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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전시회

라이카 청담에서 열리고 있는 김용호 사진전 이어령 목전심후- 모던보이와 함께한 오후들

by 썬도그 2022.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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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구입을 준비하고 이 블로그에 카메라에 대한 정보를 담기 위해서 수시로 카메라 매장에 들립니다. 그런데 요즘 카메라에 대한 인기가 떨어져서인지 카메라 관련 리뷰가 많이 사라졌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꾸준히 쓰고 있습니다. 수요는 예전만 못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보다 카메라의 뛰어난 화질을 찾아서 구매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카메라 구입 요령이나 어떤 카메라가 좋은지 물어보네요. 그런 질문을 모두 답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모르는 건 직접 소니, 캐논 그리고 라이카 카메라 매장에 가서 직접 물어봅니다. 카메라 매장에 구입은 안 하고 물어만 보고 나간다고 누가 뭐라고 하지 않습니다. 

다만 몇몇 카메라 매장들이 아쉬운 점이 있다면 카메라는 사진을 담는 도구이고 우리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 카메라를 사죠. 그래서 사진전시회를 꾸준히 해주면 좋습니다. 사진전 보러 갔다가 카메라 사서 나올 수도 있죠. 그런 면에서 라이카와 캐논은 이런 것을 잘합니다. 라이카 카메라 청담플래그십 매장은 라이카 카메라 판매도 하지만 사진전도 꾸준히 합니다. 

김용호 사진전 이어령 목전심후- 모던보이와 함께한 오후들

김용호 사진전 이어령 목전심후- 모던보이와 함께한 오후들

코엑스에서 월드IT쇼 관람을 마치고 근처에 있는 라이카 카메라 청담스토어에 들렸습니다. 라이카 카메라 청담스토어는 학동사거리에 있는데 7호선 강남구청역이나 신분당선 압구정 로데오역에서 내려서 한 10분 걸어가면 됩니다. 추천하는 역은 압구정 로데오역이 좀 더 가깝고 평지입니다. 

포르셰 매장 뒤에 있는 건물 1층에 있습니다. 

김용호 사진전 이어령 목전심후- 모던보이와 함께한 오후들

이 라이카카메라 청담스토어는 수시로 사진전을 하는데 
2022년 4월 15일부터 6월 14일까지 <김용호 사진전 이어령 목전심후- 모던보이와 함께한 오후들>이 개최되고 있습니다. 

김용호 사진전 이어령 목전심후- 모던보이와 함께한 오후들

국내 사진작가 들을 많이 알지만 제가 모든 사진작가를 다 아는 것도 자세히 아는 것도 아닙니다. 
특히 제가 약한 쪽은 상업사진가, 패션사진가 쪽입니다. 워낙 제가 다큐, 보도 사진작가들을 좋아하다 보니 이쪽을 잘 모릅니다. 그럼에도 국내를 대표하는 패션사진가 중에 아는 분은 김중만 사진작가와 김용호 사진작가입니다. 

김용호 사진작가는 청담동 문화를 이끌었던 분이기도 하고 광고사진가로 아주 유명한 분이죠. 특히 90년대 초 압구리 문화 또는 청담동 문화라고 하는 서구문화를 직배송한 지역 문화를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한 분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지만 9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반포 카페 거리나 청담동 카페에 가면 이정재가 커피 마시고 이미연이 수다 떠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연예인들이 특정 카페에 자주 출몰했습니다. 제 경험을 이야기하면 반포 카페거리에서 홍콩에 있다고 스포츠 뉴스에 났던 김완선이 카페에서 커피 먹는 모습이 생각나네요. 

그렇게 유명인들과 연예인들이 특정 카페에서 모여서 수다를 떨었는데 그 특정 카페가 '카페 드 플로라'였습니다. 
이곳을 운영했던 분이 김용호 사진작가입니다. 김용호 사진작가는 청담동이라는 문화지대를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지금은 많이 퇴색되었지만 90년대 초 형성된 해외 문화 해방구 또는 도입구로서의 압구정로데오와 청담동은 경제의 고도성장기가 낳은 공간이었습니다. 서양 문화인 미국과 유럽의 대중 및 고급 문화가 같이 들어옵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이 퇴색되었는데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뉴욕, 파리, 런던과 동시간대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90년대 초만 해도 해외에서 개봉한 영화가 1~2년 후에 들어오는 것이 일상다반사였고 해외 문화가 한국에 들어오는데도 꽤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문화 독점이 붕괴되고 청담동, 압구정만의 독특함이 많이 옅어지고 가로수길이 뜨면서 전성기를 지났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압구정로데오를 가니 다시 활기가 돋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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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청담동 문화를 담뿍 받아서 만든 현대카드, 현대자동차 광고사진들이 큰 사랑을 받았고 98년에서 2004년까지는 한국패션사진가협회 회장이 되기도 합니다. 패션 사진은 기본적으로 인물 사진입니다. 옷이 메인이지만 그 옷을 입고 있는 모델의 표정과 동작 하나 하나를 세밀하게 표현하고 담아야 합니다. 

이 김용호 사진가가 이어령 전 문화관광부 장관을 사진으로 담은 사진전이 라이카카메라 청담스토어에서열리고 있습니다. 의뢰받는 사진이 아닌 존경받는 문화의 아이콘이었던 이어령 전 장관의 마지막 1년을 기록했습니다. 

김용호 사진전 이어령 목전심후- 모던보이와 함께한 오후들

지난주 4월 21일 사진전 오픈식을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사진전에 방문했습니다. 화이트 와인과 

김용호 사진전 이어령 목전심후- 모던보이와 함께한 오후들

간단한 주전부리를 하면서 사진전을 관람했습니다. 이 와인과 마카롱을 멍하니 봤습니다. 이전 같으면 입구에서 발열 체크하고 마스크 쓰고 행사도 없었죠. 그냥 사진전 오픈만 알리고 알아서 보고 나가는 식이었는데 엔데믹으로 가는 길이라서 그런지 음료 취식도 가능하네요. 

김용호 사진전 이어령 목전심후- 모던보이와 함께한 오후들

사진전을 축하하러 온 분들이 엄청 많네요. 너무 열기가 높아서 잠시 바깥으로 나와 있어야 할 정도였습니다. 

김용호 사진전 이어령 목전심후- 모던보이와 함께한 오후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존경받는 어른이 많지 않은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던 분입니다. 초대 문화부장관으로 유명한 분입니다. 90년도 1월부터 91년 12월까지 약 2년 정도 문화부장관을 하셨습니다. 이때는 노태우 정권이었죠. 지금은 장관 임명하면 5년 내내 안 바뀌는 장관도 많았지만 당시는 수시로 교체되었기에 2년 임기도 꽤 흔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한국이 문화의 소중함을 인식한 시기가 바로 90년대 초반이었습니다. 

먹고사니즘에 찌들어 살던 나라가 먹고 살만해지니 문화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기 시작했고 이 문화의 길라잡이 역할을 문화부가 했습니다. 그 초석을 다진 분이 이화여대 교수였던 이어령 전 장관입니다. 

김용호 사진전 이어령 목전심후- 모던보이와 함께한 오후들

이어령 전 장관은 책도 많이 쓰셨고 강연도 많이 하셔서 지금의 10,20대 분들도 잘 아실 겁니다. 저 같은 경우는 이어령 장관이 쓴 '디지로그'라는 책을 잊지 못합니다. 2006년 출간한 이 책은 디지털 문화가 짙어지던 시기에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장점을 융합한 단어인 디지로그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뛰어난 통찰력으로 세상을 관통하는 이야기를 담으셨습니다. 

김용호 사진전 이어령 목전심후- 모던보이와 함께한 오후들

이어령 전 장관이 암투병을 하고 있다는 소식에 김용호 사진작가는 카메라를 들고 방문합니다. 항암 치료를 거부하시고 자택에서 마지막을 하고 싶다는 말에 찾아갔지만 누가 죽음을 앞둔 분의 사진 촬영을 좋아하겠습니까? 본인이 허락한다고 해도 가족들이 좋아하지 않습니다. 뭐 좋은 일 났냐고 타박합니다. 

실제로 우리는 장례식장에서 사진을 찍지 않습니다. 행복과 웃음의 도구인 사진, 가장 덜 찍고 안 찍는 사진이 죽음과 관련된 사진입니다. 그러나 크게 보면 죽음도 찍어야 합니다. 비록 그 사진 찍는 행위가 달갑지 않지만 기록으로서의 사진으로 대한다면 조금은 너그러워지 지지 않을까 하네요. 그래서 김용호 사진작가의 용기가 대단하다고 느껴지고 그걸 또 받아들이신 이어령 전 장관도 대단한 분이라고 생각하시네요. 

사람은 세상에서 사라졌지만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살아가니까요. 그 기억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이 사진입니다. 
그래서 가족 분들이 촬영 당시에는 못 마땅해 하던 시선도 있었지만 이 사진전의 사진을 보고 고맙다는 말씀을 전했다고 하네요. 

김용호 사진전 이어령 목전심후- 모던보이와 함께한 오후들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인이었던 이어령 전 장관님의 모습을 이렇게 흑백 사진으로 진득하게 보다 보니 이런 어르신이 세상에 없다는 것이 아쉽고 안타까웠습니다. 김용호 사진작가가 무턱대고 찾아간 것은 아닙니다. 이어령 전 장관은 병환 중에 마지막 책인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이라는 책을 집필 중이었습니다. 김지수 기자가 그 책과 관련해서 이어령 전 장관 댁에 방문한다는 말에 도움을 요청했고 이어령 전 장관님이 허락했습니다. 

김용호 사진전 이어령 목전심후- 모던보이와 함께한 오후들

사진은 흑백으로 촬영했습니다. 라이카 SL2를 사용하셨다고 하네요. 흑백 사진이 좋습니다. 인물 사진은 흑백 사진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컬러와 달리 색 정보가 없어서 인물의 표정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라이카 카메라의 색감은 정직성도 유명하지만 흑백 계조가 워낙 뛰어나고 흑백 사진 튜닝 노하우가 많아서 흑백 전용 디지털 카메라로 출시하는 회사입니다. 

라이카 SL2는 장단점이 강하죠. 단점은 엄청 무겁다는 겁니다. 김용호 사진작가도 팔의 힘을 길러야겠다는 생각까지 했다고 하시네요. 그러나 그 무게만 이겨내면 뛰어난 화질과 결과물에 다들 만족해 합니다. 

김용호 사진전 이어령 목전심후- 모던보이와 함께한 오후들
모던보이와 함께한 오후

이 사진이 참 마음에 드네요. 김용호 사진전 제목인 '모던보이와 함께한 오후'와 동일한 사진입니다. 
모던보이셨죠. 항상 깨어 있는 지성인, 젊은 사람들에게 존경 받는 어르신. 항상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익히시고 그 익힌 것을 자신의 경험에 녹여서 강의나 책으로 전파했습니다. 

김용호 사진전 이어령 목전심후- 모던보이와 함께한 오후들
김용호 사진전 이어령 목전심후- 모던보이와 함께한 오후들

김용호 사진작가는 1년 정도 꾸준히 방문했지만 코로나 시국이라서 방문이 순조롭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기도 하셨고요. 

김용호 사진전 이어령 목전심후- 모던보이와 함께한 오후들
거시기 머시기

자신의 생각을 손을 이용해서 열정적으로 말씀하시는 모습만 보면 건강하신 모습처럼 보입니다. 이 말을 하실 때 얼마나 행복하셨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김용호 사진전 이어령 목전심후- 모던보이와 함께한 오후들
김용호 사진전 이어령 목전심후- 모던보이와 함께한 오후들
김용호 사진전 이어령 목전심후- 모던보이와 함께한 오후들

이런 서재를 배경으로 한 사진은 전형적이긴 하지만 확실한 메시지 전달을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김용호 사진전 이어령 목전심후- 모던보이와 함께한 오후들

하얀 꽃과 함께 세상을 떠난 이어령 전 장관. 김용호 사진전 모던보이와 함께한 오후에서는 동영상도 상영하고 있었습니다. 

김용호 사진전 이어령 목전심후- 모던보이와 함께한 오후들

생전에 촬영한 동영상과 함께 장례식을 담은 사진들을 한없이 봤습니다. 기록하기 어려운 공간과 시간들 그러나 기록할수록 더 오래 기억될 겁니다. 훗날 이 사진들이 유가족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 확실합니다. 

김용호 사진전 이어령 목전심후- 모던보이와 함께한 오후들

지인분들과 다른 사진작가 분들과 사진을 찍고 있는 김용호 사진작가입니다.

김용호 사진전 이어령 목전심후- 모던보이와 함께한 오후들

몇 년 전 한 일간지와 한 인터뷰 내용이 와 닿아서 일부를 소개하면 

“음악과 달리 사진은 스킬이 별거 없다. 셔터 누르는 거 누가 못하나. 무엇을 찍느냐, 어떤 이야기를 담느냐의 문제다. 이건 시간이 필요한 문제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어야 한다. 명작은 시간이 지나도 계속 음미할 수 있는 이야기가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좋은 사진은 자신이 가진 정보와 경험을 조합하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도 고객이 나를 찾아오는 거다. 나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출처 : https://www.joongang.co.kr/article/11718429#home

이 인터뷰 내용에 크게 공감을 했습니다. 사진은 쉽습니다. 어렵게 생각할수록 어려운 것이죠. 사진 촬영 자체는 너무 쉽죠. 초등학생도 셔터를 누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차별성을 가지기 쉽지 않습니다. 그 차별성은 시선입니다. 무엇을 찍느냐와 어떤 이야기를 담느냐입니다. 사진은 시각 매체지만 이야기 도구의 일종입니다. 어떤 이야기를 담느냐가 중요합니다. 

이어령 전 장관의 마지막 1년이라는 이야기가 이 사진전의 정체성이자 차별성입니다. 문화계의 거장인 이어령 전 장관을 찾아갈 생각, 사진으로 담을 생각을 한 그 아이디어가 김용호 사진전 이어령 목전심후- 모던보이와 함께한 오후들을 빛나게 합니다. 

추천하는 사진전입니다.

어제는 광화문 교보문고에 갔는데 이어령 선생님이 담긴 현수막을 보고 멍하니 바라봤네요. 책도 좀 찾아봐야겠네요. 

전시명 : 김용호 사진전 이어령 목전심후- 모던보이와 함께한 오후들
전시기간 : 2022년 4월 15일부터 6월 14일까지
장소 : 라이카카메라 청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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