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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억지 사랑하지 말라고 말하는 영화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

by 썬도그 2023.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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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반복되는 일상입니다. 이 일상을 우리들 모두 겪고 있죠. 각자의 일상은 다 다르지만 비슷한 점들이 있습니다. 그러기에 이름도 얼굴도 다른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비슷한 자기 이야기를 꺼내듭니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공감하면서 친해지게 됩니다.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

지난 2023년 2월 초에 개봉했지만 큰 인기를 끌지 못한 소박한 일상을 담은 영화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가 넷플릭스에 올라왔네요. 관객은 2만 명이 들지 않았지만 출연 배우들은 유명한 배우들입니다. 응팔로 팍 떠버린 코믹 연기 잘하는 이동휘와 짜증 연기 잘하는 정은채. 두 배우입니다. 이 두 배우만 보면 규모가 꽤 있을 것 같지만 저예산 영화로 보이네요.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는 멜로 드라마 또는 일상 드라마입니다. 멜로 연기를 이동휘 배우가 못할 것은 아니지만 어울릴까? 했는데 역시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안 드네요. 멜로드라마인데 혼자 코믹 드라마 찍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래서 좀 더 진중하면 좋을 텐데 웃기는 설정이 몰입을 방해합니다. 다만 영화 속에서 찌질남의 표현력은 만랩이네요. 다만 진중할 때는 좀 더 진중하게 보였으면 어땠을까 하네요. 

만년 공시생 남자를 꿈을 포기하면서까지 뒷바라지 하는 여자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

스토리 소재와 진행이 너무 평범합니다. 이게 이 영화의 매력이 될 수도 있지만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스토리에서 공감대를 끌어올리면 좋은 영화가 될 수 있지만 그냥 남 이야기 듣는 정도로 끝나면 돈 내고 볼 이유가 높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는 저에게는 후자였습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미대에서 만난 캠퍼스 커플이었던 한아영(정은채 분)과 이준호(이동휘 분)은 한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결혼은 하지 않았고 동거 중입니다. 학교 친구들은 두 사람이 함께 사는 것도 형편도 현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준호는 공시생으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고 이런 준호를 뒷바라지하기 위해서 화가의 길을 접고 부동산 중개일을 하면서 이준호를 뒷바라지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

보통 이런 관계면 남자가 항상 위축되거나 최소한 눈치밥을 먹어줘야 합니다. 그게 돈 벌어 오는 사람에 대한 예의이니까요. 반대로 그런 남자를 용기를 주고 당당하라면서 여자가 다독여줘야 합니다. 그런데 이 커플은 그런 달콤한 과정은 다 생략합니다. 짜증 연기 정말 잘하는 정은채 아니 한아영은 영화 초반부터 끝까지 승질을 내는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영화 초반부터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가뜩이나 짜증나는 내 일상인데 남의 짜증 난 얼굴을 그것도 1시간 이상 봐야 한다는 것이 쉽지 않네요. 너무 짜증만 내요. 너무 심할 정도로. 그럴 거면 왜 같이 사는지 모르겠어요. 영화가 초반에 두 커플의 행복했던 시절을 좀 더 담았으면 좋으련만 없어요. 그냥 권태기부터 시작합니다. 다만 초반 라면 가지고 알콩달콩 사랑 싸움하나 했는데 한 순간에 정나미 떨어지는 싸움으로 변합니다.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

반대로 이준호는 너무 철이 없어 보입니다. 자기 비하하는 것도 좋지 않지만 뭐 그리 당당한지 모르겠어요. 그냥 시종일관 싱글벙글 느낌이 많이 드네요. 여자 친구가 자기 꿈도 접고 돈 벌러 나갔으면 도서관 가서 코피 흘릴 정도로 열심히 공부하거나 집안 일이라도 잘해 놓거나요. 

그런 게 없습니다. 동네 고등학생 담배나 훔쳐 피고 친구와 게임을 하다가 집에서 걸립니다. 이런 남자와 같이 사는 자체가 스트레스죠. 그렇게 둘은 헤어집니다. 갑작스러운 이별 같지만 이별을 해야만 했습니다.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

그렇게 둘은 이별을 하고 바로 다른 이성을 만납니다. 준호는 안나라는 20대 초반 여자가 갑자기 들이대고 아영에게는 중소기업 사장 경일이 다가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나 했습니다. 보통 이런 스토리면 다른 사람을 만나보니 우리가 잠시 권태기를 가졌구나 느끼고 다시 돌아오거나 하는 스토리로 진행됩니다.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런 뻔한 스토리는 피합니다. 이점은 좋지만 더 놀랍고 짜증 나는 스토리로 진행됩니다. 감독 입장에서는 그게 현실적이다고 생각되고 주변 또는 감독의 경험담일까 할 정도로 너무나도 현실적인 결말로 진행되지만 보는 사람인 저에게는 한아영이라는 여자가 참 못되고 못났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후반 두 전 연인이 서로 만나서 싸우는 장면은 보다가 너무 화가나게 하네요. 한아영도 이준호도 둘 다 참 못났습니다.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

철없는 30대 백수 공시생과 짜증만 가득하고 함께 가자고 다독이는 배려도 여유도 없어서 보는 사람까지 짜증 나게 하는 한아영. 두 사람 모두에게 공감이 안 갑니다. 길거리에서 술 먹고 새벽에 싸움질하는 연인을 본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냥 주변에 흔하디 흔한 그냥 흔한 연애스토리처럼 느껴집니다. 이게 이 영화의 매력이지만 흔하기만 하네요. 다만 영화가 이걸 말하는 것 같다는 생각은 듭니다. 안 맞는 옷 억지로 입고 불편해하지 말고 니가 하고 싶은 일과 사랑을 해!

억지로 살지 말고 하고 싶은 사랑과 일을 해!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가 말하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오래 사귀고 있었다고 그 시간에 대한 보상심리 때문에 짜증나도 억지로 끌고 가지 말고 과감하게 안 맞는 옷은 벗어 버리고 편하게 살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안 되는 걸 가지고 억지로 끌고 가느니 그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사랑,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합니다. 

경제학 용어로는 매몰 비용이라고 하죠. 무려 7년을 함께 지내온 두 사람은 헤어지는데도 긴 시간이 필요로 합니다. 7년이라는 시간을 돈으로 환산하면 엄청난 돈이고 그 돈이 아까워서 이 사랑을 포기 못합니다. 게속 적자가 발생하는 사랑이면 냉정하게 끊어야 하지만 질질 끄는 사랑이 오히려 두 사람의 앞 날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을요. 

그래서 아영은 자신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서 돈도 없는데 5만원을 주고 점을 봅니다. 마음은 이미 떠나버렸지만 이유를 만들어서 붙들고 싶어 합니다. 반대로 준호는 사주가 12시간 차이로 서로 잡아먹는 팔자가 천생연분으로 바뀌는 것을 이해하지 못 합니다. 이미 헤어짐을 시작한 아영은 스스로 헤어지자는 말은 못합니다. 그러면 이 이별이 자기 책임이자 자기 원망이 될 수 있을까 봐 겁을 내죠. 그리고 그 이유를 헤어진 후에 말합니다. 

사랑도 물건도 쓸모가 없으면 버려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집이 죽은 물건들로 꽉 찹니다. 새 물건을 들여 놓고 새 사랑을 하려면 죽은 사랑, 과거의 사랑을 지워야 합니다. 그러나 그러지 못하고 질질 끄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 같네요. 

그런데 이런 교훈을 영화로 배워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보통 영화는 해피 해피하게 끝나는 많은 경우가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통해서 희망이나 좀 더 밝은 세상을 원하기 때문이고 이걸 디즈니가 잘 이용해 먹고 있습니다. 그래서 디즈니 같은 결말이 아닌 영화들이 어른맛 영화라고 하죠.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은 어른맛 영화라고 할 수 있지만 시종일관 짜증만 내다가 마지막까지 너무 현실적인 그러나 짜증 나는 결말로 인해 별 느낌이 없네요. 현실적인 영화들은 그 현실을 통해서 내 일상을 반추하게 하는 힘이 있는데 그런 힘은 많이 약한 영화였습니다. 물론 이건 제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정 떨어진 사랑 붙들고 인생을 허비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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