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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전시회

독산동 예술의 시간의 볼만한 전시회 김유정 작가의 유희랜드

by 썬도그 2023.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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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철 1호선 독산역 1번 출구 앞에는 1번 마을버스 정류장이 있습니다. 그 정류장 바로 뒤에는 중소기업 공장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공장의 기숙사 건물을 리모델링한 '예술의 시간'이라는 카페 겸 갤러리가 있습니다. 2,4층은 갤러리 '예술의 시간' 3층은 '카페 독산'입니다. 

독산역 주변에 많은 카페가 생겼지만 가장 조용하고 분위기 좋은 최고의 카페는 '카페 독산'입니다. 지금 이 글은 스타벅스 쿠폰이 생겨서 근처 스타벅스에서 쓰고 있는데 이글만 쓰고 후딱 나가야겠네요. 너무 시끄럽고 복잡스러워서 짜증 나네요. 

이 예술의 시간은 수시로 미술전시회를 개최합니다. 그것도 인사동처럼 꼴랑 1주일만 하는 것이 아닌 1달 이상 3달 정도 전시를 하기도 합니다. 

'예술의 시간'에서는 2022년 12월 10일부터 1월 28일까지 김유정 작가의 <유희랜드> 전시회를 2층, 3층, 4층에서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무료 관람입니다. 커피 사 먹으셔도 되고 전시회만 보셔도 되는데 친구와 들린다면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수다 떨기 좋습니다. 

2층에 들어서면 작은 놀이동산이 보입니다. 그런데 그 위에 뭔가 가득 쌓여 있네요. 마치 방치된 놀이동산에 핀 덩굴 식물처럼 느껴집니다. 사람이 떠난 공간의 느낌도 있고요. 

가까이가서 보면 인공 식물인가 할 정도로 생기는 좀 없어 보입니다만 

인공식물이 아닌 틸란드시아라는 뿌리가 없는 덩굴 식물입니다. 주로 거꾸로 매달아서 치우는 덩굴식물로 카페에서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형태가 달라지니 전혀 다른 식물로 느껴집니다. 살아 있는 건지 분해해서 널어놓은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 공간에 그대로 떠서 옮겨 온 것이 아니라면 재조립한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튼 진짜 식물이라는 점이 놀랍네요. 

김유정 작가의 유희랜드는 사람이 사라진 놀이동산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희랜드>라고 하나봅니다. 우리는 유희를 위해서 놀이동산에 가니까요. 놀이하는 인간을 보통 '호모루덴스'라고 하죠. 이는 네덜란드 문화 인류 학자인 '하우징아'가 쓴 '유희에서의 문화 기원'이라는 책에서 나온 말입니다. 

사람은 노동을 하고 여가 시간에 놀이를 하고 그게 문화가 됩니다. K팝, K컬쳐 이런 게 다 노동의 결과물이 아닌 신명 나게 노는 문화에서 파생된 문화잖아요. 한국인 특유의 리듬감과 폭발적인 열정이 한국 문화를 세계적인 문화로 발돋움하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어찌 보면 동양의 라틴 같은 느낌도 듭니다. 

2층에는 다양한 놀이기구가 가득합니다. 그리고 그 위에 덩굴 식물이 감싸고 있습니다. 

꽤 작업 규모가 크고 정교합니다. 이걸 보면서 작가의 의도나 저나 같은 생각을 하네요. 지난 3년간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강제로 떨어져서 살아야했습니다. 원격 수업, 재택근무의 삶을 살았죠. 처음에는 이게 가능할까 했는데 가능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에 앞으로도 재택근무가 꾸준히 진행되겠구나를 느꼈죠. 

그러나 원격이라는 물리적 거리가 멀리 떨어진 상태에서는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있습니다. 업무는 원격으로 가능하다고 해도 놀이가 문제입니다. 이미 원격 놀이인 온라인 게임으로 원격 유희를 즐겼습니다. 그러나 놀이동산의 그 오감을 때리는 유희는 온라인이 대체할 수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놀이동산, 카페, 음식점 등등 우리가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곳들은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2020년 3월을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2023년 1월 지금 현재까지도 이 코로나는 사라지지 않고 각종 변이로 우리 주변에 함께 살아가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지금은 어찌할 수 없다 보니 같이 사는 방식을 택할 수 밖에 없네요. 

어느 정도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하지만 완벽하게 2019년 이전으로 돌아가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 <유희랜드> 작품을 보면서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인간이 사라지니 식물과 동물이 주인이 지구를 생각해봤습니다. 인간이 사라지면 지구는 아주 맑은 행성이 될 것이 확실합니다. 지구 입장에서 보면 인류는 바이러스 같은 존재니까요. 

그럼에도 놀아야 합니다. 우리 인간은 놀아야 합니다. 놀아야 놀아야 싸우지 않죠.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과 한반도의 전쟁위기를 보면서 바이러스와의 전쟁도 모자라서 서로 죽이고 죽고 하는 싸움에 중독된 모습이 현기증이 나네요. 특히 한반도의 위기는 갈피를 못 잡을 정도로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잠시 딴 생각을 하다 앞을 보니 어린 시절 학교 앞에서 팔던 설탕 녹인 물로 만든 뽑기가 생각나네요. 가로 세로로 된 막대를 올려놓고 숫자를 뽑고 막대가 올려진 숫자가 나오면 막대에 적힌 다양한 모양의 사탕을 탈 수 있었던 뽑기, 딱 1번 어떤 학생이 거대한 금붕어 들고 가는 걸 봤습니다. 그게 생각나네요. 

2층 끝방에는 천장에 달린 레일을 달리는 기차 장난감도 있네요. 아이들과 함께 봐도 좋은 전시회입니다. 전시 내용이 그렇게 어렵지도 않고요. 

이런 귀여운 캐릭터도 있습니다. 라이언 보니 카카오에 대한 분노가 잠시 치밀어 오르네요. 

3층은 카페인데 카페 공간에도 전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네요. 꽤 다양한 작품을 만드는 김유정 작가입니다. 

예술의 시간이 좋은 점은 워크숍도 진행해서 작가님과 대화도 하고 작품 활동도 같이 하기도 합니다. 체험형 갤러리입니다. 

이전에 만들었던 작품들은 이렇게 사진으로 담겨 있네요. 

카페 독산에는 노트북하는 분도 계시고 담소 나누는 분도 계시네요. 제 아지트이고 작업할 때 가끔 들립니다. 조만간 또 들려야 할 일이 생겼네요. 온풍기가 빵빵하게 돌아가서 후끈후끈하네요. 그리고 테이블이 띄엄띄엄 있어서 코로나 걱정도 없고 커피 가격이 500원 올라서 3,500원인데 다른 카페보다 저렴한 편입니다. 

4층에도 전시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요즘은 작가분들이 그림, 조각, 사진 가리지 않고 다 하시더라고요. 금손들은 뭘 해도 잘 만들어요. 

이 좋은 전시회를 많이들 봤으면 합니다. 1월 말까지 하니 시간 나실 때 들려보세요. 일요일은 영업을 안 하고 평일과 토요일은 오후 12시에서 오후 7시까지 오픈합니다. 

준공업 지역인 독산동, 그래서 공장과 오피스텔이 혼재된 어수선한 동네 분위기에 문화의 꽃이 피었습니다. 성수동처럼 핫플레이스가 될 수도 있을 수 있지만 아직은 조짐도 안 보이네요. 근처에 20~40대 젊은 직장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서울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가산디지털밸리가 지척에 있는데요. 문제는 철길이 가산 3단지와 완벽하게 분리해 놓아서 가산 3단지 분들이 들리기엔 너무 멀리 있습니다. 

금천구청 앞에 서서울미술관이 2024년 10월 오픈하면 이 '예술의 시간'과 연계해서 많은 전시회와 행사가 진행되었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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