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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함이 가득했던 슈니따 작가의 개인전 감정의 여정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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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함이 가득했던 슈니따 작가의 개인전 감정의 여정

썬도그 2022. 5. 19.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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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확 늘었습니다. 2019년으로 돌아가려면 좀 더 가야 하지만 2019년의 80%까지는 회복한 느낌입니다. 이런 흐름이 조금만 더 계속되면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코로나 이전으로 완벽하게 돌아가긴 어렵겠죠. 

습관적으로 인사동에 들렀습니다. 일상 회복이 좋은 점 중 하나는 다채로운 전시회가 많아졌고 작가 분과 만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관훈갤러리를 지나는데 눈길을 끄는 그림이 있네요. 뭐지? 

5월 10일부터 29일까지 감정의 여정이라는 전시회가 하네요. 보통 갤러리는 실내이고 임대료가 저렴한 2층 이상에 있는 곳이 많아요. 그런데 1층에 있는 것도 그렇고 창이 있는데 조각품들이 들어오라고 꼬시네요. 그냥 홀려서 들어갔습니다.  

입구에는 전시회 설명문이 있네요. 작가님 이름은 슈니따(Shunita)로 닉네임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작가 이름은 본명을 쓰지 않고 이렇게 예명을 써도 상관없지만 대부분은 예명 잘 안 쓰시더라고요. 

슈니따 작가님이요? 잘 몰라요. 요즘 예술에 대한 관심이 확 떨어지면서 공부도 찾아보지 않은지 꽤 되었지만 그래도 짧은 시간에 감정 환기, 생각 환기를 해주는 최적의 도구는 전시회 감상이라서 꾸준히 복용하고는 있습니다. 

잠시 작품 감상 전에 창 밖을 보면서 5월의 싱그러움에 탐복했습니다. 그냥 요즘 날씨는 바라만 봐도 기분이 좋아요. 다만 가뭄이 심해져서 안타까워요. 

다시 정신을 차리고 갤러리를 둘러보는데 안 쪽에 더 큰 공간이 있습니다. 마치 기둥 뒤에 공간 있어요처럼 느껴지네요. 작은 갤러리인 줄 알고 들어왔는데 안 쪽이 더 크네요. 마침 큐레이터 분이 계셔서 여러 담소를 나눠봤습니다. 

먼저 이 공간에 대해서 물어 봤습니다. 이전에는 여기 그냥 아무것도 없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언제 바뀌었냐고 물으니 작년 8월에 개관을 했고 이전에는 관훈갤러리 수장고였다고 하네요. 수장고를 개조해서 이렇게 멋진 갤러리가 되었네요. 관훈갤러리는 꽤 오래된 건물로 안에 들어가면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듯한 공간이 1층부터 3층까지 있습니다. 꽤 다양하고 풍성한 전시회를 하는 곳으로 추천하는 갤러리입니다. 그런데 옆에 부속 건물에 또 멋진 갤러리를 만들었네요. 

작품들은 한지 중에 두꺼운 장지 위에 채색을 한 그림입니다. 파스텔톤 느낌이 나서 그런지 그림이 꽤 상쾌해 보입니다. 
그림 속 털복숭이 같은 것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캐릭터 같고요. 

이 캐릭터는 전시회 전체에서 볼 수 있고 이름도 있습니다. 이름은 바로 무명입니다. 노네임. 그런데 이 무명은 사람의 감정을 의인화 한 캐릭터입니다. 변화무쌍한 사람의 감정을 의인화했는데 너무 귀여운데요. 그렇다고 이 무명이 감정 그 자체는 아니고 내면의 감정을 관람하는 방관자입니다. 따라서 감정 속에서 노는 관찰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무명의 여정 즉 감정의 여정이 전시회의 제목입니다. 

무명은 팔이 길고 다리는 짧고 털이 있는 듯해서 안으면 포근할 것 같습니다. 마치 곰인형처럼요. 안으면 힐링될 것 같네요. 현대인들의 감정 변화는 도시의 변화보다 더 진폭이 큽니다. 워낙 자극적인 것이 많은 도시이다 보니 하루에도 별 감정을 다 느낍니다. 수시로 감정의 변화도 심하고요. 감정이라는 것이 파도 같아서 크게 일렁이고 잦아들기가 빠르지 않습니다. 다만 도시 생활에서는 또 다른 감정의 파도가 다가와서 잦아드는 것이 아닌 그냥 다른 감정으로 변환되죠. 이러면 어떻게 되는지 아세요? 사람 피곤해져요. 감정을 다스리고 다시 또 그 감정을 대비하는 시간도 없어요. 

이러니 맨날 힐링힐링 노래부르면서 도시를 벗어나서 힐링을 하죠. 힐링 자체가 좀 웃기는 단어예요. 그냥 스트레스 덜 받고 살면 힐링할 게 뭐가 있어요. 스트레스는 몽땅 다 받고 살면서 힐링이라는 진정제로 견디고 있네요. 물론 이게 쉽지 않죠. 남이 주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줄여요? 하지만 내가 스스로 만드는 스트레스는 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요즘 인기곡인 장기하의 '부럽지가 않아'의 가사가 귀에 팍팍 꽂힙니다. 부러워하니까 스트레스가 올라가잖아요. 안 부러워하면 됩니다. 

감정이 요동치고 좋은 기분이 될 때 거대한 어깨를 빌려주고 함께 즐거워하는 친구 같은 존재? 그게 바로 무명입니다. 

흥미로운 건  2D 작품만 하는 건 아니고 이렇게 도자기 조형 작품도 합니다. 요즘 작가님들 보면 사진, 조각, 그림을 가리지고 않고 하는 분들 많더라고요. 맞아요. 사진도 그렇죠. 난 풍경 사진만 찍어야지? 그럴 필요 있나요? 다양한 사진을 체험하면서 경험을 확장하면 풍경 사진도 더 깊어지는데요. 

그런데 무명이 밖으로 나와 있길래 물어봤습니다. 

이 나와 있는 무명은 뭐죠?

이건 한정판 무명이라고 해요. 그림을 엑스카피한 작품으로 무명 그림을 고해상도 사진으로 촬영 후에 두꺼운 인화지에 프린팅을 한 작품입니다. 그림을 프린팅 한다? 그럼 그림의 희소성이 떨어지겠죠. 그러나 작품을 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림 원판은 물론 더 비싸겠죠. 그러나 원판 구매할 돈이 없을 때는 이 분신 같은 한정판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물론 무제한 복제하는 건 아니고 프린팅 수를 제한해서 판매합니다. 눈앞에서 보는데도 이게 사진인가? 할 정도로 구분할 수가 없네요. 재미있네요. 미술 소장의 문턱을 낮춰주고요. 

벽면에는 먼저 다녀간 관람객들이 쓴 글씨과 그림이 가득하네요. 참여형 갤러리? 아주 아주 아주 신선하네요. 여기는 꼭 들려야 할 갤러리입니다. 너무 좋네요. 

무명이 주는 느낌도 좋고. 작품도 좋고. 갤러리도 좋고. 봄날의 빛도 좋고. 아주 좋은 갤러리도 발견하고 슈니따라는 작가님도 알게 되고 아주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이래서 제가 갤러리와 예술 감상을 못 끊어요. 단 20분 정도 머물다 나왔는데 하루 전체가 너무 밝아졌네요. 이게 예술의 힘이죠. 다른 사람의 생각으로 내 생각도 변화되는 놀라운 효엄이요. 

5월 29일까지 진행되니 인사동 가시면 꼭 들려보세요. 추천하는 전시회 슈니따 작가의 <감정의 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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