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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더 에이트 쇼는 트루먼쇼에 오징어 게임과 기생충을 섞은 자본주의 극

by 썬도그 2024.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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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의 바보>라는 충격적으로 지루한 드라마를 연달아 만들고 있는 넷플릭스에서 올해 만든 한국 작품들이 거의 다 재미가 없습니다. 넷플릭스도 이제 한 물 갔다는 생각마저 드네요. 그럼에도 <더 에이트쇼>는 상반기 최고 기대작 중 하나였습니다. 딱 봐도 <오징어 게임>의 아류작 느낌이 가득하지만 그럼에도 기대를 하게 하네요. 

 

한재림 감독이 연출한 <더 에이트 쇼>

더 에이트 쇼

원작은 배진수 작가의 웹툰 <머니게임>과 <파이게임>입니다. 이 중에서 <파이게임>이 드라마의 주요 설정에 많은 영향을 줍니다. 한재림 감독이 각본을 직접 쓴 걸 보면 많은 각색이 들어간 듯하네요. 한재림 감독은 명작과 망작을 다 만들어서 신뢰도가 들쑥날쑥 하지만 기본기는 좋은 감독이라서 약간의 기대는 좀 했습니다. 

 

초반은 <오징어 게임>의 아류작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콘셉트 자체가 게임과 경쟁이 기본 룰인 자본주의를 빗댄 모습이 무척 비슷하게 보였습니다. 여기에 CCTV를 각 방과 곳곳에 달아서 누군가가 지켜보는 모습은 트루먼쇼 같았고 수직적 상하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건 기생충 같았습니다. 여러 가지 영화와 드라마를 섞은 느낌에 약간은 거부감과 식상함도 있네요. 여기에 류준열이라는 배우의 개인 이미지가 최근 너무 안 좋아졌고 저 또한 점점 싫어지는 배우라는 점도 1화를 시큰둥하게 봤습니다.

더 에이트 쇼

1화까지는 그냥 뭐 그냥 저냥 볼만한 정도였습니다. 2화부터 흥미가 좀 생기다가 3화부터는 재미의 속도를 붙입니다. 4화 이후부터 성인용 드라마임을 강조하기 위해서인지 폭력적이고 꽤 과장되고 거북스러운 자극적인 장면이 꽤 나오지만 동시에 재미 자체는 꽤 올라갑니다. 

 

다 보고 나서 느낀점은 <오징어 게임>의 아류작은 아니고 변주곡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아주 아주 잘 만든 드라마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못 만든 드라마도 아닌 그냥저냥 잘 만든 드라마네요. 

 

자본주의 세상을 수직으로 쌓아 올리다 

더 에이트 쇼

 

등장인물은 총 8명입니다. 이 8명 이외에 다른 사람은 나오지 않습니다. 8명은 각각의 이야기가 있는데 오징어게임처럼 자세히 다루지는 않습니다. 다만 핵심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3층 류준열만 친한 사람에게 사기를 당해서 9억의 돈이 필요로 합니다. 한강에서 뛰어내리려고 하는데 문자가 옵니다.

 

바로 4백만원을 쏘는 사람의 제안을 따라서 게임에 참가합니다. 게임에 참가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돈이 쌓이지만 참가하기 싫으면 2천만 원만 받고 게임장에 입장하지 않으면 됩니다. 그러나 9억 원의 빚을 갚을 방법도 없고 죽을 결심까지 했던 터라 게임에 참가합니다. 류준열은 3번을 골라서 3층에 입주합니다. 시간당 돈이 자동으로 쌓이는 대신 몇 가지의 룰이 있습니다. 

 

화장실도 세면대도 아무것도 없고 모든 건 돈을 주고 사야 합니다. 음식물은 제공되지만 이게 웃기게도 8층부터 내려오는 내부 승강기로 내려올 수만 있습니다. 8층이 도시락 12개를 다 먹거나 안 내려 보내면 다른 층 사람들은 굶어야 합니다. 
또한 내부에서 어떤 물건도 주문할 수 있는데 그걸 밖으로 가지고 나올 수 없습니다. 

더 에이트 쇼

밤 12시부터 오전 8시까지는 방에서 나올 수 없고 방 바깥 마당 같은 곳은 공동 구역으로 여기서도 뭐든 주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주문을 하면 시계의 시간이 줍니다. 이 시간이 줄면 게임이 끝이 납니다. 상당히 흥미로운 구조죠.

 

집 내부는 자기가 번 돈을 다 자신이 쓸 수 있지만 집에서 살 걸 마당 같은 공동구역에서 사면 더 저렴하게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층마다 쌓이는 돈이 다릅니다. 1층이 쌓이는 돈과 8층이 쌓이는 돈이 다릅니다. 1층이 가장 낮고 8층이 가장 높습니다. 한마디로 8층은 재벌, 1층은 서민입니다. 물건 구입비도 다릅니다. 예를 들어 1층에서 휴지 1개에 백만 원이라면 8층에서는 1천만 원입니다. 이는 버는 돈에 비례합니다. 마치 직접세 같은 개념이죠. 돈 많이 버는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내듯이요. 

 

그러나 쓰는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벌기에 8층은 호텔 같은 생활을 하고 1층은 공간도 좁은데 자신이 마당에 있는 시계의 시간을 늘리지 못한다면서 스스로 페널티를 매겨서 다른 사람이 싼 똥까지 승강기를 통해서 자신의 집 내부에 쌓습니다. 

더 에이트 쇼

자본주의가 그렇죠. 사람마다 버는 돈이 다 다릅니다. 하는 사업마다 다 망해도 재벌 3세라는 이유로 수십, 수백억 대의 연봉을 받는 사람이 있고 뼈 빠지게 일해도 1시간에 9000원 조금 넘게 버는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입니다. 초기 자본주의는 그나마 자수성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돈이 돈을 벌고 태어나보니 재벌 2세, 3세인 사람들은 하는 사업마다 다 망해도 돈 걱정 없이 살아갑니다.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시간도 공평하지 않습니다. 내가 써야할 시간을 다른 사람의 시간을 사서 메꿀 수 있습니다. 모든 대신 해주는 세상 아닙니까?

 

재벌부터 서민까지 누가 정한 것일까요? 노력? 아닙니다. 그냥 운입니다. 태어나보니 서민의 집에서 태어난 것이고 태어나 보니 갑부집에서 태어난 것은 운이죠. 신이 있다면 이런 불공평한 세상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노력한 만큼 잘 사는 세상이라면 다들 노력하려고 하지만 세상이 그렇지 않습니다. 최선과 노력을 다해도 서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놀고먹고 아무것도 안 해도 부모들이 한 달에 천만 원이 따박따박 입금되는 여자도 있으니까요. 

 

그럼 운이 좋은 8층은 자신의 운이 좋음을 인정하고 베풀까요? 
8층은 천우희가 연기합니다. 관종과 미친 X 사이에 있는 이 정신 나간 듯한 여자는 처음에는 공동체 생활을 잘합니다. 밉상이라고 해도 도시락을 내려 보내고 공동 구역의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 계단을 오르고 내립니다. 그러나 사람은 위기가 닥치면 본색이 드러나죠. 

 

더 에이트 쇼

 

7층은 강남 좌파 같은 박정민이 거주합니다. 8화에서 8명의 개인 과거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전에는 어떤 사연이 있어서 들어왔는지 이름은 뭔지 묻지 않더라고요. 이 이상한 게임에서 박정민은 뛰어난 분석력으로 룰을 하나하나 알아냅니다. 브레인 역할로 7명을 이끕니다. 그런데 이 캐릭터는 매우 상식적으로 행동하지만 가장 변곡점이 많은 캐릭터입니다. 

7층은 8층 다음인 고층입니다. 가만 있어도 큰돈을 벌 수 있음에도 저층민들까지 다 챙깁니다. 그래서 그에게 6층은 강남좌파라는 소리를 하죠. 포지션은 갑부이자 금수저인데 서민들까지 챙기는 모습. 이게 이율배반적인 것이 아닙니다. '오블리쥬 오블리주'를 지향하는 유럽 귀족과 지도자층들을 강남좌파라고 싸잡아서 비난하지 않잖아요. 그러나 이 안에서 점점 이성의 끈이 끊어지고 폭력이 기본 룰인 야생화 되어가자 이 말이 공격적으로 들립니다. 

6층은 폭력을 사랑하는 박해준, 5층은 평화주의자 문정희, 4층은 철없어 보이는 이열음, 3층은 소시민 류준열, 2층은 무술 유단자 같지만 정의심은 강력한 이주영 1층은 우리네 아버지 같은 희생도 머리도 좋은 배성우가 포진합니다. 

억압에 저항과 전복을 꿈꾸는 하층민과  폭압적인 상류층의 현세태를 잘 반영한 <더에이트쇼>

더 에이트 쇼

초반에는 경계가 없고 공평함과 공정함이 유지되었던 이 8인 아파트는 하루에 버는 돈이 다른다는 것을 깨다고 서로의 계급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특히나 8층부터 내려오는 수직적 승강기는 낙수 효과를 보여주는 느낌도 듭니다. 상류층이 떨군 떡고물을 먹고 성장했던 한국 고도 성장기 모습을 보여주죠. 이때는 많이 버는 사람이 있어도 하층민도 먹고 살만큼은 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기업들이 인건비 저렴한 해외공장으로 눈을 돌리고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자 낙수 효과는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돈이 돈을 버는 시대가 되자 억압과 착취가 고착화되었습니다. <더 에이트 쇼>는 이 과정까지 보여줍니다. 예상대로 상층민들이 폭력배, 소시오패스와 브레인이 뭉쳐서 하층민을 억압합니다. 마치 정치권력, 경, 검찰 권력, 재벌 권력이 뭉쳐서 소시민들을 억압하고 학대하는 모습과 비슷하네요. 

 

이런 억압은 수 많은 역사를 보더라도 혁명을 촉발시킵니다. 드라마는 이 모든 걸 보여줍니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혁명 이후 현재의 대한민국 근황까지 소개합니다. 

 

자극적인 장면이 아쉽지만 대체적으로 대한민국 자본주의 상황을 잘 보여준 <더 에이트 쇼> 

더 에이트 쇼

공산주의의 최첨단 북한과 함께 자본주의 최첨단 국가를 만든 남한. 어떻게 보면 한민족은 극단까지 가야 직성이 풀리나 봅니다. 세계 어떤 나라에도 이루지 못한 천박한 자본주의를 완성해 놓았습니다. 유럽은 귀족 문화가 있고 사회적으로 돈 자랑을 금기시하는데 반해 미국 O/S인 미국식 자본주의를 받아들인 한국은 돈 자랑을 마음껏 합니다. 그리고 그걸 참 우리는 부러워하죠.

 

3루에서 태어나서 3루타를 친 줄 아는 재벌 2,3세들의 행동과 졸부들의 돈 자랑질이 난무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경쟁자로 삼아야 직성이 풀리고 무한 경쟁만이 유일한 공정한 룰이라고 생각하는 대한민국, 드라마 <더 에이트 쇼>는 이 천박한 자본주의 나라 한국을 수직으로 쌓아 올린 계층도를 시각화했습니다. 

 

8층에 좋은 사람이 살면 그나마 살만한 세상이 되지만 8층에 폭군이 살면 하루 하루가 지옥이 됩니다. 
이걸 또 관찰하면서 깔깔거리는 모습은 마치 별풍선 준다면서 별 짓을 다 시키는 관음 사회까지 담고 있습니다. 다만 너무 자극적인 장면과 불 필요한 설정은 보기 좀 껄끄럽긴 합니다. 

 

여기에 보면서 이 무간지옥 같은 게임을 끝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있음에도 누구하나 그걸 거론하지 않고 그걸로 협박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점은 아쉽네요. 참가자 중 1명이라도 죽으면 게임 종료. 모르시는 분도 있지만 한국은 저출생 보다 더 심각한 것이 압도적으로 높은 자살률입니다. 둘은 연결되어 있죠. 무한 경쟁에서 도태되면 그냥 나머지 생은 지옥에서 살아가는 느낌을 주는 나라가 한국입니다. 

 

모두가 돈을 더 벌길 원한다면 누구든 죽고 싶지 않게 만들어야 하는데 드라마는 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심각한 폭력을 보여줍니다. 또한 드라마가 간과하는 것이 있는데 아무리 사람들이 돈을 좋아하고 돈만 생각한다고 해도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존감이 있습니다. 자신의 존엄이 파괴되면 삶을 살아갈 이유도 희망도 없습니다. 그러나 8명 모두 이 룰을 까먹었는지 여기에 대한 생각만 할 뿐 시도를 안 하네요. 

 

또한 돈에 대한 욕구에 대한 측정도 크지 않고요. 그럼에도 전체적으로는 잘 만든 드라마입니다. <오징어 게임>의 변주로 괜찮은 드라마네요. 천민 자본주의의 문제점도 아주 아주 잘 담은 드라마입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꽤 좋았습니다 천우희는 또 다시 광년의 모습을 아주 잘 보여주네요. 

 

별점 : ★ ★ ★
40자 평 : 수직으로 쌓아 올린 자본주의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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