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는 피와 폭탄이 없으면 영화나 드라마 못 만드나 할 정도로 하드보일드한 액션 및 스릴러, 괴기물이 참 많죠. 아무래도 총 폭탄과 피가 없으면 덜 자극적이고 졸리기에 피를 만땅 활용합니다. 그래서 보다 보면 역겨울 때가 있습니다. 온통 과도한 액션과 무례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심한 표현을 담습니다.
그게 또 넷플릭스의 맛이라면 맛이겠죠. 반대로 디즈니플러스는 아직도 마블과 스타워즈에 정신 팔려서 망해가고 있습니다. 달달한데 재미가 없어요. 넷플릭스는 다양한 소재와 새로운 시리즈로 승부하는데요. 그래서 별 기대를 안 했습니다. 피칠갑을 한 여주인공 얼굴을 내세우기에 또 피바다극이겠구나 했네요. 기대도 안 됩니다. 뻔하겠죠. 대충 쓴 시나리오에 피바다 액션을 선보이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안 보다가 뒤늦게 봤습니다. 1시간 2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 큰 영향을 줬습니다.
새로운 액션 시도도 보이지만 대부분은 이미 경험한 액션 활극 발레리나
하늘 아래 새로운 액션이 없다고 할 정도로 이미 수 많은 액션 장면들이 새로움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홍콩 영화의 빠르게 감아서 찍기나 현란한 컷 편집으로 액션을 더 우람하게 보이게 하는 것도 이미 한물 지나갔죠. 빠른 컷 편집으로 안되니 현장감을 주겠다면서 핸드핼드 액션이 유행하던 제이슨 본 시리즈 이후 10년 동안 온통 핸드핼드 액션이 난무했습니다.
그러다 리얼 액션을 하는 톰 크루즈 형님이 나오기도 했고요. 그러나 기본적으로 액션은 액션 전문 배우가 해야 선이 잘 삽니다. 어려운 액션도 멀리서 담아도 아름답게 표현하는 액션 전문 배우가 해야 그 동작 하나하나가 살아 있고 힘이 있고 아름답습니다. 그래서 액션 영화에서 액션 전문 배우가 나와야 사람들이 보러가죠.
아놀드 형님이 그랬고 실베스타 스탤론, 성룡, 이소룡, 이연걸, 제이슨 스타뎀이 그렇습니다. 그런데 전종서요? 영화 <버닝>에서 눈길을 사로잡은 전종서라고요?
배우 전종서를 좋아하지만 액션 배우 전종서는 낯설지만 일단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첫 액션 장면부터 알았죠. 이거 액션 감추기 위한 현란한 카메라 앵글 변화와 빠른 컷 편집이라는 것을요. 액션 잘하는 배우는 길게 찍고 다 보여줍니다. 그게 더 찐하니까요. 그런데 액션 못하는 배우들은 빠른 컷 편집으로 액션의 동작을 다 보여주지 않죠.
액션 스쿨에서 많은 시간 노력했지만 액션이라고 할 것도 없을 정도로 너무 빠른 컷 편집과 앵글 변화를 보여주네요. 뭐 그건 스타일일 수 있습니다. 전종서의 애인이자 감독이자 단편 영화 <몸값>으로 각광을 받은 이충현 감독의 액션 연출 스타일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만 아무리 봐도 주연 배우의 액션감을 크게 올리기 위해서 빠른 컷 편집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그런지 홍콩 영화 삘이 많이 나고 전체적으로 색감이며 여러가지 장면들이 홍콩 액션 영화를 연상케 합니다. 게다가 미국의 흔한 카페나 한국에서 보기 어려운 식료품점 등을 넣는 등의 좀 더 다국적인 이미지를 넣으려고 노력했네요.
차라리 후반 총격 액션이 보기 무난하네요. 다만 액션 설정이 너무 과합니다. 기관총도 아니고 권총 3자루 들고 한 50명이 넘는 건장한 남자들과 싸운다는 설정 자체가 놀랍네요. 좀 무리수입니다. 그럼에도 볼만은 하네요. 볼만은 한데 그냥 이미 많이 본 액션 장면이라서 엄청난 감흥이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액션 연출은 그 액션을 하는 당위성을 넣거나 예측 못한 액션이 나올 때 쾌감이 들지 5초 후에 액션을 미리 예상할 수 있게 하면 안 되죠. 작은 권총을 살 때부터 예상했는데 예상과 달리 너무 허무하게 사용하는 모습 등을 보면 감독이 액션 연출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잘 못하는 감독이라는 느낌이 드네요. 물론 비판을 했지만 전체적으로 액션 톤이나 스타일리시함은 인정하고 잘합니다. 또한 인스타갬성처럼 비비드 한 조명 설정이나 구도는 좋긴 한데 액션 본연의 재미는 약하네요. 그럼에도 액션은 10점 만점에 7점 정도 줄만합니다. 좀 더 가다듬으면 좋은 액션 연출 감독이 될 수 있겠네요.
특히 미술감독님의 피땀눈물이 가득 보일 정도로 공간 연출력이 좋네요.
발레리라 친구의 복수극 안에 들어간 N번방 사건
1시간 20분짜리 영화? 요즘은 영화가 보통 2시간 이상입니다. 너무 짧으면 아쉽죠. 애니가 아니고서야 1시간 20분은 어렵지만 넷플릭스이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그런데 영화 내용은 2시간짜리로 만들어도 되었을 것 같네요. 왜냐하면 스토리가 좀 조악합니다.
먼저 영화의 제목인 <발레리나>는 전직 경호원인 옥주(전종서 분)이 아닙니다. 옥주의 친구인 민희(박유림 분)가 발레리나입니다. 옥주의 과거를 잘 담지 않습니다. 언뜻언뜻 경호원 일을 했던 것으로 보이고 민희를 자기 생일날 케이크 가게에서 만납니다. 민희는 중학교 동창인 옥주를 만나서 기쁜데 세상 사는 것이 짜증인 옥주는 시큰둥하죠.
영화는 두 중학교 동창의 우정을 너무 빠르게 말아서 먹습니다. 좀 더 길게 담았으면 어땠을까 하네요. 그래야 후반 민희에 대한 복수극이 좀 더 힘을 얻을 수 있었는데요. 이게 좀 짧습니다.
영화 <발레리나>의 복수의 소재는 N번방 사건에서 가져왔습니다. 물뽕 파는 최프로(김지훈 분)가 물뽕을 탄 음료를 먹게 한 후 여자들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 후 음란물을 촬영합니다. 그리고 그걸 무기로 협박을 하죠. 이에 민희는 고통을 견디지못하고 자살을 합니다. 민희는 옥주에게 복수를 부탁을 하고 옥주는 이 범죄단을 일망타진한다는 내용입니다.
N번방 사건은 우리 인간이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 지를 잘 보여준 사건입니다. 그런데 이 N번방 사건의 범인은 잘 생기지도 몸 싸움도 못하게 생긴 그냥 흔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N번방 사건처럼 여자의 몸을 촬영한 음란물을 촬영한 후 USB 메모리에 저장하는 최프로가 잘 생겼다는 설정은 이해를 합니다. 그래서 여자들을 빠지게 했으니까요.
이건 N번방이 아닌 그 유명한 정준영과 그 일당 사건과 비슷하네요. 여러 가지 성관련 범죄를 섞어 놓았습니다. 그런데 이 최프로가 액션을 엄청나게 잘한다는 설정에 깜짝 놀랐네요. 마약 파는 인간들이 조폭을 끼는 건 알겠는데 판매상이 액션도 잘한다는 설정은 좀 어울리지 않네요. 그리고 이런 능력자면 최종 보스로 올려야지 최프로 위에 또 상선이 있더라고요.
좀 그래요. 최종 보스보다 이 최프로가 최종 보스 같아 보이는데요. 물론 최프로에 대한 응징을 화끈하게 하지만 그럼에도 복수는 똑같이 갚아주는 게 더 쾌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최프로 몸을 찍은 영상물을 인터넷에 뿌리거나 USB 메모리를 입에 넣고 하나씩 먹으라고 하는 등으로요. 그런 면에서 복수극을 타란티노에게 배웠는지 잔혹하고 화끈하게 죽이는 걸 배웠네요. 그 러거 보니 전체적으로 감독이 타란티노 팬이 아닐까 하네요
그리고 여고생도 등장합니다. 최프로가 사육하는 여고생으로 나오는데 이런 캐릭터가 꼭 필요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마도 옥주가 죽은 민희 대신 또는 이런 어른도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인 것 같은데 영화에 큰 도움이 되는 캐릭터는 아닙니다. 뭐가 서사를 더 넣어주거나 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고요.
조연들의 연기가 참 좋았습니다. 노 배우들의 카메오 출연도 좋았고 물뽕 제조하는 분의 연기도 좋더라고요. 다만 전체적으로 발레리나는 홍콩 영화와 타란티노 영화를 좋아하는 감독의 습작 같은 느낌이 강하네요. 어설프고 어색한 게 좀 많아요. 물론 이 정도로 만들기도 쉽지 않고 신인 감독에게 큰 걸 바라긴 어렵지만 다음 영화에서는 좀 더 다듬어진 스토리 위에 알찬 액션을 담았으면 하네요.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감독 이충현입니다. 사실 요즘 영화나 드라마 연출자들은 대부분 30대도 아닌 40대 이상인 분들이 많은데 젊은 피의 수혈이 약합니다. 그런면에서 이충현 감독의 첫 장편 영화가 아쉽기도 하지만 응원도 많이 하게되네요.
별점 : ★ ★ ★
40자 평 : 화려하지만 어설픈 스토리와 액션 그러나 미래가 기대되는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