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걸 천 원에 팔지?" 비현실적입니다. 정말 가격이 비현실적이라서 2022년이 맞나? 1992년 아닐까 할 때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이런 것은 아닙니다. 동일한 미니 촛불을 이케아와 비교해보면 이케아 것이 더 컸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가보니 비슷해졌더라고요. 여기는 상품이 진화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번은 웃음이 나왔습니다. 이걸 판다고? 이걸? 사람들이 존재도 잘 모르지만 요즘 꽤 수요가 늘고 있는 블루투스 동글을? 게다가 무선 랜카드도? 그리고 또 놀랐습니다. 가격이 5천 원? 매번 놀랍니다.
전 여기 안 좋아했습니다. 싼만큼 제품 품질도 싸다는 인식이 강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다릅니다. 싼데 내구성도 괜찮고 제품도 괜찮습니다. 더 중요한 건 가격 대비 제품 만족도가 높다 보니 요즘은 전 여기를 주로 애용합니다. 여기는 바로 모든 물건이 다 있다는 다이소입니다.
다이소는 정말 만물 창고입니다. 한 번은 집에서 입는 잠옷 고무줄이 늘어나서 난감했습니다. 고무줄을 어디서 구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인터넷에서 판매하긴 하는데 몇 천 원짜리 사려고 택배비를 고무줄 비용보다 더 내야 하더라고요. 혹시나 하고 검색을 해보니 다이소에 있다고 하네요. 그렇게 2천 원 내고 다이소에서 옷 고무줄 샀습니다. 별 물건들이 다 있습니다. 비 오면 다이소에서 5천 원 내고 큰 장우산 사고요. 매출 3조의 다이소가 참 궁금했는데 그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 최근에 출간되었습니다.
박정부 CEO가 직접 쓴 책 천원을 경영하라에서 다이소 이야기를 듣다
다이소가 참 궁금하죠. 어떻게 이 기업이 제품 대부분이 1천원에서 3천원 이하인데 매출 3조를 올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침 아성다이소의 대표인 박정부가 쓴 책 <천원을 경영하라>라는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책은 할인해서 14,400원이고 책이 두껍지도 어려운 이야기도 없어서 반나절이면 후루룩 읽을 수 있습니다.
현재 다이소는 전국 1,500개의 직영점과 가맹점이 있고 하루 100만 명이 찾은 국민가게입니다. 제가 사는 지역에도 총 3개가 있는데 갈때마다 뭔가를 사들고 오곤 합니다.
이 다이소에 대한 이야기를 CEO 본인으로부터 들을 수 있는 책이 <천원으로 경영하라>입니다.
한국에서 천원샵 같은 균일가 상점이 생긴 것은 제 기억으로는 90년대 초였습니다. 해외에서는 균일가숍이 꽤 많이 퍼져 있었는데 한국은 없었습니다. 버스 정류장 앞에 있어서 신기하게 봤지만 제품이 많지 않아서 들어가보고 싶은 생각도 안 들고 몇 년 후에 사라지더라고요.
그리고 90년대 후반부터 다이소라는 곳이 생깁니다. 많지 않았고 관심도 없었던 다이소, 그런데 2018년 경부터 집 주변에 하나 둘 씩 생기다 보니 몇 번 들려보면서 느꼈죠. 여기는 싼 맛에 이용하는 곳이다라고요. 가격도 싸고 품질도 싼 다이소. 그렇게 수년간 들락거리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가격만 싼 것이 아니 제품도 괜찮다. 특히 가격 대시 성능인 가성비가 좋은 제품이 많다! 여기에 최근에는 기획 상품들이 꽤 늘면서 가심비까지 저격하고 있다라는 생각으로 바뀌면서 그냥 살 것 없어도 다이소가서 쇼핑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어디서 구매해야 할지 난감한 제품도 다이소에 가면 다 있다는 생각까지 들게 할 정도로 엄청나고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네요. 예를 들어 최근 욕실 줄눈과 양변기 하단에 곰팡이가 슬다 못해 분해되고 있어서 큰맘 먹고 공사를 맡기려고 하다가 다이소에서 백시멘트 사서 5천 원에 욕실 줄눈 및 양변기 백시멘트 공사를 했다는 소리를 듣고 다이소에 갔더니 진짜 백시멘트가 있습니다. 단 2시간 만에 5천 원 들여서 줄눈 및 양변기 바닥 공사까지 마쳤습니다.
다이소와 유튜브 콜라보로 인해 돈을 크게 아꼈네요.
2022년 현재 다이소는 한 번 방문해서 5~6개의 상품을 구매하고 평균 객단가는 8,500원, 전국 매장에서 하루 평균 500만 개의 제품이 판매되는데 시간당 42만 개, 분당 7,000개, 초당 116개의 상품이 팔리고 있습니다. 1인당 다이소에서 연간 35개를 산다고 하는 다이소의 인기 이유를 CEO 본인 등판의 책이 나왔기에 들쳐봤습니다.
다이소는 일본 기업이 아닌가?
CEO 박정부는 과할 정도로 일본 다이소와 손을 잡은 걸 후회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다이소를 일본 기업으로 알고 있고 저도 그렇게 알았습니다. 그런데 다이소는 일본 기업이 아니고 관계가 좀 특수하더라고요. 큰 기업에서 퇴사한 후에 박정부는 친척과 손을 잡고 '한일맨파워'를 설립하고 일본에서 성장하고 있는 균일가샵인 천엔샵들을 돌아다니면서 이 천엔샵에 납품할 제품들을 살펴보고 납품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일본 천엔샵에서 서서히 인기를 끌고 있던 곳이 다이소였습니다. 박정부는 다이소 및 다른 일본 천엔샵들에게 납품을 했습니다. 물론 다이소는 큰손이었죠. 그러나 독점 공급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다이소 사장이 자신들에게만 독점 납품 해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그리고 대가는 없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죠. 이에 박정부는 역으로 그럼 자신들의 사업에 투자하라고 역으로 제안합니다. 그렇게 한일맨파워가 운영하던 한국의 천원샵인 '아스코이븐플라자'는 다이소로 변경합니다. 다만 어머니가 아시아에서 성공하라는 의미인 아성을 붙여서 아성다이소가 됩니다.
그렇게 다이소가 한국에 진출합니다. 일본 다이소와 다른 점은 아성다이소로 이름이 좀 다르지만 다이소는 다이소입니다. 현재 일본 다이소와 한국 다이소는 별개의 법인이고 다른 회사입니다. 다만 일본 다이소가 한국 다이소에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로열티를 서로 주고 받지도 않습니다. 다만 이런 건 있죠. 한국 다이소에 판매하는 제품을 일본 다이소에서 판매하고 일본 다이소에서 잘 나가는 제품을 한국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협업은 있습니다만 서로 로열티를 주고받지 않습니다.
저자인 박정부 CEO는 배당도 2~3차례 했지만 최근에는 아예 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독도 단체에 아성다이소가 지원을 하고 있는데 일본 기업이라는 소리는 말도 안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후회한다고 하네요. 다이소라는 이름 때문에 지금도 일본 기업이 아니냐는 소비자들의 편견과 같은 기업가들도 공무원들도 일본 기업에게 무슨 무역상을 주냐고 하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속상하다고 합니다.
반대로 이름을 바꾸고 지분 정리하면 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에 대한 고민이나 내용은 적혀 있지 않네요. 이게 이 책의 단점이기도 합니다. 송곳같은 질문을 통해서 기업의 아픈 부문과 좋은 부문을 담으면 좋은데 저가 본인이 CEO이니 PR에 가까운 책입니다. 알리고 싶지 않은 건 담지 않아 버립니다.
내가 꼽은 다이소의 성공 비결은 뛰어난 기획력
다이소의 장점은 한 마디로 싸고 좋다!입니다. 일단 쌉니다. 미친 가격입니다. 이 가격에 나올 수 있나? 할 정도로 쌉니다. 그렇다고 품질이 떨어지냐? 떨어지는 제품도 있지만 그렇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가격 생각하면 어느 정도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용인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3천원 정도 줘야 할 것 같은데 1천원에 파는 미친 가격 경쟁력이 다이소를 연간 매출 3조로 만들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판매할 제품을 만들고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아닌 가격을 결정하고 그 가격에 제품을 맞춥니다. 이건 이케아 전략과 동일하네요. 그리고 요즘 다이소 제품들이 변화를 하고 있는데 그건 바로 기획 상품입니다. 기존 제품을 싸게 파는 것이 아닌 재미있는 제품이나 사고 싶은 제품을 만드네요. 물론 가격은 저렴하고요.
다이소는 소비자에게 1천원과 제품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어떤 걸 가질래요?라고 묻습니다. 그리고 소비자가 다이소 제품을 선택하면 그 제품을 출시한다고 하죠. 아주 기발합니다. 요즘 천원이 천웝입니까? 천원으로 뭘 살 수가 없어요. 얼마 전 편의점 가니 즐겨 먹는 라면뽁이가 1,700원으로 올랐더라고요. 수년간 1,000원이던 컵라면이 1,700원에 오르자 물가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세상 모든 가격이 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이소는 안 올라요. 놀라워요.
다이소의 비현실적인 가격에 대한 에피소드는 1,000원에 4알인 건전지 이야기에서 자세히 나옵니다. 일본이나 한국에서나 AA 배터리 2알에 1,000원입니다만 다이소는 무려 4알이나 줍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대량 구매입니다. 수량에 장사없죠. 유리컵도 프랑스의 유명한 유리 제조업체에게 딜을 걸었다가 대차게 까였지만 대신 브랜드 지우고 수백만 개 주문으로 납품 단가를 낮춥니다. 건전지 같은 경우는 제조 공정에서 불필요한 과정을 싹 다 제거해서 제조 과정까지 다이소가 컨설팅을 해줍니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 납품업체에게 컨설팅까지 해주기에 가능한 가격이네요.
한 번은 납품 업체가 제품 공급 수량을 꾸준히 받기 위해서 수량 제안을 했는데 박정부 CEO는 지금 대박 나도 언제 인기가 떨어질지 모르는데 제품 공급 수량을 꾸준히 하기 어렵다면서 그 시간에 제품 개발에 매진하라는 소리를 했다는 내용도 눈에 들어오네요. 그래서 그런지 재 작년에 싸서 대량으로 산 다이소 1,000원짜리 도기 화분이 작년엔 안 보이더라고요. 수시로 제품이 바뀌고 있던 제품도 안 팔리고 인기 없으면 더 이상 내놓지 않네요.
그럼에도 추천하기 어려운 책 <천원을 경영하라>
그래서 이 책을 추천하냐?
아닙니다. <천원을 경영하라>는 걱정했던 내용이 나옵니다. 자기 자랑이 후반에 잔뜩 나옵니다. 모든 매장을 둘러봤고 수시로 아무 매장이나 들어가서 암행감찰을 즐긴다는 박정부 CEO. 다이소의 장점과 문제점에 대한 고민보다는 자신만의 성공방정식을 잔뜩 담습니다. 원래 이런 자서전 같은 책들은 이런 내용이 담길 수밖에 없죠. 아픈 이야기도 있긴 합니다. 다이소 육아 용품에서 발암물질 나온 이야기에 대한 해명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예상은 했지만 정작 그런 내용만 나오니 좀 식상하네요. 이럴거면 차라리 본인 등판이 아닌 유명한 인터뷰어를 섭외해서 질의응답으로 담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책 내용이 검색만 해도 나오는 내용들이 많아서 딱히 추천하긴 어렵습니다.
책은 추천하지 못하지만 다이소 제품은 추천합니다. 특히 1인 가정과 자취생들은 다이소가 없었으면 급 우울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저도 다이소 애용하고요. 특히 이 고물가 시대에 다이소는 등대 같은 역할을 하네요. 모든 것이 온라인이 가장 싼 이 시대에 온라인보다 더 싸게 파는 다이소. 다이소에서 가장 만족 못하는 제품이 다이소 CEO가 쓴 책 <천 원을 경영하라>가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