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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넷플 드라마 성난 사람들(비프)은 현대인의 감정을 후벼판 수작

by 썬도그 2023.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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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만드는 드라마와 영화들이 모두 성공하는 건 아지만 정말 좋은 드라마를 참 잘 만듭니다. 2주 전에 오픈해서 틈틈이 보던 <성난 사람들(비프 Beef)>를 드디어 다 봤습니다. 재미없어서 느리게 본 것이 아닌 그 반대입니다. 너무 좋은 드라마라서 조금씩 아껴서 봤습니다. 다 보고 나니 좀 허무하지만 동시에 후반으로 갈수록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하고 흥미롭게 진행되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넷플 드라마 성난 사람들(비프)

4월 6일 오픈해서 4월 23일 현재까지 전 세계 넷플릭스 드라마 인기 순위 4위에 올라 있습니다. 보통 오픈 첫 주에 치고 올랐다가 서서히 빠지는데 <성난 사람들>은 2주가 지난 지금도 높은 순위에 올라와 있습니다. 이런 객관적인 순위보다 저에게 있어서 <성난 사람들>은 제 마음을 너무 후벼 파서 아직도 그 감흥에서 흔들리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에 본 수 많은 넷플릭스 영화나 드라마 중에 가장 뛰어난 수작이 아닐까 합니다. 

초연결 시대에 사는 현대인들의 비애를 잘 담은 뛰어난 드라마 <성난 사람들> 

넷플 드라마 성난 사람들(비프)

<성난 사람들>에 관심을 가진 건 누가 뭐라고 해도 '스티븐 연'이죠. 한국계 미국인 배우인 '스티븐 연'은 한국에서도 인기 높은 배우이자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배우입니다. 그냥 동양인 배우라고 하기엔 그 무게가 아주 무거운 배우가 되었습니다. 물론 연기도 잘해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도 올랐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착실하게 필모그래피를 잘 쌓아가고 있습니다. 배우들의 역량 중 하나는 연기가 기본이지만 어떤 작품에 나오고 안 나오고를 잘 결정해야 합니다. 어떤 배우는 연기는 잘하는데 아무 영화나 막 나오게 된다면 그 배우에 대한 이미지는 안 좋습니다. 

그런 면에서 '스티븐 연'은 필모그래피를 아주 잘 쌓고 있습니다. 


그리고 '앨리 윙'이라는 배우는 잘 모릅니다. 스탠드업 코미디언이라는 건 아는데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성난 사람들>은 한국계 배우들만 나오는 건 아니고 한국 교포들이 드라마의 주요 인물로 등장합니다. 그 이야기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또 하나의 한류라고 하기엔 이 드라마가 담고 있는 소재는 이민자들의 고통과 장남 또는 가장의 슬픔도 있지만 가장 거대한 주제는 현대인의 이중성이 주는 슬픔입니다. 

넷플 드라마 성난 사람들(비프)넷플 드라마 성난 사람들(비프)

웃고 있어도 웃는 게 아닌 가짜 웃음을 팔아야 먹고살 수 있는 드러낸 삶과 실제 나는 그렇게 착하지도 않고 남들처럼 대충 살고 대중 짜증내 싶고 허술한 면도 많은 데 이걸 드러낼 수 없는 슬픔이죠. 그래서 그 어느 시대보다 마음 속내를 털어낼 수 있는 친구가 1명 이상 필요합니다. 그 1명 찾기가 수많은 연결 도구로 다른 사람과 바로 연결할 수 있는 초연결 시대에 살지만 연결할 수 없는 비애를 아주 아주 잘 담고 있습니다. 

 

외로워서 시작한 SNS가 오히려 악플로 상처를 받는 도구가 되고 어느새 나도 악플러가 되어서 매일 같이 생판 모르는 사람들에게 악플을 다는 존재가 된 것을 깨닫고 너무 멀리 와버린 느낌. 다시 처음으로 어린 시절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그 슬픔을 아주 미려하고 세련된 방법으로 잘 담고 있는 멋진 드라마가 <성난 사람들>입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성난 사람들(비프)의 줄거리

넷플 드라마 성난 사람들(비프)

집안 수리를 해주는 도급업자 대니(스티븐 연 분)의 꿈은 한국에 사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함께 사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돈을 벌어야 합니다. 그러나 일이 잘 풀리지 않습니다. 캠핑용 화로를 3번이나 반품을 하려고 했지만 영수증이 없어서 반품을 못합니다. 그렇게 성이 잔뜩 나 있는 상태에서 고급 SUV가 빵~~ 거립니다. 

넷플 드라마 성난 사람들(비프)

그렇게 화를 냈더니 고급 SUV에서 나온 건 긴 손가락이었습니다. 이에 빡친 대니는 이 차를 추격하게 되면서 영화에서 볼듯한 격렬한 추격을 합니다. 조용한 부촌 동네에서 이 영화 같은 자동차 추격은 화제가 됩니다만 누가 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두 사람은 서로 알죠. 

 

대니는 캠핑을 하려고 화로를 산 게 아닙니다. 불을 피워놓고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죽을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죽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철없는 동생은 게임이나 하고 암호화폐에 투자나 합니다. 장남인 대니는 동생 폴과 함께 이 험한 세상을 견뎌야 하는데 사촌인 아이삭(데이비드 최 분)이 도움을 주긴 하지만 밀수나 나쁜 일을 잘하는 어둠의 세계에 있는 사람입니다. 

 

일은 풀리지 않고 죽을 생각까지 하지만 죽지 않을 일이 발생했습니다. 바로 누군가에게 분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홧병이라고 하죠. 요즘은 거의 사라진 단어지만 90년대만 해도 미국인들이 한국인들의 울분을 몸에 때려 넣다가 마음의 병이 생기는 화병을 집중 조명하고 신기해하기도 했습니다. 왜 마음속 감정을 평생 숨기고 사나? 했죠. 그 시대를 살아 본 분들은 알죠. 체면 사회이자 유교 국가라서 어른은 무조건 옳고 무조건 따라야 하고 공경해야 했습니다. 돌아보면 한국의 70~90년대는 야만의 시대였습니다. 어떻게 그 야만스러운 세상을 견뎠는지 모르겠어요. 

 

지금 20,30대들이 기성세대를 대놓고 욕하고 비난하고 하는 것 이해합니다. 다만 제가 20,30대 때에는 기성세대나 어른등를 대놓고 비난 못했어요. 하면 하는 족족 버릇없는 X세대라고 했죠. 그러니 순응하거나 화병이 나거나 둘 중 하나 골라야 했습니다. 

넷플 드라마 성난 사람들(비프)

대니가 그런 모습입니다. 그런데 대니만 그런 세상을 사는 건 아닙니다. 에이미(앨리 윙)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급 SUV에서 긴 손가락을 내민 여자가 바로 에이미입니다. 에이미는 고급 식물 갤러리를 운영한 성공한 여자입니다. 고요 하우스를 돈 많은 마나님에게 좋은 가격에 넘기고 그 돈으로 남은 여생 남편과 아이와 살고 싶습니다. 

 

그러나 유명 예술가 아들인 조지(죠셉 리 분)은 무능합니다. 예술가로 작품을 만들지만 인기도 없습니다. 오로지 아버지 후광으로 살고 있습니다. 이런 집안을 일으키고 먹여 살리는 건 오로지 에이미입니다. 그러나 씨월드 스트레스가 심합니다. 말은 안 하지만 남편 조지도 짜증 나죠. 가장으로서 받는 스트레스와 함께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수 없는 삶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그런데 SUV 운전자가 화를 냅니다. 이에 손가락으로 화답하고 둘은 분노의 암수처럼 도로에서 지저깁니다. 사실 이 도로 난폭 질주는 두 사람에게 자신의 속내를 드러낼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누군가가 분노하는 그 시간만큼은 세상 잡다한 고민 스트레스 다 날리고 본능에 충실할 수 있었습니다. 그거 보셨어요? 1화인가 대니가 에이미 집에 찾아가서 오줌 갈기고 튀는데 에이미가 차를 쫓다가 희미하게 웃습니다. 생기 충만하는 모습에 에이미의 모습이 마치 우리 주변에 흔한 악플러들의  모습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생기 없이 지내다가 먹이감이 던져지면 물고 뜯는 그 모습이요. 말이 악플러이지 그냥 평범한 우리들이죠. 다만 그 단어들이 너무 과격하면 악플러라고 하지만 분노는 누구나 쉽게 편하게 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 <성난 사람들>은 대니와 에이미의 인연과 함께 대니 동생과 사촌과 교회 오빠 같은 사람과 에이미의 남편 조지 등등과 서로 얽히고설키는 관계 속에서 우리들이 현재를 투영하게 하는 아주 놀라운 드라마입니다. 

왜 비프(BEEF)일까?

넷플 드라마 성난 사람들(비프)

좀 이상한게 분명 <성난 사람들>로 소개했는데 정작 오픈할 때는 BEEF로 소개합니다. 한글로도 비프라고 하고요. 제목이 2개가 생겨버렸네요. 그런데 비프가 더 좋네요. 비프는 소고기라는 뜻입니다. 동시에 불평이라는 뜻도 있죠. 

넷플 드라마 성난 사람들(비프)

육식을 많이 해서 항상 성질이 나 있는 듯한 서구 사회 또는 한국 사회를 드러내는 것일까요?
그건 아닐테고 불평이 일상인 복잡다단하지만 단순하게 살고 싶고 뭔 유행어가 되어 버린 경제적 자유를 꿈꾸는 첨단 자본주의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 치료 중에 가장 인기 높은 치료는 '금융 치료'인 세상에서 돈 때문에 말라죽어가는 대니와 돈이 많지만 경제적 자유를 위해서 높은 가격에 갤러리를 팔아야 하는 스트레스를 받는 에이미 그리고 암호화폐로 돈 벌 생각을 하는 못난 동생, 불법을 거리낌 없이 하는 사촌, 다 가진 것 같은 외모에 짝사랑하는 여자까지 품에 안은 교회 오빠 같은 에드윈,  풍부한 돈이 있지만 그럼에도 물욕이 강한 갑부 등등 돈이라는 욕망의 원천이자 삶의 윤활제이자 스트레스 도구를 통해서 현대인들의 불평을 넘어서 분노까지 가는 과정과 해소를 잘 담았습니다. 

데이비드 최의 그림과 싯적인 제목과 좋은 배경 음악들

넷플 드라마 성난 사람들(비프)

비프는 예술적인 감각이 꽤 좋습니다. 먼저 각 챕터마다 사촌으로 나와서 연기하는 '데이비드 최'라는 아티스트가 직접 그린 그림이 나옵니다. 이 그림이 그 화의 느낌을 아주 잘 담고 있습니다. 또한 제목도 예사롭지 않죠. 유명 시의 시구 등을 인용한 제목이 눈길이 끕니다. 1화의 제목이 '새들은 노래하는 게 아니야, 고통에 울부짖는 거지'처럼요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노래입니다. 매화마다 그 화에 어울리는 노래들이 나오는데 7화 '나는 새장이라네'에 끝날 때 흐르는 keane의 somewhere only we know을 들으면서 두 주인공의 심성과 제 심정이 링크가 되니 한 동안 헤어나올 수 없었습니다. 비록 악연으로 만난 두 사람이지만 두 사람이 가진 고통과 함께 세상 모든 것이 무너지는데 기댈 곳이 없는 두 가장의 고통이 그대로 와닿네요. 한 1시간 내내 somewhere only we know 노래 가사를 곱씹고 곱씹고 곱씹고 있네요. 

 

동시에 이런 좋은 팝송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한 넷플릭스가 부럽기도 합니다. 이런 유명 팝송을 드라마나 영화에 함부로 사용하기 쉽지 않습니다. 저작권료가 엄청나거든요. 그럼에도 전폭적인 지원으로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했네요. 이 드라마 제작사는 A24로 영화 <미나리>를 만든 그 제작사입니다. 이 A24는 브래드 피트가 만든 제작사인데 윤여정이 제작비를 좀 더 써 달라고 한 말이 반영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배우들도 흥미롭습니다. 한국계 배우들이 대거 출연합니다. 미국에서 활약하는 한국계 배우들을 가득 만나볼 수 있네요. <에밀리 파리에 가다>로 잘 알려진 '애슐리 박'이 조연으로 나옵니다. 

분노를 잠재우는 다름과 틀림이 아닌 공통된 감정을 노래하는 비프

넷플 드라마 성난 사람들(비프)

보다 보면 두 주인공인 에이미와 대니가 같은 사람이라고 느껴지게 됩니다. 두 가장이 터프한 삶을 살고 있는데 누구도 그런 두 주인공을 안아주지도 알아주지도 않습니다. 이런 두 주인공의 울분은 분노라는 구멍으로 쏟아져 나옵니다. 드라마에서는 분노의 질주와 서로를 무너뜨리기 위해 온 힘을 쓰는 모습으로 보이는데 이런 모습은 수많은 행태로 우리 주변에서 나옵니다. 

 

최근 분노 조절 장애가 큰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급발진 같은 분노 표출로 주변 사람들을 크게 놀라게 하거나 깜짝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세상 모든 일이 자기탓이 아닌 남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에이미가 자신의 결점 같은 성격은 부모로부터 온 것이라고 생각하고 환경 탓을 하는 모습이나 대니가 자신과 동일한 삶을 살기 바라는 동생에게 한 행동 등등이 그런 것들이죠. 

 

여기에 쉽게 다른 사람과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에다가 돈 잘 버는 연예인들이 예능에 나와서 럭셔리한 일상을 보여주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하는 모습 등등 과도한 사생활 노출과 섭취로 필요 이상의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솔직히 인스타그램이 가장 큰 문제점은 남들이 사는 걸 너무 쉽게 보는 것이고 더 문제는 인스타그램은 그 사람의 가장 밝은 모습만 담는 건데 그걸 보는 사람들은 저 사람은 항상 밝구나 하는 곡해와 오해 속에서 자기 비하를 하는 모습도 느껴집니다. 

 

본질은 같습니다. 둘 다 동양인으로 미국 사회에서 살면서 많은 고통을 받았고 둘 다 가장이라는 점. 스트레스를 풀 곳이 없는 동양인 특유의 홧병 속에서 무너지는 두 주인공이 총과 긴 손가락이 아닌 모든 것을 내려놓은 곳에서 서로를 제대로 알아보게 됩니다. 

 

분노를 잠재우는 건 공통된 감정인 공감과 포옹이라는 걸 알려주는 아주 좋은 드라마 <성난 사람들>입니다. 이 드라마 내년 골든 글로브 등등에서 큰 상을 받을 듯 하네요. 

별점 : ★★★★
40자 평 : 항상 성이 나 있는 현대인들을 위한 치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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