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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배우들만 빛나는 평이한 치정극 영화 백야행

by 썬도그 2023.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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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 볼만한 영화가 없으면 인기 순위에 과거 영화들이 TOP10에 올라옵니다. 이번주 인기 영화 순위 7위에 오른 영화 <백야행>은 2009년 개봉한 한석규, 손예진, 고수 주연 박신우 감독 연출의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원작은 일본 인기 소설가인 '히가시고 게이고'의 소설 백야행입니다. 이 당시 한국 영화는 일본 만화나 소설의 판권을 사서 영화로 만드는 일이 잦았습니다. 요즘은 한국 웹툰 원작 드라마와 영화가 많지만 당시는 일본 문화에 대한 인기 특히 소설 인기가 높아서 많은 영화들이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했습니다. 

이중에서도 '히가시고 게이고'의 소설은 영화로 자주 만들어졌고 지금도 잘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이런 일본 소설 원작 영화들이 빅 히트를 친 영화들은 많지 않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은 가족의 굴레를 소재로 하거나 사회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한 심리 드라마가 참 많습니다. 

이 영화를 2009년 개봉 당시에 보지 않았습니다. 재미없을 것 같아서요. 

재벌집 아내가 되려는 유미호와 호위무사 김요한

배우들만 빛나는 평이한 치정극 영화 백야행

영화가 시작되면 유미호(손예진 분)가 재벌 이혼남과 사랑을 나누고 동시에 김요한(고수 분)이 누군가를 죽입니다. 교차 편집으로 보여주는 첫 장면은 꽤 강렬합니다. 영화를 다보고 꽤 긴 장편 소설을 일본에서 드라마로 만든 '백야행'을 봤는데 역시나 원작 소설은 이런 플롯으로 진행되지 않고 선형적으로 두 주인공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하네요. 일본은 원작을 그대로 구현해야 한다는 생각들이 강하지만 한국은 원작을 이리저리 비틀고 볶고 재해석하고 자신들의 영감이나 이야기를 쉽게 추가합니다. 그래서 원작보다 못하거나 원작을 뛰어 넘는 영화나 드라마를 잘 만들죠. 

초반은 꽤 강렬하게 시작됩니다. 
그렇게 죽은 51살 강재두 사건을 조사하던 중 영화는 14년 전 배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조사하는 장면으로 전환됩니다. 한동수 형사(한석규 분)은 배에서 죽은 김요한의 아버지의 살인 사건을 담당하게 되는데 형사들은 유력한 용의자로 내연녀였던 이지아의 엄마인 양미숙을 의심합니다. 그렇게 형사들이 양미숙을 찾아가는데 며칠 후에 양미숙은 자살을 합니다. 

그렇게 사건은 용의자가 죽어버려서 종결됩니다. 그러나 한동수 형사는 김요한이 죽였을 것이라고 강력하게 의심하면서 자신으 아들에게 환기구에 들어가 보라고 합니다. 그 환기구를 통해서 들어가고 나올 수 있는 사람은 중학생 이하 정도의 몸이 작아야 했고 그걸 증명하려고 아들에게 환기구 통과를 해보라고 시키다가 아들이 추락해서 죽습니다. 이후 사건은 종결됩니다. 한동수 형사는 이 사건에 대한 안 좋은 기억만 가지고 있어서 사건을 잊고 삽니다. 

배우들만 빛나는 평이한 치정극 영화 백야행

14년이 흐른 후 한 젊은 형사가 찾아와서 14년 전 이야기를 꺼냅니다. 그리고 그 사건이 떠오릅니다. 김요한과 이지아는 같은 반이었습니다. 이지아는 내연녀의 삶을 살다가 자살을 했고 지아는 다른 친척 집에서 살면서 이름을 유미호로 개명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삶을 살아갑니다. 그러나 김요한과는 연인 관계 이상의 강렬한 관계로 두 사람은 만나지는 않지만 서로에게 연락을 주고 받습니다. 

김요한은 어둠속의 기사처럼 미술 교사가 된 유미호가 시키는 대로 행동을 합니다. 누굴 죽여 달라고 하면 죽여주는 좀 이해가 안 가는 관계가 됩니다. 이유는 있습니다. 유미호의 계획은 돈 많은 남자랑 좀 살다가 이혼을 한 후 위자료 두둑히 받아낸 후에 김요한과 만날 예정입니다. 단 살인 공소시효 때문에  공소시효가 끝날 때 까지는 두 사람은 모르는 사람, 만나지 않은 사람으로 지내야 합니다. 이 관계를 꽤 뚫어 본 유일한 사람은 바로 한동수 형사입니다. 

배우들만 빛나는 평이한 치정극 영화 백야행

유미호는 어두운 과거를 벗고 밝은 세상으로 나아가려고 합니다. 샵 오픈하는 날이 공소시효 만료일이라서 그때까지만 버티면 됩니다. 그러나 자꾸 좁혀오는 포위망과 재벌이자 유미호의 연인인 차승조의 비서실장인 이시영(이민정 분)이 유미호의 과거를 추적하자 유미호는 요한에게 살인을 명합니다. 이에 요한은 어둠 속에 살지만 자신의 첫사랑이자 어둠 속의 태양 같은 유미호를 위해서 살인을 저지릅니다. 

원작을 잘 단순화 시켰지만 백야를 걷는 듯한 연인 관계만 부각한 영화 백야행

배우들만 빛나는 평이한 치정극 영화 백야행

엄청나게 긴 소설이고 다양한 사건 사고가 일어납니다. 여러 사건 사고가 엄청나게 많이 일어나고 서로의 앞날을 위해서 공생 관계로 지내고 있던 유미호와 김요한 관계를 영화는 2시간에 압축하다 보니 빈틈이 꽤 많이 보입니다. 

가장 큰 구멍은 한동수 형사입니다. 자신의 아들이 사건 조사하다가 죽었기에 누굴 원망하지는 못합니다. 다만 진실에 대한 윤곽을 가장 잘 알고 있죠. 그리고 이 두 사람의 관계를 잘 알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둘의 관계나 사건을 해결하려는 강력한 의지가 좀 약합니다. 원작에서는 한동수 형사의 동료 형사가 김요한에게 죽임을 당하고 그 복수를 위해서 동시에 두 어린 아이들 사이에 일어난 불행을 잘 알기에 잡아야 하면서도 살인을 멈추게 하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집요하게 추적할 필요가 있나하는 생각도 동시에 듭니다. 한동수 형사의 갈등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복수라는 서사가 없다 보니 그냥 막아야 해!라는 단순한 이유만 보입니다. 

배우들만 빛나는 평이한 치정극 영화 백야행

여기에 두 주인공인 요한과 유미호의 운동공명체에 대한 느낌이 약합니다. 이게 소설 <백야행>의 핵심입니다. 두 주인공은 축복 받은 탄생이 아닙니다. 전당포 사장의 아들인 요한도 원하는 탄생이 아니였고 요한의 아버지 뿐 아니라 어머니도 불륜과 악행을 저지르는 인간입니다. 유미호의 어머니도 이해는 하지만 딸까지 팔아 먹는 나쁜 어머니고요. 

못된 부모 밑에서 자란 두 사람은 동질감 때문인지 서로에게 끌렸고 험한 세상, 가혹한 세상을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자랍니다. 이 관계가 살짝 살짝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유미호가 악녀로 느껴집니다. 미래를 위해서 일단 유미호가 성공해야 하는데 그 성공 가도에 걸리적 거리는 장애물을 김요한이 다 제거합니다. 그게 살인이라고 해도요. 그리고 결말은 스포라서 말을 하지 않겠지만 다 보고 나면 씁쓸하고 화가 나는 결말로 끝이나네요. 

배우들만 빛나는 평이한 치정극 영화 백야행

전체적으로 너무 연인관계만 부각합니다. 어두운 과거를 숨기고 밝은 태양 빛 아래에 서기 위해서 요한을 태워서 빛을 내는 인공 태양 아래서 패션쇼를 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이러다보니 유미호를 악녀로 만드는데 원작도 그런 모습이 있지만 그게 핵심은 아닙니다. 두 상리공생 관계가 잘 안 보이네요. 이러다 보니 한 쪽에서만 이용만 해먹고 버리는 듯한 이상한 치정극으로 전락하네요. 

그럼에도 이 긴 장편 소설 및 드라마를 2시간에 압축하는 것 자체는 그런대로 괜찮고 무엇보다 3명의 배우인 한석규, 손예진 고수 연기는 아주 좋았습니다. 고수가 너무 잘 생겨서 몰입이 안 될 정도인데 저 잘생긴 얼굴로 어둠 속에서 살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지기도 하네요. 

2009년 개봉해서 개봉 당시 98만 명이 봤던 영화로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고 지금 개봉했으면 더 인기 없었을 것입니다. 이런 서사는 요즘 별 인기 없습니다. 차라리 이런 서사는 호흡이 긴 장편 소설이 낫죠. 주인공들의 심리 묘사를 엄청나게 잘 묘사하는 연출 실력이나 시나리오가 아니면 소설이 주는 핵심 서사 및 감정과 시선을 담기 어렵습니다. 

그런대로 영화로 잘 재현하긴 했지만 뛰어난 역량이 아니면 영화로 만들기 쉽지 않은 영화인데 그 한계를 넘지는 못하네요. 

별점 : ★★☆
40자 평 : 배우들만 밝은 태양 아래 빛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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