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플럭스관이 대한민국을 쓸고 있다.
내가 극장이란 문화공간을 찾기 시작한것이 어언 20여년이다. 종로의 단성사, 서울극장, 국도극장, 대한극장, 피카디리, 피카소, 국제극장, 명보극장, 스카라가 기억나고 강남엔 시네하우스, 신촌에 신영극장과 동네앞 3류의 동시개봉관등이 기억난다.
그 당시 극장은 1류, 2류, 3류로 확실히 나누어져 있었구 마이너리그쪽엔 동네 만화방에서 틀어주는 불법복제된 자막도 없는 최신 개봉영화들이 커다란 TV를 통해 틀어주곤 했었다.
1류극장이라고 하면 개봉관으로 그 시설면에는 대한극장이 THX라는 루카스감독이 만들었다고 자랑하는 음향시스템과 70MM라는 최대의 스크린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두번 예전 대한극장에서 영화를 본적이 있는데 그 크기에 압도당할만했다.
그리고 스크린을 밑에서 올려다보는 구조여서 앞에 머리큰 사람에 대한 저항도 없었다.
간혹 시설이 꼬른 국도극장같은 경우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1류란 시설도 1류였다.
국도국장의 가운데 커다란 난로는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주료 1류극장은 종로에 배치되어 있었구 종심의 역활을 소화해 내고 있었다.
소비문화 놀이문화의 중심이자 서울의 중심인 종로
2류극장들은 부심권에 많이 있었다.
영등포권의 경원, 연흥, 명화, 신촌권의 신영, 이화 등등 각 지역마다 2류극장은 있었겠지만 내가 활동하는곳만 왔다갔다하니 잘 모르겠다.
2류극장들은 개봉관에서 내려온 영화들이 대부분이었구 간혹 명화극장같이 홍콩영화의 개봉관역활을 하던곳도 많았다.
명화극장에서 가장큰 히트작이자 문화의 아이콘이된 영웅본색을 수입해서 대박이 터진것은 그전까지 1류개봉관 영화 수입업자들이 홍콩영화의 잠재성을 무시하고 허리우드 영화만 죽어라 틀어댄 덕이었질도 모르겠다. 영웅본색2 개봉시엔 명화극장에서 주윤발이 무대인사까지 하고 서울이 발칵 뒤집힌 날도 있었다.
그 영웅본색후 홍콩영화(성룡영화는 빼겠다. 그는 그시절에 벌써 1류취급받았다)는
1류개봉관으로 승격해 올라갔다.
한번 맛본 홍콩영화수입에 자극을 받아 마구잡이식으로 수입과 홍콩조폭들의 개입으로
주윤발도 이 영화 저영화 개 끌려가듯 가서 찍고 아류작남발이란 깊은 지뢰를 터트리고 말았다.
아직도 첩혈쌍웅 후속편이 뭐가 진짜인지 모르겠다. 내용도 거의다 비슷하고 출연하는 배우도 비슷하고 거기다 영화제목도 4다 획일적인데다가 독음도 비슷하니 뭐~~~~ 그래서
홍콩영화는 아시아 1류에서 2류로 전락하고만다.
아 그렇다면 3류극장은 우리에게 뭐 였을까?
70,80년대 동네 3류극장은 저렴한가격 88년 당시 2000원 이던 개봉관 극장값이
거의 반가격에 두편을 보여주었으니 정확이 개봉관의 4분의1의 가격이다.
두영화를 한번에 볼수 있었던 점을 이용해서 극장주는 중고등학생들의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한편은 성인영화 한편은 고등학생이나 연소자 관람가를
붙여놓는다.
ex) 토탈리콜, 원초적본응---------이런식이다.
우리들의 성에 대한 호기심과 학교의 성교육시간에 보여주지 않은 우리의 상상에
맡기던것을 3류극장 스크린의 샤론스톤이나 임마누엘이 보여주는것이었다.
돈이 없어서 보지 못하거나 공부때문에 놓친 영화를 충족시키게 해주고 또 탈선의 장소
이기도 했다.
3류극장들은 빠르게 보급되는 VCR이란 안방극장에 그 존재가 90년대 초반이후 거의다
사라진다. 비디오방이 이젠 그 역활을 대신했다고 할수 있을까?
90년대 중후반 이후 빠르게 극장들은 변모해간다. 미국식의 멀티플랙스관이 하나둘씩
서울에 나타난다. 가장 먼저 내가 본것은 서울극장이란곳이다. 종로3가에 예전 서울극장이
90년대 초반 대 공사를 하고 극장하나에 4개정도의 스크린을 품고 있는것이다.
이젠 영화를 보기위해 극장을 찾아가야했던 시대가 아닌
극장에 가서 영화를 선택하는 시대가 점점 도래하는것이었다.
그후 CGV(제일제당, 홍콩 골든하베스트, 호주기업)이 합작한 본격 멀티복합관이 서울 부심권에 들어온다.
이때부터 나의일상에도 변화가 온다.
예전에 영화를 보려고 종로까지 가야했는데 이젠 집앞에서 볼수 있는 시대 극장의 마트화가 된것이다. 이젠 1류,2류,3류란 시간순차적인 배급시스템도 없어지고
모두가 1류가 된것이다.
저 사진의 단성사도 몇년전에 멀티관으로 다시 태어났으며 피카디리, 명보, 대한극장도
시대의 흐름에 마지막에 탑승하게된다.
아 정말 세월 좋아졌어란 생각이 들었는데 아뿔사~~~
이건 내가 순진한 생각을 했던것이다.
극장에가서 내가 영화를 선택할수가 있어야하는데 이게 아닌것이다.
분명 스크린은 10개인데 그중 반이상이 한영화가 잠식하고 있다.
영화 괴물을 보면서 저건 스크린잡아먹는 괴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업주가 장사 잘되는 영화 더 많이트는건 이해하겠지만 모두가 괴물만 보라는것인가?
나같이 그런거 별로 안좋아 하는 사람은 도데체 뭘 보는것인가.
괴물과 비슷한 시기에 작가주의 감독인 김기덕은 시간이란 독립영화를 들고 나와서
이런 시스템을 비판을 했더니 국민들에게 개다굴을 맞았다.
아.. 이건 아닌데 말이다.
구멍가게에 내가 좋아하는 박하사탕을 사러갔더니 가게안에 온통 잘팔리는 쵸코파이만 있는것이다. 아저씨 ~~ 박하사탕 어딨어요? 물으면 안팔려서 안가져놓는다면
난 어떻게 해야할까? 박하사탕 사러 수소문을 해야하나?
아님 나도 억지로 쵸코파이를 먹던지 아니면 초코파이맛이 길들여지던지 해야하나?
너무 획일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난 예술영화를 좋아한다. 아니 자주는 아니지만 즐겨본다.
이젠 그런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나 심각한 영화를 틀어주는곳이 찾기 힘들다.
적어도 80년대 90년대 중반 아니 저 멀티복합관 이전엔 이런건 없었다.
그 어렵다던 프랑스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이 92년 4월 관객동원 1위한걸 보면
세가지색 블루,화이트,레드가 흥행에 성공한걸 보면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크의 '노스텔지어'가 흥행성공을해 그 후속으로 '희생'까지 수입
이 된걸 보면 그 당시 관객들은 여러종류의 영화를 좋아했다.
액션영화가 1위할떄도 있구 예술영화가 1위할때도 있구 그랬는데
지금은 오로지 허리우드나 우리나라 상업영화만이 그자리를 차지한다.
지금 이시점에 '퐁네프의 연인들'이 수입된다면 쫄딱 망하다 못해 앞으로 프랑스 예술
영화 수입할 생각은 못할정도가 될것이다.
이거 누구 잘못인가?
그 시절의 관객들과 현시점의 관객들이 달라진것일까?
아니면 잘못이 아니라 시대가 변해가는걸 내가 인지하지 못해서 일까?
내 나름대로 생각해보면 몇가지 이유가 있겠다
먼저 요즘 관객(대부분 30대 20대 10대)들이 복잡하고 어려운 은유가 넘실거리는
예술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김기덕감독의 작년 발언후 넷상의 수많은 글들을
읽고 댓글을 살펴보면 예술을 왜 해야하냐고 재미없는걸 왜 보라고 강요하냐고
하는식의 글들이 많았다.
쩝~~ 예술이 필요없으면 없는 세상에서 살면 되겠지만 그 삶에 대한 깊은 관조나
성찰 감정의 깊이와 사색의 즐거움같은 인간 본연의 심성의 파이를 크게하지 못하고
얇게 발린 케이크위에 초콜렛만 먹는것이다.
뭐 강요는 못하겠다. 그들에게 있어 영화는 쾌락의 도구 이상은 아니니.
또 하나는 유독 이 멀티복합관이 들어선이후에 예술영화를 기피하는것이다.
재미없더라도 몇번 본사람은 그 재미말고 또 다른 영화의 모습을 느끼게 될것이다.
나도 그런 사람중의 하나다.
내가 슈퍼맨이나 다이하드같은 영웅물 좋아하다가 시네마천국을
보고 영화에 미쳐버렸던것은
상업영화가 아니였다. 나에게 쾌락의 도구로써의 영화를 삶의 반려자로 택할수 있게
해준것은 그런 예술영화이다.
정확하게 따지자면 '시네마천국'도 예술영화는 아니다 예술이란 이름의 포장지로 포장된 상업영화지겠지만.
예술영화는 이제 수입조차 안된다. 외국의 4대 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들은
의례 흥행보증수표를 받는것인데 이젠 그런것도 없다. 아카데미상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미안했는지 메가박스에서는 한스크린을 독립영화나 예술영화에 할당해주는데
예술영화를 보는 관객이 다 죽은 마당에 그게 무슨 짓거리인지 모르겠다.
지금은 잘나가는 박찬욱이나 봉준호 감독도 단편영화에서 실력을 키운 감독들이다.
아직도 기억난다 봉중호감독의 '지리멸렬' 그거보고 얼마나 웃었는지 그래서 그 이름
까먹지도 않았는데
제2의 봉준호감독이 나올려면 독립영화나 단편영화제작이 많아져야할텐데
그거하면 딱 굶기좋을듯하다. 보는 관객이 없으니 무슨 작품에 대한 관객평가가 있겠으며
소통이 없는데 감독이 자기가 잘났는지 못났는지 누가 알겠는가.
각설하고 정부에서는 대안으로 예술영화전용관을 설치한다고한다.
몇군데 있기는하다. 선뜻 발길이 떨어지진 않는다. 우리가 무슨 죄가 있다고 모여서 숨어서 보는 모양이 싫다. 부산처럼 서울도 국제영화제좀 하나 개최해서 예술영화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는건 어떨지 모르겠다.
영화의 다양성만이 극장과 한국영화계가 살길이다.
홍콩영화가 쫄딱 망한 이유가 획일적인 르와르 도박 코믹액션물만 찍어된것 때문이 란걸
왜 인지 하지 못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