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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서울여행

폭설에 묻힌 종묘의 아름다움에 취하다

by 썬도그 2024.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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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면 바깥에 나가기 싫죠. 그런데 눈에 따라 다릅니다. 바람이 많이 부는 눈은 보기도 아름답지 않고 걷기 쉽지 않습니다만 바람이 없는 폭설은 사진으로 담고 보기도 좋습니다. 다만 차량들에게는 안 좋죠. 그제 내린 폭설은 착한 폭설이었습니다. 주말에 내렸다는 점과 밤에 기온이 올라서 눈이 싹 녹았습니다. 또한 습기가 많은 눈이라서 눈이 아주 잘 뭉쳤습니다. 

창경궁을 가려다 들린 종묘

종묘 설경

세운상가 옥상에 가려고 하니 공사 중이라서 올라갈 수 없네요. 아마 꽤 오랜 시간 개방을 안 할 듯하네요. 설경은 위에서 내려다봐야 하는데 아쉽네요. 맞은편 종묘로 향했습니다. 

 

종묘는 최근에 거의 안 갔습니다. 이유는 종묘가 가이드 관람으로 변한 이후로 바로 입장이 불가능해서 안 갔는데 요즘은 또 가이드 관람이 사라졌나 보네요. 1,000원 교통카드로 찍고 바로 입장했습니다. 

종묘 설경

들어서자마자 감탄을 했습니다. 오길 정말 잘했다를 연신 터트렸네요. 검은 기와 지붕에 하얀 눈이 그것도 수북하게 쌓이고 나무들마다 눈이 쌓이니 장관 오브 장관이네요. 

종묘 설경

사진 찍으러 나온 분들 참 많더라고요. 

종묘 설경

종묘는 조선의 왕들의 신주를 모시는 곳으로 거대한 무덤 같은 곳입니다. 조선은 사직종묘의 나라인데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조상을 숭상했습니다. 이 사직단과 종묘 사이에 법궁인 경복궁이 있습니다. 이 종묘는 다른 고궁과 달리 경건해야 합니다. 그래서 조용해야 하고 전각도 많지 않고 단아합니다. 창경궁과 연결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끊어 놓았네요. 

 

여기는 종묘 향대청입니다. 종묘는 제사를 지내는 곳인데 제사 예물을 보관하고 제사를 지내는 제관들이 대기하는 곳입니다. 

종묘 설경종묘 설경

눈이 엄청 내리더라고요. 대폭설입니다. 함박눈이 1~2시간 내내 내리더라고요. 

 

종묘 설경
종묘 설경

여기는 어숙실입니다. 왕이 목욕 재계를 하고 의복을 정재하고 세자와 함께 제사를 올릴 준비를 하는 곳입니다. 여전히 한국은 제사를 많이 지내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제사는 큰 집에서나 하는 것이고 대부분은 안 지냈어요. 그런데 60년대 너도나도 양반 가문이라고 생각해서 제사 배틀이 일어났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네요. 저희 집은 설, 추석에 모이긴 하지만 제사는 안 지내요. 대신 음식 가지고 와서 나눠 먹고 수다 떨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수리 중인 종묘 정전

수리중인 종묘 정전

종묘의 핵심 전각은 종묘 정전입니다. 조선의 왕들의 신주가 모셔진 곳인 정전은 가로로 수백 미터가 넘는 길이로 많은 해외건축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조선 고궁 전각 중 가장 크고 웅장해서 대표 전각이기도 하죠. 그런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했습니다. 

수리중인 종묘 정전

옆문에 닫혀 있고 거대한 가림막이 보이네요. 

수리중인 종묘 정전

다시 돌아서 정문을 통과했습니다. 

수리중인 종묘 정전

눈 정말 많이 내리네요. 

 

수리중인 종묘 정전

그런데 정전이 수리중이네요. 수리한다고는 들었습니다. 2021년에 신주를 창덕궁에 잠시 이관하고 수리한다고 들었습니다. 2015년 점검할 때 지붕이 계속 내려앉는 문제가 있어서 수리하는 건 알았는데 2022년에 완료한다고 했는데 2023년도 지나서 이제 2024년인데 아직도 수리를 하고 있네요. 언제 끝나는 걸까요? 코로나 시국에는 해외 관광객이 덜 오니까 상관없는데 이 좋은 문화유산을 하루빨리 보여줬으면 합니다. 물론 급하게 하면 안 되겠죠. 그래도 아쉽네요. 이거 보려고 온 것도 있거든요. 정전 사진 중에 눈이 쌓인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데 못 보게 되었네요. 

 

조선의 역대 왕과 왕비의 제사 관련 전각으로 국보입니다. 태조 4년에 만들어졌으나 임진왜란 때 궁궐과 함께 소실되었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궁궐을 왜군들이 불지른줄 아시는 분들이 많은데 아닙니다. 역대 조선의 왕 중에서 가장 못난 왕 TOP3에 들어가는 선조가 의주로 빤스런을 하자 열받은 백성들이 불 지른 겁니다. 왜군들은 왕이 도주한다는 건 상상도 못 했는데 도망간 선조에 어리둥절했다고 하네요. 조선 역사를 보면 선조, 인조 이 두 사람이 참 못난 행동을 많이 했더라고요. 

수리중인 종묘 정전

이게 정전입니다. 가을에 종묘제례악 행사를 하는데 아주 큰 행사입니다. 춤도 추고 음악도 연주하고요. 19칸으로 길이가 무려 101m입니다. 

수리중인 종묘 정전

아쉬움을 이 눈사람이 달래주네요. 

수리중인 종묘 정전

눈은 더 거세지네요. 

눈에 물든 종묘 영녕전 

종묘 영녕전

종묘에는 정전 옆에 영년전이라고 보다 작은 전각이 있습니다. 여기는 다행히도 공사를 안 하네요. 

종묘 영녕전

솟을대문처럼 가운데가 쭉 올라와 있네요. 여기도 꽤 큰 전각입니다. 

종묘 영녕전

카메라에 다 담기지 않을 정도네요. 영녕전은 태조의 4대조 신위를 모시고 좌우에 6칸에는 종묘 정전에 없는 왕과 왕비와 추존된 왕과 왕비의 신위가 있습니다. 

 

정전보다 한 단계 낮은 전각입니다. 가운데 높이 올라온 전각에는 태조의 4대조를 모신 곳입니다. 여기에 단종 신위가 있어요. 

종묘 영녕전

제례 공간이라서 단청이 없습니다. 단청도 없고 길이는 길고 그래서 단아한 맛이 아주 좋습니다. 

종묘 영녕전
종묘 영녕전
종묘 영녕전
종묘 영녕전

계단이 있어서 올라가는 분들이 있고 저도 올라가려고 하다가 혹시나 하고 계단에 있는 눈에 덮인 안내판을 보이 올라가지 말라고 적혀 있네요. 저 멀리 사람이 있네요. 저분 올라가면 안 되는 곳에 올라갔는데 한 여자분이 내려오라고 해서 내려오시더라고요. 복장은 관광객 같은데요. 관리가 제대로 되는 느낌이 없네요. 

종묘 영녕전
종묘 영녕전
종묘 영녕전

영녕전이 살렸네요. 정전 공사로 마음의 상처를 좀 입었다가 영녕전에서 복구되었습니다. 

종묘 영녕전

정말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었어요. 이날 날도 춥지 않았고 바람도 없어서 설중산책으로는 딱 좋았습니다. 

이런 공간이 있었다고? 종묘의 뒷길

종묘의 뒷길

종묘 영녕전을 나와서 종묘 뒷길을 걸었습니다. 

종묘의 뒷길

여기는 창경궁 넘어가는 길로 종묘로 입장해서 창경궁까지 같이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중간에 구름다리가 있었거든요. 그러나 다리를 통제하더니 이 창경궁과 종묘 길을 복원할 줄 알았는데 중간에 넘어가는 길만 만들고 연결로는 안 만들었더라고요. 그로 인해 종묘 다 보고 창경궁 가려면 다시 입구로 나와서 한참 돌아가야 합니다. 관람 편의는 전혀 신경 안 쓰는 느낌이네요. 

 

그래서 그냥 돌아가려다가 길이 너무 예뻐서 홀린듯 올라갔습니다. 

종묘의 뒷길

어? 길이 있네요. 

종묘의 뒷길

이 담장 너머가 복원된 공간이고 그 뒤에 창경궁이 있습니다. 여기를 연결해 놓으면 좋은데요. 

종묘의 뒷길

종묘 전각 보러 왔는데 이 길을 알게 되었네요. 거대한 나무들이 가득합니다. 고궁의 묘미 중 하나는 수백 년 묵은 나무들이 꽤 있고 거대한 나무들이 많다는 겁니다. 서울에서 서울을 잊게 하는 몇 안 되는 공간이죠. 

종묘의 뒷길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하단에 동영상으로도 담았으니 감상해 보세요. 

종묘의 뒷길

 

종묘의 뒷길

길은 정전 옆길로 이어지네요. 이런 풍경을 평생 몇 번이나 볼 수 있을까요. 다른 고궁에서 느낄 수 없는 숲길이네요. 아! 창덕궁이 있긴 한데 입장료도 비싸고 가이드 따라 다녀야 해요. 종묘는 입장료가 1천 원입니다. 

종묘의 뒷길

이 사진을 찍는데 퍽 소리가 나서 깜짝 놀랐는데 보니 우산에 나무에 있던 눈이 떨어지는 소리네요. 얼마나 많이 내렸는지 상록수인 소나무 가지가 꺾어지기도 하더라고요. 

종묘의 뒷길

설국이 따로 없네요. 설악산이나 큰 산에만 가면 볼 수 있는 설경을 서울 한 가운데서 볼 수 있네요. 앞으로 종묘는 이 숲길 보러 더 자주 많이 들려야겠습니다. 이렇게 잘 꾸며진 숲과 정원이 없습니다. 힐링의 2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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