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국 영화 2편이 동시에 개봉합니다. 하나는 주지훈, 하정우 주연의 <비공식작전>과 또 하나는 도경수 주연의 <더 문>입니다. <비공식작전>은 이미 시사회로 봤던 영화인데 영화 그냥저냥 볼만한 영화이지만 딱히 매력적이고 꼭 보라고 하기는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먼저 이 영화의 제목 변경에서 이 영화가 뭘 두려워하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영화 모가디슈와 교섭을 섞은 듯한 <비공식작전> 이 자체가 단점
원래 제목은 <피랍>이었습니다. 1986년 일어난 중동 외교관 납치 사건 실화를 담고 있습니다. 소재 자체가 이 영화의 단점이 아닐까 할 정도로 1986년 외교관 납치 사건은 현대사에서도 우리도 잘 모르는 사건입니다. 이유는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사건도 아니고 무엇보다 1986년 아세안 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있어서 이 사건이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잔칫집에 외교관 납치 사건을 알리는 것이 정권 차원에서 부담스러웠을 겁니다.
게다가 민간인도 아닌 외교관이라서 더 쉬쉬하는 것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또한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협상하기 까다로운 중동 지역이라는 점도 있었을 겁니다. 다만 외교관들은 이 외교관을 구출하고 싶어했을 겁니다. 문제는 외교관이 아닌 일반 국민이 보기에는 이 구출 작전이 외교부 안에서만 일어난 감동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여기에 이 영화 <비공식작전>이 제목을 변경한 이유는 두 영화 때문이 아닐까 해요. <모가디슈>와 <교섭>을 섞은 듯한 영화입니다. <모가디슈>의 카 체이싱과 <교섭>의 인질 협상 및 구출과 비슷합니다.
또 아랍 액션? 좀 지친다 비공식작전의 아쉬운점들
또 아랍입니다. 한국에서 촬영해도 되고 한국에서 벌어지는 액션이 더 공감대가 높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아는 거리와 자동차가 뒤집어지고 터져야 더 공감이 높지 아랍에서 액션은 미국 및 다양한 국가의 영화에서 보면 되지 굳이 아랍에서 찍을 필요가 있을까요? 제가 보기엔 아랍 액션을 보여주기 위해서 소재를 중동에서 찾은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최근 아랍을 배경으로 한 액션 영화들이 너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영화가 <모가디슈>, <교섭>그리고 <비공식작전>입니다. 그것도 모나코라는 아랍에서 가장 영화 촬영하기 좋은 장소를 섭외해서 카체이싱, 폭발, 총격 액션을 촬영합니다. 이러다 보니 3개의 영화가 액션만 보면 한 영화처럼 보여집니다.
물론 제작비가 저렴하고 현지 협조 등등의 장점이 많아서 국내에서 촬영하는 액션보다 더 과감하고 화려할 수는 있지만 식상함을 지우기 쉽지 않네요. 후만 16분 간의 별 대사없이 진행되는 자동차 추격 장면은 꽤 잘 만들었고 할리우드를 방불케 합니다만 그 화려함에도 지루함이 동시에 느껴지게 되네요. 이는 배우들의 인터뷰에서도 나옵니다. 자신들도 특정 영화들과 연관되는 걸 부정 못한다면서 일단 보시고 나면 다른 영화라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네 맞는 말입니다. <모가디슈>나 <교섭>과 다르지만 동시에 두 영화를 섞은 느낌이 듭니다. <비공식작전>은 제가 보기엔 주지훈, 하정우의 버디 무비로 보였습니다. 감동이요? 그런 거 거의 없습니다. 약간 동공이 흔들렸지만 인질 구출 자체가 주는 감동이나 비중이 크지도 않고 별 느낌도 없네요.
다시 말하지만 액션은 볼만하고 화려하고 한국 영화치고는 잘 찍었습니다만 <교섭>, <모가디슈>를 본 저로서는 또 하나의 아류가 아닐까 하는 생각만 드네요. 그렇다고 액션이 창의적이고 짜임새 있고 유머가 툭툭 터지는 것도 아닙니다. 대사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초반 공항에서 인질 협상금을 몰래 숨겨서 통과할 때가 더 쫄립니다. 아! 그리고 가장 인상 깊었던 액션은 들개 액션으로 들개가 CG인지 진짜 개인지 모르겠지만 아주 리얼하고 섬뜩하네요.
인질 구출 과정의 짜릿함이 덜한 <비공식작전>
영화가 인질 구출 작전이면 인질 구출 과정의 위기와 쪼는 맛과 얼마나 절박한지 보여줘야 합니다. <교섭>이 실패한 이유는 인질들이 비호감이었습니다. 비호감 인질들을 구출하는 것을 누가 보고 싶어 하겠어요. 제작 자체가 잘못된 결정이었습니다. <비공식작전>은 호감 비호감 인질이 아닌 그냥 관심 없는 인질입니다. 그러나 외교부 직원들은 애타게 찾고 있는 인질이죠.
그러나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납치된 외교관은 납치된 후에 인질범들이 한국 정부에 인질에 대한 협상을 하지 않아서 어떻게 손을 쓸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1년이 지난 1987년 민준(하정우 분)이 근무하던 중 한통의 전화가 옵니다. 그 전하는 납치된 외교관으로 외교관끼리 쓰는 암호였습니다. 생사가 확인되자 외교부는 민준에게 협상금을 들고 협상을 하고 오라고 합니다. 이에 유럽에 있는 브로커가 끼게 되고 브로커를 통해서 협상을 하게 됩니다.
민준은 아랍 전문가도 아니고 이곳 생리도 생태도 지리도 모릅니다. 주민들은 다 철수한 지역이기도 하고요. 이때 한국으로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가지 못하는 판수(주지훈 분)가 나타납니다. 공항에서 총격전이 벌어지자 택시기사인 판수 차에 올라단 민준은 공항을 같이 빠져나옵니다.
그렇게 둘은 인연을 맺고 함께 행동합니다. 판수라는 인물은 능구렁이 같은 돈만 밝히는 처세술이 능숙한 인물입니다. 이 판수에게는 조국이니 모국이니 그런거 없습니다. 외교관 동포 구출? 돈을 주면 하지만 안 주면 안 합니다. 이에 외교반 민준은 돈을 주겠다는 말과 함께 외교부 고위직과 전화 연결을 해줘서 판수와 동행하게 됩니다. 단숨에 가이드가 된 판수는 민준과 의기투합해서 한 팀이 되지는 않습니다. 수시로 딴 주머니를 차는 못 미더운 인물입니다.
어찌어찌해서 외교관을 구출하는 데 성공하는데 외교관에 대한 감흥이 별로 없습니다. 이역만리에서 고생을 하고 있고 외교관들이 인질 구출에 물심양면으로 엄청나게 노력하는 건 알겠는데 영화라는 것이 현실과 연결되어서 보게 되는 경우들이 많아서인지 외교관과 외교부에 대한 감정의 동요가 없네요. 제 감정을 떠나서 인질을 구출하기까지의 과정이 복잡하고 변수가 많이 발생하지만 쪼는 맛이 높지는 않네요.
영화 <밀수>처럼 그럭저럭 잘 만들긴 했는데 영화의 기본 컨셉이나 재미가 엄청 좋지는 못하네요. 가장 큰 단점은 화려하지만 기시감이 영화 보는 내내 방해를 하네요. 그럼 영화 <비공식작전>을 혹평은 아니지만 좋게 평가를 못하는데 이 영화 보지 말라는 소리냐고 묻는다면 아닙니다. 볼만은 합니다. 그럼 볼만한 이유를 소개하겠습니다.
하정우, 주지훈의 버디 무비 <비공식 작전>
그냥 이 두 배우를 중동까지 보내지 말고 서울에서 형사와 끄나플로 묶어서 영화 만들어도 잘 나왔을 겁니다. 두 배우의 캐미스트리가 엄청 좋습니다. 이미 <신과 함께>에서 우리는 두 배우의 캐미를 잘 확인했습니다. 영화 <비공식작전>의 재미 8할은 두 배우의 연기와 캐미에서 나옵니다. 화려한 액션은 배경이 지루해서 그런지 지루합니다. 이미 수많은 영화에서 비슷한 자동차 액션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걸 한국 영화에서 본다고 더 놀랍고 신기해하지 않습니다.
차라리 청계천 주변 도로에서 자동차 액션을 하고 차가 청계천에 떨어지는 우리가 아는 익숙한 장소가 붕괴되고 파괴되는 장면이 더 짜릿하고 놀랍고 공감이 되지 모랫바람 날리는 곳에서 해봐야 그냥 외국 영화 따라 하기밖에 안 됩니다. 김성훈 감독은 이걸 간과했습니다. 소재 자체가 매력이 없고 액션은 화려한데 지루하고 전체적으로 아쉬운 점이 많지만 그럼에도 볼만하게 만든 것은 두 배우의 티키타카죠.
다만 두 배우의 캐릭터도 너무 전형적입니다. 판수는 보자마자 저 인물이 변하겠구나 했고 그게 영화의 핵심 감동입니다. 깐족거리고 속물 그 자체인 판수가 서서히 민준에 동화되는 모습이 영화의 감동입니다. 이것도 좀 전형적이에요. 그래서 전체적인 평을 하자면 볼만은 한데 <교섭>보다 재미있고 잘 만들었지만 <모가디슈>보다는 못한 정도의 그냥 그런 영화가 나왔네요. <밀수>와 비교하면 <밀수>가 좀 더 재미있게 봤네요.
영화 <비공식작전>은 다양한 인물과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빌런마저 다 병풍으로 느껴지게 되네요. 오로지 두 배우의 힘으로만 달리는 영화네요. 두 배우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추천하고 볼만한 영화가 없으면 봐도 좋을 정도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잘 만들었지만 기시감과 익숙한 재미에 지루하지만 두 배우 떄문에 볼만한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