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에서 전시되는 수많은 전시회를 자주 보러 갑니다. 이유는 단 하나 세상의 변화와 신기술을 습득하기 위해서입니다. 그 신기술을 이해하기 위해서 오늘도 유튜브에서 각종 기술 정보를 얻고 있습니다. 그래야 현장에 가서 좀 더 깊게 물어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어느 업체에서 오셨냐고 경계의 눈빛도 자주 보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테크 마니아라서 기술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둘러대고는 합니다.
역대급 인기를 보여준 2024년 월드IT쇼
월드IT쇼는 2009년에 시작한 비교적 신생 IT 전시회입니다. 전통의 한국전자전이 있었고 이게 원래 규모나 인기가 더 컸습니다. 얼마나 컸으면 저 일산 킨텍스에서 했겠어요. 그나저나 요즘은 킨텍스에서 하는 대규모 전시회가 잘 안 보이네요. 킨텍스는 너무 멀어서 각오하지 않으면 가기 쉽지 않네요.
그러나 한국전자전이 갈수록 규모가 줄어들고 참여 대기업들도 성의 없는 전시회가 늘면서 점점 인기도 줄고 있습니다.
이 반사이익을 받는 곳이 동네 IT 쇼 느낌이었던 월드IT쇼입니다. 매년 찾아가고 어제도 그리고 내일도 또 갈 예정인 월드IT쇼가 한국을 대표하는 IT 전시회가 되었습니다.
한국전자전보다 월드IT쇼는 좀 더 IT 기술, 특히 정보통신이나 최신 트렌드를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2024년 올해는 AI가 메인 트렌드가 되어서 AI 관련 기업들이 엄청 많이 참여했네요.
2009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WIS(월드IT쇼)를 찾아가 봤지만 이렇게 줄을 서서 본 기억이 없습니다. 이 줄은 현장 입장 줄입니다.
전 예매를 해놓아서 빠르게 입장했지만 현장에 와서 입장권 사고 입장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네요. 이렇게 줄을 서서 들어갈 정도의 전시회가 아닌데 올해는 난리네요. 다만 점심 이전인 오후 12시 이전에 가면 줄을 서지 않아도 됩니다. 점심시간 지나서 3층 올라가다가 보니 줄이 이렇게 늘었네요.
월드IT쇼는 코엑스 1층 A홀, 3층 C홀에서 전시를 합니다. 전시 기간은 2024년 4월 17일~19일(금)까지입니다.
다 돌아보지 못할 정도로 최신 IT 기술을 살펴보다 그러나 아쉬움도
A홀은 중소기업, 국가 기술원들의 기술 및 제품이 가득했습니다. 너무 다양한 회사들이 참여해서 하나하나 문의를 하다가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오후 12시에 도착해서 시계를 보니 오후 3시 3층 대기업관을 못 볼 것 같아서 반만 보고 나왔습니다. 내일 다시 가서 나머지 다 담아볼까 합니다. 정말 다양한 기술과 신기한 제품을 많이 봤네요.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국가 연구원, 연구소들의 전시공간을 둘러보려는데 사람이 없습니다. 사람이 없어서 기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었는데 아무것도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왜 이리 사람이 없지?라는 생각에 시계를 보니 오후 12시 30분. 아마도 식사를 하러 갔나 봅니다. 한 부스에 한 사람만 참여해서 그런 듯합니다. 중소기업 부스였다면 용납하지 못하는 풍경이죠. 시간이 다 돈인데요. 그러나 한국전자기술연구원 같은 곳은 준 공무원이고 의무적인 참여 때문인지 식사 시간에 자리를 비우네요. 그럼 식사하러 갔고 오후 1시에 오겠다는 푯말이라도 달아 놓고 가야죠.
그게 예의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막무가내로 자리를 비워도 자신에게 큰 타격이 없다고 느끼기에 저렇게 무례하게 자리를 비우고 아무런 안내 메시지도 남기지 않네요. 좀 더 성의 있게 대응했으면 합니다.
카카오의 출전
2024 월드IT쇼의 최고 이변이라면 이변은 카카오의 출전입니다. 오지게 욕먹는 카카오. 제가 카카오가 이런 IT 전시회에 나는 걸 보지 못했습니다. 다음 시절에는 네이버와 함께 나오기도 했는데 지난 10년 동안 한국의 양대 포털이나 거대 IT 기업이 이런 전시회에 나오는 걸 보지 못했습니다.
안 나와도 되니까 안 나오겠죠. 그러나 이 두 회사가 고객과의 접점을 전혀 만들지 못하고 고객센터도 챗봇으로 틀어막고 있어서 민심을 전혀 모르는 것 같고 실제로 두 회사의 방향성에 대해서 많은 여론이 좋지 못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는 우리 마음대로 운영하겠다 식으로 나아가네요. 그냥 자기들 모니터에 올라온 통계 수치만 들어다 보겠죠. 이러다 보니 세계적인 서비스도 별로 없습니다. 그나마 웹툰이 해외에서 좀 알려졌을 뿐이고 주력 사업은 해외에 나가질 못합니다.
카톡, 네이버 검색 딱 국내 서비스입니다. 구글, 페북, 인스타그램, 틱톡, 트위터가 되라고 하기엔 무리지만 그럼에도 세계인이 쓰는 서비스가 없네요. 그런 카카오가 나왔습니다. 카카오가 나왔는지는 저 가방으로 알 수 있습니다. 가방을 너도 나도 들고 다녀서 이건 뭐지 했네요. 저게 다 홍보 효과거든요.
카카오 부스는 카카오의 AI 서비스들을 선보였습니다. 서비스하는 것도 있고 선보일 예정 또는 이런 기술이 있다는 홍보 목적으로 나온 기술이 대부분입니다. 부스가 너무 좁아서 줄을 서서 들어가야 할 정도였습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였고 실망스러운 서비스도 있고 기대되는 서비스도 있었습니다.
이런 기술들을 어디서 체험하고 홍보 소개하는 홈페이지가 있냐고 물으니 없다는 소리에 아직도 사업에 대한 의지만 있지 세심함이 없다는 걸 느끼고 왔네요. 자세한 기술적 설명이나 내용은 메일을 보내주면 답변드리겠다는 말을 하시던데 그렇게 까지 물어볼 정도로 숨겨야 하는지 아직 서비스가 준비되지 않았는지 모르겠네요. 여러모로 미숙한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이미지 생성형 AI 칼로 같은 것도 그렇습니다. 서비스 오픈한 지 2년이 다 되어 가는데 저걸 어디에 이용할지 고민도 없어 보입니다. 하다 못해 티스토리 사용자가 사용할 수 있게 플러그인으로 넣지도 않고요. 아무튼 회사가 지난 2년 내내 화재 사고와 도덕적 해이와 경영자들의 무능으로 혼란스러웠을테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나와서 홍보하는 모습은 좋네요.
KT와 LG전자는 맑음, SKT는 흐림, 삼성전자는 폭우 수준의 전시부스
이런 대형 전시회를 보면 대체적으로 KT가 공기업 출신이라서 그런지 SKT보다 못했지만 올해는 KT가 부스를 잘 꾸며 놓았네요. 다만 좀 더 심화학습 같은 소비자보다는 UAM 같은 미래 기술을 선보이는 공간이 많았고 이제 전 참 좋았습니다.
무선 양자 암호 시스템도 흥미로웠고 설명도 잘 들었습니다. 양자 암호 시스템이 중가에 누가 데이터를 감청하게 되면 양쪽 사람이 바로 알게 되어서 도청을 감지한다고 하네요.
또한 UAM이라는 도심 모빌리티 항공기 관련 통신 기술도 잘 봤습니다.
LG전자의 새로운 먹거리인 전장 사업을 위해서 콘셉트 카까지 들고 나왔습니다. LG전자는 전기차 제조사는 아니고 저건 그냥 목업입니다. 저 안에 다양한 LG전자의 전자 기술이 들어가는 예시입니다. 저렇게 구현되지는 않지만 몇몇 예시 기술은 쓸만하네요. 예를 들어서 전기차는 앞에 공기 흡입구인 그릴이 없습니다.
LG전자는 스마트폰과 연동 기능 LG 그램 링크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아이폰, 맥북이 화면 및 파일 공유 연동이 쉬운 것처럼 이제야 연동 생태계를 만드네요. 그러나 이보다 더 관심이 가는 것들이 참 많았고 LG전자 부스는 따로 포스팅하겠습니다.
LG전자는 빔프로젝터 명가죠. 다양한 빔프로젝터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2023년 가을에 나온 시네빔 큐브는 캠핑용 또는 포터블 소형 빔프로젝터입니다. 빔 프로젝터의 각도 조절이 가장 번거롭고 짜증 나는데 손잡이를 이용해서 각도 조절을 할 수 있고 들고 다닐 수 있네요. 다만 배터리는 없고 전원 케이블로 연결합니다. 외장 배터리를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기에 캠핑장에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LG전자는 2~3년 전부터 캠핑용 다양한 아이디어 캠핑용 전자제품을 선보이네요. 이와 비슷한 제품을 삼성전자가 선보인적이 있죠. 프리스타일이라는 빔 프로젝터가 캠핑용 제품으로 선보였고 초기에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너무 낮은 밝기에 불만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안 팔리게 되더라고요.
LG 시네빔 큐브는 500 안시로 꽤 밝네요. 밝기에 만족해서 잘 팔리겠다 생각했네요. 삼성전자는 너무 어두운 밝기 때문에 암실 만들어서 체험하게 하던데 LG전자는 과감하게 그냥 공개하네요. 가격은 140만 원 대입니다.
사실 이 가전 사업은 이제 고도화가 다 끝나고 더 이상 나올 신제품도 많지 않고 기존 가전제품도 새롭고 혁신적인 기술이 거의 다 사라지고 있습니다. 진화 속도가 예전만 못하죠. 그래서 요즘 나오는 제품이 융합 제품입니다. 세탁기 + 건조기가 융합이 되고 가습기 + 공기청정기가 융합이 됩니다. 이 LG 퓨리케어는 가습기와 공기청정기를 합친 제품입니다. 열로 가열해서 물속의 균을 삭제하고 가습은 가열식이 아닌 초음파 식으로 저전력으로 가습을 합니다. 또한 소리도 적고요.
다만 단점인 낮은 가습 온도를 위해서 높은 온도로 가습 할 수 있는 기능도 있네요.
이외에도 캠핑카도 선보였습니다. 컨셉 제품이고 상용화될지는 모르겠지만 와인 저장고도 있고
식탁과 샤워 시설까지 캠핑에 진심을 선보이네요.
SKT는 올해로 40년이라고 하네요. 1984년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제 기억으로는 011부터 SKT로 인식이 강했습니다. 선경그룹과 노태우 전 대통령 딸인 노소영과 SK 그룹을 현재 이끄는 최태원이 정략결혼을 했고 그래서 이통사 사업을 선경에 넘겼다는 말이 참 많았습니다. 그거야 과거 이야기고 SKT는 한국 1위 이통사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SKT는 SKT에서 출시한 삐삐와 휴대폰을 선보였는데 대부분이 LG전자와 삼성전자 특히 삼성전자 제품을 선보이고 있네요. 역사적인 내용이 좀 보이고 SKT의 최신 기술도 좀 보이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재미는 없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건 SKT가 만든 NPU인 샤이폰 X330을 액침 냉각하는 모습입니다. 아직 개발 단계인데 열이 많이 나오는 GPU와 CPU를 공기로 냉각하는 것이 아닌 전류가 흐르지 않는 특수 용액에 담그는 겁니다. 효율은 기존 공랭식보다 50% 정도 열을 내리는 효과를 낸다고 하네요. 특수 용액은 수십 년 동안 사용할 수 있어서 추가 비용도 없고요. 다만 액침냉각을 하려면 냉각팬이 돌지 않기에 그건 다 분리해서 넣어야 합니다.
월드IT쇼의 유이한 옥에 티는 삼성전자였습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스마트폰만 전시하더라고요. 그럼에도 작년에는 제 기억으로는 그래도 신기술, 신제품도 살짝 소개했는데 2024 WIS에서는 아무것도 없네요
그냥처럼 갤럭시 S24 만 전시하고 끝입니다. 이럴 거면 그냥 삼성스토어 가서 보고 말죠. 왜 여기까지 나와서 봐야 합니까?
삼성스토어 홍대점을 그대로 옮겨 온 느낌입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와 스마트폰만 파나요? 신제품이 하나도 없나요?
LG전자는 다양한 아이디어 제품을 선보이고 제품화할 것은 따로 만드는 LG전자 랩스가 있는데 삼성전자는 이게 안 보입니다. 있긴 했었습니다. 삼성전자도 놀라운 아이디어 제품들이 꽤 나왔는데 최근 삼성전자의 모습을 보면 그냥 관공서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활력도 없고 신제품도 없고요. 삼성전자에 대한 이미지는 계속 안 좋아지네요. 거대한 4개의 대기업 부스 중에 가장 재미없고 이미 다 봤던 내용이라서 대충 보고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