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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에관한글

AI가 만든 사진도 사진이라고 말할 수 있나?

by 썬도그 2023.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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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뭘까요? 네이버의  표준 국어 대사전의 정의를 보면

사진 : 물체의 형상을 감광막 위에 나타나도록 찍어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게 만든 영상. 물체로부터 오는 광선을 사진기 렌즈로 모아 필름, 건판 따위에 결상(結像)을 시킨 뒤에, 이것을 현상액으로 처리하여 음화(陰畫)를 만들고 다시 인화지로 양화(陽畫)를 만든다. 또는 물체를 있는 모양 그대로 그려 냄. 또는 그렇게 그려 낸 형상이라고 필름 카메라 시절 사진을 정의하고 있네요. 

다음 검색에서는 
사진 : 광학적 방법으로 감광 재료면에 박아  물체의 영상
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둘 다 마음에 들지는 않네요. 먼저 사진은 광학 도구인 렌즈나 카메라를 이용하지 않아도 사진을 만들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빛으로만 만드는 사진인 청사진(레이그래프) 같은 것들도 사진이라고 합니다. 그냥 인화지 같은 감광지 위에 물체를 놓고 빛을 쬐어서 만들 수 있죠. 

내가 내린 사진의 정의 

AI가 만든 사진도 사진이라고 말할 수 있나?

그럼 제가 내린 사진의 정의는 이겁니다. 빛을 이용해서 형상을 재현하는 도구. 광학 도구를 이용하는 것이 보편적이지만 청사진(레이그래피) 같은 인화지로만 담은 것도 사진으로 분류하고 수많은 사진 책에서도 그런 사진도 사진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빛을 이용한다는 이 조건만 맞으면 됩니다. 

AI로 만든 사진이 해외 유명 사진공모전 수상 논란

AI가 만든 사진도 사진이라고 말할 수 있나?
AI로 만든 이미지 THE ELECTRICIAN / 프롬프트 입력자 : Boris Eldagsen

위 사진은 화제가 된 사진입니다. 세계적인 권위의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에서 창작 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THE ELECTRICIAN라는 제목의 사진입니다. 그러나 이 이미지는 AI를 이용해서 만든 사진입니다. 이 사진을 제출한 Boris Eldagsen는 시상식장에 올라서는 수상을 거부했습니다.

거부하면서 "AI로 만들어진 것으로 의심한 사람은 얼마나 되냐"고 시상식에 참석한 사람들에 묻고 앞으로 이 AI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라면서 시상식에서 내려왔습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이런 것도 걸러내지 못한 '소니 월드 포토그래이 어워드(SWPA)를 비난했습니다. 

이에 심사위원인 사진작가협회 회장인 이사벨 도란(Isabelle Doran)이 이런 비난에 대한 코멘트를 했네요. 
먼저 도란은 이 사진이 AI로 만든 것을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SWPA는 세계적인 사진작가와 큐레이터와 업계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이 심사를 합니다. 따라서 이 사진이 AI로 만든 사진인 지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이 사진이 출품된 카테고리가 창작 부문이라서 실험적 접근을 한 사진이라서 대상까지 줬습니다. 
그러나 이런 의도를 아는지 모르는지 정작 작가는 수상을 거부해서 SWPA를 난처하게 만들었네요. 

AI가 만든 사진도 사진이라고 말할 수 있나?
출처 https://www.instagram.com/p/CrL1sJAoFOW/?img_index=1

올해 소니 월드 포토그래이 어워드에서 우승을 차지한 Edgar Martins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이 논란에 대해서 장문의 글을 남겼습니다. 정리하면 그의 주장은 

AI는 도구입니다. 다른 많은 도구와 마찬가지입니다. 사진은 이미 기술 자본주의에 물들었습니다. 비싼 렌즈, 비싼 카메 등등으로 도구를 이용하는 매체입니다. AI로 사진을 만들었다고 해도 이는 우리에게는 자연스러운 진화입니다. AI가 만들어내는 사진은 불가피합니다. 

더 많은 내용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그의 주장은 AI 사진은 어쩔 수 없는 흐름이기에 거부할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이런 주장에 전 좀 정리를 하고 싶네요. 먼저 AI가 프롬프트에서 텍스트 몇 줄로 만든 이미지가 사진이 맞냐입니다. 

AI가 만든 이미지가 사진이 맞나?

AI가 만든 사진도 사진이라고 말할 수 있나?

위에서 사진은 카메라로 찍지 않아도 빛을 이용해야 한다고 정의를 내렸습니다. 그런데 AI가 만든 이미지는 빛을 이용했나요? 아닙니다. 빛을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사진이 아니냐? 그것도 애매하긴 하죠. 수많은 사진으로 학습을 해서 만들어진 이미지로 어떻게 보면 합성 사진 같기도 하지만 이게 또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진을 보고 배운 것이지 똑같이 만드는 건 아닙니다. 

카메라도 이용하지 않고 빛도 이용하지 않은 이미지 매체가 있죠. 그림입니다. 그림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AI가 만든 이미지를 그려내는 그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해상도 및 재현력이 아주 뛰어나서 사진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사진이라기 보다는 그림의 한 장르인 정밀 묘사력이 뛰어난 극사실주의 그림이라고 느껴지네요. 

AI가 사진이 아니라면 사진공모전에서 받아줘야 하나?

전 예술가가 이미지 생성 AI인  미드저니나 스테이블 디퓨전을 이용해서 만든 이미지가 사진처럼 보인다고 사진으로 생각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AI로 만든 이미지는 그냥 그림 공모전에 출품하거나 따로 AI 이미지 공모전으로 가는 게 낫다고 봅니다. 프롬프트 몇 줄로 그림으로 쉽게 변환하고 사진으로 변환할 수 있는 매체는 예술의 도구가 될 수 있어도 사진이라고 하기 어려우니까요.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재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럼에도 사진이라고 믿는 분들은 사진공모전 할 때 AI로 만들었다고 명시를 하고 동시에 창작 카테고리라는 합성 사진 전문 카테고리에 출품했으면 하네요. 그 창작 카테고리는 사진의 기본 기능인 재현과 기록성 보다는 예술의 표현 도구로 활용하는 쪽이니까요. 

전 세계 사진공모전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있을 겁니다. 이미 2곳에서 AI 이미지를 선정해서 많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에 AI 사진 구분도 못하면서 사진만 고집하는 자체가 웃기다는 소리도 많네요. 실제로 앞으로는 전문가라도 구분하기 어려운 AI 사진들이 사진공모전에 출품될 겁니다. 이미 해외 많은 소설 공모전에서 AI의 도움을 받은 창작물들이 엄청나게 공모되고 있다고 하죠. 그래서 출품작들이 예년의 2~3배 이상 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람은 도구를 또 만들 줄 압니다. AI로 만들어진 이미지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있는 도구가 나오겠죠. 그전에 정직하고 명확하게 이 이미지는 AI로 만들었고 또는 영감을 받았다고 스스로 밝혔으면 하네요. 

제 생각이 고리타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제가 왜 AI 사진을 사진이라고 안 하고 AI 그림 또는 이미지라고 하는 이유는 빛을 이용하지 않았다는 점과 함께 그림에는 없는 기록성 때문입니다. 사진은 순식간에 그 공간을 2D로 캡처합니다. 즉 사진의 1 속성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기록성이 박혀 버립니다. 우리는 그 시간과 공간을 담은 사진을 사랑하는 것이지 그림을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이기에 좋아하는 풍경, 보도 다큐 사진, 인물 사진이지 그 풍경이 합성되고 그 뉴스 사진이 합성 사진이고 과도한 후보정으로 보정이 아닌 수정 수준의 인물 사진을 좋아할 수가 없습니다. 

실제로 수년 전에 세계적인 매그넘 작가인 '스티브 맥커리'가 자신의 사진에서 불필요한 피사체를 지워서 사진을 왜곡했다가 들통났던 사건이 있었죠. 그때 맥커리의 대답이 궁색했습니다. 자신은 보도 다큐 사진작가가 아닌 이미지텔러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다큐 사진작가로 명성을 얻고 살아 놓고 갑자기 이미지텔러요? 애초부터 이미지텔러로 활동하고 기록 사진을 가공해서 이미지를 만든다고 하시지 나중에 그런 소리를 하자 더 많은 비난을 받았습니다. 

AI 사진인지 AI 이미지인지를 거부하는 게 아닙니다. 그 자체로 하나의 도구입니다. 다만 AI로 만든 이미지로 기록 사진 행세는 안 했으면 하네요. 창작의 영역인 예술의 도구로 AI 이미지는 큰 인기를 끌 수 있어도 기록 사진 영역으로 넘어오는 순간 스스로 AI 사진임을 밝히고 입국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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