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국민 취미가 된 이유는 간단합니다. 카메라가 다른 예술 도구보다 월등하게 쉽습니다. 들어 올리고 셔터만 누르면 됩니다. 물론 더 잘 촬영하고 멋지게 담으려면 카메라 공부, 사진 공부를 해야 하지만 지나가던 사람에게 사진 찍어달라고 하면 누구나 쉽게 사진을 촬영을 해줍니다. 그런데 저를 그려주세요라면서 연필과 도화지를 주거나 분위기 좋은 노래 연주해달라면서 하모니카를 주면 황당해하겠죠.
카메라는 아주 쉬운 촬영 도구입니다. 이런 이유고 누구나 쉽게 사진을 취미로 삼을 수 있습니다. 문턱이 낮은 사진, 그래서 사진 하는 사람은 많지만 사진으로 돈을 벌기는 쉽지 않습니다. 누구나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 같은 취미 사진가들이 도전하기 어려운 사진이 연출 사진입니다.
연출 사진은 모델을 구해야 하고 아이디어도 많이 들어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 연출 사진을 판매할 목적이면 좋은 카메라도 필요하고 좋은 조명, 좋은 모델과 아이디어가 다 필요합니다. 그래서 패션, 광고 같은 상업 사진은 우리 같은 취미 사진가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고 그래서 상업 사진가들이 돈을 벌 수 있습니다. 또한 사진이라는 것이 누구나 찍을 수 있지만 오래 기억되는 사진을 찍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나마 쉽게 기억되는 사진은 독특한 사진을 촬영하는 겁니다. 독특한 사진이란 남들이 잘 모르는 나만의 비경이 있는 풍경이나 오지 또는 독특한 연출을 한 사진이죠.
위 사진은 영국 사진 저널(British Journal of Photography) 줄여서 BJP에서 2021년 여성 싱글 이미지 수상자로 선정된 사진입니다. 이 사진속 모델은 55세의 영국 여성인 클랜시 게블러 데이비스(Clancy Gebler Davies) 사진작가 본인입니다. 본인이 모델이 되고 수상까지 했네요.
멋진 사진이죠. 여성의 상징물이라고 할 수 있는 긴 머리카락으로 온 몸을 감쌌습니다. 물론 이 머리카락은 진짜는 아니고 가짜입니다. 이 사진은 BJP의 마이애미 사진전시회와 런던에서 전시 중인데 갑자기 전시장에서 사진이 내려졌습니다. 그 이유는 이 사진을 촬영한 56세의 남성 사진작가 William Corbett가 자신이 촬영한 사진이라면서 사진 저작권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을 했습니다.
이에 BJP는 이 사진의 논란이 귀찮았는지 일단 사진 전시회에서 사진을 내렸네요. 이런 경우가 꽤 있습니다.
연출 사진가 중에는 사진을 촬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이 모델이 되고 자신이 촬영하는 방법은 셀카가 있죠. 그러나 더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여기서 셔터를 눌러 달라고 부탁을 하면 되죠. 더 간단한 방법은 동료 사진가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하면 더 간단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클랜시 게블러 데이비스(Clancy Gebler Davies)도 사진작가지만 촬영을 한 분도 사진작가 William Corbett입니다. 사진작가 William Corbett이 이 사진을 자신이 촬영한 사진이고 저작권도 자신에게 있다는 주장합니다. 이럴 경우 보통 사진 저작권자를 누구에게 있다고 할까요?
조영남 그림 대작 사건을 통해 본 저작권에 대한 시선
수년 전에 가수 조영남 그림 대작 사건이 화제였습니다. 조영남은 화투 그림 시리즈를 꾸준히 그리는 화가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그림을 직접 그리지 않고 조영남이 이렇게 그려달라고 하는 그대로 그려주는 대작 화가가 있었다는 사실이 세상이 알려지죠. 그럼 이 그림을 아이디어를 제공한 조영남 그림일까요? 그대로 그려준 대작 화가가 저작권자일까요?
세상은 아이디어를 제공한 사람을 저작권자라고 하지 아이디어를 그대로 재현한 대필 화가나 어시스턴트들에게 저작권자라고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냥 고용된 기술자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작은 아이디어의 산물이지 기술자들의 재현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세계적인 예술가인 제프 쿤스의 모든 작품을 제프 쿤스가 만들지 않습니다.제프 쿤스는 아이디어만 제공하고 제작은 어시스턴트들이 합니다. 이런 예술가들 꽤 많습니다. 세상이 요구하는 수량은 있는데 작가 본인이 다 만들지 못할 때는 제작의 도움을 받죠. 물론 일반인들의 시선에서는 뭔가 사기 같은 느낌이 나지만 이게 예술계의 관행입니다.
그건 그렇다고 치고 조영남 화투 그림을 조영남이 그렸다고 생각해서 구매했는데 대작 화가가 그렸다면 구매자들은 너무 화가 나겠죠. 구매자들에게 대작 화가가 그린 그림이라고 알리지 않았다면서 1심에서는 조영남에게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2심은 위에서 거론한 어시스턴트를 통한 작품 제작 방식이 미술계에서 통용하는 방식이라면서 이런 대작 사실을 알릴 의무가 없다면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한국 법원을 떠나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티스트가 어시스턴트를 고용해서 작품을 생산하는 방식은 흔합니다. 그걸 미술품 구매의 큰손들인 콜렉터들도 잘 알고 미술계 사람들은 다 압니다. 일반 분들이나 그런 사실에 사기 아니냐고 하죠.
아이디어 vs 촬영자 누구에게 사진 저작권이 있을까?
BJP에서 수상을 한 사진은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했습니다. 따라서 스텝들이 꽤 있어서 목격자가 많았습니다.
클랜시 게블러 데이비스(Clancy Gebler Davies)는 사진이 아이디어를 냈다고 주장을 하고 스텝들도 이게 맞다고 합니다. 반면 카메라 셔터를 누른 사진작가 William Corbett는 조명 위치 등에 대한 조정을 자신이 했다고 합니다.
아이디어는 클랜시 게블러 데이비스 여성사진작가가 냈지만 촬영 당시 세부적인 촬영 세팅은 사진작가 William Corbett가 했네요. 이렇게 섞이면 애매하게 되죠. 그래서 촬영을 부탁할 때는 계약서를 써야 합니다. 고용된 사진작가였다라고 내밀면 끝이죠. 그러나 친구라고 친하다고 계약서도 없이 잠깐 와서 찍어주고 가~~라고 하면 이렇게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보통은 이렇게 싸우지 않죠. 좋은 관계라면 수상을 하고 난 후 수상턱을 촬영한 사진작가에게 쏘고 서로 웃으면서 돕죠. 그런데 이렇게 분쟁이 날 수도 있네요. 이 사건 이후에 모델이자 수상자인 클랜시 게블러 데이비스(Clancy Gebler Davies)는 끔찍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송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에 셔터를 누른 사진작가 William Corbett 변호사는 위 사진을 거론하면서 셔터를 누른 사람이 저작권자라는 주장을 합니다. 이 사진은 2011년 인도네시아 정글에서 사진작가 '데이비드 슬레이터'씨의 카메라를 짧은 꼬리 원숭이가 셀카를 촬영한 사진입니다. 사진작가는 카메라만 제공하고 앵글과 셔터를 원숭이가 누른 원숭이 셀카입니다.
이 사진은 초대박이 나서 사진작가 '데이비드 슬레이터'씨는 자신이 사진이라고 주장했지만 셔터를 누른 것은 원숭이에 있기에 원숭이가 저작권자라는 주장을 동물보호단체가 했습니다. 그럼 법원 판단은 뭘까요? 법원은 저작권이 성립되려면 사람이어야 합니다. 동물은 저작권을 얻을 수 없다고 판단해서 이 사진은 저작권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셔터를 누른 사진작가 William Corbett 변호사는 셔터를 누른 사람이 저작권자라는 판단을 위해서 이 사진을 거론했네요. 이해는 합니다. 동물이라서 저작권이 없는 사진이지만 이 사진은 단순히 카메라를 제공한 사람이 아닌 셔터를 누른 그 행위자에게 저작권이 있다는 주장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이런 주장은 공감을 얻기 어렵습니다. 이미 미술계 예술계 관행은 아이디어 제공자에게 저작권을 인정하지 아이디어를 재현한 사람에게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으니까요.
이런 분쟁은 거의 나지 않지만 그럼에도 촬영한 사진이 대박이 나면 분쟁이 날 수 있으니 단순 촬영을 할 때도 계약서를 쓰고 그에 합당한 페이를 지급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