모습을 혼자 출사가면서  볼때가 많습니다.  다 그런것은 아니겠지만  마치  동네자체를 박물관으로 인식하고  온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살짝 듭니다.   그런 모습을  동네주민들이 과연 좋아할까요?

저 또한 그런 동네를 많이 찍습니다. 제 사진의 주제이니까요. 그러나 저는 기회가 되면 그 동네 이야기를 들을려고 합니다.  특히나  길가에 앉아계신 노인분들에게 살짝 질문을 하면  구구절절하게 말씀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한마디 덕담도 하죠. 사진 잘 찍어 달라구요.  그리고 깍듯하게 인사를 합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이 블로그에 담습니다.  가끔은 아무도 만나지 못하고 말을 걸지 못하고 올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인터넷에서는 이야기들이 있더군요.


혹 사진출사 할때  과거로의 여행이라고 나름대로 멋진 생각으로 출사하지만  그곳에 사는 주민들은
현재임을 인지하고  조심스러운 접근을 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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