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웅남이> 논란은 한 영화평론가가 '여기가 그렇게 만만해 보였을까'라는 평에 많은 사람들이 영화계를 싸잡아서 비판을 했습니다. 좀 과한 100자 평이었지만 영화 <웅남이>를 본 분들은 '여기가 그렇게 만만해 보였을까'라는 평이 그렇게 잘못된 평이 아님을 안다고들 하죠. 실제로 주변에서 <웅남이>를 본 분들이 한결같이 올해 최악의 영화라고 소개할 정도로 평가가 아주 안 좋습니다. 얼마나 안 좋기에라는 호기심에 넷플릭스에 올라온 <웅남이>를 봤습니다.
박성광 감독의 연출 역량을 그대로 드러낸 <웅남이>
기본적으로 영화 <웅남이>는 연출이 상당히 안 좋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전체적으로 영화 만듦새가 좋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서 웅남이의 형인 웅복이인 이정학이 지하 주차장에서 1대 다수의 액션 장면이 있습니다. 칼을 들고 여러 상대를 찌르지만 단 한 번도 피가 튀지 않습니다. 그래서 목검인가 했는데 찌르는 소리를 들어보면 분명 칼입니다.
칼 소리도 조악해서 유튜브 영상보다 못합니다. 그렇게 이정학이 곰 같은 힘으로 다 뚜까 패는 데 경찰이 도착합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바닥에 피 한 방울 없었습니다. 그런데 테이저 건을 맞고 이정학이 쓰러지자 그제야 핏방울이 바닥에 있습니다. 아! 이게 무슨 연출이 이래요. 차라리 주먹 다툼으로 하죠.
이뿐이 아닙니다. 액션 장면 연출이 엄청납니다. 엄청나요. 살다 살다 액션 장면을 이렇게 못 찍는 감독이 있나 할 정도로 그냥 보여줘도 될 걸 뭔 핸드 핼드로 찍고 너무 짧게 찍어서 무슨 액션 장면인지 구분도 안 갑니다. 꽤 아플 듯한 과감한 액션 장면도 제대로 담지 못하고 너무 짧게 끊어서 담다 보니 혼란스럽기만 하고 액션의 맛도 없습니다. 여기에 영화 후반 필연적으로 등장해야 할 웅남이와 웅북이의 대결 장면에서 단 한 번도 두 배우가 한 프레임에 담기지 않습니다. 그냥 한 배우가 2번 찍은 듯한 항상 한 사람은 등을 보이는 장면에서 제작비 아끼려는 눈물겨운 노력이 보입니다.
그럼에도 대결 전에 CGI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한 프레임에 담았어야죠. 담긴 합니다. 물속에서 담긴 한데 그 장면을 보면서 이렇게 돈을 쓸 거면 액션 초반에 좀 쓰지 이게 뭔가 할 정도입니다. 제가 개그맨 출신 감독 박성광을 폄하하는 것도 편견을 가지고 본 것도 아닙니다. 박성광에 관심도 없고 개그맨이건 뭐건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결과물만 좋으면 되는데 너무 못 담았어요. 심하다고 할 정도로요. 예상은 했지만 직접 목격하니 한숨만 나오네요.
어처구니없는 개그의 연속. 개콘보다 더 안 웃긴 유머코드
개그맨 박성광임을 인지하지 않게 하려면 동료 찬스를 줄이는 것이 좋지만 유명 개그맨이 등장합니다. 이 자체는 큰 문제가 없지만 안일권이 등장한 조폭 흉내는 좀 심했다고 할 정도로 영화적인 맥락도 약하고 재미도 없습니다. 갑자기 영화에서도 담기 어려운 쌍욕이 나오질 않나 아후.. 화가 날 지경입니다.
술 먹기 게임하는 장면도 그렇고 이이경이 연기하는 웅남이 친구 BJ 조말봉도 꼭 필요한 캐릭터인가 할 정도입니다. 전체적으로 B급 영화라고 하기에도 어설픈 완성도가 무척 낮은 영화입니다.
그나마 정신줄을 잡게 해주는 유명 배우들의 연기
단군신화에서 이야기와 왕자와 거지의 이야기를 변주한 것 같습니다. 이야기도 매력적이지 않지만 잘만 엮으면 재미있게 담을 수 있을만한 이야기입니다. 웅남이는 경찰로 웅북이는 이정식(최민수 분)이라는 조폭 밑에서 사냥개 이정학으로 키워진 내용을 잘 풀면 재미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걸 못 풀어내네요.
웅남이가 웅북이 와 닮았다는 이유로 위장 수사를 하고 몰래 잠입하는 과정이 스릴과 웃음을 넣을 수 있지만 이런 것도 없습니다. 별의미도 없는 훈련 과정만 지루하게 담습니다. 어떻게 이런 영화에 제작 투자를 결정했는지 참 궁금합니다. 이 정도의 시나리오가 영화로 만들어지기 쉽지 않거든요. 특히나 유명 배우들이 꽤 나옵니다.
이 허름한 영화를 쓰러지지 않게 버티게 하는 건 엄혜란과 박성웅입니다. 꽤 인지도가 높은 두 배우의 연기력 덕분에 영화를 다 보게 하네요. 특히 엄혜란 배우는 영화 <웅남이>에서 가장 웃기는 연기를 합니다. 여기에 숨은 비밀 병기는 성 형사로 나오는 서동원 배우입니다. 이 배우 이름이 서동원인지 처음 알았네요. <엽기적인 그녀>에서 탈영병 등등 한국 영화에서 꽤 많이 나온 배우인데 이 영화에서 가장 웃기는 캐릭터를 보여주네요.
반면 이이경이나 여러 배우들의 연기는 나쁜 것은 아닌데 캐릭터 자체가 별 느낌도 재미도 있어야 하나 할 정도로 별 내용이 없습니다. 윤제문이 그나마 정극 연기를 해줘서 영화가 훌훌 날아갈 걸 같은 걸 잡아주네요. 배우들의 연기가 영화 <웅남이>의 가벼움을 좀 더 묵직하게 하고 이 점은 꽤 좋네요.
전체적으로 어설픈 영화입니다. 다만 <웅남이>를 좀 더 잘 다듬었다면 그냥 시간 때우기 영화로 나름 괜찮았을 듯한데 멧돼지 CG에 홀딱 깨고 스토리, 연출이 대학교 졸업 작품 수준도 안 되는 너무 낮은 완성도에 올해 최악의 영화 1위에 바로 올릴 수밖에 없네요.
영화 <강릉>과 <B컷>도 꽤 못 만든 영화로 유명한데 웅남이가 그 보다 한 수 위네요. 심지어 엔딩컷도 별 내용도 없고 일관성도 없네요. 보통 NG 장면을 넣는데 어떤 장면은 NG장면이고 어떤 장면은 그냥 영화 장면이고 일관성도 없어요. 웅남이 웅북이 서사가 있는 듯 없는 듯 뭘 하고 싶은 것 같은데 뭘 하는지 모르는 명불허전 <웅남이>네요.
별점 : ★
40자 평 : 어떻게 곰이 웅남이가 되었는지보다 어떻게 이 영화가 투자를 받았지가 더 궁금한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