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핀처' 감독은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비주얼리스트로 내가 좋아하는 감독 중 한 명입니다. 이 분이 연출한 영화는 무조건 재미있어서 그냥 돈 내고 봅니다. 1992년 에어리언 시리즈를 한 단계 승격시킨 <에어리언 3>를 시작으로 1995년 <세븐>, <파이트 클럽>, <조디악>,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소셜 네트워크>, <나를 찾아줘> 등 수없이 많은 명작 영화들을 연출했습니다. 이 '데이빗 핀처' 감독이 넷플릭스에서 만든 2번째 영화가 공개되었습니다. 바로 <더 킬러>입니다.
데이빗 핀처 감독 영화 중 가장 재미면에서 떨어지는 영화 <더 킬러>
<더 킬러>는 재미부터 이야기하면 내가 본 핀처 감독 영화 중 가장 졸리운 영화 재미가 없는 영화입니다. 이유는 먼저 비주얼 리스트라서 지루한 내용도 뛰어난 시각적 재미가 컸는데 이번 영화는 그런 건 없네요. 물론 그의 모든 작품이 비주얼이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시각적인 기교가 전혀 없습니다. 또 하나는 주인공이 킬러라면 액션이 많을 것 같은데 액션이 거의 없습니다. 있는 장면도 예상과 다르게 총이 아닌 육박전이고 그것도 어두컴컴한 실내에서 싸우는데 이게 현실감 있고 타격감 좋긴 하지만 어두워서 재미면에서는 크게 재미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긴장감 유발을 위해, 현실적 액션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영화 전체적으로 액션이 너무 적고 크게 재미있지 않네요.
오히려 이 영화는 액션 영화라기 보다는 완벽을 추구하지만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완벽하지 않은 블랙 코미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액션 영화가 아닌 드라마이고 시종일관 목소리 좋은 '마이클 패서벤더'의 내레이션이 계속 흘러나오는 영화입니다. 볼만은 하지만 추천은 하기 어렵네요. 드라마가 엄청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도 아니고요. 전체적으로 심심합니다.
자신이 신봉하는 신조를 모두 어기는 어설픈 킬러?
킬러는 수 없이 혼자 읇조립니다. 감정에 휘둘리지 마라면서 스마트워치에서 심박수가 60으로 떨어지면 저격을 합니다. 자신은 종교, 이념, 이런 것이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돈 되는 일만 하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냉철한 프로라고 말합니다. 또한 모든 것은 계획하고 예측하지만 임기응변은 하지 않으며 아무도 믿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딱 1번의 미션 실패가 있었을 뿐 모든 살인 청부를 완수한 프로라고 말합니다. 대단한 킬러 영화겠구나 했는데 그렇게 5일간 위워크 사무실을 빌려서 쪽잠을 자면서 기다리다 타깃의 집에 불이 켜지고 저격 대상자가 집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발사~~~ 실패. 헙~~~ 킬러가 실패를 합니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킬러가 실패를 합니다. 뭐야 이거 이 킬러. 그러나 냉정함을 유지하고 도망치면서 보고를 합니다. 실패를 했다고요. 고용인은 수습을 할 테지만 난감해하는 눈치입니다. 당분간 의뢰는 없다고 하고 킬러는 남미에 있는 자신의 은신처에 도착합니다. 그런데 그 집을 누가 다녀갔습니다.
그리고 한 여자가 병원에 있는 걸 찾아냅니다. 연인입니다. 킬러가 연인이 있다? 이 설정도 묘하죠. 보통 가족이 없는 킬러나 고독한 인물로 나옵니다. 사랑을 나누는 연인이 있다. 그리고 그 연인이 괴한이 침입해서 죽다 겨우 살아납니다. 이에 킬러는 이 자신을 죽이러 온 킬러를 찾아 나섭니다. 감정적이지 말고 감정에 휘둘리지 말라고 수 없이 읇조리던 킬러가 감정적으로 변합니다. 자기가 한 말을 자기가 어깁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임기응변을 하지 말라고 하지만 수없이 임기응변으로 대처를 합니다.
이는 영화 <더킬러>가 추구하는 메시지입니다. 세상 모든 것은 계획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음을 영화를 통해서 보여줍니다.
그렇게 킬러는 자신의 작전 실패에 체벌을 넘어서 죽이려고 하는 자신의 의뢰인 그것도 고용주와 그 고용주가 채용한 2인조 킬러를 추적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추적을 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행동 하나하는 흥미롭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던 킬러들은 은밀하고 전문적인 장비나 행동을 할 줄 알았는데 위워크 사무실을 사용하고 아마존에서 건물 잠입용 출입카드 복사기를 구매하고 마트에서 쓰레기통이나 각종 물건을 사서 위장을 합니다. 청소 용역부로 위장하기 위해서 녹색 펜으로 재활용 마크를 그리는 모습은 아주 그럴듯하고 현실적인 묘사는 다른 킬러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신선함입니다.
그렇게 남미에서 현대자동차 택시를 모는 드라이버를 위협해서 자신을 죽이려 온 2인조 킬러 인상착의를 얻고 택시 기사를 죽입니다. 순간 뭐 이런 미친 킬러가 있나 하면서 정나미가 떨어집니다. 뭐 그래야 증거를 남기지 않기에 이해는 하지만 이 킬러는 사람 목숨을 정말 파리 목숨으로 여깁니다. 이걸 보면 또 냉혹한 킬러 같습니다만 그게 이 킬러에게 큰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오히려 일이 더 복잡해질 것처럼 보이지만 직진만 합니다.
냉혈한 킬러가 다른 킬러를 만나면서 변하다
킬러를 죽이러 온 킬러 2인조는 남자는 살인병기처럼 우락부락하고 여자는 면봉처럼 생겼다는 택시 드라이버의 묘사에서 면봉이 바로 틸타 스윈튼입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자 놀라운 연기는 틸다가 죽음의 사신 앞에서 변하는 표정입니다. 순간 이래서 틸다가 사랑받는 배우임을 여실하게 보여줍니다. 그 30초도 되는 장면에서 고급 뉴욕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하려고 왔다가 내가 죽는구나 느끼면서 느끼는 표정 변화는 꼭 봐야 하는 장면이자 가장 놀라운 장면입니다. 그러나 이 장면 말고 영화가 전체적으로 밍밍합니다. 큰 재미도 없고요.
다만 이 또 다른 킬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킬러는 내면에서 변화가 일어납니다. 이 업보 같은 죽고 죽이는 킬러의 세상에서 자신이 복수의 굴레에 갇혀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항상 말하던 휘둘리는 다수가 아닌 다수를 휘두르는 소수가 자본주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는데 이걸 깹니다.
그러나 액션도 많지 않고 흥미로운 구석이 꽤 있긴 하지만 '데이빗 핀처' 감독 명성에는 미치지 못하네요. 아마도 제작비 때문일 수도 있지만 스토리도 약하고 졸리운 구석이 많네요. 따라서 추천하기 어려운 영화네요. 기대를 꽤 했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아쉬움이 더 큰 것도 있네요.
별점 : ★ ★☆
40자 평 : 내가 따르는 모든 신조대로 세상은 돌아가지 않는 그것이 바로 인간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