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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전시회

추천전시회 OCI 미술관 김을파손죄라는 거대한 만찬

by 썬도그 2022.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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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 회복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네요. 일상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깨닫게 된 지난 2년이었습니다. 일상으로 회복이 진행되니 거리의 활기도 넘치고 음식점들도 꽉꽉 차네요. 

OCI 미술관 김을파손죄

조계사에 연등 촬영하러 갔다가 조계사 바로 뒤에 있는 OCI 미술관으로 향했습니다. 

OCI 미술관 김을파손죄

여기는 지나가면서 몇 번 봤는데 볼만한 전시회를 마침 하고 있어서 들렸습니다. OCI 미술관은 태양광 패널에 들어가는 폴리실리콘 회사로 꽤 규모가 있는 회사입니다. 당연히 상장 회사인데 이 OCI에서 운영하는 미술관입니다. 

4월 7일부터 6월 4일까지 김을파손죄 전시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물파손죄가 아니고 김을파손죄입니다. 김을 작가의 전시회입니다. 

OCI 미술관 김을파손죄

건물 자체가 상당히 오래되어 보입니다. 미국 브라운 건물처럼 보이네요. 

OCI 미술관 김을파손죄

입구 바로 위에 삼각형 페디먼트가 있네요. 중세 건축물을 흉내 냈네요. 설렁설렁 들어가 봤는데 1층 ~3층까지 전관이 미술관입니다. 상당히 규모가 크네요. 이 3개의 공간을 한 작가의 작품으로 채우기가 쉽지 않은데 개인전을 하네요. 

갤러리는 작품을 판매할 목적으로 전시되는 공간이고 미술관은 작품 전시만으로 목적으로 합니다. 그러다 보니 미술관 중에는 유료 관람이 많지만 이 전시회는 무료입니다. 

OCI 미술관 김을파손죄

입구에 들어가니 작은 오두막집이 있네요. 여기는 트와일라잇 스튜디오 2022입니다. 트와일라잇은 개와 늑대의 시간인 황혼의 시간입니다. 작가는 이를 중간지대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현실과 마법의 중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OCI 미술관 김을파손죄

안에 들어가서 혹시 이 작가분 그분이 아닐까 의심을 하면서 둘러봤습니다. 

OCI 미술관 김을파손죄

전시회인데 수 많은 미니어처 작품들이 있네요. 하나하나가 오브제들인데 장난감 가게 들어온 줄 알았습니다. 

OCI 미술관 김을파손죄

와! 작은 종시상자에 그림을 그리고 그 앞에 가까이 가서 봐야 하는 작은 사람이 그림을 그리고 있네요. 

OCI 미술관 김을파손죄

입구에 작품 설명서 같은 안내글이 있는데 안 읽고 무조건 봤습니다. 

OCI 미술관 김을파손죄

아! 이 그림 보고 그분이 아닐까 해서 검색해 보니 맞네요. 

OCI 미술관 김을파손죄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후보에 올랐던 김을 작가님이시네요. 올해의 작가상은 타지 못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이 너무 거대하고 시각적 충격이 커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작가였습니다. 코스모스를 형상화 한 작품인데 가까이 가면 수많은 드로잉 그림이 가득합니다. 

 OCI 미술관 김을파손죄 OCI 미술관 김을파손죄

이 당시에도 2층 공간에 작가의 작업실을 만든 공간이 있었고 들어가보니 수많은 장난감 같은 게 있었습니다. 전 이걸 어디서 구매해서 오브제로 활용한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이걸 모두 김을 작가님이 만들었네요. 

OCI 미술관 김을파손죄

김을파손죄도 비슷합니다. 아예 작가님의 작업실을 그대로 뜯어 와서 재현한 느낌입니다. 이 자체가 작품이네요. 구경하는 재미가 너무 좋네요. 

OCI 미술관 김을파손죄

브리츠 스피커도 있네요. 워낙 작품과 섞여 있다 보니 공산품도 오브제나 작품 같아 보이네요. 

OCI 미술관 김을파손죄

1층 안으로 들어가니 장난감 같은 바퀴 달린 오브제가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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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 미술관 김을파손죄

뭔가 했는데 이거 끌면 작동을 합니다. 바퀴가 구르면 동작을 하네요. 만지만 안 될 것 같아서 보고만 나왔는데 

OCI 미술관 김을파손죄

끈을 당기면 인형이 북을 치고 그림을 그립니다. 물어볼 걸 그랬어요. 끌어봐도 되냐고요. 아무튼 안내판이 없어서 만지지는 못했어요. 

OCI 미술관 김을파손죄

수레의 왕에게 경배를 하는 느낌입니다. 김을 작가님은 이런 장난감 같은 걸 잘 만든다고 해요. 

OCI 미술관 김을파손죄

2층에 올라갔습니다. 2층에도 작품들이 엄청 많습니다. 조각도 있고 조형물도 있고요. 

OCI 미술관 김을파손죄

요 새가 작가님의 분신 같네요. 그런데 왜 눈물을? 인터뷰 영상을 보니 작품 만드는 게 그렇게 즐겁지는 않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좀 이해는 갑니다. 어떤 작품을 만들고 주제를 정하고 만들기보다는 그냥 만듭니다. 매일 같이 뭔가를 만듭니다. 이게 습관화되신 듯해요. 저도 블로그에 1일 1포스팅을 지향하고 있는데 가끔은 지겹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OCI 미술관 김을파손죄

2층은 이런 큰 조형물들이 듬성듬성 배치되어 있습니다. 

 OCI 미술관 김을파손죄 OCI 미술관 김을파손죄
OCI 미술관 김을파손죄

그런데 여기까지읽으면서 작가의 의도나 작품명을 거의 소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유는 김을 작가님의 스타일이 그렇습니다. 

OCI 미술관 김을파손죄

"원래부터 내 길이 있는 게 아니라 가다 보면 어찌어찌 내 길이 되는 거야"라는 장기하와 얼굴들 5집 '그건 니 생각이고'라는 노래의 가사로 대신할 수 있습니다. 그냥 매일 뭔가를 만듭니다. 의도를 가지고 주제를 가지고 만들기보다는 그냥 만들고 그립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다 보면 뭔가가 됩니다. 

우주가 뭔 의도를 가지고 생겼겠어요. 그냥 만들어 진 것이 아닐까 하네요. 그렇게 보면 김을 작가는 조물주 같은 느낌이 듭니다. 

OCI 미술관 김을파손죄

하나의 작은 세상을 꾸준히 만드는 작업. 

OCI 미술관 김을파손죄

2층 테이블에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오브제들이 가득합니다. 

OCI 미술관 김을파손죄
OCI 미술관 김을파손죄

와! 금손이네요. 금손이세요.  김을 작가님은 유화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시작했지만 그림이 너무 무겁다고 생각하셨다고 해요. 자신의 머릿속에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데 이걸 담을 그릇으로는 유화가 너무 무겁다고 느낍니다. 빠르게 상상이나 생각을 담을 수 없어서 드로잉을 그립니다. 그리고 그 드로잉을 확장한 것이 이 조각 같은 조형물입니다. 

보통 그림과 사진이 2D 시각매체지만 입문하려면 좀 배워야 합니다. 특히 3D 조형물은 그림과 달라서 배워야 하는데 금손인 김을 작가님은 그냥 했다고 하네요. 독학으로 이 정도 퀄리티를 뽑아내십니다.  

"내가 그린 건 맞긴 한데... 기억이 없다. 에스프레소나 한 잔 마셔야겠다"

OCI 미술관 김을파손죄

얼마나 많이 만들면 만들었는데 그렸는데 기억에 없을 수 있겠어요. 이 작품 속 인물은 김을 작가님 본인인 듯합니다. 닮았거든요. 

OCI 미술관 김을파손죄

드로잉 머신 체험 공간도 있네요. 판화 같은 건데 발로 눌러서 찍어냅니다. 

 OCI 미술관 김을파손죄 OCI 미술관 김을파손죄

 

OCI 미술관 김을파손죄

보면서 이런 제조에 가까운 빠른 생산능력과 꾸준함이 부럽기만 하네요. 김을 작가님 스스로는 작품 제작에 큰 재미가 없다고 하시지만 보는 관람자 입장에서는 무척 부럽고 존경스럽기까지 하네요. 

OCI 미술관 김을파손죄
OCI 미술관 김을파손죄

그림 이새끼! 이거 엄청 강력합니다. 그림이 말을 안 듣자 주먹으로 그림을 칩니다. 마치 브라운관 TV가 잘 나올 때 치면 잘 나오듯이요. 인터뷰 내용을 보면 그림을 치니까 말을 잘 들었다는 너스레를 떠시더라고요. 

OCI 미술관 김을파손죄

와~~ 이거 뭐 소우주네요. 정말 작은 작품이고 눈으로도 잘 안 보이는데 사진으로 찍고 확대해서 보니 어마어마하네요. 저 선반에 빼곡히 넣은 거 보세요. 나노급 3D 프린터 가지고 계신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가지 듭니다. 

OCI 미술관 김을파손죄

페인트를 뒤집어 쓴 새와 해골도 보이네요. 

OCI 미술관 김을파손죄

3층은 벽면 가득 드로잉 작품이 가득하고 한가운데 테이블이 있습니다. 

OCI 미술관 김을파손죄
OCI 미술관 김을파손죄

테이블 위에는 거리를 축소한 디오라마 작품이 보입니다. 수시로 감탄하게 됩니다. 작품의 주제나 의도 이런 것 모르고 봐도 좋은 작품들이 많네요. 이런 게 예술에 대한 경외심이 아닐까 해요. 좋은 작품은 설명도 제목 안 보고도 좋은 작품들이 많아요. 김을 작가의 작품들이 그런 것이 아닐까 해요. 

추상 작품은 아닌데 추상 작품 같이 다양한 생각과 주제를 관람자 각자가 뽑아내는 힘이 가득하네요. 추천 전시회입니다. OCI 미술관 근처 지나가시면 꼭 들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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