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부터 다니기 시작한 북촌한옥마을은 서울에서 가장 이색적인 공간입니다. 바로 한옥이 밀집된 지역으로 해외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입니다. 이는 서울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한양이었던 공간은 지금도 한옥이 많지만 튼 살처럼 계속 커진 서울의 강남포함 강남쪽은 거의 한옥이 없습니다. 있으면 그게 놀라운 일이죠. 그래서 마포구만 가도 한옥이 많지만 강남쪽은 관청이었던 그 마저도 대부분 전쟁 등으로 소실되어서 한강 이남 지역에서 한옥을 만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런면에서 북촌한옥마을은 한강 이남에 사는 분들에게는 이색적인 공간이고 그 매력적인 공간을 무려 15년 넘게 뻔질나게 다니고 있네요. 머리 아플 때도 북촌한옥마을 일대를 가면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입니다.
주민들과의 갈등을 지나 빈집을 한옥체험 공간으로 변신시키다
북촌한옥마을은 생각보다 규모가 큽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북촌 4~7경이 있는 가회동 31번지는 북촌 한옥 밀집 지역의 일부일 뿐입니다. 큰 길 건너에도 볼만한 한옥이 많습니다. 최근에는 중앙고등학교 앞 길인 계동길이 핫플레이스가 되고 있네요. 다만 여기의 가장 큰 문제점은 남의 집 구경이나 하는 수준의 관광이었습니다. 한 두곳은 들어가 보고 싶은데 그런 공간이 없었습니다. 아쉽더라고요.
이 북촌한옥마을은 마을입니다. 주거지입니다. 이러다 보니 큰 소리로 떠들면 안 됩니다. 그러나 서울시와 정부가 가뜩이나 관광자원이 없는 한국에서 가볼만한 곳으로 추천하는 곳이 북촌한옥마을이고 이에 많은 주민들이 하소연을 했습니다.
여기 말고 이화벽화마을도 큰 문제였죠. 그러나 이화벽화마을은 한 주민이 타일로 만든 모자이크 계단 벽화를 페인트 칠해서 없애 버리는 등 적극적으로 주민들이 항의하자 점점 활력을 잃어가고 코로나 직격탄 맞고 지금은 그냥 평범한 서울 동네가 되어서 핫플레이스에 거의 완벽하게 지워지고 있습니다. 다만 낙산공원 근처 성벽 길에는 몇몇 카페와 주점이 있긴 합니다.
그럼 북촌한옥마을은 어떨까요? 여기는 지울 벽화가 없고 상업 시설도 거의 없어서 상가 주인과 마을 주민간의 갈등도 없습니다. 이화벽화마을은 마을 주민과 상인과의 갈등도 컸습니다.
북촌한옥마을은 마을 주민들이 떠나는 방식으로 해결이 되고 있습니다. 북촌 한옥 마을의 주민이 지난 10년 간 30%나 줄었습니다. 이러다보니 빈집이 가득했죠. 특히 가회동 31번가 주변은 거의 다 빈집이었습니다. 이렇게 빈집을 방치하다가 최근 이 공간을 전시 공간 및 파티 장소 및 호텔로 개조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북촌한옥마을은 상업 공간으로 변신하고 그럼에도 채워지지 않은 빈집들을 정부와 서울시가 적극 매입해서 체험 공간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도 주민과의 갈등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최근 뉴스에서도 주민들이 관광객들 소음 때문에 하소연을 하네요.
한옥 체험 공간 북촌한옥청
북촌한옥청은 원래 무슨 공방이나 전시공간이었습니다. 10년 전에 표 내고 들어간 기억이 나네요. 아! 당시에 민화 전시회를 했고 민화 관련 작업을 하는 곳이었어요. 그런데 이 공간을 서울시가 매입해서 북촌한옥청으로 바꾼 후에 무료 체험 공간으로 공개했네요.
위치는 북촌한옥마을 가회동 31번가 길 건너편 입니다. 여기도 한옥 많거든요.
10년 전과 크게 달라졌어요. 먼저 정확하지 않지만 공간을 엄청나게 리모델링 했네요. 이렇게 마당이 크지 않았던것 같은데 공간을 좀 넓힌 느낌입니다.
마당에 물확을 재해석한 현대식 물확이 있네요. 보통 돌물확인데 좀 더 크게 만들어서 연못화 했네요. 물확은 목재 건물인 한옥에 불이 붙으면 이 물확의 물을 확 뿌려서 끄는 소방수 역할을 합니다.
뭐 지금은 소화기로 끄는 게 낫죠. 나무가 물 먹으면 불어나잖아요.
한옥은 ㄱ자 한옥입니다. 툇마루에서 잠시 쉬어도 되고요. 평일임에도 외국인 관광객이 엄청 많네요.
작은 정원도 있네요. 마당이 이래서 좋아요. 식물 키우고 바깥 공기 쐴 수도 있고요. 다만 도시에서는 이웃집 시선에 그대로 노출이 되는 무넺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성북구나 평창동 저택들처럼 돌담을 높이지 않아요. 차경 때문에요.
ㄱ자가 아닌 살짝 ㄷ자네요.
신을 벋고 안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의자와 테이블이 있어서 잠시 쉬었다가 갈 수 있습니다. 유리창도 있네요. 개량 한옥 또는 도시형 한옥이네요. 석까래가 그대로 보이네요. 이 한옥은 여름에는 좋지만 단열에는 너무 취약해요. 화재에도 취약하고 단열에도 취약하고요. 그나마 온돌이라는 효율적인 난방 시스템이 겨울을 나게 했죠.
문이자 창인 곳을 통해서 한옥 마을과 종로 도심의 고층 빌딩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게 차경이에요. 바깥 경치를 집 안에서 바라보는 경치, 경치를 즐기는 지혜를 아는 우리 조상이었습니다. 서양은 무조건 나도 안 보이고 남도 날 못 보게 하는 담장 문화가 발달했어요.
내부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네요. 전통 한옥이라고 하기엔 좀 무리가 있지만 한옥의 운치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북촌 한옥청이네요. 여기 말고도 한옥 체험 공간은 근처에 꽤 있습니다. 북촌문화센터도 있고 일제시대에 지어진 영화 <암살>의 촬영지인 백인제 가옥도 있고요. 다만 둘은 한옥 안에 못 들어가고 구경만 해야 하는데 여긴 체험도 가능합니다.
북촌한옥청은 꼭 들려보세요. 이게 여유이고 힐링이네요.
요즘 북촌한옥마을 시즌2라고 할 정도로 인기가 다시 살아나고 있고 빈집이었던 공간은 이렇게 음식점파는 곳으로 바뀌고 있네요.
큰 길을 건너면 북촌 가회동 31번지가 나옵니다. 저 길로 쭉 따라 올라가면 됩니다.
여기도 한 화장품 회사 팝업스토어입니다. 마을 주민이 떠난 빈집들을 이제는 상업 및 체험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