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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시민 덕희 잔잔한 웃음과 찐한 공감대가 좋은 추천영화

by 썬도그 2024.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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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볼 생각은 없었습니다. 영화 규모를 보면 저예산 예산이 확실하고 출연 배우들을 보면 그냥 그런 코미디 영화처럼 보였습니다. 특히 주연인 라미란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다 보니 선뜻 손이 안 가더라고요. <정직한 후보>는 꽤 재미있었는데 <걸 캅스>는 정말 재미없게 봤습니다. 

 

영화 <시민 덕희>는 여러모로 <걸 캅스>와 비슷해 보여서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영화 선택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입소문이 터졌습니다. 극찬을 하는 분도 있고 기대 이상으로 잘 나왔다는 평들이 많았습니다. 이 입소문을 믿고 어제 봤습니다. 

 

규모에 비해 꽤 잘 만들어서 추천을 안 할 수 없는 영화 <시민 덕희>

영화를 기다리다가 포스터를 유심히 봤습니다. 장윤주가 들고 있는 카메라에 눈이 저절로 가네요. 당연히 캐논이겠지 했는데 THEKEY라고 쓰여 있네요. 이런 카메라 브랜드도 있나? 했는데 더키 아~~~ 덕희를 저렇게 표기했구나에 빵 터졌네요. 센스쟁이들입니다. 

 

결론을 바로 말하자면 <시민 덕희>는 입소문만큼 엄청나게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추천할 정도로 꽤 재미있게 본 영화입니다. 초대박은 아니고 중박 정도네요. 눈물 콧물 다 뽑아내는 영화는 아니지만 이 정도 저예산 영화지만 재미는 중급 이상의 재미를 주고 간간이 날리는 웃음의 쨉이 적중합니다. 범죄 소재 영화라서 웃음을 넣기 어려운 걸 감안해도 꽤 웃음의 쨉이 잘 들어갑니다. 

 

여기에 이 <시민 덕희>의 핵심인 우리가 느끼는 울분 그러니까 경찰에 대한 울분, 사기꾼에 대한 울분, 사기당한 사람이 욕먹은 이 지저분한 세상에 대한 통쾌한 스트레이트를 시원하게 날려주네요. 아쉬운 점은 경찰을 너무 미화했다는 겁니다.실제 사건은 또 하나의 빌런으로 나오고 이게 제 경험상 맞습니다만 영화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경찰을 너무 미화하고 두둔하네요. 이 점이 무척이나 아쉽고 화가 납니다. 

보이스피싱을 단 하나 덕희 보이스피싱범에게 전화가 오다 

영화 <시민 덕희>는 2016년에 일어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입니다. 실제 사건은 꽤 단순한 이야기입니다만 영화적 재미를 위해서 직접 덕희와 동료들이 중국까지 가서 활약한다는 내용을 넣었습니다. 

 

덕희는 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입니다. 최근에 화재가 나서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고 했지만 대출이 되지 않아서 낙담을 하던 중에 은행에서 전화가 와서 대출이 가능하다면서 서류와 신용등급 승급을 위해서 돈을 입금해 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그러나 그 전화는 보이스 피싱이었고 덕희는 3,200만 원을 보이스 피싱범에게 입금한 후였습니다. 

 

이에 덕희는 경찰에 신고를 하지만 예상대로 박 형사(박병은 분)은 대충 살펴보고 얼마 후 종결처리합니다. 대포 통장과 대포 폰임이 밝혀지만 수사를 종결할 수밖에 없다는 아주 공무원적이고 형식적인 태도로 일관합니다. 그렇게 남들에게 말도 못 하고 3,200만 원을 날린 덕희. 집이 불타서 재울 곳이 없어서 세탁 공장에 두 아이를 재웠더니 신고까지 들어옵니다. 아동학대로 인해 임시적으로 두 아이와 엄마는 분리됩니다. 

진퇴양난이던 덕희에게 한통의 전화가 옵니다. 자신이 보이스피싱 범 손대리라면서 자신을 빼 내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당연히 덕희는 믿지 않죠. 그러나 보이스피싱 범인 손 대리(공명 분)와 통화 하다 보니 이 보이스피싱 범도 잡혀서 억지로 하는 일임을 깨닫고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잡을 수 있는 증거를 수집합니다. 

 

그 증거를 모아서 박 형사에게 가져다 주니 또 보이스 피싱 당했냐는 식으로 멍청한 시민님 취급을 합니다. 나중에는 전화가 와도 전화를 피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까지 경찰이 아동학대라면서 데리고 가니 덕희는 이 모든 사실을 공장 동료인 조선족인 봉림(염혜란 분)과 숙자(장윤주 분)에게 말합니다. 봉림은 보이스 피싱범이 있는 칭다오에 여동생이 산다고 넌지시 말하다가 덕희의 간곡한 부탁을 받아서 칭다오로 향합니다. 

보이스 피싱을 당한 사람과 보이스 피싱범 모두를 조명한 <시민 덕희>

보이스 피싱을 소재로 한 영화 중에 가장 유명한 영화는 <보이스>가 있습니다. 전직 형사가 아내가 전화 사기를 당하자 직접 중국 보이스 피싱 조직에 들어가서 일망타진하는 액션 사기 영화였습니다. 그러나 비현실적인 내용에 집중도는 꽤 떨어졌습니다. 실제로는 그 보이스 피싱을 하는 사람들도 작업장에서 잡혀서 작업을 하는 범죄 피해자도 많을 겁니다. 

 

영화 <시민 덕희>의 핵심 모티브인 보이스 피싱을 하는 직원이 피해자에게 전화를 해서 저 좀 살려달라고 하는 걸 봐도 알 수 있죠. 이에 영화는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보이스 피싱 작업장에서 갇혀 사는 손 대리(공명 분)를 통해서 일방적인 가해자와 피해자 구도가 아닌 총책이라고 하는 피라미드 꼭대기에 의해서 이 거대한 사기 피라미드고 조종되는 걸 보여줍니다. 

 

영화 <시민 덕희>는 보이스 피싱 피해자를 양쪽으로 보여줍니다. 돈을 사기 당한 피해자와 큰 돈을 번다기에 면접을 보러 중국에 왔다가 감금 생활을 하면서 고통을 받는 한국의 20~30대 남자들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손 대리와 덕희 팀은 수사 공조를 합니다. 

이렇게 시민이 직접 범죄 집단을 잡으려는 모습은 눈물 겹습니다. 한국 경찰들의 무신경함을 아주 잘 보여주는데 이후 영화는 좀 다른 결로 갑니다. 보이스 피싱범이 보내온 사진과 각종 피해자 자료 등을 경찰이 받습니다. 그리고 박 형사는 태세 전환을 해서 덕희 팀을 지원합니다. 이건 실제와 다릅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경찰이 돕지 않고 수많은 증거를 바탕으로 경찰이 수사한 후 인천 항에서 총책을 검거한 후 모든 공을 경찰이 다 했다고 떠들죠. 이게 현실입니다. 

 

실제로 제가 경험한 한국 경찰은 그런 경찰들이었습니다. 한 번은 대형 축제를 구경하다가 몰카범을 제 눈으로 보고 지나가던 경찰에 말했고 그 현장에서 잡았습니다. 그날 저녁 뉴스에 나오기에 유심히 봤더니 시민 제보로 잡았다는 말 한 마디 안 나오더라고요. 실제 사건이 이와 비슷합니다. 경찰은 피해자가 검거에 혁혁한 공을 세웠음에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도 안 합니다. 물론 보이스 피싱 제보 1억 원 포상금도 다 거짓말이죠. 

 

뭐 이건 실제 사건과 제 경험담이고 영화는 영화적 재미를 위해서 직접 시민 덕희가 동료들과 함께 잡는 과정을 아주 흥미롭게 담고 있습니다. 참고로 이 영화는 카 체이싱이니 엄청난 액션 장면 없습니다. 그렇게 할 수도 없고 했다간 영화가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아줌마가 갑자기 무술 유단자가 되면 안 되죠. 

간간히 자주 웃기고 보이스 피싱에 대한 시선과 메시지가 좋은 <시민 덕희>

라미란의 힘이 꽤 큽니다. 역시 라미란이라고 할 정도로 연기는 정말 탁월합니다. 사람 울리는 재주도 있어서 눈시울을 좀 적시네요. 그러나 이 영화 웃길 구간이 없을 것 같은데 보이스 피싱 작업장 앞에서 옷수선하는 장면은 꽤 웃깁니다. 라미란만 있는 게 아니고 염혜란이라는 배우와 티키타카가 아주 좋습니다. 마치 제갈공명 옆에 방통이 있다고 느껴질 정도로 두 배우의 수시로 웃음 구간을 만드네요. 그렇다고 억지로 웃기게 하거나 하는 결이 다른 행동은 하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여기에 한국의 사기공화국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도 합니다. 
한국은 사기에 대해서 참 관대한 나라입니다. 10억 정도 사기치고 그 돈 잘 숨기 놓고 감옥에 2년 들어갔다 나오면 10억이 자기 돈이 되는 신기하고 놀라운 나라입니다. 사기에 대한 처벌이 아주 솜털같이 가볍다 보니 너도나도 크게 사기쳐서 감옥 몇 년 황제 생활하다 나와서 떵떵거리고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죠. 

 

이는 사기에 대한 법이 너무 무르고 무릅니다. 그렇게 사기범을 잡아서 돈을 받아내도 그 돈 을 다 돌려받지 못하는 것도 현실이죠. 이러니 사기 피해 당해서 자살하는 사람이 많아도 별 관심들이 없습니다. 영화 <시민 덕희>에서도 감옥에서 10년 이상은 들어가 있어야 할 사기범이 합의하자고 변호사를 고용한 것부터 알 수 있죠. 

여기에 사기 사건을 보면 사기 당하는 사람을 손가락질하는 이상한 시선들이 있습니다. 얼마나 멍청하면 사기를 당하느냐가 아닌 사기를 한 사람을 먼저 욕을 해야 합니다만 우리가 그런가요? 마지막 장면에서 덕희가 총책에게 하는 말은 가슴을 뚫고 지나갈 정도로 통쾌하고 속이 시원하네요. 영화가 화려함은 없지만 실제  이야기 같다는 높은 공감대에 덕희의 행동 하나하나에 힘을 실어주고 덕희의 마음과 내 마음이 연결이 되니 영화의 진동에 제 마음도 떨리게 되네요. 그래서 전 이 영화를 추천할 수밖에 없습니다. 

 

경찰에 대한 비판이 아쉬웠지만 추천하는 영화  <시민 덕희>

실제 사건은 2명의 빌런이 등장하는데 하나는 보이스 피싱 총책이고 또 하나는 경찰입니다. 실제 사건에서 박 형사 같이 중간에 각성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박 형사가 각성하고 함께 하는 꽤 훈훈하게 담지만 이게 필요했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동시에 한국 형사가 안 도와주면 중국 경찰이 해결한다는 것도 이상하죠. 

 

그러면 차라리 한국에 도착했을 때 덕희를 무시하던 그 형사가 잡고 모든 공은 자기가 세웠다고 하면서 끝났으면 실제 사건과 가장 유사하고 동시에 경찰이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면서 동시에 맞아 맞아~ 한국 경찰들이 저렇지라는 더 높은 공감대를 끌어올렸을 수 있을 겁니다. 자전거 분실했다고 신고하러 가보세요. 찾을 가망성이 없다고 설득하는 경찰에 분노가 치밀죠. 

 

다만 영화가 1억 포상금을 주지 않았다고 대충 표현하는데 전 영화를 보고 나서 실화를 찾아봤기에 알지만 영화 흐름상 경찰이 1억 포상금을 주고 끝나야 하는데 박 형사가 그렇게 덕희, 우리 덕희님 하고서 1억 포상금 안 준 걸 어떻게 이해하라는 건지 모르겠더라요. 저것도 코미디인가 했네요. 영화가 실제 사건과 다르게 후반을 진행하다가 갑자기 마무리하다가 엎어진 느낌까지 드네요. 차라리 포상금 이야기를 지우던가요. 여기에 영화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실제 사건에서는 3,200만원 피해 금액 전액 돌려 받지도 못했습니다. 이런 것도 영화는 왜 다 도려냈는지 모르겠네요. 

 

그럼에도 신인 감독이 이 정도로 들뜨지 않고 차분하면서도 웃음과 전체적인 흐름을 잘 정돈한 것은 아주 좋네요. 연출을 아주 잘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고 불필요한 캐릭터도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시종일관 영화에 집중하게 하는 요소를 잘 배치했고 스토리도 그런대로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사기 당한 사람의 시선에서 그 울분과 마음속 이야기를 다 해서 너무 좋네요. 

 

추천합니다. 온 가족이 설에 보기에도 딱 좋은 영화 <시민 덕희>입니다. 박장대소도 빅재미가 있다고 하긴 어렵지만 현실 기반 공감대 높은 영화라서 작은 울림에도 관객에게는 크게 와닿게 하네요. 좋은 영화라서 많이들 봤으면 하네요

 

별점 : ★ ★ ★☆
40자 평 : 보이스피싱에 대한 울분을 가득 담고 시원하게 터트려주는 시민 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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