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생물입니다. 사람처럼 나고 자라고 성장하고 쇠퇴합니다. 사람처럼 성장기는 짧고 쇠퇴기는 아주 아주 깁니다. 사람과 다른 점은 도시는 재생 작업을 해서 회춘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그게 참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리단길 열풍을 일으킨 경리단길은 젠트리피케이션의 직격탄을 맞은 이후 지금까지 회복 가능성이 보이지 않네요. 물론 삼청동처럼 임대료가 낮아지자 다시 활기가 도는 지역도 있습니다. 그러나 극히 일부입니다.
그런데 여기는 젠트리 현상은 아니고 마을이 관광지화 되었다가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이화 벽화 마을에서 벽화가 사라진 이화 마을입니다.
대학로 뒤 이화 마을이 이화 벽화 마을이 되다
이화마을은 대학로 뒤에 있는 산기슭에 세워진 동네입니다. 주변에 창신동이 있고 동대문이 있어서 지금도 수많은 작은 봉제공장들이 많습니다.
이 길을 따라서 아직도 봉제 가공 공장들이 가득합니다. 디자인 제품이나 소량 생산, 급하게 생산하는 옷들을 많이 만들죠.
그럼에도 봉제 산업도 한국에서는 찬밥 신세이고 사양 산업이 되고 있네요.
주로 옷을 만드는 기초 재료들인 원단 등을 오토바이로 쉴 새 없이 싣고 달립니다.
전동 미신이 나와 있네요. 아직도 봉제 공장 수요가 꽤 있는지 많은 제조산업이 어려워하는데도 꽤 활발하게 돌아갑니다. 물론 예전만은 못하겠죠.
이화마을에는 이화장이 있습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개인 사저인 공간으로 배밭이었던 곳을 밀고 세워졌습니다. 이화 즉 배꽃 마을이라는 이름도 이 이화장도 다 배꽃에서 유래되었네요.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해석이 갈리는 요즘인데 이게 논란이 될 일이 있나 모르겠네요. 전두환 정권 시절 고등학교 다닐 때도 이승만은 독재 정치 하다가 하야 했다고 배웠는데 2024년에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로 추대하는 걸 보면서 역사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이화마을은 2004년 전후로 이화 벽화 마을이 됩니다. 사람도 그렇고 나라도 그렇고 먹고살만해지면 관광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돈이 없는데 무슨 관광을 하겠어요. 그러나 한국은 중국이 깨어나면서 그 훈풍이 가득 불어왔습니다. 당시 10억 인구의 중국인들이 백묘흑묘론을 펴면서 자본주의를 도입합니다. 이후 경제 발전 과정에서 기술과 경제가 더 발달한 한국 제품과 기술과 한국 문화까지 다 흡입하기 시작합니다.
지금은 문화를 제외한 기술력에서 반도체 빼고 모든 기술력이 중국에 딸리는 역전 현상이 보이고 있지만 이 중국이 일어서던 90년대 후반 2000년대를 지나 2010년대 초까지는 한국은 중국의 경제 발전에 큰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공진화를 했습니다. 돌아보면 제 평생에 가장 경제적으로 윤택했던 시기가 2000년대 후반과 2010년대 초반이 아니었나 합니다. 좀 더 길게 보면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까지가 경제적으로 그나마 먹고살만했죠. 지금은 고도성장기가 끝나고 미래가 걱정되는 사람으로 치면 노인이 되어가는 60대가 된 느낌입니다.
이런 고도성장기의 끝물에 한국은 문화 여행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전국 지자체는 공공미술에 눈을 뜨게 됩니다. 우리 세금으로 길거리에 공공조형물과 각종 문화재단을 만들어서 문화 활동을 지원합니다. 서울은 서울문화재단이 있죠.
공공미술이라는 게 시작된 것이 2000년대 초로 서울은 동피랑 마을을 벤치마킹한 이화 마을이 대표적이었습니다.
이렇게 이화마을 곳곳에 벽화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이화 마을은 이화벽화마을이 되었고 마침 불어온 카메라 열풍에 이화 벽화 마을은 서울을 대표하는 사진 출사지가 되었습니다. 지금이요? 사라졌어요.
이화벽화마을의 벽화가 사라진 이유
2005년 경에는 이럤습니다. 수많은 사진 매뉴얼 책들이 이 사진을 담았습니다. 서울에 이런 벽화가 그려진 곳이 없었거든요.
2010년대 초에는 더 진화를 해서 계단 전체를 꽃 모자이크로 만들었습니다. 한 미대 교수의 작품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나 지금은 사라졌습니다. 저 강아지 벽화는 저 건물 주인이 그린 것 같고 사유지라서 아직도 남아 있나 봅니다.
그러나 현재는 벽화를 그릴 수 없는 대리석 계단으로 바뀌었네요.
꽃 계단도 사라졌습니다. 왜 보기 좋은 것이 사라졌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주민들이 싫어해서 지웠습니다. 꽃 모자이크 계단을 한 마을 주민이 페인트로 칠해서 사리지게 했죠. 이는 위법 행위입니다. 계단은 공공재이고 국가 소유이지 개인 사유지가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법정 처벌을 각오하고 지웠습니다.
마을이 관광지가 되면 벌어지는 오버투어리즘 현상으로 고통받는 마을 주민들
관광지는 대체적으로 풍광이 좋기에 사람이 잘 살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어떤 곳에서 다양한 느낌을 받고 오게 된다면 그 안에 사람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죠. 그래서 전 세계 관광지 중 꽤 많은 곳이 마을이 관광지가 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베네치아가 있고 유럽 유명 관광지 대부분이 마을을 끼고 있습니다.
그 관광객들로 인해 마을이 먹고 사는 것도 있습니다. 이는 관광지임을 인지하고 마을에서 먹고 마시고 숙박까지 하는 관광지 경제가 돌아가기 때문이죠. 수많은 유럽 관광지들이 이렇게 돌아갑니다. 그 마을에 와서 소비하고 먹고 자면 그 돈이 마을 발전에 큰 도움이 되고 그게 생계가 됩니다. 그런데 이화 마을은 다릅니다. 여기는 마을 주민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이 없습니다. 있다면 활력 정도죠. 관광객으로 인한 쓰레기 무단 투기, 소음, 사생활 침해 등등의 모든 것들이 마을 주민들의 삶을 불편하게 합니다.
시와 국가는 관광지로 소개하고 주민은 고통받는 일방적 관광지를 거부한 이화마을 주민들
2024년 현재 이화벽화마을은 이화마을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이전보다 더 나빠지게 돌아왔습니다. 먼저 활력이 싹 사라졌습니다. 관광지로 뜨기 전보다 더 조용한 동네가 되었고 이는 마을주민이 원하는 것이기에 마을 주민 입장에서는 아주 보기 좋게 돌아왔네요. 관광객들은 거의 없습니다. 그럼에도 코로나 때도 평일날 교복 입고 돌아다니는 관광객이 꽤 있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없네요.
낙산 갤러리도 임대딱지 붙어 있네요.
이 이화마을은 서울의 흔한 골몰길이 많은 지역으로 한 때 재개발을 시도하려고 했지만 기본적으로 이런 가파른 산기슭 마을은 재개발이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요즘 불경기에 원자재와 공임비 상승 근로시간 정책 때문에 공사비가 크게 올라서 평지의 재개발도 거의 못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몇 안 되는 카페나 음식점이나 상가는 주민들의 소유가 아니라서 이렇게 벽화가 남아 있긴 합니다.
날개 벽화도 꾸준히 보수해서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네요. 그러나 주민들이 살고 있으므로 조용히 다니라는 안내판이 보이네요. 북촌한옥마을과 비슷한 풍경이죠. 마을이 관광지가 되면 마을 주민들에게 떡고물이라도 줘야 참지! 고통만 제공하면 분노하게 되죠.
서울시와 한국관광공사는 서울의 대표 관광지로 이화벽화마을을 소개하고 관광객들에게 가라고 하지만 주민들의 고통은 생각도 안 했습니다. 그나마 수 많은 회의 끝에 현재처럼 그냥 벽화 다 지우고 관광지라는 이미지를 지우고 있습니다.
그렇게 예전으로 돌아가고 있네요. 자연으로 돌아가는 느낌까지 드네요. 전 뭐가 좋다 싫다 보다는 상생할 수 있었음에도 관광공사와 서울시가 참 우둔하게 일처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수시로 주민들의 고충을 들어보고 관광객도 찾아오고 마을 주민도 좋아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거 없었죠.
그냥 관광지로 소개하고 상점을 운영하는 외지인인 상인과 마을 주민들의 불협화음과 갈등이 심해지는데도 지켜만 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갈등은 벽화가 지워지고 보수도 안 하면서 자연스럽게 대체 관광지가 생기면서 이화벽화마을은 잊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수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이 이화마을을 배경으로 지금도 촬영을 하고 있는데도 퇴색이 되고 있네요. 그나마 성벽 근처의 상점들만 활력이 도네요.
서울시의 정책의 일관성 없음을 볼 수 있는 곳은 이 공간입니다. 꽃 조형물이 있는 이 건물은 이화벽화마을 박물관과 체험 공간으로 시에서 매입해서 운영하다가
최근에는 이 공간도 문을 잠가 놓았더라고요. 이럴 거면 뭐 하러 여기에 서울시 세금 투입해서 운영했는지 모르겠어요. 서울시 행정이 그래요. 시장이 바뀌면 전임 시장이 했던 거 그냥 그만두거나 다른 걸 하더라고요. 이렇게 일관성이 없어서 뭐가 되겠어요.
어떻게 보면 공무원들이 관광상품 개발하고 이런 것 안 했으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관광지화 하려면 주민과 협의를 하고 의견 청취를 하고 해야죠. 그래서 박원순 시장 당시 많은 회의 끝에 벽화는 지우고 대신 다양한 체험 공간 만들었는데 오세훈 시장이 되니 다 문을 잠겄습니다. 오세훈 현 시장은 상암 하늘 공원에 대관람차 올릴 생각하고 반포대교를 관광지화 하려고 하더라고요. 그냥 저 손잡이처럼 사용자 친화적인 기초시설물이나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도 드네요.
사람이 많이 사라진 낙산공원과 이화마을 이화마을 보다는 낙산공원 주변만 관광객들이 왔다 갔다 하네요.
차라리 이게 나을 듯 합니다. 동대문에 시작해서 한양 도성 성곽 따라서 낙산공원 지나서 성북동 장수마을까지 하는 길이 좋을 듯합니다.
콘크리트 빛 가득한 서울. 편의만 발달한 도시 같네요. 보기는 흉측한 직사각형 건물이 가득하지만 인간의 만든 선인 직선처럼 빠르게 갈 수 있는 편의성은 가득한 도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